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환경의 만남, ‘거처’

2011-07-11     티에리 파쿠오

<거처> 오귀스탱 베르크

‘거주하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동사 ‘오이케오’(oikeo)에서 파생된 단어 ‘에쿠멘’(Ecoumène·거처)은 인류가 사는 땅을 지칭한다. 유명한 지리학자이자 일본 전문가인 오귀스탱 베르크는 약 15년 전부터 ‘거처’라는 개념을 저서의 골자로 삼아오고 있다.

베르크는 ‘거처’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사회와 그것을 이루는 환경이 어떤 관계 속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지 연구한다.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행동 동기를 분석한다. 그는 ‘거처’라는 광활한 땅에서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고, 이 관계는 장소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1) 최근 저서 <거처>는 거처의 의미, 거처의 고차원적 존재 의의 등을 심도 깊게 분석한다.(2)

이 책에서 독자는 저자와 함께 중국, 일본, 사이버공간의 거처가 갖는 위상을 이해하게 된다. 흥미롭고 독특한 에세이 <이상적인 거처의 역사> 역시 베르크의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거처에 대해 설명하고 인간이 살게 된 환경을 분석한다. 또한 거처와 환경에 관한 중국과 일본의 용어를 철저히 분석해, 두 나라의 용어 사이에 놀랄 만큼 유사한 점이 있고, 각기 언어적·철학적 변화를 겪으며 상황을 다른 식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을 밝힌다. 예를 들어 일본은 중국의 대가들이 높이 평가한 도시 밖에서의 은둔 형태를 받아들였다. 시골에 애정을 보인 중국 대가들의 태도를 일본은 ‘도시형’ 전원생활 형태로 발전시켜 찻집, 개인 정원, 나중에는 도시 공원, 별장, 최초의 도시 정원을 탄생시켰다. 특히 베르크는 ‘정체성’, ‘사이보그’, ‘풍경’이라는 개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3) 예를 들어 각 문화의 풍경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각기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특수한 의미를 갖는 개념이라 본다.

오귀스탱 베르크는 30여 년 전부터 일본 철학가 와쓰지 데쓰로가 집필한 에세이 <후도>(1935)(4)를 연구에 참고하고 있다. 실제로 베르크는 이 에세이를 통해 인간환경을 연구하는 법을 배웠다. <후도>의 프랑스어 번역을 직접 맡기도 했다. <후도>는 총 다섯 부분으로 돼 있다. 첫째가 환경 이론이고, 이어 계절풍·사막·초원 등 세 가지 주요 환경을 소개한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계절풍에 나타나는 특징과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기술, 히포크라테스에서 오늘날까지의 간략한 환경학 역사를 차례대로 담는다. <후도>를 통해 서구권 독자는 일본 문화와 관련한 독특한 사상을 만날 수 있고, 일본 문화와 서구 문화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다.

오귀스탱 베르크의 연구는 환경의 지혜로움이 없다면 생태가 가야 할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글·티에리 파쿠오 Thierry Paquot

<각주>
(1) 오귀스탱 베르크, <거처>(Ecoumène), Belin, Paris, 2000.
(2) 오귀스탱 베르크, <이상적인 거처의 역사: 동양에서 서양으로>(Histoire de l’habitat idéal. De l’Orient vers l‘Occident), Le Félin, Paris, 2010.
(3) 오귀스탱 베르크, <환경과 인간의 정체성>(Milieu et identité humaine), Donner Lieu, Paris, 2010.
(4) 와쓰지 데쓰로, <후도, 인간환경>(Fédo, Le Milieu humain), CNRS Editions, Pari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