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과 개별성, 볼리비아 혁명의 변증법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볼리비아 정부의 ‘안정적 거시경제 관리 능력’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전 라파스 거리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높게 울려퍼졌다. 일각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정권에서 신자유주의가 회귀했다”고 비난한다. 인디오농민조합 출신 모랄레스가 2006년 정권을 잡으면서 상징화된 남미의 ‘좌향좌’는 이걸로 끝난 것일까? 볼리비아에서는 여전히 후견주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신흥 사회지도층은 선대의 악습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노사쟁의도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모랄레스 정부가 ‘배반’한 것일까? 하지만 볼리비아 ‘문화·민주주의 혁명’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사회개혁운동에 내재된 어떤 길항관계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남미 정치 무대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가 주장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게릴라 출신의 사회학자로 수많은 책을 저술한 리네라는 볼리비아 다민족국의 부통령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가 여기서 말하는 갈등관계가 객관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분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그의 분석에는 현 정부의 실적을 옹호하는 정치인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고 그의 증언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정립한 이론에 대해 현실의 심판을 받는 지식인이 드물뿐더러, 자신이 펼친 정책과 이론의 연관성을 살피는 정치 지도자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모순’은 민족·국가 등 일정 집단이 당면한 문제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다. 다양한 길항관계 속에 비로소 사회는 발전하고, 여러 사회집단을 결집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부분적 혹은 완전히) 뛰어넘는다. 처음으로 수도 민영화에 반발하는 대규모 사회투쟁이 벌어진 2000년에서 농민조합 출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09년까지,(1) 볼리비아에서는 미 제국 및 그에 동조하며 신자유주의를 추앙하던 지역 부르주아 세력과 민중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2009년 선거 승리로 모랄레스 정부가 입지를 강화하면서 이런 외부적 위협 요소는 한층 줄어들었다. 대신 민중·민족주의 진영 내부에 새로운 길항관계가 등장했다.(2) 볼리비아 개혁 추진 과정을 이끄는 다양한 세력들이 개혁 추진 방식을 두고 서로 대립한 것이다. 그 가운데 반제국주의 갈등에 견줘 조금 부차적 성격을 지니는 네 가지 길항관계가 볼리비아 개혁 추진 과정에서 나타났다. 네 가지 길항관계는 개혁 과정을 위협하는 동시에, 다음 혁명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민중·민족주의 내부의 새로운 갈등
먼저 첫 번째 길항관계는, 국가와 사회운동 세력 사이의 대립이다. 민중은 정부가 조속히 개혁을 추진하며 민생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정부가 신속히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인디오·농민·노동자·민중 등 다양한 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됐고, 이 사회운동단체들의 고유한 동력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방안을 분석하고,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사회운동단체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운동 정부’(3)로 불리는 모랄레스 정권은 의사결정의 중앙집권화와 분권화, 실행 정책의 독점화와 사회화, 정책 실행의 신속성과 숙의 과정 지연 등 각종 상반된 동력들이 대립하는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길항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통합국가’(Integral State)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체계로서의) 국가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분권적 의사결정 체계로서의) 사회운동이라는 구분을 초월해, 사회가 점차 스스로 중재 과정을 갖춰나갈 때 비로소 통합국가가 실현된다.
하지만 이 목표는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는다. 기나긴 역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로는 전진이, 때로는 후퇴가 이어진다. 이쪽 또는 저쪽으로 저울 바늘이 오락가락하며 불균형한 상태가 반복된다. 어떤 때는 효율적인 정부 운영이, 또 어떤 때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위협받는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며 모순관계가 극복되는 동안에는 투쟁이 (때로는 오로지 투쟁만이) 그와 같은 두 개의 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준다.
국가-사회, 집중-확대, 공공-계층의 길항
두 번째 창조적 길항관계는 개혁 과정에 더 많은 사람을 참여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도부 입지를 강화할 것인지의 문제다. 먼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폭넓은 연대를 통해 점차 더 많은 사회집단이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일정한 정치적 지향점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인디오·농민·노동자·민중으로 구성된 지도부의 입지도 강화해야 한다.
민중·민족주의 진영이 패권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자 계층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역사적·현실적·교육적·정신적 차원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다른 민중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물론 여전히 원주민 민중 세력이 외세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며 불만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중으로 구성된 현 지도부는 입지 강화를 위해 노동자 계급이 정권을 잡은 뒤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는 인식을 사회 전체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 정권은 어느 정도 반대세력의 요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런 길항관계를 해결할 획기적인 비법이나 모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토론과 교육을 통해서만 상반된 의견이 자유로이 표출되게 하고, 이를 한 방향으로 수렴해가며 사회 변화를 이끌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개혁 과정에 내재된 세 번째 길항관계는 특히 1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바로 공익과 특정 집단·부문·개인 등으로 대변되는 개별적 권익 사이의 대립이다. 즉, 공산주의적 성향의 공공 사회 투쟁과 특정 부문이나 개인의 사적 이익 쟁취를 위한 투쟁이 충돌하고 있다.
2000년 물 전쟁에서 비롯된 거대한 사회투쟁 사이클은 처음에는 지역투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지역투쟁이면서 동시에 볼리비아 국민 전체와 관련한 문제이기도 했다. 물 민영화 계획이 모든 볼리비아인의 삶을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얼마 뒤 가스 전쟁, 제헌의회 소집 및 다민족 민주주의 건설을 위한 투쟁 등이 이어졌다. 이때도 인디오와 노동자 등 특정 계층이 주축이 되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모든 억압받는 자들, 더 나아가 전체 국민의 갈망과 닿아 있었다.
봉쇄된 도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시위 현장과 민중봉기 현장에서 높게 울려퍼지던 요구들이 모여 점차 볼리비아 국민 다수를 통합할 정책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2005년 집권에 성공한 모랄레스 정부는 그런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먼저 제헌의회가 소집됐다.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로 모든 사회부문을 직접 대표하는 이들이 모여 신헌법을 작성했다. 다음으로 대기업 국유화 사업이 진행됐다. 덕분에 국유화에서 비롯된 수익을 ‘후안시토 핀토’(Juancito Pinto), ‘품위연금’(Renta Dignidad), ‘후아나 아수르두이’(Juana Azurduy)(4) 등의 정책에 골고루 배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회투쟁 사이클이 일정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어느 정도 안정기를 거쳐 조금씩 추락하는 경향을 띠는 걸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투쟁 사이클의 첫 단계인 상승 단계에서는 여러 사회 부문이 서로 결집하는 한편, 총체적 정책이 마련된다. 또 ‘하위’ 계급 사이에서 권력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의지가 싹트기 시작한다.
노동계 분열, 새로운 사회투쟁 돌입
곡선의 정점에 해당하는 안정기가 되면, 처음으로 보편적 목표가 실행에 옮겨진다. 동시에 퇴진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을 지지하는 사회집단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사회불안과 쿠데타 시도, 분리주의 운동 등(5)이 이어진다. 이른바 혁명의 ‘자코뱅주의적’(과격·급진적) 단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집권세력으로 변신한 사회운동세력이 자기방어에 급급해지면서 또다시 새로운 종류의 사회투쟁이 일어난다.
2010년 모랄레스 정부 제2기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사회투쟁의 세 번째 단계, 그러니까 쇠퇴기에 들어섰다. 이 시기의 특징은 민중·민족주의 진영 내부에 ‘보편성’과 ‘개별성’이 팽팽하게 대립한다는 점이다. 이런 길항관계를 해소하려면 현 정부 정책이 좀더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아우르도록 보편성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정부가 특정 집단에만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펼친다면, 앞으로 혁명은 힘을 잃고 수구세력의 귀환을 부추길 것이다.
민중 내부에 보편성과 개별성을 둘러싼 길항관계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는 혁명에 내재된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혁명을 통해 민중은 파편화된 개인에서 점차 집단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새로운 사회투쟁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볼리비아 중앙노동자조합(COB)(6)이 친정부와 반정부 두 계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모랄레스 정권의 정책은 극빈층의 삶을 개선(7)하거나, 국유화 사업 및 국영기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반으로 국고 수입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유·광산업·농업·전기 등 다양한 산업기지를 건설해 영구적인 수입원을 창출하고, 이를 도시 및 농촌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공익과 시익, 총체적 틀 속에서 지양해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교직원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준다면 결국 국유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특정 서비스 부문 종사자의 급여를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나머지 계층, 그러니까 국민 다수를 소홀히 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더욱이 산업화(산업설비 구입이나 인프라 건설 등)를 통해 국부 증대와 재분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민중 진영 내부에 일어난 분열을 기회로 삼으려는 우파는 우파 소유 언론까지 대동해 시위대를 돕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회적 출신을 이유로 유력 언론인의 경멸을 받던 노조 지도자들이 졸지에 TV 스타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운동 정부’는 현재 민중 진영 내부에 이는 다양한 논의들에 대해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업조합주의적’ 경향과 ‘보편적’ 경향 사이의 대립을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공익이 개인 및 개인의 사익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 틀 속에서 합리적으로 존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인디오·농민·노동자·학생 등) 전위 집단이 공익의 깃발을 높이 쳐들도록 만들려 한다.
네 번째 창조적 길항관계는 자원 개발의 필요성(산업화)과 자연 보호의 필요성(‘잘 사는 것’(Buen Vivir)(8)) 사이의 충돌이다.
사람들은 현 정부가 천연자원을 ‘진정으로’ 국유화하지 않고, 일부 국부를 초국적기업이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비난한다.(9) 하지만 우리가 외국 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원을 개발할 수 있으려면 외국 기업들이 지닌 채굴 혹은 자원 가공 등과 관련한 기술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산업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천연자원을 완전하게 국유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화 위해 국외자본도 부분 수용
한편 산업화는 국고 증대에 기여한다. 반제품이나 완제품은 현재 볼리비아의 주력 수출 상품인 비가공 자원에 비해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더욱이 산업화 단계는 기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총체적인 과학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기술 집약적이면서도 노동 집약적인 새로운 산업 분야가 발전하는 데 기틀을 마련해줄 수 있다.
산업화가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전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 산업 현대화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석유화학공장 하나를 짓는 데 약 10억 달러가, 화력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 10억~30억 달러가 소요된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규모가 가장 작은 산업단지가 운행되기까지 최소 3년이, 중간 단지는 5~6년, 가장 큰 단지는 10년 정도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가스, 리튬,(10) 철강, 수력발전 등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지식인은 정부의 공기업 건설 계획을 두고 ‘공동체주의적’, 공산주의적 비전 강화에 반하는 ‘국가자본주의’의 도래라고 표현한다.(11) 1950년대 국가자본주의는 대기업이 관료·경영자·대지주 등 특정 고객을 위해 복무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화에서 비롯된 잉여이익 활용이라는 현 볼리비아 정부의 계획은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다.(12) 수익 창출보다는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수도, 전기 등) 기본 서비스에 인권이라는 고차원적 위상을 부여했다. 즉, 기본 서비스가 수익 창출 대상이 아니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이므로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인식한다. 정부의 농산물 수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농산물 수매를 통해 볼리비아의 식량 주권을 보장하고, ‘적정한’ 가격에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소비자 형편에 맞는 수준에서 농산물 가격이 형성되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가는 산업화에서 비롯된 잉여이익을 활용함으로써 사적 소유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대항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환경·토지·산림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훼손한 대가는 종국에는 인간의 고통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모든 산업 활동에는 환경 비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동안 자본주의는 지나치게 자연의 능력을 종속시키고, 남용하고, 사익을 위해 이용해왔다. 자연의 복원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그런 행위가 불러올 비극적 참상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자연을 인간화하고 인간을 자연화하라
농업계가 생산에 임하는 태도, 농민이 보여주는 직업적 윤리의식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자본주의 논리에 반대되는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자연이 인간 및 사회와 더불어 살아 있는 완전한 유기체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자연의 생산력을 활용할 때 결코 자연의 복원 능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자연이 전체 유기체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 요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연을 인간화하고, 인간을 자연화하라”(13)라고 말했다. 우리 정책도 그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인 환경 구조는 보존하면서 과학과 기술, 산업을 이용해(그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우리에게 부족한 도로·의료시설·학교 등을 확충하고, 사회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단 말인가?) 부를 생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정책이다. 이는 단지 우리만 위하는 길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집권하고 있는 민중 진영 내에 팽배한 이 창조적 길항관계는 사회 변혁 동력이 지닌 특징을 잘 보여준다. 혁명이란 사회의 집단적 힘과 파편화된 힘이 만나고, 대립하고, 합쳐졌다가 다시 분리되고, 엇갈리고, 또다시 만나는 혼돈스러운 흐름을 의미하지 않던가? 결국 세상에 미리 완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글•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Alvaro Garcia Linera (볼리비아 다민족국 부통령)
주요 저서로 <평등의 정치를 위하여: 현대 볼리비아의 공동체 및 자주성>(프레리 오르디네르 출판사·파리·2008)>이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각주>
(1) 2009년 12월 선거가 실시되기 전, 재선 출마를 선언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정 불안 사태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메디아루나 동부 지역의 민중봉기, 대통령 신임투표, 쿠데타 시도, 미국과의 대치 등이다. 그럼에도 모랄레스는 2005년의 53%보다 많은 64%를 득표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2) 이 진영은 모랄레스가 정권을 잡으면서 마르크스주의적 노동조합, 인디언주의, 농민운동 및 혁명운동단체들을 재결집했다.
(3) ‘사회운동 정부’라는 표현에는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2000년대 초부터 결집하기 시작한) 사회운동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4) 각각 2006년부터 실시된 교육보조금 정책, 2007년부터 실시된 60살 이상 노인에 대한 노령수당제도, 2009년부터 실시된 유아사망률 감소 정책 등을 의미한다.
(5) 에르난도 칼보 오스피나, ‘볼리비아 자치운동, 좌파 노린 미국의 원격조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6월호.
(6) 1952년 볼리비아 혁명 때 창설된 볼리비아 최대 노조
(7)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 통계 연보를 보면, 2004~2007년 빈곤층 비율은 전체 인구의 63.9%에서 54%로 감소했다.
(8) ‘Sumak Kawsay’라는 케추아어와 ‘Sumak Qamana’라는 아이마라어의 역어로, 2009년 볼리비아 신헌법에 명기된 개념이다.
(9) 2006년 5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석유 국유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완전한 국유화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민간 사업자 참여가 필요 없을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는 볼리비아에 진출한 전체 개발사업자가 지닌 자본의 51%를 장악했다. 또 세금, 로열티 등 전체 수입의 82%를 징수하는 방향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10) 볼리비아에는 전지 생산 원료인 리튬 매장량이 풍부하다.
(11) 2011년 6월 18일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개혁 추진 과정 회복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한 지식인 등을 의미한다.
(12) ‘사용가치’란 재화의 실질적 유용성을, ‘교환가치’란 시장 내 상품의 상업적 가치를 의미한다.
(13) 카를 마르크스, <1844년 수고>, 에디시옹 소시알 출판사, 파리, 1972.
볼리비아 국가 변천 5단계
제1단계(2000~2003년) 국가의 위기 기존 지배체제가 무너짐. 기존 길항관계(다민족사회 vs 단일문화국가, 지방분권화를 바라는 사회의 열망 vs 중앙집권 국가)가 강화되는 한편, 새로운 길항관계(천연자원 국영화 vs 민영화, 사회 민주화 vs 제한 정치 등)가 나타남.
제2단계(2003~2005년) 최악의 충돌 사태 지지율이 높은 2개 사회정책이 대립함.
제3단계(2005년) 농민 출신 인디오의 대통령 선출 기존 질서와의 단절이라는 상징적 사건이 지배계급이 권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음. 어쨌든 여러 사회계급 사이의 길항관계가 국가기관 내로 옮겨감.
제4단계(2005~2009년) 분기점 의견 대립이 절정에 달하며 충돌로까지 확대됨. 모랄레스 진영의 2009년 재선 성공으로 마무리됨.
제5단계(2010년 이후) ‘민중·민족주의’ 진영 내 의견 대립 이 단계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설명함.
볼리비아 혁명 연표
2000년: 물 전쟁 수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코차밤바시 시민들의 투쟁. 프랑스 다국적 물기업 ‘수에즈-리오네즈’가 철수한 2005년까지 지속됨.
2003년: 가스 전쟁 대규모 천연가스 개발권을 외국 컨소시엄에 양도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발해 일어난 저항운동. 사망자 67명과 부상자 400명이 발생한 이 투쟁은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 퇴진과 계획 철회로 일단락됨.
2005년: MAS ‘사회주의운동과 제 국민의 주권을 위한 정치기구’(MAS-IPSP 혹은 MAS)를 이끌던 농민 인디오 출신 정치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가 53%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됨. 1995년 창설된 MAS는 좌파 내에 전통적으로 대립하던 분파(마르크스주의적 조합운동, 원주민운동, 혁명적 민족주의)들을 모두 아우름.
2006년: 제헌의회 소집 2007년 12월 해산.
2008년: (야당의 주도로) 메디나루나 동부 지역 봉기 쿠데타 시도. 모랄레스 대통령 신임투표에서 승리. 볼리비아 주재 미 대사 추방.
2009년: 신헌법 투표 통과 모랄레스 64% 득표율로 대통령 재선에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