코로나19, 기후변화 쇼크의 전조인가

2020-10-05     필리프 데캉 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구렁텅이에 빠트리면서 경고를 무시하면 얼마나 큰 인명피해를 입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경고를 통해 사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낫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기후문제도 마찬가지다. 온난화 퇴치를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룬다면 훨씬 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2020년 3월 보건위기가 닥치자 기후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지난 3월은 기온이 평균치를 10개월째 연속해서 웃돈 달로 기록됐다. 1900년도부터 기상관측자료를 보관 중인 프랑스 기상청(프랑스 메테오)은 “전국이 10개월이나 연속적으로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다”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기온은 평년 기온보다 2°C가 높았고 2월에는 3°C나 높아져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인도 북부 지역에서 히말라야가 보이고 프랑스 리오네즈 평야에서 몽블랑이 보일 만큼 대기가 쾌청해졌으니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물론 대부분 생산공장이 휴업 상태이므로 올해 온난화 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1)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온난화 가스 배출량이 감소할까?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문명이 얼마나 나약하며 경제세계화 성장모델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닫게 될까? 2008년 경제금융위기 때에도 온난화 가스 배출이 대폭 줄었다. 그러나 이후 곧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급상승했다. 

 

예견된, 예견 중인 사태를 무시한 결과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보건위기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재난의 축소판으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인간 활동이 자연을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2) 끊임없는 개발·개척 때문에 야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사육장에 동물들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전염병 유발 위험이 커졌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온실가스의 주범이기도 한 해상교통망, 항공교통망이 촘촘할수록 확산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교통망이 잘 발달해 있는 선진국이 바이러스의 타격을 먼저 받는다. 

그런데 바이러스와 온실가스 문제는 단기적 성과, 적시생산 방식(재고 ‘0’을 위해, 입하 재료를 재고로 두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상품관리방식)을 추구하고 개별이득, 비교우위, 경쟁만 우선시한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결국 전염병은 전 세계로 확산된다. 온난화도 마찬가지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나서지 않는다면 바이러스와 온실가스 퇴치 노력은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여러 번 경보가 울렸기 때문에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미 과학 연구와 토론이 활발히 진행됐고 주요 정보는 모두 공개됐으며, 정보의 정확도도 높다. 또한 전염병이 21세기 인류의 주요 도전과제가 될 것임을 예견한 프랑스 대학 필립 상소네티 교수 등 여러 전문가가 몇 년 전부터 코로나19 등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했다. 실제로 1997년 조류독감바이러스(H5N1),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 2003년 사스 바이러스(SARS-COV-1), 2012년에는 메르스(MERS)가 잇달아 발생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이미 40년 전에 저명했던 기상학자들은 미국 상원에 제출한 최초의 기후변화보고서인 ‘차니 리포트’에서, 대기에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하면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미 30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를 설립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대처를 위한 다자간 조직을 만들었다. 과학자들 또한 정책 결정자와 기업에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겪고 있는 위기상황도 예견된 바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직후 여러 전문가와 보건 당국은 세계적 대유행병, 즉 팬데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3)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이 하나 있다. 올해 4월 중순까지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인접국들의 인명피해가 가장 적었다는 사실이다. 사망자수는 타이완 6명, 싱가포르 6명, 홍콩 4명에 불과하고 마카오는 아예 사망자가 없다.(4) 이 국가들이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전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즉시 입국 통제, 대규모 진단, 환자와 감염 의심자 격리, 전국민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방역 대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 프랑스 연금개혁, 영국 브렉시트, 이탈리아 정치 혼란 등 다른 현안에 급급했다. 그렇게 몇 달 후에야 코로나 사태 대처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태만 때문에 경제·사회에 미칠 타격을 피하고, 대중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5년 파리 협정을 체결하면서 약속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미루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처럼 협정에 조인한 사실도 부인하며 시간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잃고 있다.

유럽은 자가격리를 결정할 정도로 급격한 바이러스 전파 속도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자연체계는 심각한 혼란에 대비할 만큼 점진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균형이 깨지는 초기 신호를 감지하고 예방해야 한다. 일례로 프랑스 노인요양시설(EHPAD)의 간병인이나 직원들이 보호장비도 없고 진단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균자가 된다면 이들은 보건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전염원이 될 것이며, 전 국민이 격리를 당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빚을 갚으려고 또 빚을 내면 더 높은 이자로 인해 빚이 늘듯, 환경문제를 소홀히 하면 악순환이 이어져서 환경부채만 증가시킨다. 눈이 덮인 면적이 줄고 빙하가 녹으면 태양광을 자연적으로 반사시킬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고 그 지역의 기온은 급속히 올라가며, 이로 인해 다시 얼음이 더 많이 녹고 온난화는 가속화된다. 그래서 유럽 전체 면적의 2배에 달하는 지면을 덮고 있던 북극 영구빙토가 녹으면, 온난화로 인한 메탄가스가 대량 방출돼 지구 온난화는 급격히 빨라진다.

 

기후변화는 종식 불가로 더 심각해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긴급대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노인들을 위한 지원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화석연료 보조금을 낮추지 않고, 화석연료를 채굴해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고 성장을 유지하려 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어떻게 정치와 언론의 조작에 의해 무관심, 걱정, 공포, 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우매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종식 가능성이 있지만, 기후변화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인류는 이미 보건 환경이 낙후됐던 시절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을 극복한 경험이 있고, 집단면역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방역과 전염병 소멸이 가능하며, 코로나19의 사망률은 다른 전염병에 비해 낮은 1%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인류가 전멸할 위험도 없다. 또한 정부는 초기 대응이 늦기는 했으나 방역과 보건위기 충격을 완화시킬 정보와 도구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무한정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19년 호주 산불과 비슷하다. 물론 아직 그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주기적인 확산의 위험이 있지만 결국 산불처럼 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국민은 이 사태의 종결을 믿기 때문에 방역지침도 잘 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경우 방관하면 기후는 자기회복이 불가능하므로 폭염, 가뭄, 홍수, 태풍, 신종질환 등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더욱 심각해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대형참사가 닥칠 것이다. 이상기후는 코로나19 사태의 위기관리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상기후가 반복되면 복구가 불가하다. 거대한 거주지역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즉, 우리 사회 전체가 붕괴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그리고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100년 후에는 40%, 1,000년 후에는 20%나 남을 만큼 오래 잔존하므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누적되면 심각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미루면 내일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커지며, 오늘 어려운 결정을 미루면 내일 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루기만 하다가 더 이상 감당할 할 수 없이 사태가 오고 ‘치료’가 불가한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면 기후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망에 빠져 세상의 종말을 좌시할 것인가? 사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공동대처의 위력과 휴지기의 필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됐다. 과격한 방식으로 경제·기술발전에만 주력하다가 갑자기 시간이 멈추자 우리의 생활방식 및 사고방식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이산화탄소 입자는 무색무취에다 나노미터급 규모지만 치명적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도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코로나바이러스는 질병을,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를 유발) 잘 알고 있고, 정부의 권고지침은 일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시민은 신중한 대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과학은 논증의 과정을 거치고 반박을 받아들이면서 대응 결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이 중요할 때다. 

 

‘파리기후협정’과 배치되는 에너지헌장조약

모든 국가가 전략적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전략적 비축마스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보건위기는 의식주, 건강, 환경, 문화 등 생존수단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대부분 사람이 정책 결정자들보다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일례로 마크롱 정부 시베스 은디예 대변인이 “마스크 착용은 쓸모없는 짓”이라고 조롱할 때 국민은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는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5) 그러나 이제 조직적으로 공공선을 추구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에너지헌장조약에 대한 찬반 여부가 해당 국가가 낡은 도그마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1998년 발효된 이 조약은 2017년 11월부터 53개 회원국이 재협상 중이다. ‘에너지 자유무역시장 창설’을 목적으로 체결된 이 조약은 정부가 에너지 기업들에 손해가 되는 정책을 결정하면 중재재판소에 정부를 고소할 권한을 줬다. 그래서 핵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독일, 심해 석유 시추를 유예시킨 이탈리아, 그리고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네덜란드가 고소를 당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분쟁조정’ 중인 사건은 총 129개다.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분쟁 건수가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으며, 정부 대상 요구 보상금액은 총 510억 달러(460억 유로)에 달한다.(6),(7) 결국 지난해 12월 280개 노조 및 협회는 유럽연합에 ‘기후에 관한 파리 협정’과 배치되는 에너지헌장조약 탈퇴를 요구했다.(8)

선진국이 보건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부흥 계획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개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공공자금이 필요하겠지만,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에도 유용한 방식으로 지원금과 투자금을 활용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티에리 르벨 Thierry Lebel

티에리 르벨은 수문기상학자로, 개발연구소(IRD)및 환경지구과학연구소 연구소장이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소속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Christian de Perthuis, ‘Comment le Covid-19 modifie les perspectives de l’action climatique 코로나19는 어떻게 기후변화 대응방식을 바꾸는가’, <Idées et Débats> n°63, 2020년 4월. 
(2) Sonia Shah, ‘Contre les pandémies, l’écologie (한국어판 제목: 왜 판데믹은 야생동물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3월.
(3) Pascal Marichalar, ‘Savoir et prévoir, première chronologie de l’émergence du Covid-19 코로나19 출현 이후 경과보고, 알고 대비하라’, <La vie des idées>, 2020년 3월 25일. https://laviedesidees.fr
(4) 존홉킨스 대학 홈페이지, 2020년 4월 17일, www.arcgis.com
(5) Daniel Gilbert, ‘If only gay sex caused global warming’, <Los Angeles Times>, 2006년 7월 2일.
(6) 에너지헌장조약 홈페이지, www.energychartertreaty.org.
(7) ‘One treaty to rule them all’, Corporate Europe Observatory, Transnational Institute, 브뤼셀, 2019년 6월.
(8) ‘Lettre ouverte sur le traité sur la charte de l’énergie 에너지헌장조약에 관한 공개서한’, 2019년 12월 9일. www.collectifstoptaft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