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덫에 걸린 선원들

2020-10-30     피에르 랭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정책이 세상을 얼마나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길래, 선원들이 승선·하선의 권리만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하소연하게 된 것일까? 2020년 10월 현재, 상선 170만 척에서 일하는 해상 노동자 약 80만 명이 승선·하선 금지로 인해 선박이나, 육지에 발이 묶여버렸다.

 

승선이 금지된 선원들은 노동계약을 할 수 없다. 이는 곧 수입단절과 빈곤한 생활을 의미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선이 금지된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 마비가 전 세계로 확산됐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선원들의 승선과 하선을 금지해 선원교대가 어려워졌다. 선원들은 컨테이너선이나 산적화물선, 또는 크루즈 갑판에 갇혀버린 신세가 된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아마존을 통해 운동기구와 요가 매트를 주문하면, 선원들은 아시아에서 만든 이 ‘생존수단’을 서구의 항구로 배송한다. 보통 한 달 동안 10만 명이 부두에 내리고, 대기 중이던 선원 10만 명이 배를 탄다. 선원들이 주로 교대하는 곳은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이다. 그런데 항만과 국경 폐쇄, 항공노선 폐쇄, 하선금지, 격리,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선원들이 제때 교대지에 도착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3월 이후, 선원 교대는 정상 수준의 1/4 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박 내 근무환경은 열악해졌고, 안전규칙은 무시된다. 국제 운송노동자 연맹(ITF)의 보고서에 의하면 휴식시간, 추가근무 수당, 기본 안전규정이 무시되고 있다.(1) 올해 여름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고통 받고 있는 선박 노동자들에게 교황이 나서서 위로의 말을 전달하기도 했다(6월 17일).(2) 그리고 당국과 고용주들은 신속히 상황을 개선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원칙적으로 2006년 해사노동협약은 해상 근무기간을 최대 11개월로 규정한다. 그러나 지난봄부터 상륙하지 못하고 1년 반이나 선박에 갇혀 있는 선원이 수천 명에 달한다. 법정기간을 초과해 노동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선원들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을 강행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갈된다. 환각, 불안, 우울 증세로 고통을 받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치료와 휴식도 없이 고립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떠는 이 해상 노동자들은 대부분 빈국 출신으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의 상선사관연맹장 장 필립 샤테이는 선원이 당국에 신고를 하면 선주가 바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때문에 다시는 배를 탈 수 없어, 퇴출당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선주들의 선원 본국송환을 의무화하려면 항만국 통제(Port State Control)의 조사관이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선박의 입출항을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게 상선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선원보다 원활한 교역이 더욱 중요하다.

9월 24일 세계 해양의 날, 국제 운송노동자 연맹(ITF) 사무총장은 점점 지쳐가는 선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못한다면 해안가 기름띠 유출이나 해양생물의 떼죽음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UN 사무총장은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선원들에게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핵심 노동자’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로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는 각국의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세계 교역의 90%를 담당하는 바닷길이 막히자 이제 경제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화의 주역인 선원들은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지적했으며(9월 29일) 유니레버, 프록터 앤드 갬블, 다논, 오샹을 포함한 30개 기업이 정부에게 ‘현대판 강제 노동’ 철폐를 촉구하는 청원을 게재했다(9월 24일).

이 지점에서 지금까지 해운업에서 자행돼 오던 ‘현대판 노예제도’에 눈을 감아온 기업들이 갑자기 노동자들의 편에 서는 위선적인 태도가 흥미롭다. 선상 선원을 모집하는 인력사무소는 실상 ‘인력 판매업자’나 다름없고, 전 세계 선박의 3/4이 세금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본국이 아닌 바하마,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의 국가에 등록된 편의치적선이다. 그리고 선원의 일일 노동시간은 무려 14시간에 달하며, 나머지 10시간도 5시간씩 나눠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들은 선박 연료유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전 세계 무역 피라미드가 매일 혹사당하는 수십만 명의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노동자들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이제 두렵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Beyond the limit, How Covid-19 corner-cutting places too much risk in the international shipping system>, 국제 운송 노동자 연맹 해사 안전 위원회, 런던, 2020년 9월.
(2) Marie-Béatrice Baudet, ‘Les marins perdus du cornonavirus 코로나 바이러스로 길을 잃은 선원들’, <르몽드>, 2020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