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들

2021-03-31     질 발바스트르 | 기자 겸 영화감독

▲ 공포의 트럭에서 죽은 39명의 ‘중국인’들

2019년 10월 25일, 영국 서섹스. 정차된 트럭 안에서 밀입국자 39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언론매체들은 하나 같이 피해자들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들의 국적은 베트남인 것으로 밝혀졌다.

 

▲ 도미니크 보디, 툴루즈에서의 난교파티

2003년 6월 <르몽드>는 연쇄 살인범 파트리스 알레그르와 매춘부, 그리고 살인·강간·잔혹 행위로 기소된 전 툴루즈 시장 도미니크 보디와 관련된 한 ‘사건’에 대한 일련의 기사를 실었다. 2003년 6월 17일 석간신문은 다음과 같이 자세히 보도했다. “경찰은 커튼을 떼어낸 뒤 벽에 고리 몇 개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리는 바닥에서 약 50cm 위에 박혀 있었고, 평균 신장의 아동이 서있을 때나 성인이 웅크리고 앉아있을 때의 손발 위치에 가까웠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툴루즈 검사는 “<르몽드>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사건 현장을 취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7월 11일 툴루즈 항소법원 조사실은 “조직화된 강간 및 매춘”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 라파엘라, 대리모

2013년 3월 9일, 일간지 <르파리지앵/오주르디>의 헤드라인은 “독점, 대리모 증언”이었다. 지면에는 24세 여성이 “나는 대리모가 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라고 한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대리모는 금지돼 있다. 같은 날 여러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이 소식이 올라왔으며, 다음날 <노르 리토랄(Nord Littoral)> 같은 일간지에도 이 소식이 실렸다(이 젊은 여성이 칼레 근처에 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라파엘라는 “내가 거짓말한 것”이라고 황급히 실토했다.

 

▲ 자비에 뒤퐁 드 리고네스 체포

2019년 10월 11일, <르파리지앵> 웹사이트는 2011년 4월 자신의 가족 전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자비에 뒤퐁 드 리고네스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공항에서 체포됐다는 ‘특종’을 터뜨렸다. 그러자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저녁 뉴스에서는 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계속 내보냈고, 다음날 이 뉴스는 나머지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언론은 2011년부터 이 가족 살해범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글래스고에서 체포된 남자는 자비에 뒤퐁 드 리고네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2008년 8월 8일 어린 루이스의 죽음

드롬 주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실종된 아동 루이스. 소방관들은 30시간가량 이 아동을 수색했다. 프랑스 제1의 민영방송 <TF1>의 특파원은 오후 8시 뉴스가 끝날 무렵, 루이스의 ‘비공식적인’ 죽음을 알렸다. 이 특파원은 후에 소방관들의 말을 성급하게 잘못 해석했다고 털어놓았다. <프랑스2> 채널과 지나치게 경쟁한 결과였다.

 

▲ 르와시의 테러리스트 수하물 처리기

2002년 12월 말, 르와시 공항의 수하물 담당자 압데라자크 베세기에가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 폭발물을 실은 죄로 체포됐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쌍둥이 빌딩이 테러 공격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인 만큼, 이 소식을 특종이라고 여긴 언론은 이 남자를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소개했다. 각 언론사는 앞다퉈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내며 이 용의자를 궁지에 몰리게 했다. 그러나 며칠 후 이 남자의 무죄가 밝혀졌다. 그의 처가 식구가 그를 해치려고 트렁크에 폭발물을 넣어둔 것이다.

 

▲ 고속교외철도에서 발생한 반유대인 공격

2004년 7월 9일, 한 젊은 여성이 오베르빌리에의 경찰에게 고속교외철도(RER) D선에서 마그레브 출신의 청년 갱단이 자신의 배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하켄크로이츠(나치 상징의 갈고리 십자가)로 찔렀다고 말했다. 7월 14일 전날 이 사건은 전국적인 스캔들이 됐으며 모든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 여성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임이 밝혀졌다.

 

▲ 라엘리안 복제 아기

2002년 12월 28일 <르몽드> 1면에는 “세계 최초로 복제인간을 탄생시킨 종교단체”라는 제목의 5단 기사가 실렸고, 내부 지면에는 “어느 종교단체, 최초의 복제인간 탄생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이 날 특종은 오보임이 곧 드러났다. 해당 종교단체인 ‘라엘리안 무브먼트(International Raelian Movement; 프랑스 출신의 자동차 경주선수 클로드 보리롱 라엘이 1973년 12월 13일 우주인 엘로힘을 6일 동안 만났다고 주장하며 197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한 단체-역주)’는 복제인간을 개발한 적도 없었다.

 

▲ 살인 오이

2011년 5월, 스페인에서 재배된 다양한 오이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돼 독일에서 이 오이를 섭취한 사람들이 여러 명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뉴스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마침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보도로 인해 스페인과 프랑스의 채소농가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잘못된 추정으로 판명됐다. 박테리아는 스페인 오이가 아니라 독일에서 재배된 발아 씨앗에서 발견된 것이다.

 

▲ 페르노의 2연패

2004년 9월 3일, 장피에르 페르노는 “러시아 세베로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 소재 학교에서 수십 명을 인질로 잡은 체첸 공화국 무장집단에 대해 러시아 특수부대가 공격을 개시했다”라는 소식으로 <TF1>의 13시 뉴스를 시작했다. 장피에르 페르노는 이 사건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후, “인테르팍스(러시아 민간 언론매체)에 의하면 아이들 대부분은 구조됐다고 한다”라고 끝맺었다. 그러나 이 인질사건으로 인해 무려 186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페르노는 계속 미소를 지으며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힌 두 명의 프랑스 언론인에 대해 보도했다. “크리스티앙 셰노와 조르주 말브뤼노 아마 오후에 풀려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09일 후에야 풀려났다.

 

▲ 오보 상습범 장미셸 데쿠기스 기자, 2001년, 2010년, 2019년

2001년 11월 23일, 시사 주간지 <르푸앙>은 장미셸 데쿠기스 기자가 ‘우트로 사건’에 대해 쓴 기사 “공포의 집”을 실었고, 그로부터 몇 주 후 “그 공포를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두 기사는 모두 악명 높은 소아 성애자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든가, 소녀가 강간당하고 살해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데쿠기스는 결국 우트로 의회 조사위원회 앞에서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8년 후인 2010년 9월 30일, 데쿠기스는 <르푸앙>에 “남편 1명, 아내 3명”이라는 제목의 ‘탐색’ 기사를 실었다. 교외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 “취재 보조원(연락원)”은, “내가 일부다처제 아프리카인의 아내라고 데쿠기스를 속였다”라고 밝혔다. 이 사기행각은 인터넷 신문 <아레 쉬르 이마쥬(Arrêt sur images)>에 의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2019년 10월 12일 <르파리지앵/오주르디>의 대기자로 승진한 이 허위 특종 상습범은 자비에 뒤퐁 드 리고네스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려 다른 언론매체마저 들끓게 만들었다.

 

▲ 영웅 바부, 2011년 10월 5일

파리 지하철에서 폭행당한 관광객을 도우려 한, “일상 속 영웅”(당일 텔레비전 저녁뉴스 앵커들이 썼던 표현)에 대한 열띤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침략자”에 의해 레일 위로 밀려난 영웅, 바부는 감전사로 사망했다. 프레데릭 미테랑, 티에리 마리아니 등 장관들이 추모인사를 오자 언론은 한층 더 열을 올렸다. 조사 결과, 관광객 폭행은 없었으며 술 취한 “영웅”이 자신을 처음 밀었던 관광객을 때렸다는 것이 입증됐다.

 

 

글·질 발바스트르 Gilles Balbastre
기자 겸 영화감독, 다큐멘터리 <학교와 미디어의 정보조작(Cas d'école)>(2015) 연출.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