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시리아 난민들

2020-11-30     아리안 봉종 | 터키 전문 프랑스 기자

시리아를 피로 물들인 내전 초기부터 터키 정부의 환대를 받아온 시리아 난민들이 이제는 에르도안 정권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국민의 건강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적대적인 터키 국민들의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연일 터키 언론의 1면을 장식하면서, 시리아 난민들의 문제는 잠시 잊혀졌다. 그러나 이런 무관심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터키 국민들의 거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식집계에 의하면, 350만 명으로 추산되는 터키 내 시리아 난민들은 처음에는 ‘손님’으로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불청객이 됐다.(1)

독일국제안보연구소의 조사에서 터키 국민의 60%는 “터키 정부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대답했으며, 80%는 “더 이상 난민 수용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2) 이슬람 문화로 이어진 연대감으로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였지만, 이제 터키 국민의 70%가 난민들이 터키의 사회적·문화적 체계를 뒤흔들고 공공 서비스의 품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눌러 앉은’ 난민들, 터키인들과의 갈등

“처음 5년 동안은, 시리아 난민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잠시 머물다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부가 우리를 속였고, 난민들이 터키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난민들과의 충돌이 시작된 겁니다.” 터키의 일간지 <Hürriyet>의 기자 이스마일 사이마즈는 이렇게 말했다. 

터키 당국이 코로나19에 늑장 대처했다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반대파는 “정부가 시리아 난민 수용에 지출한 400억 달러(360억 유로)보다 더 많은 예산을 전염병 퇴치에 써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난민 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시리아를 포함한 다른 아랍 국가가 터키로 들어와서 터키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발언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알레포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터키의 도시 가지안테프는 이런 갈등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가지안테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리아 반군의 후방 기지로서, 2020년 1월 기준으로 44만 6,560명의 시리아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전체 인구의 1/4에 달한다. 난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짓눌린 목소리로 그들이 터키로 온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시리아 정부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저와 같은 수니파는 무조건 최전방으로 보내지기 때문이죠. 무카라바트(시리아 정보국)에게 체포돼 감옥에서 3개월을 보냈고, 석방된 후에는 반군의 도움을 받아 앗자즈에서 킬리스로 이동했습니다.”

 2013년에 터키로 온 난민 라마잔이 말했다. 난민들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감추기도 했다. “거의 모든 난민들이 IS나 지하디스트 단체와 얽힌 사연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석연치 않은 사연들도 있고요.” 가지안테프 대학교의 젊은 연구원인 엠레 부르한은 이렇게 털어 놓았다. 현재 이 대학교에 등록한 5만 5,000여 명의 학생들 가운데 약 3,000명이 시리아 출신이다.

터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페인트공으로 일하던 라마잔은 일자리를 잃었다. 현재 터키의 실업률은 14%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잔은 터키에 살고 있는 시리아인들의 90%과 마찬가지로 시리아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 최소한 “바샤르 알아사드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시리아에 다시 평화를 찾아오지 않는 한”은 그렇다. 사실 시리아 난민들의 1/4은 아예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버린 상태다.

센트럴파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시리아 출신의 한 여성은 귀국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녀의 ‘터키인 남자친구’는 야간 경비원인데, 암페타민 딜러들 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곤 하는 늦은 밤시간에 큰 도움이 돼준다. 그녀의 언니도 터키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가지안테프 시청에서 시리아인들을 위해 마련해준 300개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안치했다. 가지안테프 대학교의 연구원인 힐랄 세블루는 “일부 시리아 여성들의 경우 내전과 터키 망명의 경험을 새로운 삶의 방식, 이전의 구속된 삶이 아닌 자유분방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리아 공동체의 지도도 새롭게 그려졌다. 오늘날 터키 내 난민수용소는 대부분 철거됐지만 이 도시에는 여전히 두 곳의 난민수용소가 남아 있다. 부촌인 남서쪽 지역에는 주로 중산층과 부르주아층 출신들이 산다. 그중에는 시리아 정부에 반대하는 고위 관료들도 있는데, 터키의 지원을 등에 업은 무슬림 형제단이 차기 정권을 획득할 경우 요직을 맡게 될 인물들이다.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시리아인들은 두 지역에 나눠 거주하고 있다. 과거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던 북쪽에서는 터키인들과 시리아인들 간의 관계가 무난한 편이다. 반면, 남쪽의 경우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난민이라고 다 같은 난민이 아니다

터키 내 시리아인들은, 행정적 측면에서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서열이 가장 높은 첫 번째 부류는 터키 국적을 취득한 10만여 명의 시리아인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노동권이 보장되는 영주권을 소지한 약 11만 8,000명의 시리아인들이다(2020년 1월 공식수치). 영주권은 은행 계좌 개설 및 창업 시 필요하며, 현재 터키 내에 시리아인이 세운 회사는 약 1만 6,000개로 추산된다. “이 두 부류에 속한 시리아인들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부분 학사학위가 있고, 터키 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터키 내 시리아인들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이스탄불 갈라타사라이 대학교의 연구원 디뎀 다니스가 설명했다.(3)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류는 ‘임시 보호’를 받는, 불안정하고 제한적인 지위를 가진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 약 350만 명이다. “적은 무조건 동구권 국가들에 있다”라는 냉전 시대의 인식 때문에, 1951년 제네바 협정이 규정한 난민 지위는 터키나 기타 서방 국가 출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들의 수가 급증하던 2014년에 도입된 ‘임시 보호’ 제도는 시리아인들에게 터키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와 무료 서비스,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과 같은 일부 사회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일을 하고 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시보호’ 지위란 결국,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 난민 등록을 하고 별도의 허가 없이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터키가 EU와의 관계에서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는 터키 내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4) 2019년 9월에 터키 내무부는 터키 영토에서 태어난 시리아 국적의 아이가 4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터키의 공립학교에서 교육을 받고있는 시리아 아이들은 총 68만 명이다. “시리아 학생이 터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터키 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스탄불 외곽에 위치한 한 학교의 교사가 말했다. 

또한 터키 국민들의 불만은 전체 노동자의 1/3 이상이 불법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터키 경제의 특성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다. 노동 허가증이 없는 난민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불법 회사들은 터키인보다 고분고분하고 일은 많이 시키면서 급여는 적게 줘도 되는 노동력을 당연히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리아인들은 ‘일자리 도둑’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가 난민들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발표했을 때, 터키 국민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원금액이 컸던 만큼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업체 콘다의 대표인 베키르 아기르디르가 지적했다.

 

에르도안, 최후의 카드를 꺼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터키 국민들이 이렇게 큰 반감을 가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그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을 때부터 알아사드 정부군의 폭격을 피하려는 난민들을 위해 시리아 북부에 상공 비행이 금지된 ‘안전지대’를 마련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그러나 반복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터키 정부는 터키 국경의 남쪽 지역에서 쿠르드 자치 정부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는 이 ‘안전지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데 필요한 시리아 내전 관련 강대국들(러시아 포함)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터키 내부에서 난민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음을 깨달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운동 중에 “시리아 영토를 안정화시키고 모든 난민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총선과 대선 이후의 목표”라고 발표했다. 특히 2019년 7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난민수용 정책 때문에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 패배한 이후 에르도안 정부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부터 난민들에 대한 검문이 늘었다. 시리아 난민들은 최초 난민 등록을 했던 도시로 보내졌고 일부는 시리아행을 권유받거나 강제추방됐다. 2020년 1월에 발표한 터키 내무부 자료에 의하면 34만 7,523명의 난민들이 시리아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런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혐오증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2020년 2월 27일 이들리브에서는 시리아군의 공습으로 터키군 33명이 사망했다. 이들리브는 시리아 영토에 속해 있지만 현재는 터키군 주둔 지역이다. 터키 내 시리아 상점들은 곧 성난 터키 국민들의 표적이 됐다. “터키 사회는 터키군이 시리아를 위해 싸우다가 전사하는 와중에도 태연하게 물담배를 피우는 시리아 난민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로부터 시리아를 지키려는 생각은 없이, 나들이를 떠나고 터키 여성에게 집적대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극우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전 의원, 시난 오간이 성토했다. 

그리고 며칠 후, 서구권에 맞서 이슬람 국가들의 대표를 자청하고 터키 국민들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기를 일삼았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마침내 최후의 카드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EU와 NATO 측에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가해, 시리아 난민들의 수용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대했던 시리아 내 대규모 안전지대 조성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었다.(5) 

그리고 이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내 불법 체류자 및 추방 명령을 받은 체류자 수백 명(약 20%가 시리아인)을 그리스 국경지대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한 달 뒤인 3월 27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보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그리스 국경지대에 데려다 놓았던 버스는 이들을 싣고 터키로 돌아갔다. 난민들이 머물던 천막은 불태워졌다. 

 

난민 진료를 꺼리는 터키 의사들

그로부터 2주 전 터키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팬데믹이 시작됐다. 그렇지 않아도 난민 문제로 인해 입지가 좁아지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 분석가 수아트 키니클리오글루는 터키가 모순된 전략을 추진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 쪽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정책을, 다른 한쪽에서는 난민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정책간의 심각한 모순성으로 인해 갈등상황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시리아 난민들은 이렇듯 복잡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를 겪게 됐다. 난민들은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는 유명무실하다.  세계의 의사들(MDM)에 의하면 도시의 경우 약 1/4, 지방의 경우 1/2 이상의 난민들이 터키의 병원이나 (인구밀집 지역에 최근 개원한) 무료 1차 의료기관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6) 의료기관까지의 이동비용, 언어 등이 큰 장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임시 보호’ 대상도 되지 못하는 20만 명의 불법 체류자는 시리아로 추방될까 두려워한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난민들도, 최초 난민 등록지로 송환될까 우려한다. 

사실 난민들의 권리인 무료 의료서비스는, 의료인들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더욱 보장받기 어렵다. “터키의 의사들은 시리아 환자들을 꺼려합니다. 인종차별 때문이 아닙니다. 언어가 달라 소통이 어렵고, 시리아 내전기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시간과 노력을 더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터키의 병원에서는 진료 건수에 따라 보너스가 책정되기 때문에, 진료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의사들이 기본급(약 1,000유로) 이상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터키 MDM의 책임자인 하칸 빌긴이 설명했다. 약사들도 터키 자국민을 우선시한다. “시리아 난민들에게 제공한 의약품비를 환급받으려면 6~9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터키혁명노조(DISK)에 의하면 시리아 난민들의 절반이 빈곤한계선 이하에서 살아간다.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하고, 두 가지 이상의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비율이 1/5이나 되며,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글·아리안 봉종 Ariane Bonzon
터키 전문 프랑스 기자. 터키 문제, 특히 시리아 난민 인권 등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Turquie, l'heure de vérité 터키, 진실의 시간』(2019) 등이 있다. 2019년 프랑스어 터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Hana Jaber, ‘Qui accueille vraiment les réfugiés ? 난민을 누가 받아들일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0월호. 
(2) ‘Suat Kiniklioğlu, Syrian Refugees in Turkey : Changing Attitudes and Fortunes’, 독일국제안보연구소(Germ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nd Security Affairs), www.swp-berlin.org
(3) Didem Daniş, ‘De la porte ouverte aux menaces d’expulsion : la présence syrienne en Turquie 추방 위협에 '열린 문' : 터키 내 시리아인들’, <Migrations Société>, no 177, Paris, 2019.
(4) Didier Billon, ‘La Turquie, allié capricieux, ennemi impossible 터키, 변덕스러운 동맹국이자 까다로운 적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0월호.
(5) Akram Belkaïd,  ‘Ankara et Moscou, jeu de dupes en Syrie 터키와 러시아, 시리아의 속고 속이는 게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20년 1월호.
(6) ‘Multisectoral needs assessment of Syrian refugees in Turkey’, 세계의 의사들(MDM), 20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