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에서 벌이는 바둑 게임
최소 노력으로 최대 영향력 행사하기
“국제연합(UN, 이하 유엔)의 중국 고위관료는 드물다. 그러나 고위직에 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2005년에 전직 중국 외교관이자 오랫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라크 제재위원회에서 서기로 일한 왕징장은 자국 언론에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1) 뉴욕에 파견된 소수의 중국 출신 공무원은 주로 번역과 문서 업무를 담당한다. 언어 이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각종 기술부서나 일반 관리부서에 분산 배치돼 있다. 왕징장은 유엔사무국 내 8개 사무국 중 중국 출신 직원이 관리직을 거쳐 사무차장직까지 오른 부서가 대규모 회의를 관리하는 유엔사무국 총회회의운영국(DGAACS)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인들은 유엔 사륜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 같았다.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 상황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다수의 중국인이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나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등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다(박스 기사 참조). 일부 논평가들은 단기간에 한 국가가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획득한 경우는 드물다며 우려를 표한다. ‘역사의 종말’을 고하는 긴 연회 후 2020년, 숙취에서 깨어난 서구가 유엔 테이블 위에 중국이 차려놓은 아침 식사를 멍하니 바라보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결과를 육성으로 접하기는 어렵다. 유엔 공무원들은 고용계약에 따라 기밀유지 의무에 묶여 있고, 이를 위반하면 실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반면 유엔에 파견된 외교관들은 중국 본국의 노여움을 사는 것 말고는 두려울 게 없다. 인터뷰에 응한 외교관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뉴욕 주재 프랑스 외교관 P.F.는 이렇게 전했다. “중국은 시간을 두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행동한다. 중국 사회는 계획에 따라 작동하며, 이는 국제적인 접근방식에도 적용된다.”
1971년 유엔에 가입한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신해 중국 대표 정부가 됐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 지위를 획득했지만, 유엔 내에서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다. 중국인이 국제기구 내 수장직을 맡은 것은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에 시주용이 선출된 2003년부터다. 이후 중국은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속속 차지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2007년, 홍콩 출신 마거릿 챈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맡으며 최초로 중국 국적의 유엔 전문기구 수장이 됐다. 2018년, 임기 종료 1년 만에 중국 전통의학이 국제 기준으로 격상될 만큼 영향력 있는 자리였다. 대만은 마거릿 챈 재임 시기에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으나,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선출 후 중국의 압력에 밀려 퇴출됐다.
2007년에는 사주캉이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DESA)의 후보로 출마했다. 경제사회국은 2015년도 총회에서 공식채택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주도한 주요 부서다. 그 한 해, 중국은 조용히 4개 전문기구를 더 장악했다. 오늘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중국을 향한 시선이 달라졌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아하게 여길 수 있지만, 수치를 보면 중국은 국제기구에서 대표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2)
특정 방향으로 집중된 중국의 인력
2018년 기준, 유엔사무국 고용인원 3만 7,505명(유엔 평화유지군을 제외한 수치) 중 중국 국적 공무원은 546명에 불과했다. 북경어가 유엔의 6개 공식언어 중 하나이므로, 이 중 상당수는 번역가(132명)다. 중국 국적자는 인도(571명)나 이라크(558명), 영국(839명)보다 적었고, 프랑스(1,476명)나 미국(2,531명)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다. 유엔의 전 분야와 부서(평화유지군 제외)를 망라하면 2009~2019년 중국인 진출 수는 증가하고 미국인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중국은 전체 인력의 1.2%(10년 전, 1%), 미국은 5%(동기간 5.8%)를 차지한다.(3) 따라서 중국이 조직을 장악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존재감이 확연하고 다양한 기구에 두루 포진해 있는 일부 국가와 달리, 중국의 인력은 특정한 방향으로 집중돼 있다. 반드시 최상위직은 아니더라도, 규정을 수립하고 행정 기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추적 위치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프랑스 외교관 P.F.는 덧붙였다. “중국은 이에 해당하는 조직 내 직무를 아주 잘 간파한다.” 경제사회국(DESA)이 이에 해당한다. 유엔사무국에 속한 경제사회국은 지난 14년 동안 3회 연속 중국 출신 사무차장을 거치면서 중국의 세력을 키워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서는 유엔의 모든 문헌이나 발간물을 편찬하며, 그중 유엔 보고서와 권고는 유엔총회와 그 자문 기구인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협상·업무에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연례보고서나 ‘세계 경제 상황·전망 보고서’는 유엔 차원을 훨씬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P.F.는 “(경제사회국의) 관계 기관에서 취하는 결정과 조치는 대부분 중국에 직접적인 이득을 주며,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상반된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위치 전략은 각종 문서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특정 사안을 다룬 결의안은 문서의 언어 요소를 통해 여러 국가에 적용될 제도와 후속 규범 설정에 법률적 영향을 미친다.” 경제사회국에서 편찬하는 한 문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물론 긍정적인 측면)’(4)이나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BRI)’ 사업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의 수단으로 제시한다.(5)
중국은 조직을 장악하거나 최소한 담론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슬며시 자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시도한다. 이에 P.F.는 “지속가능 발전목표 같은 일반적인 목표에 부응하는 중국의 역량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중국 산업체가 오염 물질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것도 아니며,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일부 문서에서는 마치 중국이 환경, 생물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것처럼 언급돼 있다. 각종 미화적인 수사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로 볼 때 그 방식은 효력이 있다. 경제사회국은 ‘경제사회이사회 자문회원 지위를 얻고자 하는 여러 비영리기구(NGO)의 관문 역할을 하고, 비영리 기구를 지원해 경제사회이사회 활동을 촉진한다’라고 목표 전략을 밝히고 있다.”(6) ‘토착 민족’ 관련 사안도 경제사회국이 담당하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눈엣가시로 여기는 티베트나 위구르 활동이 포착되면 즉각 현장에서 대응한다.
2017년, 우홍보 당시 유엔 경제사회국 사무차장은 ‘유엔 선주민 문제 상설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하려던 위구르 활동가 돌쿤 이사를 테러용의자로 모함하며 보안요원들을 동원해 유엔본부 건물에서 강제로 몰아내기도 했다. 그는 중국 국영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지시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듬해, 그 뒤를 이은 중국의 류전민 전 경제사회국 사무차장도 같은 시도를 하려 했지만, 독일과 미국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사부아주 임시정부와 세계위구르의회를 포괄하는 비정부기구 ‘대표되지 않은 민족과 인민의 기구(Unrepresented Nations and Peoples Organization, UNPO)’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는 활동가를 상대로 중국 외교관,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이나 경제사회이사회 공무원이 고안한 각종 관료적 차단기술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그 중에는 장기간에 걸친 신임장 제정 연기, 위협, 발언 시간 독점 등이 있다.(7)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종종 러시아나 이란과 함께 지목된다. 2018년 3월, 유엔 인권위원회(UNCHR)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인권 참상을 보고하도록 결의안(기권표 없이 찬성 9표 필요)을 표결에 부쳤으나 코트디부아르의 반대표로 결국 부결됐다. 많은 이들이 중국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위구르족 탄압 및 권리 침해에 반대하는 총회 결의안이 상정돼 1년 전 23개국보다 많은 총 39개국이 찬성했지만, 반대 57표(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포함)에 부딪혀 결국 부결됐다.
2019년 취동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 선출도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7,000만 달러의 빚을 탕감해 주는 대가로 카메룬 후보가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해 취동위 사무총장이 선출됐다고 평가했다.(8) 중국의 대아프리카 농업정책 전문가 장자크 가바는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서방을 향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보복성 투표라고 해석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과제는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고 원조국 중국의 직접투자와 무역을 확대하는 데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취동위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신기술과 5G 통신을 크게 강조하면서, 품종개량과 살충제 등의 과학기술을 농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1960년대 ‘녹색 혁명’의 확장형 모델을 확산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농업 생태학과 생물 다양성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신임 사무총장은 지도적 역할에 중국을 배치했다.”
관례보다 영리를 따르는 정책은 농업 생산시장의 판로 모색을 목표로 한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산염 생산국이다. 장자크 가바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회복지와 지역단위 생산에 대한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말한다.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취동위 사무총장은 과거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추세에 따라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담론을 활용한다.”
중국이 내세우는 농업발전 모델은, 인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2050년까지도 농촌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할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변화된 담론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의지일까, 아니면 단순한 선전 활동일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중국 공안이 중국 광둥성에 사는 아프리카인을 숙소에서 쫓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노가 쏟아졌다. 급기야 나이지리아 당국은 중국 대사를 소환해 부당한 대우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9)
중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또 다른 전문기관은 2015년부터 자오허우린 사무총장이 연임 중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전 세계 무선 주파수 스펙트럼과 위성 궤도 자원 분배(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누구나 위 기관을 통해야 함),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담당 영역)까지 관장한다.(10)
중국 정부는 자국 편의에 따라 표준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G 통신표준에 대해 특히 미국(28GHz 부근의 더 높은 주파수 선호)과 중국(6GHz 미만의 주파수) 사이에서 어떤 스펙트럼을 통신에 할당할 것인지 논란이 길게 이어졌다. “통신 및 컴퓨터 네트워크는 장치 간 통신이 가능하도록 국제표준이 필요하다”라고 텔레콤 파리(Télécom Paris)와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교수 마르소 쿠프슈가 설명했다. “많은 장치가 표준을 따를수록 네트워크는 사용자에게 유용해진다.” 따라서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은 상당부분 표준제정기구 안에서 일어난다. 국제표준에서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영향력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국제 무선 통신 표준을 설정하는 기관인 ITU-R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랑스 국립주파수 관리국(Agence Nationale des Fréquences, ANFR) 소속 질 브레강 국장은 좀 더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다. “제조업자는 글로벌 대역에 맞춰야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통신표준을 제정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단말기기가 미국에서 작동하게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도록 규범을 찾는 것이다. 달성해야 할 공통 목표에 대한 경쟁도, 미국이나 중국이 사용하는 대역을 단일 대역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도 없다.”
위성 분야에도 전략적 이해관계로 인해 문제가 생길 일은 별로 없다. “많은 국가가 위성을 보유 중이며, 위성 시스템은 대륙 단위의 스케일에서 결정된다. 유럽 전역의 주파수는 터키와 일치해야 하지만, 중국 쓰촨성과 일치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성군 배치 문제는 좀 더 복잡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미국의 원웹(OneWeb)이나 스페이스X(SpaceX)에 버금가는 수준의 초대형 위성군(Mega Constellation)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 브레강 국장은 중국의 기술 전파는 개발도상국 사업을 담당하는 ITU-D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해당 부서의 통솔권은 미국인에게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중국은 유엔사무국 평화유지활동국(Department of Peacekeeping Operations, DPKO)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중국은 다른 4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보다 많은 병력을 제공한다.(11) 중국이 대대적인 평화유지군 파병으로 자국 투자 현장을 감시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20년 진행된 평화유지 작전 13건 중 6건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평화유지활동국 내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유지활동국 아프리카 출신 직원 B.S.는 “중국이 확실히 권력을 잡으려 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의문거리”라고 못 박았다. 평화유지활동국은 지출 면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부서로, 1997년부터 줄곧 프랑스 출신 인사가 지휘권을 잡고 있다. “안타리베니오 구테흐스(현 유엔 사무총장, 2016년 선출)가 부임했을 때 중국인이 국장을 맡게 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려는 서구 국가의 술책에 가까워 보였다.” 결국, 놀랄 것도 없이 프랑스인 장피에르 라크루아가 임명됐다.
재정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재정부문은 중국이 아직 장악하지 못했다.
중국의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의무분담금) 비율은 15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예산의 2%를 넘지 않았으나, 현재는 12%로 높아졌다. 이제 전체 예산의 22%를 부담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분담금 비율이 두 자릿수를 상회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12) 중국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대한 최대 공여국으로 각각 19.8%와 15.49%의 예산을 책임지고 있다.(13),(14) 미국은 1996년과 2018년에 이 두 기구에서 각각 탈퇴했다. 게다가, 중국은 분담금을 제때 잘 낸다. 올봄에 중국은 이미 2020년 분담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재정 분담금 수준이 중국의 전략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상 의무분담금은 유엔 헌장(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함)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구속력 있는 규칙에 따라 결정되며,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참작해 산정한다. 의무분담금은 일괄납부하며, 특정 지출에 용도를 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의 관심분야를 파악하려면 특정 지출에 국한하는 자발적 기여금을 살펴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 이후, 중국이 자금력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좌지우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GDP나 인구 대비 의무분담금에서 중국의 비중은 높지만(전체의 22%), 자발적 기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1.4%)은 작다. 미국,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자발적 기여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15)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Shangha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연구원 마오루이펑은 지속가능 발전목표 이행을 담당하는 유엔 개발시스템(United Nations Development System, UNDS)의 사업분담금 명세를 조사했다.(16) 루이펑은 사업분담금 덕택에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더 많은 참여를 끌어냈다고 봤다. 실제로 유엔 개발시스템은 2016년에 유엔기구 최초로 일대일로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중국 정부가 꿈꿔온 정당성을 이 사업에 부여했다.
마오루이펑은 대부분의 유엔기구에 관여하는 유엔 개발시스템의 특수성에 힘입어 중국이 기여금의 반대급부로 유엔 식량농업기구, 유엔 사무국 경제사회국, 세계보건기구, 유엔 에이즈 계획(UNAIDS),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13개 기관의 참여를 끌어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오루이펑은 유엔 개발시스템에 대한 중국의 자금지원이 전통적인 기부국(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하나로 묶는 OECD)에 비해 적다는 것을 인정한다.
중국의 자발적 기여도는 낮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국제기구들을 돈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일반화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예산문제를 담당하는 총회 제 5위원회의 한 고위 관리는 “독일은 자발적 기여금으로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그 액수는 중국의 지출액을 능히 초월한다”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현재 중국의 재정지원은 존립과 정당성의 도구일 뿐, 영향력의 도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외교관으로 유네스코에서 일했던 슈보는 “중국의 의무분담금 증가는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깝다. 국가성향을 보면 중국은 돈을 내주기보다는, 자국 내 빈곤을 해소할 수단으로 보유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P.F.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저조한 인력, 상업적 이해관계를 좌우하는 소수집단에 못 미치는 영향력, 저조한 예산 활용방식 등을 볼 때 유엔 내 중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이고, 경제력이나 인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개발도상국 그룹 G77(Group of 77)의 입장을 자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의 표가 결정을 당장 바꾸지는 않지만, 이들 국가와 직접 연관된 문제를 표결에 부칠 때는 큰 힘이 된다.”
주 유엔 중국대표부 외교관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보는 중국이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도록 타국을 압박하거나 국제기구를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갈등이 생기면 중국이 세계 질서를 바꾸려고 공세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하는 사이 중국은 기여금을 냈고, 유엔 같은 기구의 득을 크게 봤다.” 이런 견해는 9월 22일 유엔총회에서 ‘다자주의’를 재차 주장했던 시진핑 주석을 연상시킨다. 중국식 다자주의는 이토록 효과적이다.
글‧진 휴스 Jeanne Hughes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Wan Jingzhang, ‘La vie secrète des employés chinois de l’ONU 중국 유엔 직원들의 비밀스러운 삶’, <중국국제방송>, 2005.12.20. http://news.cri.cn
(2) ‘Composition du Secrétariat : données démographiques relatives au personnel : rapport du secrétaire général, A/74/82 사무국 구성: 직원 통계자료: 사무총장 보고서, A/74/82’, 유엔 총회, New York, 2019.4.22. https://undocs.org
(3) ‘Chief Executives Board for Coordination’, 유엔, 2009.12.31. / 2019.12.31. www.unsystem.org
(4) ‘Le modèle chinois de réussite économique 중국의 경제 성공 모델’,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 유엔, 2012.2.23.
(5) ‘Jointly building the “Belt and Road”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s goals’, ONU, 2016.8.16.
(6) ‘Bureau de l‘appui aux mécanismes intergouvernementaux et de la coordination 정부간 메커니즘 지원 및 조정 사무국’,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 www.un.org
(7) ‘Compromised space : Bullying and blocking at the UN Human Rights Mechanisms’, Unrepresented Diplomats Project, Brussels, 2019.7.15. https://unpo.org
(8) Valérie Segond, ‘Les étranges pratiques de la Chine pour conquérir la FAO 유엔식량농업기구 정복을위한 중국의 기이한 행보’, <Le Figaro>, Paris, 2019.6.21.
(9) Martine Bulard, ‘À Canton, les Africains confinés à la matraque 광둥성에서 중국 공안이 아프리카인들을 격리’, <Planète Asie> 블로그, 2020.4.14. https://blog.mondediplo.net
(10) ‘European Parliament warns against UN Internet control’, <BBC News>, 2012.11.22.
(11) ‘군경 공여국 Pays contributeurs en soldats et policiers’, 유엔사무국 평화유지활동국, 2020.8.31. https://peacekeeping.un.org
(12)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결의안, 2018.12.22.
(13) ‘Scale of assessments for the fiscal period 2020-2021’, 유엔산업개발기구, Wien, 2019.7.1.~2019.7.3. www.unido.org
(14) ‘Contribution to Unesco’s regular budget’, 유네스코, Paris, 2020.1.1. https://teamsnet.unesco.org
(15) ‘Contributors - Financial Flow’, 세계보건기구, Geneva, 2019, http://open.who.int
(16) Mao Ruipeng, ‘China’s growing engagement with the UNDS as an emerging nation : Changing rationales, funding preferences and future trends’, 독일개발연구원(DIE), Bonn, 2020.
10년 이내 있었던 일들
2012년 2007년 취임한 홍콩 출신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연임 확정 그 뒤를 이어 에티오피아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가 2017년에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
2013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리용 사무총장 임명(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포르투갈, 영국, 미국은 기구를 탈퇴한 상황)
2014년 자오허우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사무총장 당선, 재선에 성공해 2018년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임기 시작(이에 앞서 2007년부터 사무차장 역임)
2015년 팡리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사무총장 선출. 2018년에 2021년까지 연임 확정 양다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으로 임명. 그밖에 미국, 모로코,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출신 5인도 함께 사무차장직에 임명
2017년 류전민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DESA) 사무차장취임. 사주캉(2007~2012)과 우홍보(2012~2017)의 뒤를 이어 사무차장직 승계
2018년 쉐한친 압둘카위 아메드 유수프 소장 휘하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부소장직에 쉐한친 재판관 선출 싱추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사무차장 임명. 사무총장은 프랑스 출신 오드레 아줄레
2019년 취동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 당선 데이비드 맬패스 총재가 이끄는 세계은행 부총재직에 후아징동 임명
2020년 왕빈잉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사무차장(12년 동안 역임) 사무총장직에 출사표를 냈으나 조정위원회 투표에서 싱가포르의 다렌 탕 현 사무총장에게 패함
글‧진 휴스 Jeanne Hughes 번역‧이푸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