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의 연승, 사우디의 완패

2021-01-29     피에르 베르냉 l 연구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서구 강대국들이 지원하는 연합군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예멘에서 후티 반군의 힘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갈등의 국지적 범위를 넘어 후티 반군의 역내 영향력은, 이란-사우디 간 대립 및 아랍에미리트의 군사력 부상과 더불어 중동과 걸프만의 세력 균형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2015년 3월 25일과 26일 밤사이, 사우디 공군은 예멘의 수도 사나에 위치한 후티 반군 진지에 첫 폭탄을 투하했다. 이로써 사우디 공군은 2014년 9월 21일 반군이 사실상 타도한, 압드 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복귀를 희망하며 자칭 ‘국제사회’의 집행자 역할을 했다. 이 ‘단호한 폭풍(Decisive Storm)’ 작전은 스스로 이슬람 소수파인 ‘자이드파’라고 주장하는 비국가 무장단체를 겨냥한 것이었다. 시아파의 한 분파인 자이드파는 시아파의 합법적인 5번째 분파지만, 종교적 성향은 수니파와 가장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작전은 몇 주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2015년 4월 14일 ‘2216호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및 이슬람 10여 개 국가(오만을 제외한 이집트, 요르단, 수단, 모로코 및 걸프 군주국들)로 구성된 연합군은 추후 소급해서 백지 위임장을 받았다. 연합군이 예멘 출입국을 통제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양상만 봐도, 그들의 군사행동은 합법적인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국경봉쇄로 발생한 인적 비용은 가히 충격적 수준에 이르렀다. 

‘수십 년 이내 최악의 위기’로 묘사된 이 폐쇄작전은, 어떤 긴급 대응책으로도 역부족일 위기상황을 조장했다. 유엔 기관들은 교전 등으로 인한 희생자 수를 무려 약 25만 명으로 추산했으며, 이후 예멘 상황은 당초 예상과 달리 군사적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해졌다.(1) 주로 무기매매 계약에 연루된 서구 강대국들은 쓸모없고 불미스러운 한 전쟁기업과 연관돼있다.(2)

균형이 어긋난 이 충돌에서 이는 사실상 연합군과 여러 동맹국들의 상징적인 패배였으며, 후티 진영의 세력 강화 및 그 반대파의 광범위한 분열을 야기했다. 2020년 3월, 예멘의 정치가 압둘가니 알 이리아니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재건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교전국들과 감시국들에 후티 반군의 ‘불가역적 승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3) 예멘 내 후티 반대파들은 각기 서로 양립하기 힘든 목적을 내세우기 때문에, 이로 인해 무력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소위 합법적인 정권은 예멘 내에서도 극히 협소한 범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뿐이다. 

현재까지 리야드에 피신 중인 하디 대통령은 여러모로 입지가 불안한 데다 건강도 나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남부 과도위원회(STC)로 대표되는 남부 분리주의 운동과 맞서고 있다. 대통령의 운신은 전임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의 지지자들이 차지한 자리에 의해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는 하디 대통령을 끌어내리고자 2014년 후티 반군 편에 가담했다. (그러나 이후 이 관계는 단절되고 악화되어, 알리 압둘라 살레는 2017년 12월 후티 반군에게 암살당했다.)

 

히틀러에 비유된 이란의 영적지도자

이처럼 예멘 국내 정세가 복잡하다고 해서 분쟁의 복합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멘의 이웃 국가들은 예멘의 다양한 군사적, 정치적, 사회적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개입을 피한다. 이를테면 부패의 메커니즘은 물론이고, 처참한 경제 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개별 전략도 마찬가지다. 예멘의 일부 공직자들은 4년 전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예멘 국민의 70%는 인도적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종종 환각상태에 빠지는 예멘의 쟁점들은 갈등의 이해 프리즘을 형성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고 이란을 비난하려면 테헤란의 역할을 언급해야 한다. 이 역할이야말로 연합군이 군사개입을 시도하는 주된 이유이기 때문이다(연합의 회원국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초기 회원국인 파키스탄은 가입 직후 탈퇴했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2019년 재가입했으며, 같은 해 모로코는 탈퇴했다). 연합 회원국들은 예멘을 이란의 팽창을 시도하는 무대로 간주한다. 2018년 사우디의 실권을 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적대적인 이란의 지역 정책을 나치에, 이란의 영적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히틀러에 비유했다. “히틀러가 그의 시대에 팽창을 추구했듯, 그 역시 중동에서 야심을 펼치려 한다.”(4)

그러나 예멘과 이란 양측의 전문가들 모두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차원이라는 데 동의한다. 후티 반군은 동원력에서나 이념 면에서 국지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5) 가령, 이란 교관이나 혁명 수비대 대표가 예멘 영토에서 발견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예멘은 실제 이란군이 투입된 이라크나 시리아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이다. 

이처럼 테헤란의 원조는 제한적이지만,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사우디와 그 동맹국의 개입이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0년 10월, 사나의 후티 반군에 급파된 이란 대사의 잠입은 예멘 국경을 통제하기로 한 연합군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 영토에 수시로 발사되는 후티 반군의 지대지 미사일과, 이란군이 배치한 미사일의 기술적 유사성은 분쟁에 대한 사우디의 사후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이란의 전략가들은 사우디와 그 동맹국들이 제 꾀에 넘어가게 둔 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란의 개입은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연합군의 군사적·정치적 실패는 사우디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2015년 서구세계의 결정권자들이, 사우디가 예멘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일종의 과대평가였다. 사우디 왕가는 거듭되는 전쟁 범죄 상황을 조장한 것에 대해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를 타개하거나 면밀히 분석하려 하지 않고,(6) 국제적으로 (특히 예멘인들의 입장에서) 왕가의 이미지를 악화시켰다. 이런 적대 행위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예멘 노동자들은 사우디의 도시들로 이주했다. 이들을 포함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2017년부터 사우디에서 추방되면서, 사우디인들과 지도층에 있는 왕세자에 대한 예멘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이든 정권의 영향은?

미국의 바이든 정권 하에서, 리야드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예멘 전쟁에 반대한다고 선언했고, 사우디의 태도에 매우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하며 “사우디를 국제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만들겠다”라고 위협했다.(7) 따라서 예멘 전쟁을 통한 사우디 문제는 미국 새 행정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지아 주의 상원의원 선거 이후 민주당이 의석을 몇 석 확보하든지, 백악관은 분쟁 종식을 서두르거나 적어도 사우디 왕가가 예멘 민간인들을 한층 존중하도록 리야드에 압력을 가하려 할 수 있다. 실제 전임 대통령의 임기 동안, 특히 버니 샌더스가 이끄는 민주당 내 소수 상원의원들은 예멘에서 사우디 연합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약화시킬 법한 문건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후티 반군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분류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의 막바지 시도(패배가 확정된 뒤)는 새로운 외교 및 법적 방향 설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사우디 정권은 현재 우세한 위치를 점한 후티 반군과의 협상을 수락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보호 중인 하디 대통령의 마지막 보루, 마리브 주까지 진군했다.(8) 유엔 예멘 특사인 영국 출신의 마틴 그리피스의 노력과 더불어, 사우디 외교관들은 두 국가 간 공동 국경 규정을 논의하면서, 후티 측이 비무장지대를 인정하고,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사우디 마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사우디 왕가는 하디 지지자들과 남부 과도위원회 간 충돌을 종식시켜야 했으나, 2019년 11월 리야드에서 조인된 문서를 실행하는 데 실패했고, 이런 무능은 왕조의 취약한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로써 연합과 후티 반군의 평화협정은 안타깝게도 예멘 분쟁을 종식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만은 이례적으로 이란이나 예멘에 대해 외교적 중립을 취하고 있는데, 오만과 관련해 사우디인들은 이 지역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편하지 않았다. 이슬람 군주국에 휘몰아친 경제 위기가 코로나19로 한층 더 심각해진데다, 오만과 예멘의 국경지대인 마라 주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리야드의 시도도 오만 정권을 굴복시키지는 못했다.(9) 하이탐 빈 타리크는 사촌인 카부스 이븐 사이드 술탄이 2020년 1월에 사망하면서 오만 국왕에 즉위했다. 그는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사우디의 야욕과는 사뭇 다른 외교 노선을 선택했다. 이는 걸프만 군주국들 사이의 정치적 선택과 경쟁 구도의 분열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10)

반후티 연합 내에서도 사실상 리야드의 역량에 대해 논쟁이 분분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예멘 남부에 대한 군사 개입과 남부 과도위원회에 대한 직접 원조를 통해, 와하비 왕정(사우디)이 지지하는 선택들에 반대하는 정책을 개진했다. 소코트라 군도나 홍해의 항구들을 바라보는 아부다비의 시각은 두 동맹 간의 경쟁을 고조시킨다. 아랍에미리트는 무장단체와 고객 관계에 있고, 예멘개혁회의(‘알 이슬라’라고도 하는 예멘 정당이며, 일부 지도부 인사는 사우디의 수도로 피신 중이다)의 전신인 무슬림 형제단 지역 대표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 이는 역내 질서의 부재를 보여줌과 동시에, 연합 회원국들 사이에 쟁점과 우선순위, 위험요소에 대한 공통된 해석의 부재를 상징한다. 

또한 살라피 민병대와 아부다비 군대의 지역적 동맹은 무질서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정책은 때로 경제 통합과 관용을 바탕으로 한 아랍에미리트의 거시적인 지정학적 구상에 포함된 것으로 (특히 유럽의 지도자들에 의해) 묘사되기도 한다. 현재 여타 다른 정책과 별 차이가 없는 이 전략은, 그들을 비난함으로써 적만 만들 뿐이다. 또한 연합 내에 대립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가장 급한 일이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인식함으로써, 이 분쟁과 역내 구도 재편에서 중재를 거부하는 것처럼 비치는 형국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왕국의 전략은 민간인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3,000만 예멘인들은 이주와 지하디스트의 폭력 등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예멘 사회의 경제 및 보건은 더욱 심각하게 붕괴됐고, 정보에 의하면, 2020년 4~11월 코로나 19로 70여 명의 의료진이 사망했다. 이런 상황은 아라비아반도를 온전히 두지 않을 것이다. 걸프만 왕국들은 요동치는 석유가격,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 기후 위기 등으로 이미 혼란스럽다. 이들은 전쟁 외 수단을 동원해, 예멘과의 상호의존 관계에서 취할 이익에 혈안이 돼 있다.  

 

 

글‧피에르 베르냉 Pierre Bernin
연구원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Laurent Bonnefoy, ‘Enlisement saoudien au Yémen 예멘에서 침체에 빠진 사우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12월호.
(2) ‘Ventes d’armes : comment mettre fin à la complicité de la France au Yémen 무기 판매: 예멘에서 프랑스의 동조는 어떻게 막을 내렸나’, Amnesty International, Paris, 2020년 11월 16일.
(3) ‘So now that the Houthis have won… – Q&A with Abdulghani Al-Iryani’, Sanaa Center for Strategic Studies, 2020년 3월 10일.
(4) <60 Minutes>, CBS News, 2018년 3월 19일.
(5) Thomas Juneau, ‘Iran’s policy towards the Houthis in Yemen : A limited return on a modest investment’, <International Affairs>, vol. 92, n° 3, London, 2016년 5월.
(6) ‘A pandemic of impunity in a tortured land’, Groupe d’experts internationaux et régionaux éminents de l’ONU sur le Yémen 예멘 관련 유엔 국제 및 종교 전문가 집단’, Geneva-Beirut, 2020년 9월 9일.
(7) Derek Davison, ‘Will Joe Biden end the brutal war in Yemen?’, <Jacobin>, 2020년 11월 16일, https://jacobinmag.com
(8) Ali Al-Sakani & Casey Coombs, ‘Marib : A Yemeni government stronghold increasingly vulnerable to Houthi advances’, Sanaa Center for Strategic Studies, 2020년 10월 22일.
(9) Sebastian Castelier & Quentin Müller, ‘Charité omanaise pour le Yémen 예멘에 대한 오만의 자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6월호.
(10) Fatiha Dazi-Héni, ‘Le Golfe et Israël après les accords Abraham 아브라함 협정 이후의 걸프만과 이스라엘’, Arab Reform Initiative, 2020년 11월 6일, www.arab-refor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