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한 인도의 지렛대, 베트남

2011-07-11     사우라브 자

‘안마르 남 토마르 남 베트남 베트남!’(나의 이름도 너의 이름도 베트남 베트남!) 이 문구는 벵골어로 운에 맞춘 것으로, 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 인도 대학생들이 미 제국주의를 거부하고 베트남 민중에 대한 연대를 표하기 위해 시위 때 외치던 구호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패권의 쇠락과 함께, 협력과 동시에 경쟁을 토대로 하는 국제사회의 다양화·다극화 맥락에서 인도와 베트남은 특정 동맹관계를 고집하지 않고 점차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동시에 인도와 베트남은 양국 관계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그 무게감에서 차이는 있지만, 신흥 강대국인 두 나라는 경제적·지정학적 측면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많이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베트남의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고속성장 중인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전세계의 새로운 자원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에너지 소비대국 인도는 베트남이 보유한 남중국해의 가스 자원을 탐내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처지에서 인도의 투자는 기술·조직화·마케팅 측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서방국가나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이 동남아시아의 방대한 해저자원 전체를 손에 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베트남과 인도 양국은 이 점에서 이해가 일치한다.

이 지역에 중국 함대가 증가하면서(그 결과, 하이난의 싼야항에 해군기지가 건설됐다), 베트남은 특히 해군을 위시로 자국 군사력을 현대화해야 한다. 인도는 이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한다. 그 예로 현대적 군함 건조와 브라모스 초음파 순항미사일같이 중국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첨단 공격 무기 공급 등을 제안한다. 인도는 그 반대급부로 선박을 정박하고 수리하기 위해 비나신 항구와 조선소를 이용하기 원한다.

베트남은 옛 소련 시절의 군사시설을 상당량 갖추고 있어 관련 분야에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진 인도에 시설 유지 및 현대화를 맡기기 원할 듯하다. 더구나 베트남 정부가 최근 디젤전기추진식 킬로급(Kilo) 잠수함이나 수호이30 전투기 등 주로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들여온 점을 보면, 향후 동반자 인도는 베트남 군대의 실전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동남아 지역의 여러 국가들이 같은 목적의 동맹을 형성하면서 여러 시장에서 러시아 무기가 팔리게 되었다.

21세기에 맞춰 베트남 군대의 혁신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인도의 뛰어난 정보기술(IT)을 통해 베트남의 분산된 국방력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인도 국방부 장관인 아라카파람빌 쿠리안 안토니가 베트남 방문 때 제안한 내용이다. “인도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우리는 기술 훈련과 영어 교육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에서 베트남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민간 핵시설과 관련해 인도는 베트남에 부족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이용되는 경수로 관련 기술인데, 경수로는 송전 인프라가 아직 노후한 국가에 안성맞춤인 원자로 기술이다. 베트남은 이런 종류의 복수 원자로 단지 개발을 선택하면서, 전력 공급을 큰 규모의 원자로 한 곳에만 의존할 경우 흔히 겪는 기술 고장이나 보수 작업 때의 단전을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전기공학, 의약산업, 해상활동, 농업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의 협력은 점차 확대되고 교역은 증가하고 있다. 2009~2010년 교역량은 23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인도의 수출이 80%를 차지한다.

지난 1월 콜카타에서 열린 교역관계에 관한 양국 회의에서 인도 주재 베트남 대사는 이렇게 연설했다. “양국 기업인들의 노력 덕분에 교역관계와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말은 1차적으로는 베트남과 인도 서부 지역 및 콜카타의 관계에 적용되지만, 동시에 양국 관계의 현황을 반영한다. 국가 간 관계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관계의 깊이만큼이나 민간 주체들 간 경제적 상호관계의 친밀도에 달려 있다.

현재로는 인도의 참여가 중국과의 호혜 기조 안에서 이뤄지고 있음은 변함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인도 접경을 따라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새로운 군사시설을 도입하면서 경쟁을 고조시켰다. 중국은 카슈미르 사안과 관련해 이웃국인 인도의 신경을 거슬렸고, 파키스탄과의 ‘한결같은 우정’을 좀더 공고히 하면서 버마·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 인도의 주변국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인도는 중국이 이들 국가와 맺은 조약이 항구 기반시설 개발 및 무기 판매에 관한 것이니만큼, 이 나라들 중 일부에라도 중국이 개입할까 염려한다. 파키스탄은 계속 중국 미사일을 들여오며 중국의 핵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는 사실이다. 인도의 일부 전문가들은 단계적 군비 확대의 논리를 들어, 베트남에 대해 보류 중인 제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에 프리트비 형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150~350km)을 제공하자는 안이다. 인도는 깜라인만 해·공군 기지의 재개방을 이용해 남중국해에 아예 상주하기로 결정할지 모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인도 정부를 상대로, 파키스탄의 과다르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만 계획이 순수한 상업적 목적임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인도는 베트남 정부가 부여한 정박권에 만족할 것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배가된 중국 군대의 현대화는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평화적 부상’ 독트린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인도·일본·베트남 각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은 멀리 떨어진 강대국임을 알고 있다. 아시아 국가 간 관계 강화만이 자신들 앞에 놓인 과제의 영구적 답임을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와 베트남의 우호적인 관계는 향후 아시아 안정을 위한 한 축이 될 것이다.

글·사우라브 자 Saurav Jha
주요 저서로 <거꾸로 읽는 핵>(The Upside Down Book of Nuclear Power·HarperCollins·2010) 등이 있다.

번역·박지현 sophi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