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대상이 된 학교 급식

맛있고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인 급식은 가능할까?

2021-04-30     마크 페레누 외

지난 1월 리옹의 학교 구내식당에 채식이 도입되면서, 약간의 잡음과 함께 관련 사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 고수익 산업과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유기농’ 라벨이 붙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식품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구내식당은 ‘잘 먹는 것’의 시험장이 될 수 있다.

 

요리가 리얼리티 TV에 등장한 이후, 요리의 품격이 상승했다. 탁월하고 독창적인 크리에이터로 각광받는 ‘스타 셰프’들은 요리를 예술작품으로서 재해석하며 자신을 표현한다. 그에 비해 사회적·상징적 공간의 반대편에 있는 학교 구내식당은, 개성적·독창적인 고급 요리와는 대조적인 ‘평범한 대중음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하다. 구내식당은 단일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선택권이 있는 ‘고객’이 아닌 선택권이 없는 ‘이용자들’,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준은 그 정도로 그쳐야 할까?

프랑스의 모든 학교에서 구내식당 조리사는 식품 유통업체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들이 선택한 현지 공급자를 활용할 권리와 권한이 있다. 물론, 학교 구내식당 운영은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영양사는 균형 잡힌 식단을 원칙으로 메뉴 개발에 참여한다. 또한 학생들의 선호도와 영양학적 우수성, 두 요소 모두를 충족시키자 한다.(1)

이에 따라, 식품 유통업자들은 라벨을 새로 만들고, 선출직 공무원들과의 계약서 및 면허장에 서명한다. 예를 들어 <책임있는 구내식당(Responsible Canteens)>이라는 사이트에서는 교육 프로그램, “식품학적 전환”에 대한 웨비나, 전문 잡지 <또 다른 요리(L’Autre Cuisine)>에 대한 링크 등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만 보면, 협회는 급식에서 ‘공공 서비스’와 ‘사회적이고 지속가능한 차원’을 장려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 이런 인터넷 사이트나 전문지는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특히, 엘리오르와 소덱소)의 후원을 받는다.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작업은 유기농업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품질”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역적”이라는 말을 실제 지역 공급망이 아닌 프랑스 전체에 적용하며(“프랑스적인 것이 지역적인 것!”), “책임감 있는 구내식당” 등, 교묘한 단어 사용으로 혼란을 준다. 

학교 구내식당은 건강과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집약 생산은 토양 빈곤과 오염을 초래하며 생물다양성을 위축시킨다. 또한 저비용 단일 재배(예를 들어, 단추버섯은 루마니아, 양고기는 뉴질랜드) 관행은 특정 국가의 품목 전문화를 유도해 유럽과 프랑스 전역, 전 세계로 이동수단을 끊임없이 활용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장시간의 도로 운송과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산업적 생산’과 장인에 의한 ‘지역 중심 생산’,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부 영양사와 조리사들은 지역 공급망에 의존해, 구내식당의 소비자들(학생들), 공급업체들과 직접 소통하고 접촉한다. 예를 들어, 레지냥코르비에르칼리지(프랑스 남부 오드 주)의 구내식당은 사회재통합협회가 도시 외곽의 채소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이용한다. 해당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생산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주방의 조리작업과 연결될 때만 가능하다. 기본 식재료를 현장에서 가공 및 조리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식대를 2유로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 ‘가까운, 정해진 지역에서’, ‘유기농 재배한’, ‘제철’ 식품을 사용할 경우, 한층 경제적이면서도 건강한 식생활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건강과 거리가 먼 식품들(항생제로 사육해 5주에 한 번 도살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양계장에서 공급하는 닭이나 ‘유기농’ 라벨은 붙어있지만 외부 업체에서 생산한, 설탕이 듬뿍 첨가된 요거트나 절인 과일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유기농은 필수, 육류는 ‘양보다 질’ 추구

그러나 이런 식의 개선이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매년 약 40억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이 거대 식품시장의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식품 산업과 지역 공공 서비스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는 소덱소, 엘리오르 등 거대 기업, 지역 당국의 위임을 받아 지역사회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급식업체, 구내식당 조리사에게 냉동식품을 납품하는 트랑스구르메, 시스코 등 기타 식자재 유통 회사 등이 관련돼 있다. 

2018년 10월 발효된 ‘식품법(La loi Egalim)’은 “농식품 부문의 통상관계 균형 및 모두가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을 위해” 해당 부문의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이 몇 년을 협의한 끝에 마련한 법안이다. 이로 인해 2022년(코로나19 보건위기 전에 제시된 날짜)까지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식품의 ‘라벨’ 길이가 최대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식품 라벨에 원산지명칭보호(PDO), 원산지통제명칭(AOC), 지리적명칭보호(PGI), 적색 라벨, 유기농(AB) 라벨 등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라벨에 이런 요소들을 명시해도, 농식품업계 사업자들의 헤게모니적 지위는 위협받지 않는다. 

식품업계의 챔피언들은 이미 시류를 파악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유기농 유제품, 유기농 채소 등 ‘유기농’ 제품군을 개발해왔다. 헝가리에서 만든 요거트나 안달루시아 온실에서 재배된 채소는 트럭에 실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가정의 식탁에 도달한다. 대부분 인건비가 매우 낮은 지역에서 생산된 이 제품들은 ‘유기농’ 라벨을 달고 그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2018년 ‘식품법’은 이미 ‘턴키 솔루션’을 취득한 이 분야의 지배적 기업들에게는 그리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 법이 공공 당국의 지역 공무원들을 압박하고, 구내식당 시장을 산업서비스 기업들에게 내주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2-3년 내에 이들 기업이 저가의 ‘유기농’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될 수도 있다. 

학교의 조리팀은 지역에서 이미 유기농 업체로 분류됐거나 유기농 업체로 전환하고 있는 생산자들을 찾고 있다. 모든 온대 지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전 지역에서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를 수 있다. 양질의 제철 식재료를 제공하는 농업인들 및 축산업인들은 생계유지가 가능하고, 조리팀은 가성비 높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결국 주방에 달려있다. 조리팀은 ‘산지 직송’ 냉동제품의 봉지를 뜯는 대신 채소를 직접 씻고 다듬어,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지역 농산물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육류를 직접 선택하고 손질하면, ‘양보다 질’ 중심의, 즉 양질의 육류를 공급하되 육식을 줄일 수도 있다. 이는 생태학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면 좋은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중개비용과 운송비용, 그리고 폐기물을 최소화함으로써 가능하다. 프랑스 식당 내 음식의 30~40%가 결국 쓰레기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창조적 식탁’과 산업적 생산

프랑스의 여러 사례들 중 도르도뉴에서 일하는 장마르크 무이악의 작업은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2010년대에 무이악은 식사비용을 1.7유로로 유지하면서, 자신이 요리사로 일하는 학교 구내식당의 식재료를 100% 현지 유기농 식재료로 전환했다. 현재 데파르트망(광역지자체)에 고용돼 일하고 있는 그는 지역사회 요리 강사로 지역 내 거의 모든 식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역량과 약간의 정치적 의지만으로도 충분했다. 목표는 현지 식당 직원을 별표를 받는 요리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 식탁’과 산업적 생산 사이에는, 이용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지역요리 장인의 자리가 있다.

지역의 요리는 건강, 환경,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중요하다. 식사를 함께하며 친교를 나누는 것은 공동의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물론 이국적인 음식이 학생들에게 선사하는 개방성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전 세계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지역의 전통요리 -예를 들어 쇠고기 꼬리와 뺨을 다양한 에어룸 토마토, 렌즈콩, 콩, 양배추를 넣고 푹 끓인 포토푀(pot-au-feu) 같은 요리- 를 재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모든 지역에서는 종종 유기농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유기농 음식을 맛본 적도, 심지어는 들어본 적도 없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많다. 복잡한 기술(사이펀, 진공조리 등)과 이국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고급요리는 음식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겪는 반면, 값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정크푸드(즉석식품과 스낵 등)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2) 양질의, 그러나 간편한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스타 셰프’의 정교함과 공산품의 가벼움 사이의, ‘제3의 길’을 보여준다.

조리팀 입장에서는 교육적 측면에서 할 일이 많다.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식재료의 원산지와 조리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요리사들이 늘고 있다. 설명을 통해, 학생들은 음식과 관련된 모든 문제(건강, 생태,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학생들에게 현지 공급자들과의 연관성, 육류 무게 감소를 가능케 하는 육류의 질 향상, ‘고기 없는 날’의 도입 이유를 설명하면서 서양의 육류 과소비 문제를 알려줄 수 있다. 학생들에게 바나나보다 사과가 더 자주 나오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전 세계 식품 유통에 대한 논의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요리사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 요리사들은 교육적·문화적 요소가 다분한 자신의 직업에 더욱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스페인식, 영국식, 독일식 또는 로마식, 중세식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역사와 문화를 교육할 수도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과 시설, 지역의 유기적 활동을 이끌고, 식생활의 중요성과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존재다.

최근 몇 년 사이, 구내식당 요리사들과 영양사들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블로그를 개설해 일상적 관행에 대한 불만과,  지역에 맞는 새로운 해법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급업체를 선택하고 특정 기술을 구현하며, 자신들의 작업을 홍보하고, 자신들의 팀을 교육 커뮤니티에 통합시키기 시작했다. 수공업적 공공 주방의 식재료가 이들의 손끝에 달려있다. 

 

 

글·마크 페레누 Marc Perrenoud
피에르 이브 롬멜래르 Pierre-Yves Rommelaere 

각각 로잔대학교 사회학 부교수, 레지냥코르비에르칼리지의 셰프. 이들의 공저서로 『Une Autre Cantine Est Possible 구내식당의 변신은 가능하다』(Éditions du Croquant, Vulaines-sur-Seine, 2021년)가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Benoît Bréville, “Obésité, mal planétaire 비만, 전 세계적 문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2년 9월호. 
(2) Thibaut de Saint Pol, “Les évolutions de l’alimentation et de sa sociologie au regard des inégalités sociales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식생활 및 그 사회학의 변화”, <L’Année sociologique 사회학 연보>, 67권 1호, Paris,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