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포탈의 비밀 속으로

2011-06-07     기욤 피트롱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리히텐슈타인의 프라이빗뱅킹 은행인 LGT와 스위스 은행 USB의 불법 행각이 드러났다. 그동안 두 은행은 유럽과 미국의 납세자들이 엄청난 재산을 감출 수 있게 세금 포탈을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

자비에 아렐은 저서 <대형 조세회피: 조세 천국의 진정한 스캔들>에서 조세회피의 이면을 해부한다. 조세회피는 백만장자와 다국적기업들의 돈을 비밀리에 예치하려고 금융기관끼리 경쟁을 벌이는 거대 사업이 됐다.(1) <라트리뷴>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아렐은 금융기관의 수법, 조세회피에 얽힌 관련자들에 대해 책에서 낱낱이 밝히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논리적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뒷부분에는 모호한 표현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주요 20개국(G20)이 선포한 조세 천국과의 전쟁, 조세회피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지도층의 위선을 본격적으로 다뤄 의미가 있다.

장드 메야르는 저서 <횡령: 법과 규칙 위에 군림하는 금융>에서 조세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분석한다. 시장법이 교란되면서 탄생한 경제범죄를 늘 경멸하는 메야르는 프랑스 사법관 출신으로서, 세금 포탈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평가했다. 이 책에서 그는 시장경제가 속에서부터 곪았다고 본다.(2) 실제로 시장경제가 부패하면서 신종 범죄, 즉 ‘시스템 사기’가 나타났다. 원자재 투자와 폰지형 사기 방식의 증가에 노출된 금융시장이 상세히 묘사됐다. 폰지는 버나드 메이도프가 창시자 중 하나로 있는 사기 피라미드다. ‘시스템 범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2008~2009년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처벌된 사람이 거의 없기에 그 해악은 더욱 심각하다.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정부가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가 합법적으로 굳어져버리면 결국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

메야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다시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며, 조세회피 문제를 여러 방향으로 사고하게 한다. 하지만 조세회피 문제가 심각한 것에 비해 그가 내놓은 분석은 지나치게 이론적이라 공허한 느낌을 준다. 사법관 출신임에도 현장 경험을 활용해 분석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기욤 피트롱 Guillaume Pitron

<각주> 
(1) 자비에 아렐, <대형 조세회피: 조세 천국의 진정한 스캔들>(La Grande evasion: Le vrai scandale des paradis fiscaux), Les liens qui libèrent, Paris, 2010.
(2) 장드 메야르, <횡령: 법과 규칙 위에 군림하는 금융>(L’Aanaque: La finance au-dessus des lois et des régles), Gaillimard, Pari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