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장프랑수아 사부레는 일본의 기적을 만든 요인을 훌륭하게 분석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하나미즈키 감독의 영화 장면에서 시작된다. 두 젊은이(이 중 한 명은 미국에 가게 된다)의 삶을 그린 영화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일’과 ‘교육’이 일본 성공의 키워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사부레는 일본이 10년 이상 경제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가 있는 나라라 본다. 또한 일본의 현대성과 혁신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긍정적으로 다룬다. 현재 일본은 동북부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본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하노이를 떠날 때 지워지지 않는 냄새는 최고급 우유 냄새다.” 하노이 출신 작가의 말이다. 하노이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수많은 자전거, 쇠고기 국물 냄새, 하늘을 나는 용 문양…. 베트남 전문가인 장클로드 포몽티는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소재가 아닌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를 위해 묘사, 소소한 역사 에피소드, 숫자와 문자를 동원한다. 베트남에 대한 이런 시선들은 변화하는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과거와 전설은 극도로 현대적인 도시에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불도저, 콘크리트, 고속도로가 있음에도 하노이는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한 흔치 않은 도시다. 전통과 변화 사이에 서 있는 하노이의 매력적인 모습을 담은 니콜라 코르네의 사진도 재미를 더한다.
금융전문가이자 국제기구의 컨설턴트이며 경제학 및 역사학 교수인 조르주 코르는 레바논의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의 정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세계화 지지자와 탈세계화 지지자 사이에 벌어지는 대규모 토론을 철학과 역사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런데 세계화 지지자들은 새로운 엘리트층과 세계의 유수 언론이 우려하는 기후변화·기아·빈곤을 오히려 교묘히 이용해 브로커의 이익을 도모하고 돈세탁을 돕기도 한다. 탈세계화 선구자들은 현재 정치 이론이 빈약하다고 지적해왔다. 코르는 세계화된 관료주의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비판마저 막아버리는 언론·문화·학문·정치·경제·금융의 무기이며, 이것이 점점 조직화되고 있음을 잘 안다. 이 책을 통해 은행장들의 영향력 확대, 경제의 금융화, 투자자의 특별한 지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현재의 경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원시주의는 인류의 미래는 과거에 있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이다. 인류학자인 장루 앙셀은 케 브랑리 박물관이 원시 예술을 높이 평가하거나 토착 주민의 지혜를 숭상하는 것 모두 원시주의의 형태이며, 이는 새로운 문화 순수주의라고 설명한다. 포스트 식민지 사상에서 나온 원시주의는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려면 이국적인 사회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더 이상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아쉽게도 사회현상을 문화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노동자운동과 혁명의 토대가 된 사상을 제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