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가면’의 덫에 걸린 아프리카

정부 등골 빼먹는 민관합작투자사업

2021-01-29     장크리스토프 세르방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서방 국가들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이 아프리카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8년 세계은행에 의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체결된 PPP 합의 건수가 460개로 집계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를 비롯해 가나,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로 PPP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민간기업들에는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면서, 정부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효율성의 가면을 쓴 PPP의 실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를 계기로 PPP 유해성의 민낯이 속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PPP 전문가 국제협회(WAPPP)의 데이비드 백스터는 “코로나19는 앞으로 몇 주,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PPP를 비롯해 사업 참여자들, 민간과 공공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1)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구조”

대안 경제전략을 위한 리서치그룹(GRESEA, Groupe de recherche pour une stratégie économique alternative) 회원인 경제학자 로맹 젤랭은 “PPP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간의 계약으로, 양측은 자원, 리스크, 책임, 혜택을 분담한다. 이론적으로 PPP는 정부의 예산 제한이라는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주로 공공시설(도로, 병원, 공항, 발전소, 철도 등)의 건설 및 유지, 개발의 형태를 띠며 사업기간은 20~30년이다. 참여 공공기관은 완공 시점부터 운영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업 완료 시점에 소유권을 회수하게 된다.

대표적인 출자자인 국제개발금융기구(IFI)를 비롯해 지역 기구들은 PPP를, 무엇보다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빠른 달성을 위한 아프리카의 성장동력으로 본다.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 네트워크의 닉 디어든 대표는 “지난 15년간, 개발에 할당된 자금은 민간부문의 최빈국가 투자 장려를 위해 쓰였다”라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을 통해 최빈국들이 공공서비스 발굴이나 세금 징수를 하도록 직접 도와주기보다는, 자금 투자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 공공자본을 사용했다. PPP 사업에 유리하도록, 즉 국민의 편익 서비스를 투자자들을 위한 장기적 수입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PPP는 활기를 띠고 있다.” (2) 

이에,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공사(IFC, 개발도상국 민간부문 개발을 위한 집행기구)는 유엔과 유럽연합의 몇몇 기구들의 지원으로 아프리카 정부 및 민간투자자들과 함께 PPP 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초 체결을 시작했던 유럽기반 PPP 사업을 평가하려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2018년 유럽회계감사원이 발표한 12건의 PPP에 대한 특별보고서는 “감사를 거친 사업 대부분은 공기지연의 장기화와 공사비 예산초과로 심각한 상황”(3)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PPP는 형편없는 경영을 하는 관료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시각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당연히, 민간부문에 큰 사업을 맡기면서 장기적인 재정을 보장하는 것은 필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회주의자로서 2000년에 설립된 반(反)민영화포럼의 공동창설자인 트레보 은그와네는 “개발원조, 기후변화 적응, 그리고 최근 제4차 혁명까지…. 숭고한 목표로 포장된 PPP가 민영화의 새로운 바람을 증명할 요소는 곳곳에 있다”라고 말했다. 반(反)민영화포럼은 타보 음베키 대통령 재임 시절, 수도와 전기업종 사업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반대하던 단체들의 연합이다. 트레보 은그와네는 정치가들의 유세 연설이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그들은 국민의 편익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2017년, 당시 세계은행 수장이었던 김용 총재는 “우리가 하려는 일은, 예를 들면 영국의 연기금을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도로 건설에 투자해, 적당하게 투자수익률을 내고 그 과정에서 좋은 일도 하는 것이다”(4)라고 말했다.

PPP가 동등지위를 갖는 참여자들 간의 계약이긴 하지만, 실상은 부채로 허덕이고 다국적 기업들을 보호하는 대형로펌에 견줄만한 지원군을 얻을 여력도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아주 불리한, 노골적인 힘겨루기의 양상을 띤다. 지난 연말까지 유엔 극빈층·인권 문제를 담당했던 필립 알스턴 특별 고문관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PPP를 최대한 활용해 국가재정에 혜택을 주도록 하는 기술적·사법적 경쟁력이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2년 전, 그는 PPP가 야기할 민영화 ‘쓰나미’를 우려했었다.(5) 

세네갈의 법률가인 알리우 사와레의 의견도 같았다. “민간기업(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이 아프리카 국가와 PPP 계약을 준비할 무렵에는, 기업은 상대측보다 훨씬 앞서 있다.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공공기관들은 수십 년간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반면, PPP 계약서는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민간 사업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이런 PPP 계약서의 상당수는 ‘불공정 계약’으로 재협상 조항 없이 체결되고, 선거공약의 단기간 목표달성을 위해 사업은 날림공사로 진행된다. 상황에 따라, 가령 환율 하락이나 수익 급락의 경우 정부의 배상금 지급과 같이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우를 미리 고려한다. 

 

사용도 못한 가스비용, 2억 5,000만 달러!

일례로, 세계은행이 지원한 PPP 방식의 산코파(Sankofa) 해양가스 사업은 가나 정부에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물량인수 의무조항(Take or Pay)’계약조건에 따라, 정부는 물량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생산물량의 90%를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내수 저조와 연료추출이 필수인 관련 인프라 건설 지연으로, 2019년 가나는 미사용 가스에 2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2016년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미래의 고속도로’ 개통을 성대하게 알렸다. 블레즈 디아뉴 신국제공항과 수도 다카르를 잇는 서아프리카의 첫 유료 도로인 이 고속도로는 PPP가 주무관청에 불리한 사업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는 국제금융공사가 지원한 PPP 사업으로, 설계와 시공, 운영관리는 프랑스 건설사 에파주의 자회사 세낙(Senac SA)이 총괄했다. 알리우 사와레는 “세낙은 7백억 CFA 프랑(1억 600만 유로)을, 세네갈 정부는 그 3배를 투자했다. 30년 임대 기간 종료까지 세낙은 약 3,000억 CFA 프랑(4억 5,700만 유로)을 벌어들일 것이다. 반면, 정부는 VAT만 챙길 뿐, 개발기구 출자자들에게 2천억 CFA 프랑(3억 400만 유로)이 넘는 부채를 2059년까지 분할상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휴대전화 및 고속 인터넷 케이블 네트워크, 도로, 항만, 철도, 공항 등 모든 고수익성 산업들이 PPP 대상이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국제금융공사는 병원 건립이나 개축, 의약품 제조 및 유통 등 사회 분야도 PPP 방식으로 지원한다. 런던에 위치한 옥스팜 영국 본사의 안나 매리엇 보건정책관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PPP 사업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보건 분야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리스크가 큰 분야가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 중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소수의 도시 인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중상위 계층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PP에 대한 초기연구를 보면, 보건 분야 PPP 사업 또한 다른 분야 사업만큼이나 정부에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간다 수도 캄팔라 교외에 있는 루보와 병원 건립과 운영관리는 경쟁 입찰 없이 이탈리아-우간다 컨소시엄이 PPP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그런데, 국가재정이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가 계약체결 때 합의된 2억 5,000만 달러보다 1억 3,000만 달러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6) 

국제금융공사는 2011년부터 건립, 재정지원, 개발 모두 PPP 방식으로 진행된 레소토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퀸 마모하토 기념병원 사업에 구(舊)병원보다 3배 저렴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책정했었다. 개원 후 3년이 지난 2014년, 병상 425개 규모의 이 병원은 엄청난 액수의 부채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보건의료 예산의 51%를 투입해야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 헬스케어 그룹인 넷케어(Netcare)가 주도한 Tsepong Ltd 컨소시엄의 민간 사업자들에게는 높은 수익(25%)을 냈지만, 레소토 정부는 농촌인구의 보건의료 서비스 지원을 위한 자원마련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현재, 퀸 마모하토 기념병원은 보건의료 예산의 1/3만 공제하고 있지만, 문제는 2014년부터 보건의료 예산이 3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소수의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 총비용의 4%만 투자한 넷케어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병원수익을 횡령했다고 비난한다. 레소토 정부와 출자자들과 법정 싸움에 돌입한 넷케어는 병원이 파산하게 되면 레소토가 국가부채 위기에 놓이게 될 거라고 협박한다. 아프리카 PPP는 조세 부담으로 변할 우려가 크고 새로운 부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7)   GRESEA의 로맹 젤랭은 “물론 국가의 해결방법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요인들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강요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대외적 요인들은 불법적 자금 운용과 조세피난처다. 2018년 아프리카는 297억 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은 동시에, 5백억 달러 이상을 불법적 자금 운용으로 잃었다.(8) 코로나19 이전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는 3,500억 달러에 달했다.

국제개발금융기구와 그 기구의 신자유주의적 ‘컨디셔널리티(Conditionality, 융자조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처럼 아프리카 채무의 경감이나 탕감 이니셔티브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솔솔 나오고 있다. 그러나 PPP 탄생 후 40년이 지난 지금,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파업과 시위대는 사라졌고, 일각에선 ‘Problem, Problem, Problem’으로 불리는 PPP의 반대를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사람도 줄었다. ‘미래의 고속도로’ 사건을 규탄하는 알리우 사와레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총괄적인 진단을 해서, PPP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들이 수익성을 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과 미래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글‧장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저서에『Afriques, années zéro, L’Atalante, Nantes』(2008, 안 세실 공저)가 있다.

번역‧권진희 classic16@gmail.com
번역위원


(1) ‘How will coronavirus affect public-private partnerships?’, <세계은행 블로그>, 2020년 3월 10일, https://blogs.worldbank.org.
(2) ‘The free market will only deepen the coronavirus crisis’, <Al Jazeera>, 2020년 4월 8일, www.aljazeera.com
(3) ‘Les partenariats public-privé dans l’Union européenne : de multiples insuffisances et des avantages limités 유럽연합의 민관합작투자사업(PPP)–허와 실’, 『Rapport spécial』 n°9, Cour des comptes européenne, Luxembourg, 2018.
(4) 2017년 4월 11일자 연설, www.worldbank.org.
(5) ‘UN poverty expert warns against tsunami of unchecked privatisation’, Bureau du Haut-commissaire des Nations unies pour les droits de l’homme, 2018년 10월 19일, www.ohchr.org.
(6) ‘Fears raised about cost of PPP hospital in Uganda’, Jubilee debt campaign, 2019년 7월 8일, https://jubileedebt.org.uk.
(7) Ndongo Samba Sylla, ‘En Afrique, la promesse de l’émergence reste un mirage 아프리카, 신흥국에 대한 환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6월호.
(8) Romain Gelin, ‘Qui finance les infrastructures en Afrique ? 아프리카의 인프라 자금은 누가 조달하는가?’, Comité pour l’annulation des dettes illégitimes (CADTM), Bruxelles, 2018년 11월 9일, www.cadt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