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아마존에 패배한 이유

앨러배마, 실패로 끝난 노조 결성 캠페인

2021-04-30     막심 로뱅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할리우드 스타, 기자, 정계 인사… 모두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 노조가 결성되기를 원한다. 정작 대량의 반대표를 던진 현장 노동자들만 제외하고 말이다. 캠페인 기간 아마존이 행사한 압력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결과일까?

 

지난 3월,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 소재 아마존 물류창고 BHM1의 노조결성 투표를 두고 사회운동가들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교했다.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거부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은 세계 최강기업 중 하나이며, 앨라배마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주다. 대다수가 흑인인 물류창고 현장직 노동자들은 이런 환경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성경에서 다윗은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노조와 거인 아마존과의 싸움은 거인의 압승으로 끝났다.

8헥타르에 달하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 5,805명 중 738명만 노조결성에 찬성표를, 1,798명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대형 유통업계 노동조합인 도·소매·백화점 조합(Retail, Wholesale Department Store Union, RWDSU)의 노조위원장 스튜어트 애플바움은, “아마존이 투표의 중립성을 위반했다”라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2014년 델라웨어에서 있었던 노조결성 시도가 실패한 이후, 통신판매업계의 공룡기업 아마존은 굳건한 무노조 원칙을 공고히 해왔다.

 

조합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미국에서 기업 내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이번 일은 지난 8월, 한 창고 담당자가 도·소매·백화점 조합(RWDS)에 건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조합은 우선 노동법을 주관하는 연방기관 연방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LRB)에 현장 노동자의 30%가 노조결성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후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는 각 공장이나 슈퍼마켓 등의 지점별로 각각 이뤄진다. 

만약 베서머에서 찬성 쪽이 승리했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 아마존 물류창고의 상황이 바뀌는 일은 없다. 그만큼 길고 치열한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화살은 노조에 도움을 청한 이들에게로 돌아간다. 그 대가는 대개 해고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 사기업 임금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이 6.3%에 그칠 법도 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아마존은 BHM1 규모의 물류창고 110개를 미국에 지었고, 앞으로 33개가 추가될 예정이다.(1) 아마존의 직원 수는 1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경제활동인구 150명당 1명이 아마존에서 일하는 셈으로, 미국 사기업 중 최다 직원 수 2위다(향후 2년 안에 거대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를 능가할 것이다). 보건 위기가 터지며 대량의 인터넷 구매가 발생했고, 아마존의 업무량은 더욱 늘었다. 이제 아마존의 채용 주기는 측정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때문에 수백만 명의 경제인구가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내몰린 반면, 아마존의 채용인원은 넉넉하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역사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산업이 전쟁물자를 대기 위해 고용에 전력을 다하던 1940년대 초의 상황을 제외한다면 말이다.(2)

기자 알렉 맥길리스는 아마존의 중요성과 “아마존 효과”를 언급하며, “아마존은 미국 땅을 세 계층으로 나눈다. 그 최상위층엔 아마존 본부와 고학력 고소득자들의 도시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시애틀, 워싱턴, 보스턴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2계층인 “물류창고 도시”에 가면, “소득이 낮은 상품 취급 및 운반 업무”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3계층은,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상권이 죽어버린 미국 나머지 지역이다. 이 곳에는 택배기사 일자리 외에, 사라진 일자리를 채워줄 고용 창출 가능성이 희미하다.(3) 

베서머는 두번째 계층에 속하는 물류창고 도시다. 화물기차 차량을 생산하던 풀먼 공장이 1990년대 문을 닫은 이후 침체에 빠진, 소규모 산업지역의 전형인 도시다. 대규모 물류창고를 설치하고자 자리를 찾던 아마존의 물망에 오른 다른 지역들로는 볼티모어 외곽의 스패로우 포인트나 필라델피아 근방의 킹 오브 프러시아가 있었다. 경제위기에 빠진 도시들은 아마존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세금 최저 입찰 경쟁을 낳았다.

“베서머는 매력적인 세액 공제 혜택과 적정 수준의 상가 임대료,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하며 생활비도 부담 없는 도시입니다.” 상공회의소 홈페이지는 이렇게 자랑한다. 그러나 상공회의소 소장은 우리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10년째 재임 중인 민주당 출신 베서머 시장 키네스 걸리는 노조결성 투표 캠페인 동안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행동을 삼갔다. 지난 2월, 그는 “베서머의 현상황에 대한 연설”을 하며 베서머에 들어온 아마존을 언급했다. 게다가 도시의 “비즈니스 친화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노사대립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노조가 미국 남부지역 정계에서 늘 평판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앨라배마는 27개의 ‘노동권 확립주’ 중 하나로, 노동법상 노동자들이 사회보장 분담금을 의무적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주다. 이 법의 실상은 노조의 재정을 약화하는 것이다. 법과 세금제도는 지극히 기업친화적으로, 독일이나 일본의 대형 자동차 제조 대기업을 반기며, 그들에게 납품하는 협력업체 생태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앨라배마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공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무노조 메르세데스 공장이 됐다.

이런 가운데, 베서머에서 진행된 노조결성 캠페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BHM1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물류창고다(2020년 3월 개업). 아마존은 6,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앨라배마 최저임금의 2배에 달하는 시급 15.3달러를 지급한다. 그나마 월마트(시급 11달러)나 패스트푸드점(최저임금)보다는 나은 일자리다. 게다가 아마존은 근무 첫 날부터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미국 사기업에서 매우 드문 경우다.

3월 말 앨라배마의 버밍햄에 위치한 도·소매·백화점 조합(RWDSU)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피로에 찌든 얼굴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소규모의 선거위원회 위원들은 몇 달에 걸친 장기 캠페인에 지친 얼굴로, 많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었다. 배우 대니 글로버는 인종분리정책 시절 존재했던 흑인 야구 리그인 니그로 내셔널리그의 구단 뉴워크 이글스 야구모자를 보란 듯이 쓰고 나타났다. 글로버는 선거위원회에 힘을 주고자 회원들의 등을 다독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합을 상징하는 색(검은 손과 흰 손이 악수하는 상징)이 칠해진 회의실에서 노조결성 운동을 대표하는,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버니 샌더스의 초청으로 상원 의회에서 자신의 근무환경을 증언했던 제니퍼 베이츠도 그중 한 명이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데릴 리처드슨도 보인다. 지난 8월, 조합에 전화를 건 인물이다.

 

‘아마존 목화밭’, 식사시간은 12분!

한 시간이 넘도록 대화가 이어졌다. 글로버는 촬영현장에 대한 농담과 진지한 순간을 넘나들었다. 조지아주 루이빌에서 노예로 태어난 자신의 선조들, 백인 소유의 농장에서 목화를 따는 소작농이었던 조부모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의 할머니는 농장주의 위협과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자녀들을 목화밭이 아닌 학교에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조지아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우체국에서 일했다. 글로버는 집안 가득했던 비판적인 분위기를 기억한다. 청소년 시절에는 신문에서 백인전용 식당의 의자를 붙든 채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던’ 남부 흑인 투쟁사에 관한 기사를 읽곤 했다. “그들은 내 영웅이었습니다.”

제니퍼 베이츠는 아마존의 살인적인 업무시간표에 관해 설명한다. 목표 업무량은 창고 면적상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하다. 막판에 공지되는 추가근무 지시 때문에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녀는 알고리즘이 업무를 정해주고 시, 분, 초를 재는 업무환경에 염증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글로버가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한탄했다. “어떻게 직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하면서 어떻게 가족을 돌볼 수 있을까요? 부모는 아이가 늦게까지 집 밖을 돌아다니진 않는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인가요?” 

글로버의 말에 베이츠는 “내 자녀들은 장성했고, 7명의 손자, 손녀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존경 어린 감탄과 웃음이 터졌다. 베이츠는 “바로 그 손주들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내 손주들이 어떤 상황에 빠질 것인지 뻔합니다.” 그 예감은 맞을 것이다. 아마존은 그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을 창업 초기의 ‘젊은 새싹’, 혹은 “개업 첫날”의 스타트업으로 여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소유주이기도 한)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2016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이틀째로 넘어간다는 것은 정지상태를 의미합니다. 정지 뒤에는 무익함, 느리고 고통스러운 쇠락이 따릅니다. 따라서 우리 아마존은 늘 첫날에 머물 것입니다.”

이 열기를 유지하려면 기업은 끊임없이 생산성을 늘리고 인건비는 줄여야 한다. 그때부터 기업은 대항세력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활달한 50대 혼혈 남성 페리 코넬리는 공항 보안요원으로 일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실직한 후 BHM1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마존에서 받는 임금은 “전 직장에서 세금으로 내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넬리는 아마존에서 창고지기로 일하게 된 것은 ‘경력의 퇴보’라고 허심탄회하게 밝힌다. 그는 상품을 스캐닝하고 바코드가 붙은 선반에 놓는 일을 맡고 있다. “점심시간은 전쟁입니다. 화장실과 휴게실에 들렀다가 도시락을 들고 자리를 잡으면, 한 12분 정도 먹을 시간이 남아요.”

이런 식의 분 단위로 쪼개지는 업무시간표는 코넬리의 경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컴퓨터에 가서 제 바코드를 스캐닝하면 컴퓨터가 두 번의 스캐닝 사이에 손실된 시간을 계산합니다.” 이것이 바로 TOT(Time Off Task), ‘일을 하지 않은 시간’이다. “한 마디로, 그 기계는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인식합니다. TOT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제게 할당된 상품에 달린 문제입니다.” 

 

‘제2의 셀마’, 마틴 루터 킹을 소환하라

바코드 불량이나 할인 쿠폰이라도 있으면 더욱 골치 아픈 일이 된다. 코넬리는 현장을 지배하는 분초를 다투는 경쟁심, 그리고 단결의식이 섞인 광적인 분위기를 설명하며 신경질적으로 웃는다. “아마존에선 동료들끼리 늘 경쟁을 붙입니다. 선반에 가장 많은 상품을 올려놓은 직원에게 추가로 15분의 휴식시간, 아니면 티셔츠를 줍니다.” 노조결성 투표 전, 아마존은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제안했다.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게다가 캠페인 초기부터 250명이 해고됐습니다.” 코넬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앨라배마주는 흑인 유권자의 40% 이상이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준 보수적인 지역이다.(4) 하지만 노조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시민권 투쟁과 흑인 인권운동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연장선상으로 여기며, 흑인 인권에 대한 아마존의 위선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리처드슨은 <뉴욕 매거진>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들은 흑인의 삶에 관심이 없어요. 반면 마틴 루터 킹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합니다. 복도에 관련 팸플릿이나 사진을 비치했죠. 일종의 쇼입니다. 직원 대다수가 흑인이니까요.”(5) 

이 지역에서 킹 목사의 존재감은 크다. 킹은 1967년 10월 30일, 허가 없이 평등을 주장하는 행진 운동을 조직했다는 죄목으로 베서머에서 구금됐다. 대법원은 그의 항소 심사를 거부하며 5일 구금과 5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1968년 4월 4일, 그가 멤피스에서 암살되던 날(사용된 총기는 버밍햄시가 사들였다), 킹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흑인 환경미화원들을 지지하고자 방문했다.(6) 투표 전 연달아 베서머를 방문한 고위직 민주당 정치인들(국회의원이나 저명한 종교지도자 등)은 노조설립 전략을 지지하며, 베서머를 “제2의 셀마(7)”에 비유했다. 그리고 또 다른 지지세력인 래퍼 킬러 마이크는 심지어 제프 베이조스를 ‘대농장주’, 물류창고의 근무환경(특히 무더위와 작업속도)을 목화밭에 비유했다.

이런 강렬한 연설조차 직원들(조합 추산에 의하면 약 85%가 흑인)을 설득하지 못했다. 실패로 끝난 베서머 캠페인은 거대한 신기루 같았다. 활발하게 이어진 소셜미디어나 대중매체, 인터넷 영상으로만 운동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찬성 쪽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셔널 풋볼 리그(NFL) 노조, 할리우드 각본가 노조, 예술계나 대학계 같은 강력한 노조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 조셉 바이든 대통령조차 투표 마감 2주 전 공식 석상에서 노조의 편을 들었다.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마존의 노사대립은 때론 낭만적으로 미화돼 언론에 노출되면서,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을 왜곡해 ‘찬성표 승리’의 환상을 심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중매체, 창고 앞에서 벌인 노조의 선동이 분위기를 경직시켰다. 게다가 장소도 악조건이었다. 산업지구에 세워진 창문도 없는 거대한 물류창고, 경찰차와 야간경비원이 감시하는 주차장. 조합 운동가들은 가장 가까운 교차로에서 플래카드를 흔들어야 했다. 공개적으로 노조에 연루된 10명 남짓의 소규모 인원이나 아마존에 완전히 만족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노동자들끼리 교류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수천 달러 일당에 고용된 ‘노조 사냥꾼’들

반면, 아마존은 넘치는 재력과 세련된 기술로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류창고의 문 뒤에서, 경영진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공공 ‘설명회’를 열었다. 노조설립의 영향이 주제였다. 직원들의 전화기는 회사가 보낸 문자로 불이 났다. 노조를 침략자로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이기고 있는 우리 팀을 외부인이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당신을 대변할 중재자에게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무료로 누리고 있는 것을 얻으려고 분담금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가 보낸 문자라며 한 직원이 우리에게 캡처 이미지를 보내왔다.

게다가 아마존은 1월 25일부터 (하루에 몇천 달러의 비용이 드는)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유명한 ‘노조 사냥꾼’들이다.(8) 아마존이 ‘배신’당할 경우 창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퍼졌다. 2009년 캐나다 종키에르에서 노조가 설립되자 사업을 중단했던 월마트를 본뜬 것이었다. 다국적기업 아마존은 자신의 이익이 걸리자 캠페인을 방해하고자, 주저 없이 노동법을 위반했다. 여하튼 연방노동관계위원회는 아마존을 재정적으로 처벌할 권한이 없다.

델라웨어와 버지니아 물류창고에 노조를 설립하려고 했던 전직 아마존 직원들은 아마존의 가혹한 태도, 협박, 그리고 보복성 대량해고를 증언했다. 무릎 수술 때문에 병가 중이던 직원도 해고대상 중 하나였다. 버지니아주 체스터에서 지역 당국이 조사 후 내린 처벌은 아마존이 저지르면 안 되는 행동 목록이 적힌 A4용지를 회의실에 게시하라는 것이었다. “해고 협박을 하지 않습니다, 노조활동에 대해 캐묻지 않습니다, 감시하지 않습니다, 보복하겠다고 협박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을 안심시켜야 할 문서는 오히려 위험을 암시하며 정반대의 효과를 낳았다.(9)

베서머 직원들을 취재하지 못해 좌절한 한 미국 기자는 위법을 불사하고 물류창고 주차장에 잠입했다. 그는 되는 대로 마이크를 내밀었다. 기자의 하와이안 셔츠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35세의 기자 마이크 엘크는 5번째 남부 노조결성 캠페인을 취재 중이었으나, 5번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엘크 자신도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에서 편집국 노조를 결성하려다 해고된 경험이 있다. 그는 해고 보상금으로 직접 <페이데이 리포트>라는 매체를 창립했다. 엘크는 “언론의 불모지에서 일어나는 시사문제를 다룬다”라고 자신의 매체를 소개했다. 노조결성 운동 초기에만 해도 그는 낙관하며 본거지인 피츠버그에서부터 운동을 뒤쫓았다. 그러나 3월 26일 버밍햄에서 버니 샌더스와 지역 노조가 만난 집회에서 그는, 노동자보다 기자들이 더 많은 광경을 목격했다. 

엘크는 보안요원에게 내쫓기기 전까지 4명의 직원 인터뷰에 성공했다. 4명 모두 흑인이었고, 반대표를 던지려는 이들이었다. 32세의 애슐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 반대하는 쪽이에요. 노조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연관돼 본 적이 전혀 없어요.” 19세의 한 직원은, “노조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가로채는 도둑”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설명회에서 이용하던 핵심 논리였다. 아마존은 심지어 “노조 회비는 필요없다”라는 관련 인터넷 페이지도 만들었다. 

세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좀 더 나이가 많은 직원이었다. 그는 전 직장에서 도·소매·백화점 조합의 대응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그곳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반대표를 호소하는 동물모양 체인 핀을 목 주변에 달고 있었다. “매니저들이 나눠준 거예요. 모두들 달고 다니죠.” 노조에 대해 가르쳐주는 관리자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으며 “쿨”하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에게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줬어요.” 이 인터뷰가 퍼지자 소셜미디어에서 엘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그가 경영진의 사주를 받았다고 고발했다. 엘크는 “현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반대’하는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진실 외에 그 어떤 사주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노조결성 캠페인을 시민권 운동과 연관시키는 전략이 투표에 미친 영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엘크가 만난 노동자들은 딱히 노조에 적대감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만 노조의 필요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엘크는 이렇게 지적했다. “아마존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노조에도 책임은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선거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노조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꾸준히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선거는 그들이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된 다음에 해야 한다.

 

과연, 아마존 없는 생활이 가능할까?

BHM1의 경우 도·소매·백화점 조합은 다른 전법을 구사했다. 미국 노조계에서 ‘핫 쇼핑’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전법으로, 새 공장이 들어선 직후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만(베서머의 경우 열악한 화장실 시설)을 끌어내어 그들을 포섭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실을 소홀히 하는 풍조를 낳을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직원의 높은 회전율(근무 환경), 현장 소통의 어려움(코로나19 사태로 대면행사 불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1년 뒤에도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전망 없는 직장에 대한 투자 기피 심리(물류창고 일자리를 지키려고 위험을 감수할까?) 등으로 BHM1 노동자들은 얻는 것(무엇을 얻을까?)보다 잃을 것(일자리, 봉급, 아마존이 제공하는 의료보험 등)이 더 많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여하튼, 베서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미국 노동법의 현주소를 돌아볼 기회였다. 여러 설문조사 결과는 여론이 노조설립 찬성에 호의적임을 보여줬고, 매체에 게재된 사설도 이에 어울리는 논조였다. “당연하게도, 빈익빈 부익부의 주된 이유는 노조의 쇠락이다.” 자유 기고가 조 노세라는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수많은 우리 세대 민주당 지지자들처럼 나 또한 무관심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봉급만 올리는 곳이 아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도 연대해야 한다. 노조가 없기 때문에 이 나라 기업들은 봉급 인상에 대한 압박을 전혀 받지 않는다.”(10) 

베서머 선거 결과 집계는 <뉴욕 타임스>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는데, 이는 전미 대상 선거에 비견되는 관심이다. 일개 기업의 선거로서는 전대미문이다. 우리는 앞서, 베서머의 창고 관리인 코넬리에게 반대표가 승리하면 그는 어떻게 될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창고 경영진은 술책을 쓸 겁니다. 온갖 구실로 저를 해고하려 들겠죠. 마음의 준비는 돼있습니다. 변화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인 셈이죠. 찬성표가 이겨서 제가 노조를 대변할 수 있게 된다면 계속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표가 이기면, 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반대표가 승리를 거둔 날, 시카고 물류창고 직원들은 비공인 파업을 결행했다. 50여 개의 다른 지역도 투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운명은 과연 달라질까? 운동가들은 베서머의 패배를 계속 아마존의 협박과 위협 탓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3월 중에 미 하원의원에서 ‘노조 조직권 보호법(PRO Act)’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는 아마존의 의무 참석 ‘설명회’처럼, 캠페인 동안 고용주가 행사하는 압력을 없애려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공화당의 지지가 부족해 상원에서 좌절될 수 있다. 하지만 노조와 민주당 지도자들이 그들의 전략을 되돌아보며 앨라배마에서 겪은 실패에서 교훈을 끌어내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서머에서 새로운 캠페인이 벌어지더라도 또다시 실패로 끝날 우려가 있다. 

돌파구를 찾고자 일각에선 아마존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운동가들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마존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베이 같은 경쟁사에서 물건을 사도 아마존이 배송을 책임진다. 넷플릭스나 구글을 이용하면 아마존 웹 서비스가 인터넷에 상당량의 동력을 공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한다. 3월 6일에 열린 노조 화상회의에서 아마존이 거대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2017년에 인수한 유기농 상품 전문점)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운동가는 놀라워했다.  

또 다른 이는 어떻게 “아마존을 불매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아마존의 배를 불려준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줌이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 경쟁이 보장된 나라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황이다. 아마존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글·막심 로뱅 Maxime Robi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Map of Amazon warehouses’, CNBC, 2020년 1월 19일, www.cnbc.com
(2) Karen Weise, ‘Pushed by pandemic, Amazon goes on a hiring spree without equal’, <The New York Times>, 2020년 11월 27일.
(3) Francesca Paris, ‘“The gaps have grown” : Reporter Alec MacGillis talks Amazon, regional inequality and his hometown of Pittsfield’, <The Berkshire Eagle>, Pittsfield, 2021년 4월 7일.
(4) Cf. Presidential results’, 2016, 2020, National Public Radio, www.npr.org
(5) 다음 기사에서 Sarah Jones 인용, ‘“It’s not fair to get fired for going to the bathroom”. An Amazon worker in Alabama on the fight for a union’, <New York Magazine>, 2021년 3월 16일, www.nymag.com
(6) Sylvie Laurent, ‘Le dernier combat de Martin Luther King (한국어판 제목: 슈퍼볼 경기의 트럭광고에 등장한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4월호.
(7) 1965년 셀마와 몽고메리 사이에서 일어난 남부지역 흑인 투표 금지법 반대 행진을 의미한다. 참고기사: Adolf Reed Jr, ‘“Selma” et la légende noire(한국어판 제목: 미 흑인 차별 50년 전과 달라졌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5년 3월호.
(8) Lee Fang, ‘Amazon hired Koch-backed anti-union consultant to fight Alabama warehouse organizing’, <The Intercept>, 2021년 2월10일, www.theintercept.com 
(9) David Streitfeld, ‘How Amazon crushes unions’, <The New York Times>, 2021년 3월 16일.
(10) Joe Nocera, ‘Unions are back in favor. They need to seize the moment’, <Bloomberg Businessweek>, 2021년 3월 21일, www.bloomber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