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서 포착하는 ‘영원’

2011-08-08     에블린 피에예

프랑수아 쥘리앵은 중국학 학자이자 철학가다. 중국 고전을 잘 몰라도, 철학자처럼 생각하지 않아도 쥘리앵의 책을 열심히 읽을 수 있다. 청소년기를 고민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질문 몇 가지를 끊임없이 던져보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자아의 욕구가 줄어들고 갑자기 찾아와 존재의 기쁨을 깊이 느끼게 해주는 이 충만한 감정을 어떻게 간직할까?’ ‘이런 충만한 감정은 가끔 뛰어난 작품이나 장소와 만날 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포착하거나 만들어낼까?’ 흔히 우리는 질풍노도인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런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하지만 쥘리앵은 어른이 되어도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쥘리앵은 대화를 통한 성찰을 거쳐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이끌어낸다. 그의 에세이 작품 하나(1)는 이런 목표를 분명히 보여준다. 바로 세상의 두 가지 주체 사이의 대화, 즉 저자와 독자의 대화 그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다.

랭보가 말한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다 보면 순간의 찬란함을 잊기 마련이고 다른 인생, 즉 ‘다른 곳에서의 삶’을 원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를 느낄 수 없는 것일까?’(2) ‘어떻게 하면 현재를 힘차게 살게 될까?’ 쥘리앵에 따르면, 이런 열망은 절대적인 존재를 ‘서구식’으로 추구하면서 담담해졌다. 그리스에서는 철학을 통해 현실을 잠시 잊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인생은 피상적인데, 이는 인생을 간접적 성찰을 통해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와 단절되면서 오히려 본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세상이 완벽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중국 고전 사상과 중국어는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분리하는 개념을 거부하면서 본질을 찾아헤매는 대신 순간에서 절대적인 것을 포착하려고 한다. 즉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절대적인 존재, 스스로 세워지다가 사그라지는 모순적인 존재의 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말의 기능은 무한하고 수동적인 목소리와 적극적인 목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주제를 언급하는 것이 소용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 중국 고전 철학과 중국어에 나타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무이’(無爲)를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무이는 더 이상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생각하고 모든 은유를 금지하며 동시에 전체와 부분, 생물과 무생물 등의 구분을 하지 않는 것이다. 거의 모순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삶의 철학’은 ‘순간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순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마련하라고 한다. 간혹 시를 통해 완성하고 ‘도’라 불리는 길이 열리는 정신적 금욕을 제안하는 셈이다.

쥘리앵은 플라톤에서 칸트까지 이원론의 탄생과 변화를 분석하면서 그동안 기술과 자연을 대비시켰던 자신의 사유체계를 후회했다. 쥘리앵의 칸트 해석보다는 들뢰즈의 칸트 해석(3)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다. 유럽의 기술이 자연 속에서 과연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쥘리앵의 이번 에세이가 흥미로운 이유다. 쥘리앵은 대화를 하고 다른 사상과 직접 부딪쳐 지적 수준을 늘 갈고닦으라고 조언한다. 쥘리앵은 서구 보편주의보다는 문화상대주의를 일상에 적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몇 가지 개념을 정의할 때 더욱 정확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중국 사상에서 말하는 영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이처럼 쥘리앵의 에세이는 낡은 확신에서 벗어나고 모든 은유를 배제한 채 인생을 깨우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한다.

글•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우리가 사는 세계>(2011) 등이 있다.

<각주>
(1) 프랑수아 쥘리앵, <아름다움에 대한 신기한 사상: 대화집>(Cette étrange idée du beau-dialogue), Le Livre de Poche, Paris, 2011.
(2) 프랑수아 쥘리앵, <인생 철학>(Philosophie du vivre), Gallimard, Paris, 2011.
(3) 질 들뢰즈, <칸트의 비판 철학>(La Philosophie critique de Kant), PUF, Paris, 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