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을 빙자한 사육의 산업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차단방역

2020-11-30     뤼실 르클레르 | 기자

가축사육에서 전염병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바이러스가 종(種)의 장벽을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 상황은 더욱 위험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방역대책은 산업화의 밀어붙이기식 전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개발된 ‘차단방역(Biosecurity)’은 건강과 생태계는 물론, 농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돼지들은 우선 식욕부진 증상을 보였고, 그 다음 고열에 시달렸다. 첸윤은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장시 성에서 약 1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다. 그 돼지들은 일주일 만에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으로 몰살됐다.(1)  2018~2019년 중국 전역을 강타한 이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내 돼지의 무려 절반에 달하는 수가 살처분됐다. 이 전염병의 바이러스는 100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는 아직 인류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돼지의 경우 감염되면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인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전파된 이 바이러스는 중부 유럽을 휩쓸고 난 후, 2018년 벨기에에서 발견됐다. 현재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은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해결방안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차단 방역’ 원칙에 따라 최소 500마리 규모의 양돈장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 중국 양돈협회 공인전문가인 지안 후앙은 “가족경영 방식의 농가들은 사육 기업의 이익에 밀려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2)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동물질병 응급센터 책임자인 완타니 칼프라비드는, 이처럼 중국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국제기관들이 권장하는 방역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프라비드는 감염위험에 대한 저항력을 기준으로 농가를 분류했다. “1구역은 조밀하고 폐쇄적인 사육방식으로 집약적이고 산업화된 생산방식이다. 2구역은 집약적이고 폐쇄된 대규모 사육이지만 비산업화된 방식이다. 3구역은 비산업화된, 완화된 집약적 농가이고, 4구역은 개체수가 적고 대개 다양한 종이 섞여 있는 동물들을 야외에서 사육하는 조방 사육방식이다.” 차단방역 수준은 1구역이 가장 높고 4구역이 가장 낮다.

이 분류는 폐쇄성이 높을수록 바이러스 전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점에 따른 것이다. 즉 칸막이를 설치한 축사에서 사육함으로써, 위험한(병원균을 전염시킬 수 있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육동물들에게는 농산물이 아니라 사료, 위생이 보증된 사료를 구입해 급여해야 한다. 차단방역은 사육자의 위생관리(손 씻기, 축사에 들어가기 직전 옷 갈아입기, 차량소독)는 물론, 농장 경영방식까지 제한한다.

생산의 표준화, 구획화를 추구하는 이런 관점은 밀집사육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된 ‘공장식 축산’을,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인간이 영리를 위해 자연과 야생서식지를 파괴했고 이 때문에 신종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은,(3) 가축 전염병 가속화의 주범으로 사육의 산업화를 들고 있다.(4) 예를 들어 2004년 태국에서 수집한 자료들은 “(조류 인플루엔자 변종 바이러스인) H5N1이 소규모 축사보다 공장형 대량 사육장에서 발생하거나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현저하게 높다”(5)라고 밝히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들의 유전적 다양성과 면역체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육장의 밀집된 배치, 가축들의 조밀도, (살아있는 가축 및 가공된 육류의) 수송 증가는 병원성 매개체를 쉽게 확산시킬 수 있다.

이번 돼지 전염병 발병은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다. 지난 30년간 돼지 농가는 돼지 유행성 설사, 돼지 생식기호흡증후군(PRRS), 신종 인플루엔자(H1N1) 등 몇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소 농가에서는 소결핵균이, 가금류 농가에서는 고병원성 신종 H5N1 인플루엔자가, 양 농가에서는 구제역이 기승을 부렸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1924년 설립 당시 명칭은 국제수역사무국)에 의하면, 가축 사육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의 수가 지난 15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질병들은 인간외 동물은 물론, 인간도 위협한다. 일부 질병들, 특히 H5N1 인플루엔자는 인체에도 감염될 수 있다. 감염 사례가 드물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어서 완타니 칼프라비드는 “사육자들은 ‘내가 닭고기를 몇 ㎏(닭 몇 마리가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가? 달걀은 몇 개 생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차단방역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육장의 집약적 개발을 조장하는 이런 관점을, ‘산업화’라고 지칭할 수 있다. ‘차단방역’이라는 용어는 경제적·사회적인 의무를 앞세워 산업화를 정당화하며, 전 세계 모든 사육을 대상으로 한다.  

2016년 2월 8일 프랑스 농림부가 발포한 법령을 참고해, 프랑스 수의사협회는 “2015~2016년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조류 소유주들의 차단방역 조치가 의무화됐다”라고 공지했다.(6) 관계자들은 “방목사육이든 밀집사육이든 앞으로 모든 사육농가는 차단방역 조치를 따라야 하며, 이를 가축 이동에 적용할 방법은 앞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목사육 농가의 속사정

외부와 차단돼 있거나 방목사육을 하는 농가는 이런 조치를 따르기 힘들다. 가축 밀집도가 낮고 외부와의 교류가 적어 감염에 덜 노출되더라도, 규칙은 따라야 한다. 돼지 농가의 경우, 2020년부터 방목장 주변에 1.3m 높이의 울타리를 칠 것과, 2개월마다 외부업체에 의뢰해 해충과 쥐 박멸을 실시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오트가론의 사육업자인 안마리 르보르뉴는 예산을 따져본 뒤 “차단방역의 법제화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올리려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 방목으로 사육되는 돼지는 20마리당 1마리에 불과하다. 39세의 이 여성 목축업자가 이 지역에서 판매한 유기농 돼지고기는 연간 2,000kg이다.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그녀는 툴루즈 남부 몽브룅 보카주의 마을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한다. 농업회의소에서 실시한 차단방역 교육을 받고 두 달 후, 그녀는 돼지 사육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돼지고기를 1㎏당 18유로에 팔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단방역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위원회와 유럽연합(EU)은 설치비의 3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브누아 뒤부아와 이자벨 뒤부아에게 이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산에서 방목으로 돼지를 길러온 이들이 “작업 및 유지보수 시간을 제외하고” 추산한 지출액은 40만 유로다. 그들은 30년간 이 일을 했지만 수입은 별로 없다. “부담금을 내고 나면 수중에 500유로가 남는다. 그걸로 둘이 한 달을 먹고 산다.” 

그들은 아리에주 브리의 면적 90ha에 달하는 공간에서 돼지를 방목한다. “100~300m 간격으로 군데군데 바위가 솟아 있고 지형이 울퉁불퉁한 땅에 울타리를 설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이 척박한 땅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지만, 후진을 양성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일이 청년에게 “불가능한 정착 제안”으로 비칠 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곳에서 돼지를 기르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차단방역으로 방목사육 농가들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육류업계는 건재하다. 보건위기로 이동제한령이 실시됐을 때 일부 농가는 이 조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통제 및 안전 조치를 따르는 1구역 농가들만이 ‘구획’된 공간에서 사육된, 즉 판매허가 대상으로 분류된 동물군을 획득할 수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182개 회원국이 2004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구획화(compartimentation)’는 곧 칠레, 미국, 영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국가들에서 법으로 제정됐다. 프랑스가 2016년 2월 16일, 구획화를 장관령으로 시행함으로써 대형 축산기업들은 그 혜택을 받게 됐다.  

 

A4용지보다 좁은 사육장

축산기업 프랑스 폴트리(France Poultry)가 그 예다. 과거 ‘두(Doux)’라는 상호로 알려졌던 이 브르타뉴 기업은, 2017년에 구획화가 가능한 지위를 획득했다. 현재 이 기업은 일일 34만 마리의 가금류를 도축하고, 브레스트 항에서 주당 70~80개의 컨테이너를 선적한다. 이 중 93%는 수출된다. 닭 3만 5,000마리를 수용하는 이 농축산 수출기업의 1마리당 사육장 면적은 480㎠로, A4용지 한 장보다 작다. 이 사육장은 프랑스 폴트리와 계약한 사육업자들의 소유물이다. 프랑스 폴트리 대표인 프랑수아 르포르는 사육업자들이 ‘방역 버블(Bulles sanitaires)’을 구축하는 차단방역의 매우 엄격한 의무조항에 따라 자사와 독점적인 업무계약을 맺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2018년에 발표된 한 보고서(7)는 같은 구역 내 축사들 간 빈번한 접촉이 조류독감 등 전염병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축사의 구획화는 야생동물에 의한 감염을 막을 수는 있지만, 사람, 물, 공기, 사료 등 외부와의 교류 시 다른 매개체에 의해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 엄격한 수칙으로 이런 교류를 차단해도, 일상습관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전염병학과 연구원인 마농 라시코는 가금류 사육조합과 함께 차단방역 프로토콜을 적용한 8개 농장을 선별해 연구를 진행했다. 

마농 라시코는 흔히 범하는 실수를 44개 발견했다.(8) 가축의 밀집도, 이 시스템의 입출력 규모, 생산공정에서 다수의 관계자에 의존하는 방식, 보건원칙에 대한 작업자들의 불충분한 이해는 차단방역을 주장하는 견해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방역 버블’은 신화에 불과하다. 기업형 축사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조항도 두지 않고, 관습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기업들과 차단방역은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업들은 민주주의의 변칙적 사례로, 사익이 공익을 침범한 경우다. 수출용 구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을 산업 서비스의 제공자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첫째, 축산 농가는 자국 수의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둘째, 각 수입국은 상호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 수출국은 신청을 수락하도록 수입국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국가차원의 외교업무가 민간기업의 깃발을 달고 실행되는 것이다. 국가는 더 이상 자국의 농민과 관련산업, 지역특색을 대변하지 않는다. 특정 기업과 브랜드, 제품을 대변한다.

프랑스가 프랑스 폴트리의 활동을 지원할 때, 국가로서의 프랑스는 공익을 수호하는가 아니면 사익을 수호하는가? 이 질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와 프랑스 농림부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글·뤼실 르클레르 Lucile Leclair
기자. 저서로 『Pandémies, une production industrielle 팬데믹, 산업의 산물』(Seuil, 2020년)이 있다.
 
번역·조민영 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Huifeng He, ‘China’s “heartbroken” pig farmers torn apart by pork price spike and African swine fever’, <South China Morning Post>, Hongkong, 2019. 9. 12.

(2) ‘Des experts dressent un sombre tableau de l’élevage porcin chinois 전문가들이 중국 양돈산업을 암울하게 그리다’, <AFP>, 2019. 9. 11.
(3) Sonia Shah, ‘Contre les pandémies, l’écologie(한국어판 인터넷 기사 제목: 왜 팬데믹은 야생동물에서부터 시작되는가/ 한국어판 지면 기사 제목: 야생동물은 죄가 없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3월호.
(4) Jessica H. Leibler , Marco Carone & Ellen K. Silbergeld, ‘Contribution of company affiliation and social contacs to risk estimates of between-farm transmission of avian influenza’, PLOS One, 2010년 3월 25일, https://journals.plos.org
(5) Jay P. Graham et al., ‘The animal-human interface and infectious disease in industrial food animal production: Rethinking biosecurity and biocontainment’, <Public Health Reports>, vol123, n°2 (supplément), 2008년 5~6월호.
(6) Didier Guériaux, Alexandre Fediaevsky & Bruno Ferreira, ‘La biosécurité: investissement d’avenir pour les élevages français 차단방역: 프랑스 가축 사육을 위한 미래 투자’, <Bulletin de l’Académie vétérinaire française>, n°2, Paris, 2017.
(7) T.J.Hagenaars et al., ‘Risk of poultry compartments for transmission of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PLOS One, 2018년 11월 28일. 이 연구의 시뮬레이션 모델은 브르타뉴처럼 밀집된 공간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지역을 위해 구상됐다.
(8) Manon Racicot et al., ‘Description of 44 biosecurity errors while entering and exiting poultry barns based on video surveillance in Quebec, Canada’, <Preventive Veterinary Medicine>, vol. 100, n°3-4, 2011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