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이 치과진료를 받는다는 것

2021-03-31     올리비에 시란 | 기자

68년 5월 혁명의 세례를 받은 오툉의 젊은 치과의사 베르나르 조는  1970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온-에-르와르 지역에 치과 진료소를 여는 대담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에게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개인병원 운영과 물질적 성공을 보장했다. 하지만 베르나르 조는 보장된 성공을 뿌리칠 준비가 된 동료 의사 4명과 함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모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장비를 공유하고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함께 일할 각오가 돼 있었다. 군수에게 초대를 받는 명사의 삶에 작별을 고하며, 모두를 위한 의료 서비스와 건강한 치아의 사회화를 위해!

그런데 프랑스 전국치과의사회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의사회의 잘 나가는 치과의사들은 사회적 소명을 가진 진료소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반감과, 치과병원장이라는 신성한 모델이 줄어들면 현재의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베르나르 조를 상대로 길고도 끈질긴 소모전을 벌였다. 이 ‘빈자들의 치과의사’는 ‘발치자들’(1)에 대한 환멸을 책으로 썼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했다. 이후 조는 파산하고 진료마저 금지당한 뒤 실업자로, 사회적 소수자로 힘든 노년기를 보내다가 결국 2019년 7월 사망했다.

그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가 해결하고자 했던 의료 서비스 접근의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피해는 아주 낮은 연령대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형 보육시설의 건강검진 결과에 의하면, 노동자 자녀들의 1/4은 충치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관리자의 자녀들이 충치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4%에 불과했다.(2) 

 

충치 예방 캠페인의 함정

이런 불균형은 성인기 때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저소득층의 1/4 이상이 치료비가 없어 치과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보건부는 다음과 같이 인정했다. “드러난 의료 불평등은, 안전 불평등도 보여준다.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사회집단에서는 구강 건강에 유리한 습관(하루 두 번 양치, 불소 노출, 다양한 식단)이 일반적으로 널리 자리 잡혀 있다. 한편, 의료서비스 이용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관리자급 시민들은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낮은 시민들보다 치과 진료를 더 자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3)

극심한 치통, 씹는 데 겪는 어려움은 일그러진 표정을 짓게 만들고, 이는 삶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고충을 늘 안고 사는 프랑스의 소외계층에게 위안이란 없다. 이들의 고충은 전 세계 소외계층의 공통분모다. 치과의료 이용의 불평등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상당한 고통을 초래하지만 이런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종종 부인되거나 축소된다. 치과의사들은 충치 예방 캠페인을 벌이면서 치아 건강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는 입장만 반복한다.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듣게 되는 위생수칙을 지키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과자·술·담배·마약을 멀리하고, 경찰이나 남편의 폭력에 너무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 치아를 소중하게 잘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두 각자의 책임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치아가 나빠지는 것도 각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치과의료 시스템은 두 가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나는 의료인에게 투자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자유주의 모델이다.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 환자에게 환급을 통해 ‘안전한’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와 임플란트나 보철물같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경우가 공존하여  경쟁하는 이중의료서비스 구조다. 치과의사는 진료를 시작한 첫날에는 “나는 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요청하는 사람 누구에게든지 진료를 제공하겠다”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운영을 하다보면 이러한 선언과 부가가치가 높은 고객에 대한 유혹 사이에서 공공의 건강을 위한 결정을 주저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지점에서, ‘이익’이라는 미끼가 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 탈세 전문가들의 표현대로, “보다 유리한 조세 환경을 찾아 자신의 검은 돈으로 국경을 넘는 개인 투자자를 ‘벨기에 치과의사’(이는 국기가 아닌 직업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다)라고 부르는 것”(4)도 우연이 아니다. 유로화 열풍은 유로화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고조시킨다. 이에 따라 2018년 말, 한 인권운동가는는 닥터립(DoctoLib) 같은 온라인 병원 예약 플랫폼에서, 많은 치과의사들이 공공연히 하는 차별적 발언, 가령 “국민의료보험(CMU) 수혜자는 진료실에 들어올 수 없다”와 같은 발언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치과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대상은 CMU 수혜자뿐만이 아니다. 빈곤층,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치료 거부는 우회적이지만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구강검진비용 23유로는 껌값”

이런 시스템 내에서 주도권을 쥔 것은 물론 의사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 시스템을 직접 만든 장본인은 아니다. 무상의료와 영리의료를 경쟁시킴으로써 치과의사들이 영리에 전념하게 만든 것은 공권력이 만들어낸 환급제도다. 자신의 직업에 좌절한 한 개업의는 “구강검진 비용은 23유로, 즉 껌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제가 15분 만에 일을 해치우든, 진지하게 45분 동안 진료를 하든, 이런 식으로 며칠이 지나면 금방 빈털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사명을 생각하는 이 치과의사는 고정 비용을 충당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면, 30분 이상 필요한 석회질 제거를 10분 만에 대충 끝내는 의사는 쉽게 수입을 올린다. 우리의 인터뷰에 응한 의사는 이런 세태를 “당신을 대충 치료하거나 치료하지 않을 핑계를 만들어내는 치과의사들이 돈을 가장 잘 번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2020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이른바 "본인 부담 제로"라는 의료수가 개혁도 이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이 개혁이 특정 저가형 보철물에 대한 완전 지원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치과의사들은 즉시 이를 이용해 보철물의 가격을 올렸다), 이와  관련된 과실 및 수익성의 논리는 건드리지 못했다. 물론 무기력하게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치과의사들도 있지만, 프랑스에서 개업한 치과의사 4만 2,000명 중 그런 영웅적인 의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이 건강한 치아를 가질 권리를 인정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치료기구를 상호공유하며, 치과의사들이 수익에 연연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 반세기 전에 베르나르 조가 상상한 이 프로젝트는 분명 다시 한 번 검토할 가치가 있다. 현재로서는 신성불가침의 자유주의 모델을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유토피아 모델이 훨씬 더 상업성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실제로 2009년 당시 로셀린 바슐로 복지부 장관의 후원 하에 채택된 규제 완화법 덕분에 수백 명의 치과의사들이 저비용 치과의원을 개업했다. 덴테고, 덴티마드, 덴티프리, 덴탈비, 덴티메드, 덴타스마일... 온갖 이름을 단 치과의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이들 치과의원은 사실상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비영리 단체’였다. 법에 따라 제공되는 무상공여가 이들 치과의원이 그런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사실이다.

2016년에 파산한, 의료센터 체인의 이름을 딴 ‘덴텍시아 스캔들’이 그 증거다. 이 스캔들은 최대 3,000명의 환자들에게 다양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체인의 설립자인 파스칼 스타이셴은 입법가가 내민 장대를 제일 먼저 붙잡은 인물이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부동산 실용 마케팅’관련 저서를 낸 이 모험가는 치과진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법은 그가 의료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해줬다. 그는 수익창출 금지조항을 피하기 위해 터키에서 구입한 보형물과 임플란트, 시행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해서까지 모기업에 많은 비용을 청구할 유령회사를 설립했다.(5) 

안락의자에 앉은 이 스타하노프(6) 운동가 밑에서 직원들은 환자들의 입을 하나씩 기계에 집어넣으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숫자의 종교’는 건강한 치아를 죄다 뽑고 심하게 손상된 틀니를 그 자리에 성급하게 끼워 넣는 무모한 진료행위에 면죄부를 줬다. 이런 치료로 치아를 잃은 사람들은 그 후 2년 간 지옥을 겪었다. 그 중 가장 절박한 사람들은 회복치료 지원을 받기 위해 연대투쟁해야 했다.(7)

현재 저가치과의료 시장의 경쟁자들은 “우리는 덴텍시아와 다르다”라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고발건수가 적다는 사실은 그들이 옳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영리의 영리적 이용’은 여전히 치과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덴테고의 두 창업자는 파리 경영대학원-“내일의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3만 유로를 지불하고 다니는 학교-재학 중 자신들의 천직을 발견했다고 한다. 현재 감옥에서 재판5교을 기다리고 있는 스타이셴은 베르나르 조와는 달리 이런 학교 시스템의 선구자로 남게 될 것이다. 

 

 

글·올리비에 시란 Olivier Cyran
기자. 주요 저서로 『Sur les dents: Ce qu’elles disent de nous et de la guerre sociale 치아에 대해: 치아가 우리와 사회적 전쟁에 대해 말해주는 것』 (La Découverte, Paris, 2021)이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Bernard Jeault, 『Le Mal à la racine, dentistes ou arracheurs de dents 뿌리에 있는 악, 치과의사인가 발치자인가』, Odilon-Média, Paris, 1995.
(2) 보건복지연구소(DREES)의 통계를 참고했음: Sylvie Azogui-Levy et Marie-Laure Boy-Lefèvre, ‘Inégalités d’accès aux soins dentaires 치과  치료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 <Après-Demain> 42호, Paris, 2017.
(3) ‘Les inégalités de santé bucco-dentaires 구강 건강 불평등’, 보건부, Paris, 2011년 4월 21일.
(4) Michel Maus, 『Tout le monde le fait! La fraude fiscale en Belgique 모두가 그렇게 한다! 벨기에의 세금 사기』, Corporate Copyright, Saint-Gilles(Belgique), 2012.
(5) Guillaume Lamy, ‘Le passé trouble du dentiste low cost 저비용 치과의사의 혼탁한 과거’, <Lyon Capitale>, 2012년 11월 28일. Christine Daniel, Philippe Paris et Patricia Vienne, ‘L’association Dentexia, des centres de santé dentaire en liquidation judiciaire depuis mars 2016: impacts sanitaires sur les patients et propositions 2016년 3월 이후 청산된 치과보건센터 덴텍시아 협회: 환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제안’, <Inspection générale des affaires sociales>, Paris, 2016년 7월.
(6) 스타하노프 운동: 알렉세이 스타하노프(Alexey Stakhanov, 1906~1977)로 대표되는 소련 노동자들의 목표초과 달성 및 노동생산성 향상 운동.
(7) 반(反)덴텍시아 연합의 창립 멤버인 크리스틴 테이올과 압델 아우아세리아는 이후 치과의료 사용자 협회인 ‘라 당 블뢰(La Dent Bleue)’를 창립했다. www.ladentbleu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