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텔의 문화인류학

2011-07-11     레이철 셔먼

 

 

겉으로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질서가 잡혀 있다. 호텔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잘한 일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화려한 고객과 고급 호텔의 노동자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비정상적이고 직업적 관례를 벗어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만나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고급 호텔 두 곳에서 안내원으로 또는 시중 드는 사람으로 일한 사회학자 레이철 셔먼이 예속의 무대 현장을 분석한다.

전직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과 이집트 사업가인 마무드 압델 살람 오마르가 노동자를 성추행했다고 체포된 사건 때문에, 고급 호텔의 고객과 노동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번 일로 유발된 분노는 고객이 항상 왕인 것은 아니란 사실을, 그리고 어떤 서비스는 호텔 요금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준다. 반면에 남성이나 여성 고객이 단 하룻밤에 지급하는 수백, 때로는 수천 유로의 대가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다양한 요구 사항들에 대해, 그리고 그런 ‘제후’가 갖는 권력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나는 1년간 민족지학적인 방법으로 조사에 몰입해 그 진면목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극단적인 불평등 속에서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상적 예속관계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1)

고급 호텔은 안락함, 우아함, 화려한 장식물을 통해 차이를 드러낸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한 호텔 매니저가 말하듯이 “모든 대형 호텔이 침대와 욕실을 똑같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차이는 특히 서비스의 질에서 드러난다. 직원은 고객이 다음에 또 찾아오도록 고객의 기벽(奇癖)을 기억하려 애쓰고, 고객의 가장 작은 욕망마저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고객의 이름을 불러 말을 걸면서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어떤 고객은 톱니 모양 조각이 아닌 직각으로 얇게 썬 파파야(열대산 과일) 조각을 아침 식사에 요구할 것이고, 호텔은 통상적으로 그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한다. 또 어떤 고객은 커튼 없는 샤워실을 참을 수 없어해 커튼을 요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요구하기도 한다. 흡연가는 룸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한 갑의 담배를 발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룸보이가 즉석에서 담배를 구해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호텔 직원들은 당신의 엄마보다 더 당신을 애지중지할 것이다. 단골 고객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고객을 세심히 보살피기 위해, 그 이름에 합당한 고급 호텔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할 수백 명의 노동자를 거느리고 있다. 업무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고객과 대면해 이뤄지는 직접 서비스이고, 또 하나는 무대 뒤에서 고객을 대면하지 않고 이뤄지는 간접 서비스다. 직원이 직접 서비스나 간접 서비스에 배치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느 민족이냐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 간접 서비스는 대부분 남미·아시아·동유럽·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맡는다. 그들에게는 룸의 청소와 정리, 세탁물과 빨랫감의 수거, 구두닦이 등 고객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힘든 업무가 맡겨진다. 간접 업무에 배속된 노동자는 어떤 자율성도 갖지 못한다. 예들 들어 경영진은 이들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가혹한 할당량(적어도 고급 호텔에서는 하루에 24개 룸, 때로는 그 두 배)을 부가한다. 무거운 매트리스를 들어올리면서 침대를 정리하는 일,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청소하는 일,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 이불보와 베갯잇 가는 일, 세면대와 화장실을 문질러 닦는 일, 욕실에 깨끗한 목욕 가운을 거는 일, 한 무더기의 수건과 화장품을 교체하는 일이 할당된다. 다른 노동자들은 청소를 가볍게 다시 하고, 침대보를 다시 펴고, 라디오를 켜고, 슬리퍼를 정리하고, 과일 바구니를 채우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마치려면 흔히 휴식을 포기해야 한다. 어떤 노동자는 업무를 한 지 첫 몇 주 동안 5kg이 빠졌다고 한다.

안내원·교환수·보이·도어맨·수위 등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무대 전면의 업무들은 주로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태어난 백인 직원들이 맡는다. 이들은 여행가방을 운반하고 ‘룸서비스’를 하거나 예약을 담당하는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동시에 ‘감정적’(2) 접촉이라는 감지하기 어려운 특수 업무도 수행한다.  부자들의 감정 변화와 변덕에서 비롯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황급히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느라 고생하지만, 이쪽 직원들은 때때로 급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팁 때문에 무대 뒤편에 있는 직원들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

‘눈에 띄는’ 직원들은 호화 산업의 규모에 대한 열쇠를 쥔 수많은 세심한 배려를 고객에게 아낌없이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고객과 토론하고, 고객의 농담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객의 의견에 동조하고, 고객이 고급 주택가의 길을 찾는 걸 도와주고,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고객을 위로한다. 내가 일했던 곳의 호텔 수위는 어느 날 고객이 업무상 약속 시간 전에 새 정장을 사 입을 수 있도록 의류 매장 지배인을 설득해 평소보다 일찍 매장 문을 열게 해야 했다. 또 다른 동료는 구두를 닦아주는 팀에서 신발을 분실하자 고객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주어야 했다. 매번 직원은 고객에게 자신의 우정을(그러나 친해지면 안 되고), 공손함을(그러나 아첨이어서는 안 되고), 진정한 헌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직원이 고객에게 주는 관심이 결코 일상적인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고객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어느 상황에서든 고객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텔 직원이 이런 예속관계를 받아들이려면 고급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 특혜라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고급 호텔 직원은 자신이 등급이 낮은 호텔의 직원이나 다른 서비스 분야의 직원과 달리 기억력·신중함·우아함·정중함 같은 특별한 자질이 필요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뒤 중노동은 이민자 몫
또한 그들은 자신의 자율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면 고객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자신의 일을 표준화하기가 불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저녁부터 아침까지 고객을 잘 모시려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직원들은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게 돼 힘든 노동조건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사회학자 마이클 부라보이가 보여주었듯이,(3) 노동자는 자율적·주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 근거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만큼 더 업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호텔 매니저는 어느 정도 상징적인 수당을 직원에게 지급해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게 유도한다. 보이지 않는 강요를 하는 셈이다. ‘긍지’라는 개념은 말로 때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 호텔에서 인사 담당자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으므로 여기서 일하는 것에 긍지를 느껴야 한다’고 직원에게 끊임없이 반복해 주입한다. 게다가 그는 직원에게 ‘최고 1% 집단’에 속하는 탁월한 팀장의 부서에서 일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고 암시한다.

고객의 태도는 이런 환상을 강화한다. 수많은 고객은 직원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고객은 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준다. 몇몇 단골 고객은 직원에게 가족 안부를 묻기도 한다. 이처럼 관계는 서로 수행하는 역할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역할 속에서 각자 서로 개별적으로 인정받으며, 은밀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진다. 악수할 때 밀어 넣어주거나 봉투 속에 넣어주는 팁도 이런 기밀 유지 전략에 일조한다. 이런 전략은 직원에게 고객과 공모자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거나, 때로는 서로 평등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돈을 주고받는 사실을 서로 거의 말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쪽의 관계가 자발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친절하려면 예속을 특혜로 느껴야
고객과 직원은 이처럼 자신이 속한 계급을 잊어버린다. 고객은 직원을 착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직원도 예속됐다고 느끼지 않는다. 양쪽 모두 똑같은 사회적 연극 무대에 참여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계층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두 당사자는 서로를 분리하는 대신 공통으로 지닌 것에 집중한다.

이처럼 예속관계가 부인됨으로써 급여·사회보장·근무시간 같은 노동조건이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도 은폐된다. ‘여기 뭉치자’라는 이름의 노동조합 조합원인 안마리 스트라셀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대형 호텔 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대우(일상적 할당량이 14개의 룸을 넘지 않고, 시간당 24달러의 급여와 건강보험 제공)는 훌륭한 노동조합의 지역대표가 있기에 가능하다. 뉴욕,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노동조합을 전통적으로 허용하는 도시에서는 노동조합이 없는 호텔에서조차 합의된 급여와 의료보험을 지원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우아한 고객은 팁으로 말한다
노동조합에 적의를 가진 도시들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고급 호텔의 노동자가 8시간 동안 30개 룸을 청소해야 하고 시간당 7.25달러를 받는데, 이런 무리한 작업은 당연히 건강을 해치게 된다. 노동조합 ‘여기 뭉치자’에 따르면, 호텔 직원들의 직업병이나 사고 발생률은 서비스산업 전체 평균보다 25% 높은데, 이 영역에서 가장 많은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 바로 단순 노동자다. 노동조합이 없는 호텔은 청소 직원을 직접 채용하기보다는 외부 하청으로 돌린다. 이렇게 해야 문제가 생길 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주들이 노동조합을 강력히 반대하고 노동권도 변변히 보호받지 못하는 미국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호텔 분야 노동자들은 대부분 초라한 급여를 받고 질병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다른 서비스산업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그들이 보수를 많이 받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것은, 최근 경영계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공직자와 교사가 ‘과도한’ 보수를 받는 이유가 노동조합 때문이라고 비난한 위스콘신에서처럼, 경영진의 로비로 만들어진 말이다. 실제로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고급 호텔의 직원들조차 중산계층의 생활수준에 이를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 호텔 직원들은 자신은 결코 제공받을 수 없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그들이 소중히 모시는 고객은 말 그대로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 스트로스칸은 IMF에서 세금이 면제된 연봉 46만1510달러를 받았는데, 여기에 더해 여비와 다양한 특혜, 풍부한 퇴직연금까지 보장받았다.

계급의식 잊어버리기 딱 좋아
보수나 노동조건과는 별개로, 직원들은 노사 협약 덕분에 미국법에서 완전히 허용되는 자의적 해고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는다. 스트로스칸의 피해자가 호텔 쪽의 지지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뉴욕 소피텔의 노동조합이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호텔 직업의 또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서비스 종사자들처럼 호텔 직원은 고객의 권위와 고용주의 권위에 동시에 예속돼 있다. 흔히 고객의 권위는 고용주의 권위에 의해 강화된다. 매니저가 고객에게 최소한의 실수가 있으면 지적해달라고, 직원의 좋고 나쁜 점을 카드에 적어달라고, 결과적으로 직원 평가를 해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지 않는 직원들조차 고객이 자신에게 ‘나쁜 평가’를 줄까봐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노동자가 알고 있듯이 최악의 재앙은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서 발생한다. 어떤 고객은 15개 수건 중 1개에 구멍이 난 것을 불평하기 위해 교환을 부르고, 또 어떤 고객은 벽에 손자국이 묻어 있다고 화내고, 또 다른 고객은 자신이 막 사용한 욕조에 머리카락이 묻어 있다고 경보를 울린다. 고객은 요금을 내고 노동자를 감시할 권리까지 산 것이다. 비싸게 지급하고 획득한 이 특권은 노동자가 느끼는 압박을 가중한다.

대부분의 고객이 예절을 갖춰 직원을 대하지만, 등급이 낮은 호텔의 고객을 대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요구가 더 비현실적이고, 쉽게 불만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어떤 고객은 천박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직원을 못살게 굴고, 인색함에서는 아르파공(몰리에르의 희곡에 등장하는 수전노)을 능가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직원은 더욱 예절 바르게 대답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반면에 직원은 나중에 골치 아픈 손님에게 가장 옹색한 룸을 배정하고, 접근하기 곤란한 구석에 고객의 자동차를 주차하고, 등 뒤에서 그를 조롱하거나 요구를 질질 끌면서 들어주는 미묘한 방식으로 복수할 수도 있다. 한 도어맨이 어느 고객에 대해 설명했다. “저 친구가 마치 내가 개라도 되는 것처럼 휘파람으로 부르면서 말을 걸어왔어. 그래서 내가 받은 모든 명령 중에서 그의 요구 사항이 마지막으로 처리되도록 나름대로 골탕을 먹였어.” 또한 나는 한 안내원이 자신을 들볶는 성마른 고객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당신한테 할인은 어림도 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을 지켜주는 건 결국 노조뿐
규칙에 위반되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고객들 모르게 벌어진다. 이런 에피소드는 자신이 자율적이라는 느낌, 결과적으로 자신이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직원은 자신의 업무를 기꺼이 수행하게 된다. 직원은 특정한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복수하면서, 사회질서를 뒤엎을 수도 있는 집합적 저항에는 참여하지 않게 된다.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착각이 부자와 빈자 사이의 심연만큼이나 깊은 미국에서, 고급 호텔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사실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고객이 서비스 봉사자에게 친절할 수 있는데도, 고급 호텔의 화려한 대리석 아래에서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는 관계로 나타난다. 노동조합 운동가들은 직원의 위엄과 온당한 삶을 누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아직도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 현재 고급 호텔의 힘든 노동 현실을 볼 때, 한 사람은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모든 것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 계속 빠져든다.
 

글·레이철 셔먼 Rachel Sherman
<계급 행위: 호화 호텔의 서비스와 불평등>(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버클리·2007)의 저자.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각주>
(1) 앙케이트는 2000년과 2001년 뉴욕의 호텔 두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거기에서 저자가 노동자로 일했다.
(2) 알리 호스차일드, <관리된 감정>, 캘리포니아대학 출판부, 버클리, 1983년.
(3) 마이클 부라보이, <만들어지는 동의>, 시카고대학 출판부, 197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