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와 무지 사이, 흑백의 만남
<감정의 색채> 캐스린 스토킷
흑인 하녀 에이빌린은 파티에서 시중을 들다가 우연히 대화에 끼어들게 된다. 여주인은 파티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일상생활이다. 사람들은 에이빌린에게 마구간에 그녀의 전용 화장실이 마련되면 좋지 않겠느냐는 짓궂은 질문을 한다. 에이빌린은 고마워하는 척해야 한다. 30년 동안 백인 시중을 들어왔기에 그녀는 백인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에이빌린이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린 딸 메이의 교육이다. 에이빌린은 메이에게 늘 착하고 똑똑하다며 칭찬해주고,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미니는 좀더 충동적인 성격이다. 최근 남편과 함께 잭슨으로 이사 온 여주인은 미니를 다른 백인들과 다르게 대한다. 미니는 이에 깜짝 놀란다. “이제까지 내가 모셨던 백인 주인들은 흑인 하녀와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했다. 나도 그렇게 먹는 것이 편했다. 그런데 실리아 아씨는 이런 말을 한다. ‘왜? 난 저기 혼자 떨어져 먹고 싶지 않아. 여기서 너희와 함께 식사하고 싶어.’” 사회의 규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여주인에게 미니는 성가심과 애정을 동시에 느낀다.
젊은 백인 여성 미스 스키터는 공부를 마친 뒤 부모 집에 돌아와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모두 주부가 된 친구들은 스키터에게 남편감을 찾아주려고 난리다. 하지만 스키터는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사는 인생을 꿈꾼다. 그녀는 자신을 길러준 흑인 유모와 다시 만나려는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고향 마을에서 흑인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나요?” 스키터가 에이빌린에게 묻는다. 이에 에이빌린은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처음 들어본다고 생각한다. 스키터는 흑인 하녀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모아 비밀리에 책을 쓰게 된다. 이 소설은 흑인이 파리 목숨처럼 살해당하고 억울하게 감옥에 가며, 흑인을 옹호하는 백인은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가혹한 시대의 흑인과 백인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인간관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글·프레데리크 르방 Frédéric Le Va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