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이타심

2020-11-30     르노 랑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개발도상국들이 2020년 4월 1일부터 국제투자자들에게 빌리기 시작한 부채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1) 설상가상으로, 빈곤국들은 저금리의 혜택도 누리지도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저금리 덕분에 부채는 늘었지만 지출(이자부담)은 줄었다.(2) 그러나 빈곤국의 경우 빚을 질수록 상환 부담이 훨씬 커지고, 이는 또 다른 대출로 이어진다. 결국 눈덩이 효과 때문에 빚의 일부를 갚지 못하게 된다. 그럼 누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될까?

IMF 정기간행물에 경제학자 4명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이들은 강대국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공공부문은 이론적으로 상급 채권자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실상 정반대다. 1980년대 신흥국 부채위기 때 민간채권자들은 적절하게 발을 뺐지만, 공공채권자들은 손실을 떠안았다. (...) 유럽 부채위기 때도 상황은 동일했다. (...) 이런 민간·공공부문 대출 도식은 장장 두 세기에 걸쳐 반복됐다. 공공채권자들은 미상환부채가 조금 있더라도 손실을 대거 떠안는다. 그리스 금융 위기의 경우처럼 말이다.”(3) 

그리스의 경우, 민간채권자(주로 대형 은행)에게 빌린 부채 비율이 2010년 6월에 80%이상에서 2012년 12월에 10%선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 국가들과 IMF의 부채 비율은 6%에서 64%로 치솟았다. (4)

위의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을 ‘민간채권자와 대비되는 공공부문의 이타심’이라고 표현했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


(1) Jonathan Wheatley, ‘Emerging economies tap debt markets but risks pile up ahead’, <Financial Times>, London, 2020.9.28.
(2) ‘Cassandre au chômage technique 기술실업의 카산드라’, <마니에르 드 부아르>, 173호(2020년 10·11월, 표제: ‘Faut-il payer la dette ? 빚을 갚아야 할까?’)
(3) Jeremy Bulow,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Christoph Trebesch, ‘La pandémie de la dette’, <Finances et Développement>, vol. 57, n° 3, 워싱턴DC, 2020년 9월호.
(4) 유럽위원회, 그리스 재무부, IMF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