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

2020-10-30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이미 보건, 생태, 경제, 사회 분야에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 사회가 ‘테러’라는 연타를 얻어맞았다. 사람들은 프랑스 사회가 다시 한 번 ‘전쟁’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탐지가 불가능한 적을 격퇴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무기라 함은 대포와 전차가 아니다. 시민의 자유, 정확히는 더 많은 자유의 제한이다. 

테러사건 후, 또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마당에 그 누가 시민의 자유를 변호하고 나서겠는가? 토론을 거치지도 않은 제한 조치들이 나와 용인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라고들 말한다. 테러와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나면, 그리하여 평화로운 날이 돌아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는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거짓 증언만 믿고 일면식도 없는 교사를 참수한 이슬람주의 광신자의 범죄는 전 국민을 비탄과 혼란에 빠트렸다. 범인은 테러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없는 체첸 출신자로, 공모자도 소수에 불과했고 국내 지원세력도 거의 없었다. 테러와 바이러스로 공포와 불안이 만연한 시기가 아니었다면, 사뮈엘 파티 살해사건은 정신착란자가 일으킨 비극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범죄는 여러 사건이 서로 연결된 이슬람주의 테러 역사의 일부다. 살만 루슈디, 9·11 테러, 발리, 마드리드, 모하메드 메라, <샤를리 에브도>, 바타클랑 극장, 니스… 이처럼 많은 살상테러와 살해위협이 작가, 유대인, 풍자만화가, 기독교인을 겨냥해왔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도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콩플랑 생트 오노린의 교사 참수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슬픔은 접어둔 채, ‘테러 감시와 억제를 위해 3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얼마나 부당하며, 이런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가늠할 수 있다. 비난 뒤에는 국가가 이민자와 무슬림을 상대로 예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졌다. 우파는 헌법 개정을 언급하고, 내무장관은 대형마트의 ‘공동체 음식 코너’를 걱정하고 있다. 

기자들은 임의적인 행정명령과 범죄 기록에만 근거한 구금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도록 국사원, 헌법재판소, 유럽연합(EU) 법원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NS상에서 ‘혐오발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자신들도 24시간 뉴스 채널에서 악의적인 혐오 발언을 퍼트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이다.

범죄에 대한 혐오는 마침내 전 국민이 교사들을 한 목소리로 지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동안 집권한 정부들은 교사들을 조정 가능한 ‘예산’으로만 여겼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압력에도 시달려 왔다. 하지만 교사들에 대한 지지 대신 ‘문명 전쟁’의 기운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극단적인 보수주의 무슬림이나 극우주의자뿐만 아니라 ‘공동체’, 가족, 신에 따라 철저하게 나뉜 프랑스 국민의 분열을 더욱 조장한다.(1)

우리가 30년 동안 하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이 폭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뒤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 자리에 올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해 왔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Ahmadinejad, mon héros 나의 영웅 아마디네자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