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통제한 마윈의 과대망상

알리바바, 중국의 서사시

2021-03-31     조르당 푸이유 | 기자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그룹은 고객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전자상거래, 온라인 금융, 건강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로 성장했다. 은행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재벌그룹에 대한 의존성을 이제 깨달은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점차 그룹 창업자 마윈에게 등돌리길 바라고 있다.

 

“은행에서 10만 위안(약 1만 3,000 유로)을 빌리면 당신이 은행을 두려워한다. 1,000만 위안을 빌리면 당신과 은행 모두 두렵다. 10억 위안을 빌리면 은행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2020년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Bund Summit)에서 전 세계 은행권 최고 책임자들이 참석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Jack Ma, 馬雲)은 은근한 협박조로 말했다. 2019년 9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기존 은행 서비스의 낙후성과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에 대해 연설을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혁신과 규제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그는, “디지털화폐 창조”를 변호하고 나섰다. 

물론 자신이 설립한 앤트그룹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인 앤트그룹은 은행 거래 이력이 없는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거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 16년 간 앤트그룹은 환경, 지속가능성, 금융포용성(Financial inclusion,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운동 등을 포괄하는 의미-역주)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아 성장했다. 환경을 존중하고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금융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이 잘못을 계속 저지르겠다.”

 

알리바바의 성공비밀은 ‘권력’ 배경

마윈의 이같은 서정적 웅변은 앞서 연설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총재의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다. 며칠 후인 11월 2일, 마윈은 중국의 금융규제당국에 소환됐다. 그 다음 날,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던 앤트그룹의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 상장이 전격 취소됐다. 그 다음 달에는 영업 관행이 반(反)경쟁적이라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대한 전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그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억만장자 마윈이 88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체포, 해외도주 등의 우려가 일었다. 이후 마윈은 자신의 재단이 주최한 농촌교사 초청행사에 실시간 영상으로 등장해 겸연쩍은 목소리로 짧은 축사를 한 후 하이난섬의 골프장에서 목격됐다. 

마윈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2020년을 마감했지만, 그의 전자상거래 왕국 알리바바는 팬데믹이 휩쓴 이 해, 많은 성공을 거뒀다. 마윈은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룹의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7월 지분 1.4%를 무려 82억 달러에 매각한 후에도 개인 2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건위기를 겪으면서 작년 중국 내 온라인 판매는 11% 증가해 소비재 소매 판매의 1/4을 차지했다.(1)

알리바바가 선전하는 비결은 타오바오(Taobao, 淘宝网)다. 2003년에 설립된 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중소기업과 개인의 판매 공간이다.(2) 2008년, 타오바오가 두 개로 나눠지며 타오바오몰(Taobao Mall)이 탄생했다. 이후 티몰(TMall)로 이름을 바꾼 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국내외 대형 브랜드와 이들의 공식 배급업체가 입점했다(프랑스 고가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경우 중국 내 모든 온라인 판매를 티몰에 일임했다). 티몰은 차차 아마존(Amazon)을 본 딴 택배 서비스 차이냐오(Cainiao, 菜鸟)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Alipay)를 추가했다. 2008~2018년, 타오바오는 중국 온라인 판매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알리바바의 강점 중 하나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타오바오는 설립 직후 거래하기 전 양측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팅방을 개설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고속통신망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영상을 보여주고 돈을 버는 인터넷상의 젊은 인플루언서를 지칭하는 왕홍(网红)의 인기도 높아졌다. 

타오바오는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왕홍은 디지털 시대의 행상 역할을 하며 홈쇼핑을 새롭게 만들었다. 2009년, 알리바바는 ‘솔로들의 날’을 뜻하는 광군절(光棍节, 11월 11일)에 온라인 쇼핑 축제를 처음 시작했다. 24시간 동안 막대한 매출을 기록한(2020년 1초당 거래량 58만 3,000건) 이 행사는 왕홍의 승리를 입증했다. 광군절의 비정상적인 쇼핑 열풍은 끊임없이 즐길 거리를 찾아다니는 젊은 인구의 충동구매를 찬양한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재벌그룹

마윈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전통 상거래 분야인 슈퍼마켓 체인을 비롯해 택배, 클라우드, 영화관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눈부신 속도로 거대한 재벌기업을 건설했다. GPS 타입의 길 안내 시스템과 유튜브를 본뜬 동영상 사이트도 구축했다. 심지어는 홍콩의 최대 영자신문 중 하나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도 인수했다. 

마윈은 이와 동시에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을 세워 금융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앤트그룹으로 사명을 바꾼 이 계열사 역시 모기업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마윈이 열심히 쓰고 있는 신화에 의하면 과거 본인이 당한 모욕을 씻기 위해 금융계 진출을 감행했다고 한다. 그 역시 사업 초기에는 다른 모든 무명 사업가가 그렇듯 번번이 대출을 거절당했다. 2017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마윈은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95년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3개월이나 기다린 후에야 거절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기업용 웹페이지 제작 분야 진출을 모색 중이었다. 

이로부터 4년 후, 마윈은 대만 출신 캐나다 국적의 젊은 조세 전문 변호사 차이충신을 포함한 17명의 동업자와 함께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을 설립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이 투자금은 총 600억 달러 가치의 주식으로 변했다). 

알리바바가 자본금의 33%를 보유하고 있는 앤트그룹은 2004년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중국 전체 모바일 쇼핑 56%에서 이 결제 애플리케이션이 사용되고 있다.(3) 경쟁사 텐센트(Tencent, 腾讯)의 위챗페이(WeChat Pay)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이다. 세계은행의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중국 전체 인구의 1/5만이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동네 가게에서도 휴대폰결제가 흔해졌다.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상인들이 늘자, 노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시했으며, 2020년 12월 15일 “비은행 결제업자는 캐시리스(Cashless, 현금 없는 생활) 개념을 장려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현금 결제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4)

티몰 또는 타오바오에서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식당과 미용실을 이용할 때도 알리페이는 다양한 판촉행사를 제안한다. 2015년 출시한 자체 신속대출 서비스 화베이(Huabei, 花呗)를 통해서다. 화베이는 절대 구매자에게 돈을 직접 주지 않고 판매자에게 돈을 보낸다. 고객은 최대 10개월로 나눠 구매대금을 상환할 수 있다. 이자는 청구하지 않는다.  화베이는 끊임없는 소비를 유도한다. 더 이상 월급날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화베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에베이(Jiebei, 借呗)도 있는데 이 서비스의 경우 기존 은행들에 오랜 세월 무시당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대출 또는 선불 서비스는 (미국의 신용평가점수와 유사한 모델의)(5) 자체 시스템인 ‘지마신용(Sesame Credit, 芝麻信用)’에 근거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만큼 쉽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지마신용’은 알리페이 사용자가 원하면 구매 이력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최대한 많은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매일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점수와 대출한도, 최대 상환기간은 비례한다. ‘지마신용’ 점수가 높은 고객은 우수 소비자 클럽 가입자격을 얻는다. 이 경우 호텔 객실 예약 시 보증금을 요구받지 않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휴대폰 외장 배터리를 대여할 수 있으며, 도서관 이용 시 대출 가능한 도서 수가 늘어난다. 이 외에도 혜택이 끝없이 존재한다. 반대로 점수가 낮은 고객은 경제적 추방자 신세에 처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앤트그룹 동남아시아 지사의 간부 출신인 브랜든 장은 “지마에 대한 많은 환상이 존재한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했다. 마윈의 ‘지마신용’과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시험 운영 중인 사회적 신용도 시스템 사이의 정보 투과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비난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 정부 시스템의 경우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점수를 부여하고 나쁜 행동을 하면 점수를 깎는다.(6) 브랜든 장은 “물론 그 어떤 다른 국가도 중국 기업에 이 정도까지 데이터 접근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를 원하지만, 실제 기술적으로 접근 가능한 개인 정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안심시켰다.

 

마윈의 거대한 디지털화폐 계획

그런데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가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는 동안 수동적인 관찰자에 머물렀었다. “프랑스에서는 도로와 신호등을 먼저 완성한 후에야 차량 통행을 허가한다. 중국의 상황은 다르다. 신호등이 나중에 세워진다. 바로 이것이 중국의 경제개방 당시 벌어진 상황이다.” 브랜든 장이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우선 시험적으로 자유롭게 내버려두지만, “일단 규제가 확립되면 물론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앤트그룹의 확장과 증시 상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물론 중국 (국유)은행의 ‘전당포식’ 사고방식을 규탄하고 정부의 통제에 대해 경고한 마윈의 발언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 이유는 아니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우선, 대출분배와 화폐창조를 제어하는 것이다. 러우지웨이 전 재무장관은 작년 12월 20일 센젠에서 개최된 중국 자산관리 50인 포럼(China Wealth Management 50 Forum)에서 “앤트그룹 상장 중단 조치는 금융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만약 문제가 발생해 정부가 구제에 나서야 할 경우 혈세가 낭비된다. (…) 핀테크 분야에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처럼) ‘파산하기에 너무 큰 존재(too big to fail)’가 출현하는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결코 민간 부채 관리를 소수의 신생 금융기업에 일임하지 않을 것이다. 재무장관을 지낸 러우지웨이는 이미 상업은행들이 불량 대출 때문에 얼마나 부실한 상태인지 잘 알고 있다. 2020년 여름, 내몽고 지방은행 바오샹(Baoshang)은행은 베이징 당국이 오랫동안 묵인했던 문제성 채권의 축적으로 결국 파산했다. 

사실 “앤트그룹은 세계에서 금융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금융기관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는 거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미국 인터넷 미디어 <악시오스(Axios)>의 금융 전문가 필릭스 새먼이 지적했다. “만약 한 기술 기업이 금융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을 겸한다면 다른 모든 거대 금융 서비스 주체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7) 앞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에서 만든 ‘디엠(Diem)’(Libra에서 명칭 변경)처럼, 비국가적 디지털화폐 발행을 역설한 마윈의 발언은 제어가 불가능한 공룡의 탄생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음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앤트그룹은 성공적인 해외투자 유치로 이미 충분히 거대해진 상태였다. 가장 최근 열린 2018년 기관투자 유치회의에서 앤트그룹은 싱가폴 국부펀드에서 7억 8,000만 달러,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에서 6억 5,000만 달러,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에서 6억 달러, 미국의 투자사들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 Management)와 칼라일(Carlyle),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에서 5억 달러를 유치했다.(8) 인민은행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상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화폐의 시험 운영을 시작하는 상황도 마윈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9)

판결은 내려졌다. (투자기관과 그들의 투자 수익을 생각하면 애석한 일이지만) 앤트그룹은 새로운 지시가 있을 때까지 상장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속되기에 너무 큰(Too big to last)’ 이 매머드급 기업의 일부가 해체될 때까지는 말이다. 마윈은 이를 자신이 20년간 유지해온 이중성에서 벗어날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편으로는 이타적인 기업가로 성장한 소박한 영어 교사로서 21세기의 레이펑(마오쩌둥 시절 영웅으로 칭송받은 모범 시민이자 노동자)을 자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진핑 주석을 건너뛰는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의 강대국들을 향해 거버넌스를 설파하는 자기도취적인 기업가의 면모도 있다. 

2014년 미국 <CNN>에 방영된 기사 형식의 광고에서 마윈은 자신이 새로 건설한 ‘빅데이터 밸리(Big Data Valley)’에 미국의 디지털 기업을 유치해 구이저우성을 가난에서 탈출시키겠다고 자찬했다. 그는 또한 우한시에서 후베이성 지방정부에 기술을 제공해 COVID-19 팬데믹 발원지 인근을 다녀간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지역에서의 택시 탑승, 기차표 구매, 알리페이 사용 정보가 알리바바의 알고리즘으로 분석됐다. 감염 위험이 낮은 사람들은 ‘녹색’ 건강 QR코드를 발급받아 격리에서 해제됐다. 이 방식은 수개월에 거쳐 중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권력과 알리바바와의 관계가 이처럼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는 처음이다. 

 

“하늘 아래 적수가 없다”

마윈은 권력에 충성과 훈계를 함께 보냈다. 2017년 1월, 그는 당시 미 대통령 당선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5년 내에 미국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8일 후 다보스 포럼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IBM, 시스코(Cisco),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중국에서 하청으로 제품을 생산하며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이 돈은 어디로 사라졌나? 미국은 너무 많은 전쟁을 벌였다. 왜 미국의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나? 미국은 올바른 방식으로 돈을 분배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계화는 바람직하지만 포용적이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마윈은 또한 중국의 ‘대군(大君)’답게 “나는 중국인으로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을 지휘하는 책임을 맡아서 기쁘다. (…) 하지만 중국은 더 개방을 해야 한다.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계를 향해 문을 더 활짝 열 것이라 믿는다”라고 장담했다.

그의 말에 매료된 청중들 앞에서 마윈은 “대기업을 위해 설계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부족함을 보완할 목적으로 전 세계의 중소기업을 위해 자신이 설계한 세계전자무역플랫폼(eWTP)도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이 플랫폼은 전자상거래 규정의 “세계적인 조화”, 통관절차의 간소화, 물류 인프라의 발전을 지향한다. 르완다가 아프리카 최초로 이 플랫폼을 도입했다. “모든 국가가 (르완다처럼) 이 플랫폼을 도입하면 아프리카가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eWTP 공식 출범식에 폴 카가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마윈이 외쳤다.(10)

하지만 마윈의 과대망상이 절정에 달한 것은 2017년 11월 11일이다. 그는 이날 단편영화 <공수도>(攻守道,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20분 분량의 이 영화에서 마윈은 이연걸, 견자단, 몽골의 씨름선수를 비롯한 유명 무술 고수들과 연이어 대결을 벌인다. 물론 마윈이 이들을 모두 꺾은 후 태극권 동작을 선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이때 영웅을 찬양하는 문구들이 그를 둘러싼다. “어떤 교리도 따르지 말고 오직 업보를 따르라. 무적의 심장. 하늘 아래 적수가 없구나…”

이 영상을 공개할 당시 이미 마윈은 스스로 믿는 것처럼 우상과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경쟁기업 텐센트, JD닷컴(JD.com)에 이어 곧 핀둬둬(Pinduoduo, 拼多多)에도 따라 잡힌 알리바바는 더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소액신용대출(Microcredit)에 중독된 5억 명의 중국인 중 신경제에 익숙해진 많은 청년들이 SNS에서 원망을 표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집값이 비싼 데, 영원한 빚의 굴레 때문에 집을 살 돈을 모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로서의 면모도 살펴보자. 미디어에 매우 강한 기업가인 마윈은 항상 청년들에 둘러싸여 그들의 활력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청년들에게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라는 교훈을 설파한다. 2017년 10월 18일, 그는 재학생이 4만 명에 달하는 명문 모스크바 국립대에 초청받았다. 이때 마윈은 더 이상 6년 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노란색 셔츠를 입고 나타난 깡마른 사내가 아니었다. 당시의 그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옷 입는 방식과 말투를 따라하며 강연을 했었다. 

마윈은 흰색 차이나칼라 셔츠에 짙은 남색 스웨이드 재킷 차림으로 모스크바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사람들이 기술혁명을 걱정하게 내버려 둬라. 나는 울지 않는다. 내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울지 말고 경쟁자들을 울려라.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공하길 바란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나는 작년 867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알리바바의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알리바바는 남들과 다른 유일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은 힘들다. 내일은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모레는 찬란할 것이다.”(11) 

“알리바바에서의 하루는 전쟁 같다.” ‘홍차’라는 가명을 요청한 한 가장이 말했다. 그는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 차이냐오의 항저우 본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항저우는 20년간 인구가 10배 증가하며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했다. “예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하이 수준에 못 미치지만 항저우는 마윈처럼 전자상거래와 신경제로 숨 쉬는 도시다.” ‘홍차’는 마윈이 어느 날 공식적으로 정한 ‘9-9-6’ 원칙에 맞춰 업무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는 뜻이다. 채용 직후 7일은 오로지 알리바바가 추구하는 가치를 배우는 데 할애된다.

‘홍차’는 자신이 근무한 2년 동안 평균 연봉이 25만 7,000유로였는데, 이 중 일부는 주식으로 받았다고 털어놨다. 급여가 높은 대신 모두가 경쟁관계에 있는 체계 속에서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는 매우 중앙집권적인 구조다. 나처럼 P8 직급을 가진 직원이 중국에서만 1만 명이다. 하지만 고위간부에 속하는 P10 직급은 300~400명에 불과하다. P10 직급인 내 상사의 경우 4개의 P8팀을 지휘했는데, 이 중 오직 한 팀만 P9으로 진급시키겠다고 공언했다. P9으로 승진하면 급여가 오르고 주식도 2배로 받는다.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는 또한 ‘3-6-1’로 불리는 연례 평가제도도 언급했다. “간부 중 30%가 ‘우수’, 60%가 ‘적격’, 나머지 10%가 ‘부적격’ 평가를 받는다. 2년 연속 하위 10%에 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지롱드의 와인 양조장 주인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알리바바가 필수적인 덕목으로 여기는 단합력(Teambuilding)도 길러야 한다. “10명씩 짝을 지어서 무작위로 뽑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개 사적인 질문들로, ‘첫 키스 장소’같은 것들이다. 알리바바의 본업인 상인들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리바바는 직원들이 실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토론방인 전자게시판(BBS)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온갖 주제들이 신랄하게 다뤄진다. “상사의 부당한 평가에 불만을 제기하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많은 댓글이 달리고 논쟁에 불이 붙다가, 양측이 대화방을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직원들은 이런 종류의 논쟁을 구경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마윈이 외부에서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거나 중요한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 보내는 글을 올리는 곳도 이 전자게시판이다. ‘홍차’는 “결국 진짜 노예들은 핀둬둬(타오바오의 저가 경쟁사)의 직원들이다. 이들은 매달 330시간 일하고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나서야 퇴근할 수 있다. 이것이 회사 규칙이다.”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알리바바는 벨기에 리에주 공항 인근에 물류 플랫폼 건설을 원하고 있다.(12) 프랑스에서 마윈은 한층 개인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6년 그는 샤토드수르(Château de Sours) 와인 양조장을 인수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순례자들의 옛 쉼터인 이 양조장은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의 생캉탱드바롱(Saint-Quentin-de-Baron)에 있다. 2014~2020년 마을의 읍장을 지낸 잭 알레는 “나는 이 양조장을 구경하러 온 중국 관광객을 실은 차들이 마을을 가로지르기 전까지 그 남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마윈은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와인 판매장을 폐쇄했다. 헤일 캐논(Hail cannon, 우박 방지용 대포)도 설치하지 않은 채 200헥타르의 땅에 포도나무를 심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품종 포도나무를 들여왔다. ‘퍼머컬처(Permaculture, 영속적인 농업)’를 강요하고,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다. 원산지 명칭 등록(A.O.C.)도 포기했다. 이 때문에 주변 포도 재배농장 일부의 원성을 샀다. 마윈은 이미 이 양조장에 2,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2023년 처음 선보일 와인은 전량 수출할 예정이다. 향토적인 면은 어디에도 없다. 

마윈은 어디서나 지배적인 모델을 무너뜨리고 싶어하고 멀리 내다보며 돈을 쏟아붓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글·조르당 푸이유 Jordan Pou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2008~2014년 중국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다. 아시아, 특히 중국에 관한 기사를 전문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유럽 탐사보도 기자들의 모임인 ‘Investigate Europe’의 회원이다. 저서에는 『Le tigre et Moucheron: sur les traces de Chinois indociles 호랑이와 날파리: 다루기 힘든 중국인들의 발자취』(2014)가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Chine : les ventes au détail en ligne en hausse de 10% en 2020 중국: 2020년 온라인 소매 판매 10% 증가’, <신화통신>, 베이징, 2021년 2월 3일.
(2) Martine Bulard, ‘Paysans chinois entre cueillette et Internet 수확과 인터넷 사이에 위치한 중국 농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1월.
(3) 2020년 상반기 기준, 베이징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 자료.
(4) ‘China central bank urges wider acceptance of cash as payments go digital’, <Reuters>, 2020년 12월 15일.
(5) Maxime Robin, ‘Aux États-Unis, l’art de rançonner les pauvres 미국이 가난한 국민의 돈을 강탈하는 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9월.
(6) René Raphaël & Ling Xi, ‘Bons et mauvais Chinois 착한 중국인과 나쁜 중국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월.
(7) William Pesek가 인용, ‘Xi walks a tightrope by reining in Jack Ma’, <Asia Times>, Hongkong, 2021년 2월 9일.
(8) Jing Yang & Julie Steinberg, ‘How a “surefire” bet on Ant Group has trapped global investors’,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21년 2월 9일.
(9) Evelyn Cheng, ‘China plans to hand out $1.5 million in a digital currency test during the Lunar New Year’, <CNBC>, 2021년 2월 8일.
(10) Ristel Tchounand, ‘E-commerce: avec eWTP Africa, Alibaba fait du Rwanda le premier pays d’Afrique de sa plate-forme mondiale 전자상거래: 알리바바가 아프리카 최초로 르완다에 아프리카 eWTP를 도입하다’, <La Tribune Afrique>, 2018년 11월 1일, https://afrique.latribune.fr
(11) ‘Jack Ma holds lecture at Moscow State University’, <Ruptly>, 2017년 10월 18일, YouTube.
(12) Cédric Leterme & Sebastian Franco, ‘La Belgique sur l’échiquier mondial d’Alibaba 세계를 무대로 한 알리바바의 체스 게임판 위의 벨기에’를 주로 참조, Mirador, 2019년 10월 1일, www.miradormultinationales.be

 

 

건강관리, 전략적 분야

 

돈이 되는 분야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알리바바는 2014년 건강관리 분야에 진출했다. 장융 알리바바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분야는 우리 기업에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라고 분석했다.(1) 중국은 한없이 크게 벌어진 도농 간 진료서비스 격차로 고전 중이며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소득이 낮고 사망·출생률이 높아 기초적인 진료가 필요한 인구에서, 소득이 증가하고 사망·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준 높은 진료를 요구하는 인구로 변했다. 진료 시스템도 이에 맞춰 진화했다.” 2018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연구원이자 보건경제학자인 카린 밀상이 분석했다.(2) 

마윈은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알리헬스(AliHealth)를 출시했다. 타오바오로 확보한 충성고객(위 기사 참조)에게 보충형 건강보험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화상 진료도 운영하는데, 진료 후에는 환급 가능한 약을 처방해 30분 안에 집으로 배달도 해준다. 경쟁사 JD닷컴도 이를 모방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알리헬스는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로 이용 가능하다. 사용자가 증상을 입력하기만 하면 봇(Bot,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알아서 온라인에 등록된 전문의 포함 3만 9,000명의 개업의 중 일부와 연결해준다. 의사들은 경력에 따라 다른 요금을 부과한다. 내원 예약을 잡아주기도 한다. 2020년 1월 29일, 중국 내 수십 개의 도시가 봉쇄됐을 때 알리헬스는 1일 원격진료 수 10만 건을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알리헬스의 주가는 1년 만에 52% 상승했다. 

중국은 “동네병원이 없고 대형병원만 있는 나라다…. 시설이 가장 좋은 대도시 병원들이 전체 진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감기도 암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마케팅 자문가 자비에 브로샤르가 설명했다. 그는 천식 치료제 시장 정복을 모색 중인 유럽 연구소들을 위해 상하이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중국의 진료서비스를 잘 알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몇 시간을 대기한 후에야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의사를 만나 고작 몇 분 진찰을 받는다. 다음 환자가 이미 당신 등 뒤에 서있는 경우도 있다. 야전병원 같다. 이 때문에 다툼이 벌어지고 심지어 폭행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브로샤르는 “디지털 솔루션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병원에서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평점제도로 실력 있는 의사를 발굴할 수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현 시스템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하지만 환자는 평범한 고객 그대로일 것이다).

이 틈새시장에서 핑안(Ping An, 平安)보험은 상가에 원격진료 부스를 설치했다. ‘굿닥터(Good Doctor)’라는 이름의 이 부스는 의약품 배급업체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알리헬스는 13번째 5개년 계획(2016~2020)에 발맞춰 진화했다. 이 계획은 “2020년까지 건강보험 보편화를 목표로 했다. 동시에 디지털 건강관리와 민간건강보험을 포함한 민간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추구했으며, 의료정보체계의 규격화 확대와 의료서비스 당사자 간 정보 전송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라고 카린 밀상이 강조했다. 정부는 병원의 혼잡도를 낮추고자 인공지능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하면 가정에서도 질병을 감시하고 보건위기의 징후가 보이는 즉시 경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리헬스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  

 

글·조르당 푸이유 Jordan Pouille
번역·김은희


(1) 알리바바의 보도자료, 항저우, 2018년 5월 29일.
(2) Carine Milcent, ‘Systèmes de santé chinois: clés de décryptage 중국의 의료 시스템: 이해의 열쇠’, HAL, 2018, https://hal.archives-ouvertes.fr

알리바바 그룹

 

알리바바 그룹은 1999년 마윈이 17명의 동업자와 함께 창설했다. 

 

본사 : 항저우(중국)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 장융(대니얼 장) 

전 세계 직원 수 : 12만 2,399명 (2020년), 1년 사이 4% 증가

증시 상장 : 뉴욕 2014년, 홍콩 2019년 상장.

 

주주 : 소프트뱅크(Softbank, 일본) 25%, 마윈 4.9%, 블랙록(BlackRock, 미국) 3.1%, 차이충신(대만 출신 캐나다 국적의 공동 창업자) 2.8%, 티로우프라이스(T. Rowe Price, 미국) 2.3%. 이 외에도 장쩌민 전 국가주석(1993~2003)의 손자가 운영하는 투자기금 보유캐피털(Boyou Capital)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계열사 : 타오바오와 티몰(Taobao, TMall, 온라인판매), 차이냐오(Cainiao, 물류 플랫폼), 어러머(Ele.me, 음식배달), 선아트와 프레시포(Sun Art, Freshippo, 마트),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 클라우드), 알리헬스(AliHealth, 의료), 플리기(Fliggy, 여행사),  오토나비(AutoNavi, 지도 서비스), 유쿠(Youku 동영상 사이트), 알리바바픽쳐스(Alibaba Pictures, 영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홍콩의 최대 영자신문 중 하나).

 

앤트그룹은 알리페이에서 출발한 금융사로 2004년 마윈이 창설했다. 알리바바가 자본금 33%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