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카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러시아-터키간 분쟁

2020-12-31     이고르 들라노에 l 프랑스-러시아 분석센터 부소장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한 터키는 최신 무인공격기를 통해 공중전에서 러시아에 승리함으로써 캅카스 지역의 러시아 세력권을 와해시켰다. 이는 군사전략의 단계적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를 보면 러시아와 터키 두 강국은 종종 대립보다는 화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리비아에 이어 러시아와 터키가 또 다른 분쟁에 개입했다. 캅카스 지역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고원지대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에 분쟁이 벌어졌는데, 여기에서 러시아와 터키 양국의 대리전 양상이 빚어졌다.(1) 러시아와 터키가 유지하고 있는 관계의 핵심은 양국의 세력권과 세력구도에 있다. 

양국의 야심은 북아프리카에서부터 레반트 지역(그리스, 시리아, 이집트를 포함하는 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을 가리키는 역사적인 지명-역주)과 흑해를 거쳐 카스피 해에 이르는 ‘위기의 초승달(Crescent of Crisis, 초승달은 이슬람교의 상징이다. ‘위기의 초승달’ 이론은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를 거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에 위기가 가득하다는 개념으로, 이슬람 세계에 대한 미국 정치와 서구 정치의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지정학적 개념-역주)’ 지역에서 충돌 중이다.

러시아와 터키 양국은 가스나 원자력 등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에서 지리적·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러시아는 흑해 해저를 지나는 블루스트림(Blue Stream) 가스관을 통해 2003년부터 터키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20년 1월, 터키스트림(TurkStream) 가스관이 터키의 키이코이 항구를 거쳐 남유럽과 남동유럽 시장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러시아국영원자력회사인 로스아톰은 악쿠유에 터키의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250억 달러 규모)를 건설했다. 

이 외에도 2019년, 양국은 관광 및 농업 분야에서 261억 달러 규모의 상호보완적인 교역국이기도 했다.(2) 2019년을 기준으로 터키를 방문했던 러시아 관광객은 670만 명이었고, 2020년을 기준으로 터키는 러시아산 농산물 수입국들 중 2위를 차지했다.(3) 마지막으로 터키는 2017년 말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구입했는데, 이는 미국에는 나쁜 소식이었지만 양국 간에 군·산 협력이 활발함을 시사했다.

세계 여러 문제에 대한 터키와 러시아의 정치적 시각은 비슷했다. 양국은 공통적으로 서구를 향해 불신과 실망을 나타냈으며, 국가가 각자 개별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옹호했다. 이런 점에서 양국의 외교정책은 수년간 군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였고, 이는 새로운 ‘전투력 투사(Force projection,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신속한 경보 전파, 동원, 전개 및 작전을 실시할 수 있는 능력-역주)’ 조치로 나타났다.

 

범터키주의 외교정책의 결과

위와 같은 외교정책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양국의 세력권이 겹쳤던 분쟁지역이 재조명됐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7세기 전성기 시절 오스만 제국에 속했던 북아프리카와 고대 근동지역에서 터키의 전략적 역할을 되찾고자 했다. 터키 외무장관을 지낸 후(2009~2014) 총리로 취임했다가 2016년에 경질됐던 아흐메트 다우토을루는 과거에 “터키는 지역강국이지만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문화적·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다우토을루 전 총리는 ‘주변국과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러시아 남부에서부터 중국의 신장지구와 캅카스 지역(아제르바이잔)과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까지 널리 퍼져있는 터키 언어권 인구를 향해 이슬람 정책이나 범터키주의(Pan Turkism)를 도모하는 외교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외교정책 방향은 이집트와 시리아에서 ‘아랍의 봄’이 실패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2016년)가 있었던 이후로 계속해서 호전적인 분위기로 나타났으며, 이번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분쟁에서도 잘 드러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의 보복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 언어권에 속하며 주민들도 터키 민족의 일부에 해당돼서 터키와 ‘1민족 2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아제르바이잔 또한 6주 간 지속됐던 무력충돌에서 이 부분을 계속 상기시켰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시 세계 일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자는 ‘강국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주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서 성과를 거둔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있어 이해관계의 핵심은 러시아의 정치·군사 엘리트들이 항상 당국의 방위권역으로 인식했었던 구소비에트연방 지역이었다.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터키가 취했던 입장을 보면, 앞으로 터키가 러시아에 도전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였다.

터키는 캅카스 지역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거뒀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터키로부터 강력한 정치적 지원과 군사 지원을 받은 아제르바이잔 군대는 아르차흐 공화국(아르차흐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이름으로, 아르차흐 공화국은 이란과 러시아 사이, 캅카스 지역의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있는 미승인국을 말한다-역주)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던 국토의 일부를 남쪽에서부터 탈환했고,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에 있는 상징적인 도시 슈샤도 탈환했다. 

아르메니아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11월 10일 휴전협정을 맺고, 아그담구(區)와 아르메니아 영토에 있는 가자흐구(區) 내 아제르바이잔의 월경지(Enclave, 특정한 나라나 행정구역에 속하면서 본토와는 떨어져 다른 나라 영토나 다른 행정구역에 둘러싸인 땅-역주, 철수 기한: 11월 20일)뿐만 아니라 전략적 지역인 캘바자르(Kelbajar, 아제르바이잔 측 명칭으로 아르메니아에서는 Karvacha라고 부름, 철수기한: 11월 25일)와 라츤(Lachin은 아제르바이잔 측 명칭으로 아르메니아에서는 Berdzor라고 부름, 철수 기한: 12월 1일)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와 아르차흐를 연결하는 폭 5km의 라츤 회랑은 남겨두기로 했다.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합의가 이뤄졌고, 러시아와 터키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공동으로 후원하는 ‘휴전감시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일에 전화통화로 이를 합의했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전초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터키 언어권에 속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아르메니아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월경지로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음)과 아제르바이잔을 잇는 새로운 회랑이 정비될 예정이다. 

 

터키의 압박 분산작전

이로써 터키는 나히체반 자치공화국과 맞닿은 국경을 통해 카스피해와 해양가스 매장지로 직접 연결된 통로를 확보하게 됐다. 휴전협정 유효기간은 5년이며 갱신 가능한데, 터키가 이를 지속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해당 문서에는 터키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지만,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자국 군인들 평화유지군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정보를 부인했다.

러시아와 구소비에트연방 지역에서까지 세력구도를 형성하려는 터키의 의지는 다른 전선(시리아, 리비아, 동부 지중해)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공고히 하려는 욕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책은 흑해와 캅카스 및 레반트 지역 등 터키와 국경을 맞댄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 증가로 인해 터키가 느끼는 압박감을 덜기 위한 ‘분산작전’에 가깝다.

터키는 더 이상 러시아의 흑해지역 군사력 재투입에 협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는 터키의 공중급유기가 흑해 상공에서 해상 목표물 타격을 모의훈련하던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폭격기에 공중급유를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터키가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균형을 위해 아제르바이잔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러시아가 터키 코앞 시리아 해안에 있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의 사용권을 49년 동안 확보한 이후 터키는 대(對)러시아 관계에서 불리해졌다. 

터키가 케말 파샤의 제정분리조치 이후 채택한 공화국 모델을 포기한다는 점은 지난 7월에 이스탄불에 있는 오래된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인 성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변경한 일에서도 잘 드러났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었다. 범터키주의는 태생적으로 터키어 사용자가 1억 2,000만 명에 달하는 구소련 지역(러시아 포함)에 대한 터키의 야심을 드러낸 것이므로, 러시아는 범터키주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4) 뿐만 아니라 러시아연방 주민 중 15%가 이슬람 수니파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북캅카스 지역(체첸 공화국, 다게스탄)에서 유혈 분쟁이 벌어지기도 해서 러시아는 이슬람교가 도구화되면 러시아연방 영토조차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터키안보국이 9월 29일부터 리비아와 시리아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역주) 수백 명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선에 투입했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우려를 부추겼다. 반면 러시아는 망설임 없이 흑해와 카스피해에서 터키에 적대적인 국가들을 부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말에 카프카스2020 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이란 전함이 카스피해에서 해군 훈련에 참여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11월 흑해에서 최초 실시된 러시아-이집트 해군작전에는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라는 명칭이 붙었다.

 

터키, 무인공격기로 러시아에 맞서다

하지만 터키는 이 게임에서 ‘우크라이나’라는 다른 카드를 가지고 있다. 2014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도 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터키는 우크라이나와 군사·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갔다. 2018년, 우크라이나는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과 리비아 및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사용된 터키제 무인공격기 바이락타-2(Bayraktar-2)를 6기 주문했다. 그밖에도 우크라이나와 터키는 새로운 터키산 무인공격기 바이락타 아킨시(Bayraktar AKINCI)를 향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이 분야에서 공조할 예정이다.(5) 

이 새로운 터키산 무인공격기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에서 사용되면,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터키제 무인공격기를 격추시키면서 그 능력을 입증했던 판치르(Pantsyr) 등과 같은 러시아 대공방어체계 구축이 촉발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이 구입한 터키제 무인공격기 바이락타-2(Bayraktar-2)와 이스라엘제 ‘자폭형’ 무인공격기 하롭(Harop)에 대응하기 위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사용했던 크라수하-4(Krasukha-4)와 같은 전자전 차량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무인공격기 전쟁’은 캅카스 산계에서 카스피해 연안의 지맥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위기상황을 초래, 러시아와 터키의 새로운 세력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터키는 러시아가 보유하지 못한 무인공격기와 함께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레반트 지역과 흑해 지역에 연결통로를 구축한 러시아에 대응해 이 두 지역의 영공과 해상을 지킬 수 있게 됐다.(6)

무인공격기의 능력은 지난 3월 친터키 성향의 지하디스트들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 간 유혈충돌 사태가 벌어졌던 시리아의 이들리브 지역에서도 입증됐다. 러시아는 이곳에서 대공체계로 터키제 무인공격기 공격을 막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터키는 무인공격기 기술 덕분에 유례없이 러시아의 영공 지배를 지역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미군 주둔지를 제외하면 시리아 내전 중에 다시는 볼 수 없던 일이었다. 

 

러시아와 터키의 현실정치

2000년대 초,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총리 취임 이후에 러시아와 터키는 양국이 몹시 좋아하는 ‘현실정치’에 맞게 사안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양국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접근방식 때문에 러시아와 유럽-대서양 공동체 간에 벌어졌던 상황과는 달리 전반적인 양국의 파트너쉽은 저해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시리아 내전이 예외였다. 2015년 11월 말, 터키의 F-16 전투기가 러시아의 Su-24 전폭기를 격추한 뒤 양국이 대치했지만, 이후 2016년 6월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에 사과문을 보내 양국은 화해했다.

하지만 양국의 사이가 틀어지는 사건이 다시 발생하고(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잠재돼 있던 불화가 지속되고(쿠르드족 문제, 키프로스, 돈바스, 동부 지중해의 가스 분쟁), 러시아와 터키가 적대적인 접근방법을 표방하는 가운데 위기의 요소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시리아, 리비아), 과연 양국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지 묻게 된다. 현재의 상황은 어느 정도까지 계속될까? 

양국은 2005년 7월의 회담에서처럼, 직면한 위기를 한층 포용할 접근방법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당시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총리는 분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 위협에 맞서 상호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서 ‘위협’이란 러시아 입장에서는 체첸 전투원을, 터키 입장에서는 쿠르드 무장단체의 위협을 뜻했다.(7) 즉, 양국은 내정불간섭 협약을 맺고 양국이 직면한 두 사안에서 안보문제를 서로 연관 지어 생각했다.

여하튼 러시아와 터키 양국은 화해와 보상으로 타협했던 경험이 있다. 각국의 세력권에 대한 생각을 수용하고, 지중해의 전략적 사안들에 대한 미온한 태도를 유럽 측에서 인정하고, 새로운 군사적 모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미국 측에서 인정한다면, 양국은 좀 더 쉽게 타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어느 쪽도, 정면대결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고르 들라노에 Igor Delanoë
프랑스-러시아 분석센터 (모스크바 소재) 부소장 및 역사학 박사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Sergueï Markedonov, ‘Haut-Karabagh, l’embrasement 혼란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11월호
(2) 러시아연방세관 데이터.
(3) 러시아관광국(Rostourim) 데이터.
(4) 러시아 일간지 <Nezavissimaïa Gazeta>, 2017년 12월 15일 (러시아어).
(5) Laurent Lagneau, ‘L’Ukraine envisage d’acquérir et de produire 48 drones tactiques turcs Bayraktar TB2 우크라이나는 터키제 전략무인공격기 ‘바이락타 TB2’ 48기를 구매해서 제품화할 계획이다’, Zone militaire, 2020년 10월 11일, www.opex360.com
(6) ‘La Russie s’affirme en mer Noire 아조프해(海),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대립의 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월호, 한국어판 2019년 4월호.
(7) Fiona Hill & Omer Taspinar, ‘Turkey and Russia: Axis of the excluded?’, <Survival>, vol. 48, n° 1, London,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