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그 이상의 잠

2011-08-08     도미니크 오트랑

<잠자고 싶었던 소년> 아하론 아펠펠드

참을 수 없는 잠의 유혹에 빠진 소년이 여러 피란민들에게 옮겨지고 또 옮겨져 마침내 이탈리아 나폴리까지 오게 된다. 피란민들은 이 소년을 ‘잠자는 소년’이라 부르며 소년의 수면병을 존중해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으려 동쪽으로 피란 갔던 사람들이 돌아온다.

1999년 저자 아펠펠드는 <어느 인생 이야기>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오랜 전쟁’의 경험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과 오랜 전쟁의 경험을 소재로 이미 20권 넘게 책을 썼지만 가끔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펠펠드의 다른 작품 <기적의 시대> <트실리>를 읽은 독자라면 <잠자고 싶었던 소년>에서 작은 역에 지체된 기차들이 나오는 장면과 뷔코빈의 유대인 소년 이야기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10살 때 강제수용소에서 탈출해 숲 속에 오랫동안 숨어 살면서 마침내 언어를 잃어버리고, 그 뒤에 도둑이나 성매매 여성 같은 사회 소외 계층에게 구조돼 마침내 몇 년 뒤 팔레스타인으로 향한 뷔코빈의 유대인 소년 이야기 말이다.

<잠자고 싶었던 소년>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은 17살이며 이름은 에르빈이다. 나중에 에르빈은 군 캠프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은 뒤,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국가 건설과 수호의 임무를 받고 이름도 ‘아하론’으로 바꾼다. 하지만 에르빈은 세상이 정해준 곳에 있지 않는다. 그에게 잠은 피란처 그 이상이다. 그에게 잠은 영양분이 되는 암흑이자 이미 이 세상에서 이별한 아버지·어머니·숙부들이 다시 살아오고, 사라져버린 마음속 세상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에르빈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꿈속 대화, 에르빈과 함께 농장에서 일하고 군에서 교육받아 나중에 전투에 나가게 되는 동료들과의 대화는 어느 것이 꿈이고 현실인지 알 수 없다.

<잠자고 싶었던 소년>에서 잠은 ‘기억’을, 걸음은 ‘글쓰기’를 상징한다. 전투 중 두 다리를 다친 에르빈은 8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는다. 에르빈은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신이 내게 다리를 돌려준다면 나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몇 년 뒤 아펠펠드는 소원대로 현재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작가가 돼, 글을 통해 시간을 영원한 순간으로 바꾸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도미니크 오트랑 Dominique Autrand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