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물라!”

2021-01-29     세르주 알리미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2021년 1월 9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종료 11일 전, 트럼프에게 충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와 연을 끊을 때 트위터는 트럼프 계정을 영구폐쇄 했고, 페이스북은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다른 국가원수들이 저질렀던 잘못과 비교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잘못이 더 컸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 계정이 위협받은 사례는 트럼프가 처음이다. 부정 선거로 인해 자신이 선거에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과거 (트위터에서) 북한을 핵무기로 위협했던 일보다 더 악랄하다고 하기 어렵다. 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은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가 ‘혐오 발언’을 했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으로 실컷 이득을 본 것은 바로 이 기업들이다. 그리고 심각성으로 볼 때, 트럼프의 발언은 같은 플랫폼에서 확산 중인 미얀마, 인도 거주 소수 무슬림에 대한 혐오 발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일관성도 패기도 없었다. 정부도 개인도 혼란 속에서 이들 기업의 행태를 좌시하며 영향을 키우도록 방치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관대한 대우를 받아왔던 이 기업들은,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결론 내리고 점점 대담해졌다. 미국 대통령을 입 다물게 한 이번 사건은, 이들의 권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 우파가 이번 조치에 분노할 때 대중은 이에 반박했다. 공권력이 기업의 영향력과 자산을 억압해서는 안 되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기업이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생각을 정착시킨 것이 바로 우파고, 우파의 사상가인 시카고학파가 아니었나?(1) 그렇다. 이 ‘시장 포퓰리즘’으로 인해 오늘날 당신들이 희생자가 된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 보호에 관한 내용으로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의 검열을 금지하고 있으나, (트럼프의 예에서 보듯) 민간 독점기업의 검열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거대기업의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이들의 침묵 위에 군림한다. 특히 패자에겐 고통뿐이다(Vae victis)! 모든 권력은 GAFA(2)에게 있을지니, 다른 이들이여 입을 다물지어다!

‘위험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침묵 강요가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위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위험한 사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모든 것을 수용하다 보니, 평범한 자유의 금지까지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 사상,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 ‘분리주의’ 사상을 가진 자들과의 전쟁에서 단 한 번도 이들을 침묵시키는 데 성공한 적이 없었다. 이들 중 공식적 항복을 받아낸 이는 물론 없었다. 

사실 ‘공공의 적’이 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배척과 금기사항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의 반대자는 알카에다 옹호자다. 이스라엘 정치를 비판하는 사람은 반유대주의자다. 다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장황한 연설을 듣기 괴로운 사람은 트럼프주의자 혹은 인종차별주의자다. 이처럼 낙인을 찍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반론할 필요가 없다. 생각이 다르면 침묵하도록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사뮈엘 파티 살인 사건이 이슬람 공포증에 반대하는 집단을 해체하는 구실로 이용되고 있으나, 우려스러운 침묵만 흐르고 있다. 이런 식이면, 매일 우리의 자유영역이 줄어들면서 폭발적인 소통이 난무한 규율 사회가 돼버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갇힌 공간 속을 왕복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레이건주의자인 William Buckley Jr.가 한 말. ‘Stratagème de la droite américaine, mobiliser le peuple contre les intellectuels 미국 우파의 계략, 지식인에 반하는 민중 집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6년 5월호. 
(2) Google, Apple, Facebook,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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