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백’ 효과, 넷플릭스 전성기의 절정

2021-03-31     에블린 피에예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2020년 말, 프랑스 베튄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강력한 방역지침과 브릿지스톤 공장 폐쇄에 따른 863명의 해고 소식이 들뜬 기분을 다소 가라앉히기는 했다. 그러나 베튄 시장(민주당-무소속 연합 소속)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띄울,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아비뇽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 로캉볼(Rocambole)과 협약을 맺어 ‘2만 5,000명 주민들과 문화의 만남’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굉장하다. 시장이 이런 일까지 하다니! 놀랍고 유쾌한 이벤트다. 연말연시 연휴 중에도 외출을 금지 당한 주민들은 이 협약 덕분에, 로캉볼에서 제공하는 70여 개의 연재물을 구독할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물론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주민이라면 누구나 휴대폰으로 무료 접속을 할 수 있다. 연재물은 5분짜리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문학작품이다.

‘문학 연재물’이라고 하면 소설을 짧게 각색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연한 창작물이다. ‘문학 연재물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은 로캉볼 창립자는 이 연재물이 특히 ‘25~5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시티 베튄’ 시장이 브릿지스톤 공장의 실업자들을 위해 로캉볼과 협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도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 문화 콘텐츠만 한 것이 없다. 특히 디지털 문화의 영향력은 크다. 

 

OTT 플랫폼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홀드백’ 효과 

프랑스 문화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을 사랑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일방적으로 퍼주는 짝사랑은 아니다. 2018년 체결한 유럽연합 시청각미디어서비스(SMA) 지침 협약이 종결된 이후, 문화부는 OTT 기업들에게 프랑스에서 거둔 매출액의 20~25%를 프랑스와 유럽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의 수익금 중 한 푼도 프랑스에 재투자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는 앞으로 연간 1억 5,000만~2억 유로를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써야 할 것이다. 상당한 금액이다. 그에 비하면 아마존 프라임(약 1,500만 유로)과 디즈니(1,000만 유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러나 투자금액 2억 유로는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콘텐츠 제작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다. 축배를 들 일이다!

물론 공짜로 투자금을 받을 수는 없다. 내막을 살펴보면 사실 대부분 OTT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과 그 관련 내용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프랑스는 투자를 받는 대신 감사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극장 개봉 영화를 OTT 플랫폼에서 방영하는 데 걸리는 시일을 단축시킨 것이다. 영화 개봉 후 OTT 서비스 출시까지 기간을 제한하는 ‘홀드백(hold back)’ 제도는 영화관 수익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이 기간은 3년이었지만 이제부터 OTT 기업이 프랑스에서 얻은 매출의 20%를 프랑스어·유럽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경우 12개월 이후, 25%를 투자한 경우 1년이 되기 전에 비디오를 출시할 수 있다. 엄청난 혜택이다. 게다가 이 기업들은 콘텐츠의 20%를 영화, 80%를 시청각 콘텐츠로 제작해야 하는데, 국립영화센터(CNC)에서 지원하는 ‘제작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 투자금에 대한 화끈한 보상까지 얻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문화의 보고?

그리고 영화산업 부흥에 힘쓰고 있는 국립영화센터와 시네마테크도 넷플릭스에 열광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문화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아벨 강스 감독의 1927년작 <나폴레옹>의 복원에 나서자, 이 OTT 기업을 칭송하기 바빴다. 영화인들도 마찬가지다. 영화감독 올리비에 마샬, 장피에르 죄네, 다니 분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감독이 될 예정이다. 영화 제작자 마린 카미츠가 설립한 영화사 MK2는 프랑수아 트뤼포, 찰리 채플린, 키에슬로프스키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넷플릭스에 제공하기로 협약했으며,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문화의 보고’를 갖추게 됐다.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라 페미스(La Femis)는 넷플릭스의 후원을 받아 ‘생활고를 겪는’ 젊은 감독 4명을 선발해 11개월의 전 교육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넷플릭스 외에도 이 학교의 ‘인심 좋은’ 후원자들은 있다. 프랑스 지주회사 피말락(FIMALAC)의 대표 마크 라드레이 드 라샤리에가 창립한 ‘문화와 다양성 기금’과 BNP 파리바 은행도 영화인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앞다퉈 박애주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관의 수입은 쪼그라들었다. 국립영화센터가 영화관 입장료에 부과하는 세금(2018년 1억 4,600만 유로)으로 운영하는 영화제작, 배급, 상영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감독들은 어디서 촬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감독이 선택을 받았을까? 궁금하면 지금까지 OTT 플랫폼에서 상영된 영화 목록을 확인해 보면 된다. 2020년 1~9월 전 세계 넷플릭스 신규 유료 가입자 수는 2,800만 명을 기록해 10월 21일 총 구독 회원수가 1억 95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3월 프랑스 회원은 76만 명으로 추정된다(넷플릭스는 가입자 수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 2019년에 비해 1백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제, 넷플릭스 전성기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글·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작가 겸 문화평론가. 극작가 겸 영화배우. 격주간지 <La Quinzaine littéraire>에도 비평 기사를 쓰고 있다. 영화 <L’inconnue de Strasbourg>(1998)를 비롯해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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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en Brygo, ‘Travail, Famille, Wi-fi 노동, 가족, 와이파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6월.

- Thibault Henneton, ‘넷플릭스 수익 Les recettes de Netflix 노동, 가족, 와이파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9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