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지의 괴상한 보도, 피라냐 신드롬

2021-03-31     귄터 발라프 | 르포 기자

“나는 <빌트>가 이 피에 굶주린 식인 물고기를 공략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빌트>는 우리 행사를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을 테니까요."

슈빈트만 편집국장이 내게 초대장을 건네줬다. 린네생물학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파렌발트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아쿠아리움과 테라리움 전시회였다. "파렌발트의 피라냐"라는 매력적인 제목 아래 꽤 객관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초대장이었다. 

"린네생물학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제10회 수족관 전시회의 개회식이 1977년 3월 27일 오전 11시 파렌발트 휴양센터에서 하노버 시장 셸 박사의 개회사와 함께 열립니다. 린네생물학회의 회원들, 특히 많은 젊은 회원들이 관람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각 대륙에서 들여온 130여 종의 어류를 60여 개의 수족관에서 기르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환경오염 때문에 개울이나 연못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주택이나 아파트의 수족관에서 이 어류들이 생존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독일 시민들의 거실에 100만 개가 넘는 수족관이 있어 시민들에게 명상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 다음에는 전시된 여러 종의 어류에 대한 설명이 담긴 지면이 나오는데, 그 마지막 문장은 피라냐를 언급하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나 여행 기록을 통해 알려진 강력한 피라냐(또는 피라니아)도 물론 있습니다.”

슈빈트만 편집국장이 내게 말했다. “우리는 오직 피라냐에만 관심이 있어요. 다른 물고기는 무시해도 돼요. 정말 스릴을 주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사진작가와 함께 작업해보세요.”

페테르 빌헬름 린네학회 회장이 우리를 반겼다. 그는 나를 이 수족관에서 저 수족관으로 데려가면서, 퍼플퍼치, 입에 어백(魚白)을 물고 있는 초콜릿 구라미스 등 난태생 어류들을 보여주며 그들의 행동과 특성을 설명해줬다. 나는 처음에는 공손하게 이 게임에 응했으나, 마침내 터놓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전시물에 관심이 많습니다만, <빌트>는 피라냐를 취재하라고 저를 보냈답니다. 그 작은 물고기는 어디 숨어 있나요?” 그러자 빌헬름 회장은 나를 작은 수족관으로 안내했다. 그 수족관 안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생긴 볼품없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질문: “간혹 신문이나 모험소설에서, 아마존에서는 종종 이 물고기들이 인간을 공격한다고 하던데요.”

 

답변: “그렇게 보도하는 신문은 분명 <빌트 차이퉁>이겠군요.”

 

그렇게 답한 다음 회장은 다시 내 주의를 다른 관상용 물고기에게 돌리려 했다. 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25분 후면 슈빈트만 편집국장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다. 나는 수족관 애호가인 회장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무례하게 들린다면 죄송합니다만, <빌트 차이퉁>이 피라냐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제 탓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짓이죠. 가능하면 다른 물고기에 대해서도 간단히 쓰겠습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할 것도 아니고요.”

그러자, 그 수족관 애호가도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기자님이 제게 솔직하게 말씀하셨으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피라냐를 <빌트 차이퉁>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이용했습니다. 저는 <빌트 차이퉁>이 이 피에 굶주린 식인 물고기를 공략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빌트 차이퉁>은 우리 행사를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로 전시회는 확실히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 둘 다 흡족했다. 나는 더 나아가 회장님께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확인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스릴을 선사하려면, 센세이션이 필요하니까요.”

회장은 피라냐 수족관 관리인을 찾으러 갔다. 관리인 청년은 피라냐를 길들이며 그 물고기들과 정말 친해진 듯,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는 피라냐는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부터, 그것도 무리를 지어있을 때만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기사로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노버에서 사고가 있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네, 8년 전에 사고가 있었죠. 피라냐를 기르던 그 지역 아쿠아리움의 관장이 피라냐를 잘못 다루다가 피라냐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지요. 관장은 물고기를 거의 텅 빈 수족관에 넣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어요. 그러자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진 피라냐가 그의 손끝을 문 겁니다. 다행히 떨어져나간 살점은 극히 일부여서, 상처를 꿰맬 수 있었죠.” 나는 그 “피해자”의 이름을 받아적었다.

나는 기사 ​​끝에 이 “사고”를 한 줄로 언급했다. 그런데 내가 “하지만 안전거리가 충분할까요?”, “관람객에게 직접적인 위험이 되지는 않을까요?” 같은 질문들로 기사를 쓰는 동안, 나를 열 받게 했던 편집국장이 내가 쓴 문구를 이용해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았다. “피라냐가 관장의 손을 물어뜯어 봉합수술을 받다.” 굵은 활자로 인쇄된 그 헤드라인은 이야기의 도입부 역할을 했다. 

“그것은 실수로 일어난 일이었다. 귄터 클루게 하노버 아쿠아리움 관장은 사무실 수족관을 청소하려고 수족관 안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빨 147개가 그의 손을 물어뜯어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민물고기 피라냐의 피에 굶주린 식욕이 발동한 것이다. 파렌발트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내일 오전 11시부터 이 아마존 물고기 일곱 마리를 볼 수 있다. 귄터 클루게 관장은 운이 좋았다. 포로로 잡힌 피라냐가 그의 살점 조각을 내뱉은 것이다. 그래서 다행히, 그는 병원에서 살점 봉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사건이 8년 전 일이라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빌트 차이퉁>에서는 이런 보도를 “업데이트”라 불렀다. (...)

 

두려움을 야기할 것, 반박을 불식시킬 것

기사가 게재된 후, 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쉬던 클루게 관장에게 엄청난 수의 전화가 쇄도했다. 전 세계의, 센세이션을 즐기는 이들로부터 온 전화였다. 손에 상처가 난 관장에게 문안하러 온 이들도 줄을 이었다. 관장은 이사 갈 생각도, 기사 정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어느 지방 신문에서나 편집국장은 공격적인 편지를 받기 마련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이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의 진위”를 말한, <노이에 하노버슈 프레스>에 실린 피라냐 피해자와의 매우 간결한 인터뷰가 전부였다. 그 인터뷰에서는 “타블로이드 신문”이라고 언급됐을 뿐, <빌트 차이퉁>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수족관 애호가 회장도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1주일에 6,000명”이란 관람객 기록에 기뻐했다. 문제는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이었다.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 아기 피라냐가 그들에게 스릴을 선사하지 못했기에, 전시회에 온 것을 후회한 것이다. 

 

 

글·귄터 발라프  Günter Wallraff
주요 저서로 『Le Journaliste indésirable, François Maspero 기피당하는 기자, 프랑수아 마스페로』(Paris, 1978)가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참고문헌
1. David Brock, Ari Rabin-Havt & Media Matters for America, 『The Fox Effect. How Roger Ailes Turned a Network Into a Propaganda Machine』, Anchor Books, New York, 2012. 
두 미디어 전문가가 이끄는 허위정보 감시 비영리조직 ‘미디어매터포아메리카(Media Matters for America)’는, 더러운 속임수와 선정주의가 트레이드마크인 미국의 보수 채널 <폭스뉴스>의 운영 방식을 보여준다. 

2. Amaury de Rochegonde & Richard Sénéjoux, 『Médias. Les nouveaux empires 미디어, 새로운 제국』, First, Paris, 2017. 
‘억만장자들이 왜 막다른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거의 모든 언론이 MM 베르나르 아르노, 마르탱 부이그, 뱅상 볼로레, 파트릭 드라이, 그자비에 니엘 같은 거물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진화를 분석한다.

3. Nicholas Diakopoulos, 『Automating the News: How Algorithms Are Rewriting the Media』, Harvard University Press, 캠브리지/런던, 2019년. 
노스웨스턴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쿨(일리노이) 교수이자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가인 니콜라스 디아코풀로스는 정보 자동화 및 알고리즘 시대에 저널리즘의 제 요소와 변화 양상을 설명한다.

4. Simon Rogers, 『Facts Are Sacred』, Faber and Faber, 런던, 2013년. 
데이터, 지도, 차트 분석 사이트인 <데이터로그>의 호스트였던 사이먼 로저스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모두의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사실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듯, “데이터 그 자체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