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

2021-03-31     필리프 파토 셀레리에 | 저널리스트 겸 작가, 현대예술 전문가

“반역죄! 11년에서 17년 구형!”

인도네시아의 발릭파판 지방법원 판사들이 내린 판결이다. 2020년 6월의 이 선고는 중형에 속한다. 이 선고는 열도 동쪽 보르네오 섬의 인도네시아령에 속한, 칼리만탄티무르 주(州)로 최근 이송된 파푸아인 수감자 7명에게 내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죄목은 무엇인가? 60년 넘게 파푸아인들을 억압해온 반(反)파푸아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거나 조직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에서 시작됐다. 2019년 8월 16일 인도네시아 동(東)자바 주에 위치한 수라바야에서 43명의 파푸아 학생들이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특수부대가 파푸아 학생들이 묵던 기숙사를 급습했다. 잠시 뒤, 최루탄을 맞고 폭행을 당한 파푸아 학생들에게 수갑이 채워졌다. 

요약하면, 이들은 죄인의 신분으로 이송됐고,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군중이 욕설을 하고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은 학생들의 유죄를 확신하는 듯했다. 이런 확신은 죄의 본질(인도네시아 국기를 훼손해 하수구에 버린 것)보다 학생들이 어느 민족 출신이냐에 근거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로부터 350년이라는 속박의 세월에서 벗어나 1945년 독립했는데, 피부색이 검은 파푸아인들이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연례행사를 보이콧했다는 이유였다.

 

인도네시아화 계획

이 국경일의 합법성을 따지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특히 파푸아인들에게는 쓰디쓴 일일 것이다. 과거 식민지 피지배자였던 자들이, 그들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조상들의 땅인 서뉴기니는 1963년 5월 1일, 인도네시아에 강제 병합됐다. 열도에 편입된 파푸아인들의 땅(인도네시아에 편입된 뒤 서뉴기니는 파푸아 주와 서파푸아 주로 분리)은 열도 전체의 인도네시아인들을 서파푸아로 이주시키는 인도네시아화 계획에 굴복했다. 

파푸아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소수민족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1) 게다가, 법을 존중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에게서조차 모욕당하고 있다. 2019년 8월 16일 기숙사 주변에서 찍힌 영상이 이를 명백히 입증한다. 증오에 찬 군중 속에, 온갖 근본주의자, 민족주의자, 종교단체들이 있었다. 그중 유난히 보안군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파푸아인 대학생들을 “돼지, 원숭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모욕했다. 사방(Sabang)에서 메라우케까지, 인도네시아 열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이 영상들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전례 없는 규모였다. 

2019년 8월 19일~9월 30일, 90여 건의 반인종주의 및 평화 시위가 파푸아 및 인도네시아의 40여 개 도시에서 이어졌다. 수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 및 민병대에게 폭행을 당하고 강제 해산되기까지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다! 인종차별을 금지하라! 민족자결 투표를 실시하라! 고향을 돌려 달라!”고 부르짖었다. 소식통에 의하면,(2) 이 폭동으로 총 60명의 사망자(파푸아인 및 인도네시아인 포함)와 280명의 부상자(군이 병원을 감시 중이므로, 부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가 발생했다. 군부대의 진압으로 2만 2,800명이 집을 떠났고 현재는 그 수가 4만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31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주로 여성과 어린아이들이었다. 

체포된 운동가 1,000명 중 115명이 기소됐고, 반역죄로 고발된 22명 중 파푸아인 7명이 거주지에서 2,500km 떨어진 발릭파판으로 이송됐다. 법정 심리의 안전과 공정성을 이유로, 공식적으로 재판지 변경이 인정된 것이다. 비공식적으로는 변호 업무를 방해하고, 7명의 피고인(파푸아의 주요 지도자들)에 대한 물적 지원, 가족 및 공동체의 지원, 정신적 지원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7명의 피고인은 다음과 같다. 서파푸아의회 의장으로 국민적 단결을 촉구하는 30여 개 조직을 이끌고 있는 부치타 타부니(Buchtar Tabuni), 파푸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운동인 서파푸아 국민위원회(KNPB) 회장 아구스 코세이(Agus Kossay), KNPB 티미카 지부장인 스테바누스 이틀레이(Stevanus Itlay), 파푸아 최대 대학(센드라워시대학)에서 학생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페리 곰보, 나머지 3명은 학생연합회 책임자이자 운동가다. 

 

위협받는 변호인들

2020년 6월 5일, 검찰은 인도네시아 형법(CPI) 제106조에 의거해 정치 지도자 3인에게는 17년 형을, 학생 지도자 4인에게는 11년 형을 구형했다. 인도네시아 형법은 “국토 전체 혹은 일부를 외세의 지배에 처하게 하거나, 국토를 분리할 의도로 행해진 반역죄를 (…) 무기징역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는 ‘형사상 범죄 행위’가 ‘객관적 정황’, 즉 행위 자체에서 벗어나는 매우 모호한 정의다. 2018년에 임명된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반역죄 관련 조항들이, 헌법이 수호하는 근본적인 자유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형법 제87조를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 조항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시도를 그 자체로 ‘명백한 의도’로 간주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명백한 의도’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상반신에 파푸아 국기 문양을 칠하고 거리에서 행진한 것, 자유롭게 집회에 참여한 것,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한 것…. 이런 상황과 입장과 징후들이 오로지 판사들의 재량에 맡겨졌다. 비정부기구(NGO)인 파푸아국제연맹이 강조한 것처럼,(3) 시의적절하게 적용될 이 법적 모호성은 판사들이 표현의 자유를 범죄화하고, 개인 자유의 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형법 제106조는 평화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을 체포 및 처벌할 권한을 인도네시아 당국에 부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도네시아 법조인은 “이렇게 되면 소송의 실제 대상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비난의 대상을 뒤바꿀 수 있다. 즉, 이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푸아인들에 대한 권력남용으로 비난받지 않고, 파푸아인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 것으로 지탄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법조인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반박할 수 없을 때, 그 증거를 제시한 사람들의 신뢰성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 한 가지 검증된 방법이라고 말한다.

변호인들로서는, 물리적 협박과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이 상황을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2020년 여름, 몇 주 사이로 파푸아 출신의 두 변호사, 율리아나 야반사브라와 가니우스 웬다가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변호사들은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4) 두 사건은 인도네시아 비밀중앙정보부(BIN)에 의해 독살된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무니르 사이드 탈리브(1965~2004)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5) 

현재 인도네시아 정보부는 변호사인 베로니카 코만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뒤쫓고 있다. 수라바야 기숙사 공격 사건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폭행 및 죽음의 위협을 받는 이 젊은 여성은 오스트레일리아로 피신해야 했다. 베로니카는 인종혐오 교사(敎唆) 및 민족 간 증오를 선동하는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당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파푸아에서 인터넷으로 루머와 가짜 뉴스 유포를 위해 (페이스북에서만) 3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사실을 놓고 보면, 이런 고발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6)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여성의 신병을 인도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경보를 요청한 상태다. 

파푸아에서 인권 침해를 알리는 일은 어렵다. 우선 국제 언론이 허용되지 않으며, 자야푸라 소재 인터넷 신문 <타블로이드 주비>의 편집장 빅토르 맘보같은 파푸아 출신 현직기자가 드물다. 게다가, 그들은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7)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더 어려운 상황이다. 위생수칙으로 금지하는 것도 아닌데,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만날 수 없다. ‘신체적 거리두기’는 일반 범죄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지, 비위생적인 독방에 수감된 파푸아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사례

발릭파판 소송에 대한 관심을 되살린 사건은, 놀랍게도 인도네시아 열도에서 15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2020년 5월 25일, 미국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화면으로 생중계된 것이다. 이 장면을 본 많은 이들은, 2016년 6월 인도네시아 경찰에 의해 얼굴이 짓밟힌 채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던 오비 코고야(Obby Kogoy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마리우스 베테라, 2020년 5월 16일 
인도네시아 경찰에 구타당해 사망.

· 헤니코 소마우와 알레말렉 바가우, 의료인,
2020년 5월 23일 소마우는 살해됐고 바가우는 중상. 

· 유스티누스 실라스 디마라, 
    2020년 5월 25일 물대포에 맞아 사망. 

· 게르손 손 타부니, 5월 26일 총상, 
    구금 및 고문당함.

· 칼렙 킬룬가, 같은 날 체포,
    구금 및 고문당함.

 

플로이드와 코고야의 얼굴을 나란히 붙인 사진이 즉각 SNS에서 퍼져나갔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의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는 #PapuanLivesMatter(파푸아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로 바뀌었고, 운동가들이 이 해시태그를 이어나갔다. 엄격한 종교 당국의 지배 아래, 자유 침해를 점점 심화하는 정치체제가 뒤엎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소수 진보주의자들도 이에 동참했다. 같은 시기 얼마나 많은 파푸아의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되고 폭행을 당했을까?

대학생, 고등학생, 노조, 배우 등 10여 개 단체가 인종차별을 규탄했다. 우데이도 공동체(Collectif Udeido) 같은 예술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일간지 <자카르타 포스트>와 공동으로 ‘토나위 마나(Tonawi mana)’라는 사이버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의 목적은 단 하나, 아직까지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잔혹한 비아크 학살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이를 일깨워주기 위함이다.(8)

주류 언론은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하고 있으나, 동일한 연대정신에서 파푸아인들이 겪는 인종적 폭력을 알리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 외국에 있는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언제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마련이다. 예속 상태에 있는 대상이 소수(250만 명의 파푸아인)이기 때문에 다수(2억 6,50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가 무관심과 무지를 나눠가질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파푸아의 지방들(금광, 동광, 천연가스 등)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흑인의 특성을 더 부각시키는 이런 상황을 기회로 본다. 파푸아인들의 처지가 그들이 뿌리를 둔 오세아니아 밖에서 아무런 관심을 얻지 못한다면, 피부색 때문에 예속 상태에 놓여야 할 그들의 운명은 보다 공통된 정치투쟁의 도구가 될 것이고, 지도자들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파푸아인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유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 외에 그다지 큰 공통점은 없다. 그들을 죽여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만큼 둘 다 검은 피부를 지녔다는 고통 말이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아프리카에서 멜라네시아까지 국제 언론(<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젊은 아프리카(Jeune Afrique)>, ABC 뉴스, <자카르타 포스트> 등)은 이 소송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인권보호협회, 정치학자, 법조인들은 ‘표현의 자유’와 ‘반역 행위’ 사이에 교묘하게 불명료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발했다.(9) 새로운 형법이 앞으로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들(인도네시아 사회의 교화, 국가 최고 권위자들에 대한 모욕의 범죄화)을 불투명하게 설치한다 해도, 인도네시아가 수하르토(1967~1998 재임)와 그와 같은 독재자를 거부하는 공감대는 수많은 시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

 

4명 죽이고 2개월 형

이런 반응에 대해 인도네시아 당국은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듯하다. 지금은 회유할 시간이다. 판결이 내려졌다. 판결은 구형을 따르지 않았다. 형량은 17년에서 11개월로, 10년에서 10개월로 대폭 감형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런 관대한 처분은 명백히 합법성의 결여를 시사하기 때문에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무슨 근거로 파푸아 국민들에게서 인도네시아 헌법 제28조 및 그 이하 조항이 보장하는 이 기본권들(표현, 집회, 의견의 자유)을 박탈한단 말인가?

이는 파푸아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또한 예외적 관할권인 인도네시아 군사법정이 자국 군대의 파자르 하사관에게 내린 형량을 인정하는 셈이다. 파자르는 파푸아인 4명을 죽였고 1명을 평생 불구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2019년 5월 27일, 그에게 내려진 형은 단 22개월이었다.

자카르타는 이미 새로운 수를 두고 있다. 2021년에 만료되는 ‘2001년 10월 22일 특별자치법(LAS)’을 2041년까지 연장할 계획인 것이다. 2003년에는 파푸아 주를 2개로 나누고 이 지역의 행정구역(군, 또는 인도네시아어로 카부파텐)을 4배(10개에서 42개로)로 늘렸다. 이런 행정구역의 확대는 새로운 주의 설치를 예고한다. 4개? 6개? 8개? 

어떤 답변이 나올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떤 답변이 됐든, 결정은 파푸아인들과의 협의 없이 특별자치법에 명백히 배치되는 범위에서 내려질 것이다. 특별자치법은 “파푸아 주가 파푸아 주민의 희망과 기본권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파푸아 주민의 주도로 자신들의 이익을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파푸아 주에 인정되고 부여된 특별권”으로 정의돼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분권형 관료와 결합된 행정 분리(페메카란)의 확산이 파푸아 분리주의에 대해 해독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파푸아인들에게는 민족 집단(민족언어학적 기준에 의하면 270개 이상)이나 집단 내 혈족구조 간 권력관계 붕괴가 경쟁구도를 강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각 집단은 중앙정부가 할당하는 조세권을 가지는 (주지사 등) 요직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법 제4조에 따라) 지방정부는 국제관계, 국방, 안보, 사법, 통화 및 예산 정책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만큼, 이 재정적 권한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특별자치법에 의하면, 파푸아에서 개발된 천연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은 파푸아인들에게 더 많이 재분배해야 한다.(10) 그러나 이런 재분배는 대개 경제개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와 관련된 최우선 당사자에게는 피해를 입힌다. 역대 가장 야심찬 토지계획인 ‘메라우케 식량 및 에너지 자산(MIFEE)’은 2010년 8월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대통령 임기 2004~2014년) 재임 당시 출범했다. 메라우케(파푸아의 도시) 지역을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식량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93만 헥타르의 개간지에서 93%에 육박하는 농지가 펄프(59만 4,000헥타르) 및 팜유(26만 6,000헥타르)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됐다. 

 

식량 재배 감소

남은 7만 헥타르의 땅에는 최근까지 파푸아 주민들에게 주 영양 공급원의 토대가 되는 사고야자(파푸아인들은 이 열매의 전분이나 과육을 주식으로 한다) 대신 쌀 같은 식량이 재배됐다. 파푸아인들의 주식이 되는 과수목을 곡물이 차츰 대체하면서, 생태계와 상호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전통 생활방식(채취 및 사냥)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고, 이제 파푸아인들은 이런 변화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삶의 자양분이 되는 땅을 수출용 작물(팜유, 방목권, 통나무 거래) 재배지로 뒤바꿔 자신들을 약탈하고 굶주리게 하는 자들에게 늘 그렇듯 헐값으로 고용되고, 먹고 살기 위해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2020년 말, 파푸아인들은 특별자치법에 항의하기 위해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섰다. 자야푸라 센드라워시 대학의 파푸아인 학생인 J는 주장했다. “우리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인도네시아 정권이 끌어내린 모든 것의 가치나 공적을 되찾기 위해 싸운다면, 자기주장을 위한 투쟁에 가려 민족 자결 투쟁이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민족 자결 투표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1969년, 인도네시아 당국이 위협과 협박으로 약 1,000명의 파푸아 노인들에게 ‘자카르타에 합병되기를 원한다’라며 가짜 투표를 유도해서 훔쳐갔던 독립을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이에, 인도네시아 군부는 또다시 실탄으로 대응했다. 센드라워시 대학 캠퍼스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폭력의 격화가 불가피해지자, 곳곳에서 인도네시아군의 거칠고 잔인하며 소리소문 없는(언론 보도가 없는) 진압이 자행됐다. 

2020년 9월 19일, 저명한 파푸아인 목사 예리미아 자남바니가 인탄 자야의 히타디파에서 인도네시아 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시신이 끔찍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파푸아 교회협의회는 암살행위를 규탄하고 특별자치법의 확대를 단호하게 비난했다. 이 법은 파푸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천연자원(금, 구리, 천연가스, 통나무, 팜유 등)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고안된 ‘극단적이고 과도한 군사화 계획’을 합법화한다는 것이었다. 목사가 암살된 뒤, 이 지역 주민 1만 1,000명 가운데 몇 명이 숲으로 도망쳤을까? 

이제 인도네시아 군은 이 지역을 장악해 학교를 동원하고 사령부를 설치했다. 서파푸아 교회협의회의 베니 지아이는 “현재 이 지역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광산업체 PT 안탐이 수익성 있는 와부 금광맥(금 24만 8,000톤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을 개발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와부는 미국의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런이 개발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생산한 그라스버그 금광의 유황지대 북쪽에 있다. 이같은 부패, 투기, 인종차별, 사형, 무처벌에 파푸아는 무너지고 있다.

파푸아 지도자들이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유엔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외치는 사이, 불과 며칠 전 또 다른 대학생들(마티아스 수, 야코부스 괌, 디미시엔 코박)이 폭행과 고문으로 사망했다. 또한 파푸아인 10여 명은 반역죄로 체포됐다. 한 특파원은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다면 처벌은 분명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푸아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Papuans lives matter!) 그렇다. 우리도 살 자격이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우리가 생존의 자격을 얻게 될까?” 

 

 

글·필리프 파토 셀레리에 Philippe Pataud Célérier
저널리스트 겸 작가, 현대예술 전문가. 아시아 예술가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협회 ‘Est-Ouest 371’의 공동 창립자(2015년)이다. 자신의 웹사이트 www.philippepataudcélérier.com에 예술과 국제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번역·조민영 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Philippe Pataud Célérier, ‘Les papous minoritaires en Papouasie 파푸아 독립운동에 나선 소수민족 파푸아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2월호, 한국어판 2015년 4월호.
(2) Veronika Koman, ‘The 2019 West Papua Uprising: Protests against racism and for self-determination’(PDF), Tapol, London, 130면, 2020년 10월.
(3) International Coalition for West Papua, ‘Human rights and conflict Escalation in West Papua’, sixth report, 2020년 1월.
(4) Steeve Sweeney, ‘West Papua lawyers die in mysterious circumstances’, <Morning Star>, London, 2020년 8월 26일.
(5) Fédération internationale pour les droits de l’homme(국제인권연맹), ‘Indonesia: Ongoing impunity in the murder of Mr. Munir Said Thalib’, Refworld, Geneva, 2009년 1월 5일.
(6) Louis-Marie Heuzé, ‘Une campagne de désinformation en Indonésie dévoilée par l’Open Source Intelligence 공개출처정보가 밝혀낸 인도네시아 정보조작 작전’, 2019년 11월 7일.
(7) Pacific media watch, ‘Papua free media advocate files UN “blackout” plea, targeted by hacker’, Pacific Media Center, Auck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2019년 8월.
(8) ‘Collectif Udeido’ 인터넷 사이트의 ‘The Biak Massacre et l’expositon virtuelle 비아크 학살과 사이버 전시회’ 참조, http://www.udeido.com
(9) Alya Nurbaiti, ‘Stop confusing freedom of expression with treason in Papua : activist’, <The Jakarta Post>, 2020년 6월 24일.
(10) ‘Building Papua anew’, <The Jakarta Post>, 2020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