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혼란의 거울

2021-02-26     소피 외스타슈 l 기자

2020년 5월 초 프랑스 정부의 웹사이트에는, 여러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게시하는 ‘데장폭스’라는 웹페이지가 개설됐다. 그러자 주요 신문들은 발끈했다. 이는 미디어가 ‘가짜뉴스‘에 휘둘리면서 그 역할이 권력을 비판하는 것에서 대중을 훈계하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로크포르 치즈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다”,(1) “2018년 노벨상 수상자는 코로나19가 중국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 적 없다”,(2) “진실 혹은 거짓: 소염제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3) 등등. 

프랑스 정부 웹사이트 내 ‘데장폭스‘라는 웹페이지에 게시된, 민감한 주제들이다. 4월 말 정부가 온라인에 공개한 이 정보 서비스는 단순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 개념이란, <르몽드>의 ‘데코되르’, <리베라시옹>의 ‘체크뉴스’, <AFP 통신>의 ‘팩추얼’, <20미닛>의 ‘페이크 오프’, <프랑스 엥포>의 ‘트루 오어 페이크’, 이 5개 언론사의 팩트체크(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섹션 기사들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시베스 은다예 정부 대변인은 4월 3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19를 치료하려면 표백제를 마셔야 한다”라는 내용의 동영상 유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코로나19 위기는 #가짜뉴스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정보 출처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가짜뉴스’의 확산을 이토록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기준에서 일탈행위, 선을 넘은 모든 행동이 가짜뉴스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부터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과 ‘노란조끼’ 시위 등이 이에 속한다. 즉, 정부는 인터넷에서 ‘가짜뉴스’만 제거하면, ‘나쁜’ 투표, 불신, 맹신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4) 

연구진 리오넬 바비브와 마리-노엘 두트레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담론은 정치생활에서 지성인들과 상대적으로 지성이 부족한 이들 사이에 반복되는 문제를 드러낸다. 지성인들은 가짜뉴스가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법을 숙지하고 비판할 자세가 돼있다. 반면, 지성이 부족한 어떤 이들의 경우 거짓정보를 그대로 수용하고 그 영향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유형의 담론은(...)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통치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반(反)민주주의에 해당된다.”(5) 

이런 관념은, 사회를 ‘지성인’과 ‘비지성인’으로 양분한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스니퍼 항공기’ 사건을 포함해 혁혁한 속임수의 사례를 제공한 바 있다. 1960년대 말, 유전 탐색의 임무를 맡은 이 멋진 장치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의 공학도였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과 ‘프랑스 최고의 경제학자’인 레몽 바르를 속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의 암살 자작극으로 모든 주류 언론을 속였다. 우크라이나 안보당국이 조작한 이 암살극은 언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가짜뉴스는 2018년 5월 30일 <르몽드>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6) 

 

“모스크바에 유리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엘리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덕적 공황을 경험한 “깨달은 엘리트들”은 정보 인증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게 됐고, 그 결실로 나타난 것이 바로 ‘데장폭스’다. 2017년 <르몽드>는 각 매체의 신뢰도에 따라 색상을 할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데코덱스’ 라벨링으로 이 분야의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영 통신사 <러시아 투데이>에는 주황색 표시가 나오고, 그 뒤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는다. “이 매체는 양질의 설문조사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항상 모스크바에 유리한 정보를 전달하는 편향성이 있습니다.” 

마리-노엘 두트레 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르몽드>가 시작한 인증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르몽드>의 ‘데코덱스’를 통해 우리는 이미 영향력 있는 전통적 미디어가 뉴스 미디어의 심판자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데장폭스’에도 일종의 진실의 위계화가 있다. 그런 위계화를 수행하는 주체가 정부일 때와 언론일 때 어느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르몽드>의 이니셔티브는 이미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르몽드>의 데코덱스가 철회될 정도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르몽드>의 분류는 정당성과 신뢰성 간의 혼동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경제 및 사회 시스템에 부합하는 전통적 미디어는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반면, 정치적으로 급진적이라고 알려진 사이트의 출판물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몇몇 전통 미디어에서 보도한 가짜뉴스는 오류로 간주되겠지만, 동일한 가짜뉴스를 대체 미디어의 사이트에서 내보낼 경우 이는 사이트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7) 정부가 이런 언론 관행을 이용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받게 된 것은 끊임없는 부메랑 효과다. 정부가 팩트체크의 주체로 나선 것이 언론인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프랑스 기자들 대다수가 가입해 있는 프랑스 언론노조(SNJ)는 최고 행정법원인 국사원에 ‘데장폭스‘의 ‘언론자유 침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프랑스 언론노조와 함께 기자협회(SDJ)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프랑스 언론은 국가 및 정치 권력과 무관하다.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독자, 청취자, 시청자의 비판적 시선 아래 권력에 저항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인은 유럽인권재판소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의 “감시견”이다.”(8) 

그러자 여러 언론사는 ‘데장폭스’ 프로젝트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르몽드>의 뤽 브로네 편집국장은 5월 1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사전에 <르몽드>에 자문을 구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런 접근방식을 거부했을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싸움에서 이 석간 일간지를 공정한 동맹관계로 봤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신문은 허위정보와의 싸움이 “에마뉘엘 마크롱의 관심을 끌었다”(9)라고 정색을 하고 쓰지 않았던가?

정부가 단순히 정부 사이트에 언론 기사의 링크를 게시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언론계 인사들은 국가가 진실을 독점하려 한다며 분개할 것이다. 언론 정보와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형식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리베라시옹>의 로랑 조프랭 편집장은 “이 게시물은 별다른 설명 없이, 특히 정부 대변인이라는 매우 정치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베스 은디예에 의해 홍보됐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10) 그러나 일상적인 뉴스 보도에서 많은 비판을 받지 않은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사실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11)

2019년 5월 1일 시위 이후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시위대가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을 공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주류 언론은 이를 널리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프랑스 엥포>의 니콜라 테이야르 기자는 다음과 같은 변론을 제시했다. “그건 국가의 ‘신성한 언어‘에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장관의 말을 믿을 수 없다.”(12) 

 

‘가짜뉴스 방지법’의 진짜 의도는?

팩트체크 회사도 이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팩트체크 회사가 2017년 두 차례의 대선 토론에 대해 작업한 사례를 연구한 알렉상드르 주 정보학 박사와 이네스 질 기자는, “당시 대부분의 정보가 공식 출처에서 나온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법을 참조한 경우 외에는, 정부 부처에서 나온 정보는 경제통계연구소(INSEE) 같은 독립기관의 정보보다 더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제공한 정보가 거짓이 아니라 해도, 공공정책 소통 시스템의 일부인 만큼 그 신뢰성은 즉각 검증 대상이 된다.”(13)

‘데장폭스 사건’은 주류 미디어의 기능뿐만 아니라 권력과 정보 생산자 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로렌대학교의 정보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이자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니콜라 위베는 ‘데장폭스’에 대해 언론인들이 뜻을 같이해 반응한 것을 2017년 이후 행정부가 언론과 맺어온 관계로 설명한다. “지난 3년간의 집권기간 중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간섭 시도가 있었다. 이미 1881년 제정된 언론법이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를 제공했음에도, 에마뉘엘 마크롱은 ‘가짜뉴스 방지법’을 발표했다. 그 법의 목표는, 신문을 사법제도 아래 묶어두려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도전의 사례는 다양하다. 비즈니스 비밀에 대한 정부 지침, 정보국의 언론인 소환, ‘노란 조끼’ 운동 및 파업 기간 동안 알릴 권리의 침해 등… ‘데장폭스’는 지나친 간섭이다. 위베 교수는 “문제는 정부가 진실을 바로 세우고자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언론인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언론 보도물에서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배포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핵심인, ‘정치적 독립성’을 말하고자 한다. 언론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은, 언론사는 하나의 법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방편이 됐다. 기존의 언론기관들이 최근 10년 동안 경제적, 기술적 혁신으로 약화되면서 시민 언론인들과의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말이다.”

대동단결은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기자들은 며칠 만에 논란이 된 사이트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정보를 장악한 경제권력(14)에게 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리-노엘 두트레는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이미 일부 사람들이 전통 언론은 기존 정치세력의 편에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전통 언론으로서는 그런 인식을 부추길 생각이 없다. ‘데장폭스’ 사이트 제거를 위한 캠페인은 그들에게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기댄 미디어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제적 간섭에 대항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미디어는 구글, 페이스북의 가시성에 의존한다. 언론사가 벌이는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주요 디지털 플랫폼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알고리즘 안에서 자신들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이런 가시성은, 사이트에서 더 많은 트래픽을 확보하고, 구독 수를 늘리고,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 같은 다른 경제적 이익과도 연결돼 있다.”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팩트체크 서비스 중 일부는 페이스북과 계약을 체결해 수익을 올렸다. <리베라시옹>은 페이스북과의 계약을 통해 2017년 10만 달러, 2018년 24만 5,000달러의 수익을 냈다.(15) <AFP>, <르몽드>, <20미닛>도 이 미국 소셜네트워크와 계약을 체결했다.  

 

 

글‧소피 외스타슈 Sophie Eustache
기자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Les décodeurs 데코되르(디코딩 위젯)’, Lemonde.fr, 2020년 4월 21일.
(2) <20 Minutes>, 2020년 4월 30일.
(3) FranceTVinfo.fr, 2020년 5월 1일.
(4) Dominique Cardon, ‘Pourquoi avons-nous si peur des fake news? 우리는 왜 가짜뉴스를 그토록 우려하는가?’, <AOC>, 2019년 6월 20일.
(5),(7) Marie-Noëlle Doutreix & Lionel Barbe, ‘Légitimer et disqualifier: les fake news saisies comme opportunité du champ journalistique 정당화와 실격: 언론이 기회로 잡은 가짜 뉴스’, 릴 3대학, <Études de communication>, n° 53, 2019년.
(6) ‘Vive émotion après le meurtre d'un journaliste russe à Kiev 키예프에서 러시아 언론인 암살 사건 발생 후 고조된 감정’, <르몽드>, 2018년 5월 30일.
(8) ‘L'État nest pas l'arbitre de l'information 국가는 정보의 심판자가 아니다’, 2020년 5월 3 일 33 개 기자협회가 서명한 칼럼.
(9) Alexandre Lemarié, ‘La parole politique mise à mal dans la lutte contre le Covid-19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잘못 적용된 정치적 발언’, <르몽드>, 2019년 4월 7일.
(10) Laurent Joffrin, ‘La com gouvernementale est une chose, le travail des rédactions en est une autre 정부 커뮤니케이션과 기사 작성은 별개의 문제’, <Libération>, Paris, 2020년 5월 1일. 
(11) 『Mark Fishman, Manufacturing the News』, 텍사스대학 출판사, 오스틴, 1988년 (초판: 1977년).
(12) <France Info>, 2019년 5월 3일.
(13) Alexandre Joux & Inès Gil, ‘Entre transparence des sources et entre-soi... 출처의 투명성과 자신 사이... ’
(14) ‘Médias français, qui possède quoi? 프랑스 미디어, 무엇을 소유하고 있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웹사이트(무료 열람 가능).
(15) ‘Combien a rapporté à Libé son partenariat de factchecking avec Facebook <리베라시옹>은 페이스북과 팩트체크 계약을 통해 얼마를 벌었나?’, <Checknews>, Libération.fr, 2019년 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