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교도 마치 기업처럼

2011-09-07     크리스티앙 라발

대통령에 당선되기가 무섭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9월 ‘교육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학교 교원 수 감축’ 의지를 표명했다. 우선적으로 2011∼2012년 초·중·고 교사 1만6천 명의 자리를 줄이는 방침이 확정됐고, 향후 5년 안에 8만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이런 대수술에 분개하고 우려하는 것은 비단 교사들만이 아니다. 학부모를 비롯해 각 지자체장들, 심지어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시장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1년 개학을 맞아 발표된 초등학교 1500학급 감축은 공분을 샀다. “너무하다. 교육계에서 더 이상의 일자리 감축은 무리다.”(1) 북부 지역 시구청장연합회 회장이자 대중운동연합 소속인 장피에르 마스클레가 분노하며 말했다.

교사 수 감축에 따른 타격이 덜한 사립교육계조차 목소리를 높였다. 기독교교육협회 사무총장인 에릭 드 라바르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교육정책으로 “공립과 사립 교육계 모두 올해 교착 상태에 빠졌고, 내년에도 현 여건이 그대로 답보될 것”이라 내다봤다.(2) 교육부 시도장학사협의회 회의 때 장학사들에게 야유가 쏟아졌고, 2011년 학급 편성안을 두고 지역의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학교 운동장은 밤낮으로 항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학교 바자회는 집회로 변질됐으며, 수많은 학교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2011년 봄 프랑스 전역에 걸쳐 학교의 시위가 잇따랐다.

교사 수 감축 밀어붙이는 사르코지

“아이들의 교육은 단순히 재정적 잣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목소리가 단지 교원노조만이 아닌, 학부모, 즉 유권자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면 사안은 정부에도 중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초등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1년부터 많은 중학교의 1학년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교육부 보고서를 보면, 교육부는 교육감들에게 “효율성 증대를 위한 요건을 분석하고,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씩 증가할 경우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학급 수를 산정할 것”을 촉구했다.(3)

학습부진아 지원네트워크 운영 폐지, 신규 수습교사 1년 교육제 폐지에 이어, 3살 미만 아동취학제조차 거의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현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교육부 공무원과 교육 수혜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듯하다. 지난 6월 21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년 취학생 인구와 상관없이 초등학교 학급 수 동결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이 멀지 않은 것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책 전환에 한몫했음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5년간의 사르코지 교육정책이 낳은 결과를 상쇄하기에는 어림없다.

‘로라가 꿈꾸던 직장을 찾았습니다’, ‘줄리앙은 자신의 야망에 부응하는 직장을 찾았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35만 유로라는 거액을 들여 2011년 봄 대중매체를 통해 교직 홍보에 나섰던 교육부의 홍보문은, 단지 여자는 ‘꿈’을 꾸고 남자는 ‘야망’을 품는다는 식의 남녀 차별적 시각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직의 고용 불안을 확대시키는 교사 고용 여건 약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현실을 어떻게 외면하는지도 드러낸다.(4)

교사 위상 급락… 임용고시 미달

3년간 공무원 호봉 동결로 공무원들의 구매력은 5~10% 줄어들고, 퇴직연금 납입금 비율은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대적 빈곤화는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초 자크 들로르의 주도 아래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호봉연동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학자 브티삼 부지디, 투리아 자이단, 로베르 게리보보의 분석에 따르면, 중·고교 교사직 및 대학교수직의 가치가 1981~2004년 20%가량 하락했다.(5)

교사직이 빠르게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며, 어떤 선전 문구를 담은 홍보 전략도 인기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 갓 자격증을 취득한 신규 교사의 월급은 1500유로인데, 30~40년 세월이 흐른 뒤 퇴직 연령에 가까워져도 3천 유로에도 못 미친다. 오늘날 더욱 힘든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대학 강사직의 첫 월급은 1700유로이며, 정년에 달해도 3500유로 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이들의 퇴직시 급여 수준은 유명 경영대학을 졸업한 신규 인력의 초봉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또한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힘들고 복잡하며 불안한 직종이 되어버렸다. 교직 이미지 실추는 임용고시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과학계열 교직 응시자 수가 급격히 하락했고, 영어와 고전문학 과목 응시자 수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2011년 수학과목 임용고시 응시자 수는 모집 인원과 거의 비슷했다. 조세트 테오필 교육부 인사과 과장은 안쓰럽게도 중등교원자격증 시험에 1천 명 가까이 미달됐음을 인정해야 했다.(6) 교육부는 미달된 교원을 충원하기 위해 시간강사를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해당 교직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고, 공무원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했다.

최근의 교육개혁들은 학교 운영과 관리 방식 및 목표를 변화시키려는 장기간에 걸친 흐름에 박차를 가한 것일 뿐이다. 다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정책 실행을 위해 교육 여건 악화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현 주택담당 정무차관인 브누아 아파뤼는 2009년 5월 20일 <르몽드> 홈페이지에 비밀을 폭로했다. 그는 “교사 수 감축은 학교로 하여금 자문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게끔 몰아갈 것”이라며 “재정 규모 축소만이 학교에 남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내 권위주의 분위기 팽배

유럽연합이 권고하는 ‘기업형 대학’ 채택 뒤 이제 남은 것은 초·중·고 교육이 효율성, 성과, 고용적격성이라는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7) 개혁론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교육 방법은 물론 모든 것이 경제계를 그대로 본떠야 한다. 학교도 종국에는 시장에 필요한 ‘인적 자본’을 생산하고 ‘기본 역량’을 키우는 곳일 뿐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우선되는 이런 규범적 논리는 오늘날 더욱 중앙집권적 위계질서를 수립하고, 상부에서 하달되는 정책과 지시, 개혁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교육계 최악의 독재주의 시대로 회귀한 듯하다. 마치 군대에서처럼, 교사는 장학사와 학교장이 대표하는 정부의 뜻에 복종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운동연합의 노선은 분명하다. ‘권위 재정립’은 교원에 대한 위계질서 재정립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대중운동연합의 상원 대표인 제라르 롱게는 지난해 11월 3일 ‘프랑스를 위한 약속’을 천명하면서 용감무쌍하게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실에 들어가 학교의 정책 방향에 반발하는 교사들을 내칠 수 있는 상사가 있어야 한다.”

‘규율 강화’라는 새로운 풍조는 평등주의에 기초한 목표가 역효과를 낸다고 보며, 이런 목표를 거부한다. 따라서 학교는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데, 예를 들어 문제아들을 학교 밖으로 ‘소환’해 문제아 재교육 시설로 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문제아 재교육 시설에 대한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8) 인문계·실업계 구분 없는 단일 중학교제 운영에 실패한 우파에게 평등 실현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부진아들을 중등 2학년 말 직업전문교육으로 돌려 이들을 학교에서 최대한 빨리 내보내는 것이야말로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비칠 것이다. 또한 학급 편성제 폐지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 뽑는 특수학교 설립을 가능케 할 것이다. 장학제도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부모의 경제 여건에 따라 자동으로 지급되는 제도가 아닌, 가난하되 장학금 받을 능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지급돼야 한다. 이민 2세대들이 학교 내 학업성취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런 추세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학습 부진아는 학교 밖으로

클로드 게앙 내무부 장관은 학습 부진과 관련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전면적으로 반박하는 말도 했다. 지난 5월 25일 <유럽1채널>에서 “학습부진아들의 3분의 2가 이민 2세대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 것이다. 며칠 뒤 오를레앙 교육감인 마리 레이니에도 게앙 장관의 말을 반복했다. “통계에서 이민자 가정 아이들의 수치를 제외하면 프랑스의 학업성취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리 나쁜 편은 아니고, 그렇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9)고 했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제도가 전례 없는 시대를 맞았다. 학교가 자본주의 시장에 나온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10)

글•크리스티앙 라발 Christian Laval
주요 저서로 <자본주의 시장에 나온 학교>(공저·라데쿠베르트·파리·2011) 등이 있다.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각주>
(1) 드니 페이롱, ‘시·구청장에게 학급 폐지는 늘 한 편의 비극이다’, <라크루아>, 파리, 2011년 5월 27일.
(2) 이자벨 피세크, ‘교원 수 축소: 사교육계의 항의에 대한 샤텔 교육부 장관의 기각 사유’, <레제코>, 파리, 2011년 4월 21일.
(3) <2011~2013 고용일람>, 교육부, 2010년 5월 5일.
(4) 질 발바스트르, ‘주식회사 파리고교 평교사 앙드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10월호.
(5) 브티삼 부지디·투리아 자이단·로베르 게리보보, ‘프랑스 교사 호봉, 1960~2004 사기 저하로의 길?’, <Revue d’économie politique>, 2007년 5~6월호.
(6) ‘임용고시 응시생 수 부족으로 교직 수백 개 미달 사태’, <르몽드>, 2011년 7월 12일자.
(7) 니코 이르트, ‘능력 시대의 유럽 교육’,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10월호.
(8) 피에르 뒤케즈, ‘낭테르 문제아재교육소, 예고된 실패기’, 위마니테, 생드니, 2011년 7월 18일.
(9) ‘비전 없는 교육의 장’, <누벨레퓌블리크>, 투르, 2011년 6월 17일.
(10) 크리스티앙 라발·프란시스 베르뉴·피에르 클레망·기 드뢰, <자본주의 시장에 나온 학교>, 라데쿠베르트, 파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