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과부하와 오작동

2011-07-11     알랭 비르

<순수자본주의> 미셸 위송

자본주의는 작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떤 조건하에 가능할까? 만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등장할 수 있을까?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런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경제학자들은 주로 2007~2008년 금융위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르셸 뢸랑드트는 2007~2008년 금융위기를 1970년대 구조적 위기가 가져온 혼돈이 되풀이되는 것이라 해석한다.(1) 뢸랑드트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참고한다. 그는 자본주의 생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있을 때, 즉 자본주의 생산을 위태롭게 하는 모순이 발생할 경우, 단순히 수익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요 부족으로 인한 시장 축소도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회의 부가 지나치게 자본으로 전환되다 보니, 수익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뢸랑드트는 ‘영광의 30년’(1945~75)을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영광의 30년’ 시절에는 생산 이익이 공유되면서 수익과 임금이 확실히 증가했고, 그 결과 대량소비가 일어나 대량생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970년대에 생산력이 감소하면서 수익과 임금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본은 부가가치를 더 많이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했다. 대신 임금이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았다. 생산은 늘어도 임금은 그에 맞게 늘지 않았고, 사회보장은 붕괴되고, 국내외적으로 노동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 자유주의 정책과 자본 흐름의 규제 완화 정책은 실업률을 높여 자본과 노동의 힘의 균형을 자본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었다.

또한 뢸랑드트는 미셸 위송(2)의 연구서를 참고해 “지난 30년 동안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는데, 바로 최종 수요 부족으로 현금 유통에 적색등이 켜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치품 소비와 임금노동자의 가계대출로 위기가 일시 완화되기는 했지만, 실질경제에 투자되지 못한 잠재자본이 금융자본으로 축적됐고, 거품이 꺼지면서 공공부채가 심각해졌다는 주장이다. 생산 수익을 새로 창출할 곳도 없고, 임금노동자가 부가가치를 적절히 나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침내 긴장이 높아져 금융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는 만성적인 위기에 시달리게 될까? 이는 톰 토머스(3)의 논문 주제이기도 하다. 톰 토머스에 따르면 자본은 축적 여력이 없다. 생산성 경쟁으로 인건비를 줄여야 하고, 결국 자본은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인력이야말로 유일하게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렇다 해도 자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은 환경 파괴와 야만적인 정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제동을 걸 사회적 힘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회적 힘은 최근 세계화 과정에서 급증한 서민층 안에 도사리고 있다. 자본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큰 위기를 막을 해결책이다. 노동시간이 줄어야 공동생산 수단을 가지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회가 된다. 이는 마르크스가 구상한 공산주의와는 다르다.

글·알랭 비르 Alain Bih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르몽드 세계사 2>(공역·2010) 등이 있다.

<각주>
(1) 마르셸 뢸랑드트, <큰 변화,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 I : 전망>(Dynamiques, contradictions et crises du capitalisme. I : Mise en perspective), Contradictions, Bruxelles, 2010.
(2) 미셸 위송, <순수자본주의>(Un pur capitalisme), Editions Page deux, Lausanne, 2008.
(3) 톰 토머스, <자본 와해 혹은 파괴>(Démanteler le capital ou être broyés), Editions Page 2, Lausann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