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격수업의 침몰

2021-04-30     클로틸드 도지에 | 중등교원

지난 2월, 프랑스 고교생의 60%가 전체 수업의 절반 밖에 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런 상황이, 3개월 전부터 계속됐던 것이다. 6세 아동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은 지도 6개월째였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수시로 교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실내 체육이나 활동수업은 전면 중지됐다. 교내 신종 코로나 감염 사례는 계속 증가했고, 연말에 기말고사를 치를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이 취한 조치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전일제 일자리 1,883개를 감축하겠다고 나섰다. 이 이상한 편집증은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역시 팬데믹 위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병상 감축을 강행했다.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프랑스에서는 휴교령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20년 2월 28일,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소니아 마브루크가 진행하는 <유럽1>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휴교령이 내려져도, 교사와 학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는 “교육부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사태에 대비해왔다. 물론 걱정이 될 법하다. 하지만 시스템은 잘 마련돼 있다. 내가 직접 테스트 해본 결과, 700명이 동시접속해도 거뜬하다”라며 자신만만하게 주장했다. 블랑케 장관은 몸소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를 클릭해 시범을 보였다. 모든 게 완벽해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장관이 약속한 것처럼 봉쇄령이 내려진 동안에도 ‘교육 연속성’을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모든 학생이 인터넷에 접속 가능해야 하고, 최신 컴퓨터를 한 대씩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다자녀 가구의 경우 여러 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공한 것은, 인터넷 접속을 위한 비밀번호가 전부였다. 예를 들면, 온라인 학습플랫폼(VLE)이나 ‘프로노트’(Pronote)를 필두로 한 학교생활관리 소프트웨어(성적·출결·상벌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등의 비밀번호만 전달했을 뿐이었다. 온라인 학습플랫폼에 과부하라도 걸리는 날이면, 교사들은 각자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훨씬 보안에 취약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했다. 일부 교사들은, 일반 요금제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서파일이 스마트폰에 쌓이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이 몇 주가 지나도록 교사의 문의에 답하지 않을 경우, 우편 서비스까지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블랑케 장관은 이 새로운 실험에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9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활용 사례가 현격히 확대됐다. 우리 교육부도 비대면 사회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었다. 이제 우리가 이뤄낸 것들을 더욱 항구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고, 개인의 요구를 더욱 세밀하게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1)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월 28일, 두 번째 봉쇄령(이동제한조치)을 발표하며 등교수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 시스템과 멀어져 교육과 학습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에게 막대한 피해와 악영향이 돌아갈 것”이라며 등교수업 재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온라인 원격 교육은 블랑케 장관이 그토록 찬양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일까?

 

교사에게 자문도 하지 않은 프랑스 정부 

그럼에도 이미 교육부는 각종 책자를 발간하며 수십 년째 디지털 수업을 예찬해왔다. 2013년 제정된 ‘프랑스 학교재건법’에 따라, ‘디지털교육 공공서비스’가 신설됐다. “교육에 디지털을 도입하고, 다양한 교수법 개발을 통해 배움의 재미를 더하겠다”라는 취지였다. 이후 디지털 교육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확대됐다. 학생용 태블릿PC나 교실에 설치할 영상 프로젝터와 전자칠판, 학사일정과 출결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학부모 실시간 열람 가능) 등을 구비하고자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졌다. 프랑스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2013~2017년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은 무려 20억 유로에 달했다.(2) 하지만 물품 구매에 앞서 정부가 교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일은 없었다. 물품의 사용자는 교사임에도 말이다.

2017년 나자트 발로 벨카셈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3) 이 모든 ‘디지털 생태계’는 고귀한 목적을 표방한다. 디지털 생태계는 “주입식 성격을 덜어내고 배움의 재미를 더한, 쌍방향 소통에 중점을 둔 새로운 교육방식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을 활성화함으로써, 더욱 온전한 학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에게도 “유연하고 다채로운 수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교육부 역시 디지털 교육의 비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결국엔 이런 식으로 훗날 ‘친환경 디지털 경제’가 도래함으로써, 이와 같은 디지털 역량이 “경제성장과 혁신을 가속화하고, 조금 더 정의롭고 결속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4) 한 마디로 현시대의 화두에 걸맞게 친환경적이고 진보적인 성격을 갖춘 동시에, 강제적이면서도 반복적인 성격(그런데 이것은 지식 습득에 내재하는 특성은 아닐까)의 교육이 지양하는, 개인 맞춤식의 다채로운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방적이고 협력적이며, 수평적이고, 창조적이며 맞춤형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 디지털 도구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코로나 봉쇄령은 디지털 교육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학생 간 격차, 학업실패, 학력저하 등의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등, 사실상 코로나 시대 최고 승자의 대열에서 ‘배움의 재미’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현 코로나 시국에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아니다. 앙드레 트리코와 장프랑수아 셰스네는 2020년 10월 출간한 저서(5)에서 과거 연구 결과들을 언급하며, 디지털 교육의 효과가 언제나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일례로 체육수업의 경우, 동영상이 “신체의 각 동작을 세밀하게 분석해 설명하기 쉽다”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외국어 수업은 다르다. 비록 MP3 플레이어가 회화수업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학생이 길잡이 없이 홀로 디지털 학습을 하는 경우, 외국어 청취 도중 어디서 멈추고 다시 들을지 학생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업 부진을 겪는 학생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더욱이 두 저자는 디지털 수업이 “단순히 동영상을 수업 중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령 복습용 등으로 널리 활용”할 줄 아는, “학습 의욕이 왕성하고, 공부 요령을 터득한 학생”에게 확실히 더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학습 환경의 격차에 따라 학습 격차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악몽 같은 상황에 내몰린 교사들

그럼에도, 교육부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듯하다. 작년 11월 이후 고교생의 60%가 분반(혹은 교대)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화상수업을 위한 디지털 도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 ‘온라인 원격수업’의 실태를 평가하는 일은 없었다. 학습환경이 우수한 고교에서는 학급별로 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수업을 중계하고 수업 시수의 손실을 피할(적어도 손실을 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반면 열악한 학교의 교사들은 등교수업을 하는 학생들과 4G 인터넷을 공유하는 동시에, 집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동영상이 무난하게 전송되는지 신경을 쓰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심지어 한 교사가 ‘화상’ 수업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감시할 다른 교사가 투입되기도 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진정한 의미의 국가적 정책은 찾기 어려웠다. 학사운영은 결국 지자체의 몫으로 돌아갔고, 지자체들이 각자 해결책을 강구했다. 2020년 5~6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등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시당국의 역할이었고, 학교장은 각자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등교 가능한 학생 수를 결정했다. 시당국과 학교의 판단에 따라, 어떤 학생은 전혀 등교하지 않고, 어떤 학생은 1~2주에 한 번 등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1월 이후, 고등학교의 경우 ‘국가적인’ 대입(바칼로레아) 시험을 눈앞에 두고도 학교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지방분산정책은 학교 간 경쟁만 심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도생의 엄혹한 현실도 마찬가지였다. 열악한 교육현실에 처한 가정에서는 화상수업, 성적에 대한 해명, 현행 학사운영 방식의 변화 등을 요구하며 교사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안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직 종사자는 악몽 같은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먼저 교실에 입장한 교사는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 35명 앞에 앉아, 학교 인트라넷과 지자체가 지정한 온라인 학습플랫폼, 그리고 ‘프로노트’에 차례대로 접속한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카메라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집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 35명의 눈이 일제히 교사에게로 쏠린다. 마침내 수업시간이 시작됐다. 교사는 이제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게다가 음성이나 채팅창으로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답을 해줘야 한다. 그 사이 학부모는 ‘프로노트’를 통해 학기 중에 자녀가 완수해야 할 과제의 수를 체크한다. 그때 갑자기 화면 위에 공지가 뜬다. 학생이 현재 준비 중인 시험방식이 시험을 치르기 2주 전에 바뀔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알림이다.

악몽 같다고? 이 정도는 약한 편이다. 심지어 대입의 경우에도 교육부는 전형일 15일 전에 전형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글·클로틸드 도지에 Clothilde Dozier
중등교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2020~2021년 디지털교육지구’, 교육부, Paris.
(2) ‘교육을 위한 디지털 공공서비스’, 감사원, Paris, 2019년 7월 8일.
(3) Catherine Becchetti-Bizot, Guillaume Houzel, François Taddei, ‘학습 사회를 향해. 평생교육 연구와 개발에 관한 보고서’, 교육부, 2017년 4월 5일.
(4) ‘2021~2027년 디지털교육 관련 정책안’, 유럽연합집행위원회, Bruxelles, 2020년 9월.
(5) André Tricot, Jean François Chesné, ‘디지털과 학교교육’, CNESCO, Paris, 202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