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공포의 축
감염-질식-사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의 등장 이후,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미지들이 쏟아지며,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 대개 시간이 해결해줬던 이런 공포심을 이해하려면, 프랑스국립시청각연구소(INA)의 최근 보고서를 참고해야 한다.(1)
“8주에 걸친 이동제한령 기간(2020년 3월 17일~5월11일), 공중파 채널의 TV 뉴스 방영분 중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80.5%에 달했다. 또한 같은 기간 뉴스전문 채널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74%였다.”
2018년 12월 당시 시위가 열리는 주말마다 뉴스전문채널인 BFMTV의 뉴스 화면을 독차지하듯 했던 ‘노란조끼 시위’ 관련 뉴스도 일일 방송시간 대비 비중이 ‘고작’ 62.5%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치다. 이 같은 코로나19 관련 언론보도 양상은 하나의 지표가 됐다. 국립시청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는 “하나의 이슈가 이토록 길게, 많은 시간을 차지한 것은 전무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2)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하반기, 지역일간지 내 코로나19 관련 기사의 비중이 무려 50~80%에 달한 것이다.(3)
이런 비정상적인 편중 현상은 현재 뉴스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을 드러낸다. 두 달 내내 마치 지구 전체의 생존문제가 오로지 하나의 바이러스 감염병에 국한된 것처럼, 단 하나의 이슈가 다른 뉴스들을 덮어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언론보도 행태가 정부가 별다른 논의도, 일관성도 없이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데 협력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행된 바 없으나, 그로 인한 결과들은 지금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28일 발간된 <라 코레스퐁당스 드 라 프레스>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언론매체들이 코로나19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매체들이 감염병 위기 문제를 다루는 전반적인 방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0%가 ‘불안감 조장’을, 45%가 ‘과도함’을, 28%가 ‘비관주의적’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공포심은 매출로 이어진다. 코로나19와 이동제한령은 황금을 쏟아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TV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퓌블리시 메디아> 소속 전문가는 “감염병 위기가 TV의 위상을 다시 높여줬다”고 설명했으며, <르 피가로>는 “이제 방송국들은 유입된 시청자들을 돈과 바꾸기를 원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2020년 10월 10~11일).
한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트위터 글(10월 5일)을 비롯한 여러 도발적인 언사들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정치화하고 나섰다. 평정심을 우측에, 그에 반하는 극단적인 공포는 좌측에 놓은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전례 없는 화합으로 정부와 언론과 좌파 지식인들이 모두 공포의 축 위에 놓였다. 정부는 공포심을 이용해 감염병과 관련한 정부의 태만을 경찰력을 통해 고쳐야 할 개개인의 행동 문제로 탈바꿈시켰다. 언론은 권력층의 지침을 노래처럼 만들고, 신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좌파 지식인들은 무력함을 상쇄하고자 감염병 전쟁 속에서 넘쳐나는 휴머니즘을 내세우고 있다.
이제 누군가는 코로나19가 페스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범람하는 의료종사자들의 경종과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이는, 속칭 ‘안심주의’라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돼버린다. 10월 5일, <리베라시옹>은 이런 ‘안심주의 과학자들’에 대한 기사를 실으며 이들이 감염병의 위험성을 상대화하고 국민의 자유가 파괴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고 봤다. 게다가, 이런 주장이 뭇매를 맞아 마땅하기나 한 것처럼, “이들이 어떤 처벌도 없이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한 집중치료실 의료진은 “이런 주장들로 인해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동요하지 않는 자들을 경계해야 할 때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번역·김보희
(1) Géraldine Poels & Véronique Lefort, ‘Covid-19 dans les JT : un niveau de médiatisation inédit pour une pandémie 뉴스에 비친 코로나19 : 감염병에 대한 유례없는 언론보도 신풍속’, La Revue des médias, 2020년 10월 1일, https://lqrevuedesmedias.ina.fr/. 단, 여기서 뉴스는 <TF1>, <France 2>, <France 3>, <France 5>, <Arte>, <M6> 채널 방송에 한정한다.
(2) Antoine Bayet & Nicolas Hervé & David Doukhan, ‘Temps d'antenne, personnalités émergentes, place des femmes : un bilan de l'information sous Covid-19 à la télé(방송 시간, 새로운 인물들, 여성의 입지 : TV 속 코로나19 뉴스 통계)’, <La Revue des médias>, 2020년 6월 24일.
(3) Claude Grasland, ‘Comment la pandémie s'est propagée dans la presse régionale 코로나19가 지역신문에서 퍼져가는 방식’, The Conservation.com, 2020년 8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