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위생, 그리고 여성

19세기의 위생, 향수, 그리고 사회규범의 모순

2020-11-30     에리카 위키 | 리옹 2대학 소속 역사학자

향유를 탄 물로 목욕하는 관습은 근동지역에서 일본까지 널리 퍼져 있었고,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관습은 중세시대에 서구권에 기독교가 널리 퍼지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향수산업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데오도란트, 구강 청결제, 여성 청결제…체취를 다스리기 위해 출시된 여러 가지 상품은 곧 여성들이 악취와 관련된 사회적 오명을 꺼렸고, 불결하게 보일까봐 불안해하며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스스로 느끼기 어려운 만큼, ‘나한테서 나쁜 냄새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은 항상 존재했다. 이런 불안을 통해, 약품과 향수 제조업계는 수익을 올렸다. 

‘나쁜 체취’에 대한 두려움은 오랜 기간에 걸쳐 기록으로 남아있다. 특히 1832년 콜레라 창궐 후, 프랑스에서는 위생개선 운동이 가속화됐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향수 제조업은 호황을 누렸고, 가톨릭식 여성 교육은 논쟁대상이었다.(1) 의학책자, 신앙생활 안내서, 예의범절 지침서, 여성용 간행물 등 젊은 여성과 ‘어머니’ 대상의 책들이 쏟아졌다. 학문적인 교육은 제한하고,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이 주입됐으며, 취미로 예술 활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같았지만, 위생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먼저 의학계와 종교계 사이의 대립이 있었다.

 “씻겨주기는 하는 거야?” 작가 겸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가톨릭 여성 기숙학원에 다니던 딸 쥐디트에게 던진 이 질문은 종교기관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04년 출간된 쥐디트 고티에의 자전적 이야기는 아버지의 강요, 옷을 입은 채 하는 목욕, 당혹스러워하는 수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2) 여성 기숙학교에선 겉으로 보이는 청결을 강조했다. “더럽거나 찢어진 옷은 절대 입지 마세요. 모발을 단정하게 하세요. 매일 세안하고 손은 자주 씻으세요. 신발은 항상 깔끔해야 합니다.”(3) 그러나 목욕은 의무사항이 아니었고, 향수는 금지사항이었다.

 

‘순결한 소녀’만이 향기로운 존재

기록에 의하면, 의사들은 젊은 여성을 위한 종교 교육기관의 위생 문제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종교계와 의학계의 관점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자위행위와 목욕이 선사하는 감각적 쾌락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졌다. 1857년, 의사 장밥티스트 브노는 매독에 걸린 매춘부들을 보살피는 수녀들의 헌신을 칭찬하면서도, ‘간소한 목욕이 가장 순수하다’라는 생각을 죄악시하는 그녀들에게 낙담했다.(4) 후에 의사 오귀스탱 갈로팽은 그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 젊은 여성들이 ‘그곳’을 씻는 것을 금지하면, 가려움증과 자위행위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단언한 것이다.(5)

여럿이 함께 지내면서 목욕도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숙학교 내에서의 생활은, 위생과 환기와 운동을 권장하는 의사들에게 비판의 대상이었다. 『젊은 여성의 위생 Hygiène de la jeune fille』(1882) 의 저자 아드리앙 코리보는 공동생활의 위험성을 설명하고자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빈틈없이 막힌 방에 20명의 젊은 미녀들을 가둬놓는다. 이들은 시인에게 영감을 줄 만큼 우아함과 완벽한 매력을 갖췄다. 그러나, 딱 24시간 동안 그들끼리 안에서만 생활하게 한 후 방문을 열어보라. 황홀한 향기는 끔찍한 악취로 바뀐다. 20개의 귀여운 입과 가슴에서 생명을 유지하려는 활동이 노폐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그 노폐물로 오염된 공기는 악취를 뿜어낼 것이다.”

당시 의사들은 ‘불결함’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월경을 시작한 소녀들의 체취에 대한 묘사를 보면, 의학서인지 문학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갈로팽은 여성의 체취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감각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어린 소녀는 향기롭다. 봄날의 바람과 햇살, 산딸기를 머금은 신선한 물의 향기다. 그러나 감각적 쾌락에 눈뜬 여성의 체취는 향기롭지 않다.”

 

갈로팽은 나름대로 시적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비유 대상은 식물로 제한됐다. 다른 의사들도 성장을 표현할 때 꽃, 피어남 등의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여성은 꽃’이라는 뿌리 깊은 신화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소녀가 풍기는 은은한 꽃향기는 순결을 잃는 순간 강렬하고 동물적인 냄새로 바뀐다’는 이런 극단적인 이분법은, 향수 제조업자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향수 제조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1860년대 생산이 기계화되고 화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치품이던 향수는 점차 대중화됐고, 1830년대부터 시작된 상업적 성공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1836~1856년 매출은 63% 증가했다.(6)

 

향수 사용에 대한 예의와 규범

향수 제조업자들은 의사의 처방을 판매 도구로 삼았다. 과학계 저명인사가 사인한 증명서나 특허와 더불어, 의사의 추천을 위시한 광고가 시장을 점령했다. 의사 장밥티스트 퐁사그리브는 이런 상황을 불쾌하게 여겼다. “오래전부터 향수 제조업계는 위생관리를 예의주시했다. (…) 이들은 선한 의도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7) 향수상점의 카탈로그에는 비누 등 위생용품이 많았고, 희석해서 사용하는 향수나 식초도 있었다. 향수 제조업계의 협약에 따라 업자들은 여성용 간행물과 예법 안내서를 공유했다. 

조향사들은 구체제나 방탕한 삶을 연상시키는 사향을 배제하고, 제비꽃, 버베나 등 연한 꽃향기를 사용했다. 약한 향은 신경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낮았기 때문이다. 카론에서 1954년 출시한 <행복의 은방울꽃 le Muguet du bonheur>이나 겔랑의 <황실 오 드 콜로뉴 l’Eau de Cologne impériale>(1853), 오리자 L. 그랑의 <자색의 흰 히야신스 la Jacinthe blanche de Violet>(1857), 혹은 <차르의 제비꽃 Violettes du Czar>(1862) 등이 그렇게 제작된 향수들이다.

예법 안내서 등 여성용 출판물의 저자는 주로 귀족 여성으로, 여성이 남성을 기쁘게 해야 할 이유에 대해 썼다. 일례로『세상의 관습: 현대 사회의 예의범절과 규범 Usages du monde : règles du savoir-vivre dans la société moderne』(1891)이라는 저서로 유명해진 스타프 남작부인은 1892년, 막 기숙학교를 졸업한 젊은 여성들의 위생에 대한 무지에 분개하며,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권장했다. 여성은 자신이 남성에게 선택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해야 했다. 

 

1813년 출판된 이후 한 세기에 걸쳐 큰 성공을 거둔 『내 딸에게 주는 조언 Conseils à ma fille』에서 저자 장 니콜라 부이는 강렬한 향수를 좋아하는 아르망틴이라는 여성을 묘사한다. 아르망틴은 사촌의 교육에 따라 이런 ‘나쁜 취향’을 고칠 때까지 비웃음과 반감을 산다. 이 문학작품에서는 향수의 사용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우선 극히 소량을 사용해야 한다. 분무기 형태의 향수는 드물었기 때문에 향수의 양은 방울 단위로 가늠했다. “예법 안내서에도 나와 있듯, 향수는 적게 쓸수록 좋습니다. 아주 옅은 향, 붓꽃 유액이나 오 드 콜로뉴를 목욕물에 살짝 넣으면 완벽합니다. 제비꽃 오일 한 방울을 손수건에 뿌리는 것도 좋습니다.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은은한 향을 사용하세요.”(8)

여성용 간행물은 주요 후원자에 따라 추천상품을 바꿨다. 이폴리트 드 빌메상이 그의 회고록에 쓴 일화를 소개하면, 그는 재정 후원을 대가로 새로 발행될 신문 <라 실피드 La Sylphide>에 겔랑의 향을 입힌다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1840년 <라 실피드>의 첫 발행 이후, 그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주는 조언’이라는 코너에서 젊은 여성들을 위한 향수 제품을 계속 추천했다.

소박함, 섬세함, 신중함은 몸단장의 규범이었고, 향수의 사용을 둘러싼 사회규범은 다양해졌다. 종교계에서는 ‘신성한 냄새’라는 상상의 개념이 있었다. 성경 등 교회 문서는 후각과 관련된 비유로 가득했고, 비물질적 특성을 지닌, 사라지지 않는 “선한 향기”를 예찬했다. 클라리스 쥐랑빌에 의하면, 몸단장을 최소화해도 좋은 체취를 풍길 수 있다. “곱게 빗질한 윤기 나는 머리카락, 깨끗한 물로 막 세안한 촉촉한 뺨, 분홍빛 손톱, 반들반들하게 다림질한 흰 목욕가운, 반짝이는 구두 속 순수한 향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싱싱한 꽃과 같은 매력이 존재한다.”

 

때로는 ‘미덕의 향’을 위해 목욕을 피하라고, 때로는 청결함, 젊음, 순결함의 향기를 과시하라고, 때로는 섬세한 꽃향기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라고 장려한다. 미국 청년들의 자유분방함에서 제품명을 가져온 피노 사의 향수 <플러트 Flirt>(1891)는 막대한 성공을 거뒀는데, 이는 향수업계가 최종 승자임을 의미했다.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졌다. 한 세기 후 ‘먹음직스러운’ 향이 등장했고, 여성들은 ‘만발한 꽃밭’에서 ‘달콤한 사탕 가게’로 이동했다. 25세 미만 여성은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향수업계의 핵심고객이다.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 매출액은 전체의 1/3에 달한다.  

 

 

글·에리카 위키 Erika Wicky
리옹 2대학 소속 역사학자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Alain Corbin, 『Le Miasme et la Jonquille. L’odorat et l’imaginaire social (XVIIIe-XIXe siècles) 악취와 수선화. 냄새와 사회적 허구(18~19세기)』, Flammarion, Champs Histoire 시리즈, Paris, 2016 (초판 1982).
(2) Judith Gautier, 『Le Collier des jours. Souvenirs de ma vie 매일의 연속, 내 삶에 대한 기억』, Félix Juven, Paris, 1904.
(3) 『Le Livre des jeunes filles : conseils aux jeunes personnes par une religieuse de la nativité 젊은 여성을 위한 책: 수녀가 청년에게 보내는 조언』, Librairie Girard et Josserand, Lyon - Paris, 1868.
(4) Jean-Baptiste Venot, 『Hygiène. Rapprochements statistiques entre les deux prostitutions (inscrite et clandestine), au point de vue de la syphilis 위생. 매독을 중심으로 한 합법·불법적 매춘 간의 통계적 대조』, G. Gounouilhou, Bordeaux, 1857.
(5) Augustin Galopin, 『Le Parfum de la femme et le sens olfactif dans l’amour, étude psycho-physiologique 여성의 향기와 사랑에 있어서의 후각, 심리학·생리학적 연구』, E. Dentu, Paris, 1886.
(6) Rosine Lheureux, 『Une histoire des parfumeurs. France, 1850-1910 1850 ~ 1910년 프랑스 향수 제조업의 역사』, Champ Vallon, Paris, 2016.
(7) Jean-Baptiste Fonssagrives, 『Entretiens familiers sur l’hygiène (2e édition) 일상적인 위생관리 (2쇄)』, L. Hachette et cie - Masson et fils, Paris, 1869.
(8) Gabrielle Béal et Marie Maryan, 『Le fond et la forme. Le savoir-vivre pour les jeunes filles 젊은 여성들을 위한 예의범절 기초와 형식』, Bloud et Barral, Paris, 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