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바에 다녀온 것이 범죄인가?

노이로제 걸린 프랑스 경찰, 자유의 투사도 테러범으로 처벌

2021-04-30     필리프 바케 | 저널리스트 겸 다큐멘터리 감독

프랑스 국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전투원들을 소탕하겠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테러방지’ 법안들을 채택하여 테러의 증거 없이 ‘테러 의도’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법들은 시리아에서 ‘지하디즘’에 맞서 싸우려는 이들을 추적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이슬람국가(IS)에 맞서 무장하는 것 역시 경찰로부터 처벌받는 범죄가 됐다.

 

2020년 12월 8일, 프랑스 국내안보총국(DGSI)은 일에빌렌과 발드마른의 도르도뉴에서 ‘극좌파 단체 회원’ 7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폭력행위를 계획했다는 의혹을 받고 ‘테러 범죄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징역 30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사팀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경찰을 공격할 목적으로 불법조직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르푸앵(Le Point)>은 ‘시리아, SDF(시리아 민주군), S파일 명단: 극좌파 조직 우두머리의 걱정스러운 이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2020년 12월 13일).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문구도 이 사건의 허술함을 덮지 못했다. 가택수색에서 압수된 물건들은 과산화수소수, 아세톤, 염산, 엽총, 서바이벌 게임용 가짜 총, 시위진압 경찰 CRS 헬멧 등이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물품들 중 범죄의 의도나 구체적인 계획을 입증할 만한 것은 없었다. 대테러 검찰청은 평소와는 달리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고, 사건 담당 검사는 우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수사당국이 이 단체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이를 의심하는 주된 이유는, 그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국가(IS-Daesh)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이 시리아의 아랍-쿠르드 세력 및 시리아 민주군(SDF)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DGSI는 또다시 이들을 중대한 형사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프랑스 대외안보총국(DGSE)이 쿠르드 병력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약 30명의 프랑스 청년들이 전투에 참여하고자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자치구역인 로자바(Rojava)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S’파일에 갇힌 사람들

쿠르드 자치 구역을 지키다 사망한 1만 3,000명의 전투원(대부분 쿠르드족이지만 아랍인, 예지디족, 시리아족 등도 포함) 가운데에는 총 47명의 국제 자원병(미국인 11명, 영국인 7명, 독일인 5명, 프랑스인 3명 등)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에서 온 자원병들은 군인 출신이거나 IS의 지하디스트에 맞서 싸우려는 개인들이다. 또는 반자본주의 좌파 단체들과 가깝거나 무관한 극소수의 마르크스주의, 무정부주의, 반파쇼주의 활동가들이 시리아 북부에서 진행 중인 혁명 과정을 수호하고자 참가한 경우도 있다.(1) 

그러나 이 활동가들이 프랑스로 돌아오는 순간, DGSI는 이들 모두를 소환하고 감시한다. 앙드레 에베르는, 개인 신변 보호를 위해 그리고 공동의 투쟁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명을 사용해서 이야기했다.(2) 로자바에 두 차례 다녀온 이 마르크스주의 청년 활동가는 다른 동료들처럼 ‘S’파일, 즉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감시 대상’ 파일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12월, DGSI의 경찰은 앙드레가 프랑스 영토를 떠나지 못하도록 그의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했다. 경찰의 행동은 프랑스 청년들이 지하디스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2014년 채택된 ‘테러방지’법에 근거한 것이었다.(3) 

내무부에서 통지한 내용에 의하면, 에베르가 “또다시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호부대(YPG) 전투원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 그의 프랑스 복귀는 국내 공공질서에 특히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시리아 현지에서의 작전수행 경험은 프랑스의 이익에 반하는 혁명주의 극좌파들의 폭력 행위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2017년 3월, 파리 행정법원은 내무부의 명령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에베르의 변호사 라파엘 켐프는 “법원은, YPG 활동이 테러의 성격을 지닌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DGSI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배척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법관들은 에베르가 프랑스에 돌아오더라도 공공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DGSI는 시리아 북부의 로자바에서 전투에 참여한 활동가들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불안을 조장하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퍼뜨리고 있고, 그 이야기는 일부 언론에 흘러 들어갔다.(4) 2021년 1월, 프랑스 국가대테러센터(CNRLT)의 로랑 뉘녜즈 총괄 조정관은 시리아 북부 지역의 ‘전투 유경험’ 복귀 활동가들을 언급하면서 이들을, 대부분 휴대전화 기지국과 관련된 ‘낮은 강도’의 폭력행위 십여 건을 저지른 ‘극좌파’ 무리들과 연관시켰다. 뉘녜즈에 의하면 이들 활동가들은 “공화국 체제를 전복시키려는”(5) 목적을 가진, “경찰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범아프리카주의 운동가들이나 환경운동가들, 국가의 이슬람 혐오에 반대하는 이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로자바의 프랑스 전투원 공동체(CCFR)는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정책 시스템에 폭력 행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히면서 뉘녜즈의 발언에 대응했다. “고국에 돌아오면서, 우리가 훈장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가 국가 내부의 적으로 지명되고, 우리가 맞서 싸웠던 지하디스트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6)

에베르는 자신의 전투 참여가 1936년,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의 편에 섰던 국제주의 혁명 활동가들의 뒤를 잇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가 참여한 공동 저서는(7)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스페인 전쟁 당시 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POUM, 반스탈린주의)의 의용군으로 참여하며 겪은 전쟁을 묘사한 작품인『 카탈루냐 찬가』에서 영향을 받았다.『 로자바 찬가』의 저자들은 IS를 상대로 한 전투를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주의, 정교분리원칙, 양성평등을 비롯한 종족 및 종교 간 평등에 기반을 둔 현재의 ‘지방자치론’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베르는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 혁명을 지지하고자 떠났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통찰력을 갖고 어떤 광신에도 사로잡히지 않은 채, 시리아 쿠르디스탄의 주민들 곁에서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그러나 2016년 이후, DGSI는 누가 YPG의 좋은 자원병이고 누가 나쁜 자원병인지 정하기 시작했다. 정치 성향을 띄지 않는 이들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활동가 이력을 가진 이들은 감시 대상이 됐고 명단에 등록됐다. 경찰은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를 허수아비처럼 이용하고 있다.”

자신을 ‘시야’라고 부르는 한 활동가는 2016년 말, 프랑스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시리아 북부의 로자바로 떠나 1년 반을 체류했다. 그리고 2019년 2월에 다시 로자바에 가서 8개월을 보냈다. 그는 IS와의 전투에도 수없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3월 로자바 일부 지역이 침공 당했을 당시, 터키 군대와 터키 이슬람주의 민병대에 맞서 싸웠으며, 2019년 10월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서방 국가들에 버림받은 시리아 민주군(SDF)의 편에 서서 싸우기도 했다. 터키 공군이 아프린과 라스 알아인을 맹렬히 폭격했을 때, 시야는 쿠르드족, 아랍인, 국제주의자 등 동료 전투원 10여 명을 잃었다. 그가 프랑스에 첫 번째로 돌아왔을 때 DGSI는 그를 소환했다.

“그들은 내가 로자바에서 참여한 전투뿐 아니라 프랑스와 유럽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몇 시간에 걸쳐 물었다. 나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은 내가 협조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경찰의 개입방식은 합법적이지 않다. 시리아에서 쿠르드 병력과 전투에 참여한 것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유럽에 갈 때마다 공항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S' 파일에 등록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나를 이슬람주의자 취급한다.”

 

모순과 노이로제에 빠진 프랑스 정부

시야는 프랑스 정부도 비판했다. 쿠르드 병력 지원을 위해 직접 특수부대를 파견하고도 국제주의 자원병들을 형사 처벌하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는 것이다. “DGSI는 YPG가 테러리스트 단체가 아님을 잘 안다. 프랑스 정부는 일종의 노이로제에 걸린 듯하다. 경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의 시리아 활동을 국내 활동과 연관시키려 한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프랑스 내의 혁명주의 단체들을 처벌하려 노력해왔다. 경찰은 민중 시위, ‘노란 조끼’ 시위, 보호구역(ZAD) 수호 활동가들, 블랙 블록 시위대에 집착하고, 극좌파와 극좌파의 불법조직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들은 테러리즘을 퇴치하기 위해 규정된 형법 조항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 켐프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무부가 2014년 테러방지법에서 허용한 행정 결정을 이용해, 좌파 활동가인 앙드레 에베르가 IS와 싸우러 가는 것을 막는다는 게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들이 단순한 의혹에 근거해 우리 시민들에게 강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 단순한 의혹들은 정보기관으로부터 나오고, 그 의혹에 대한 증거는 정보기관이 수집했다고 주장하는, 주로 날짜도 제목도 없는 문서들인 ‘백색 노트’뿐이다.” 

켐프는 자신의 저서 『국가의 적』(8)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현대의 법들이 누적되기 시작한 근원을 지목했다. 바로 19세기 말 무정부주의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아주 빠르게 그 용도가 확대된 ‘악법들’이다. 이 변호사에 의하면, 이슬람주의 테러리즘을 물리치기 위해 채택한 특별법들이 이제는 ‘너무’ 신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슬림들, ‘너무’ 급진적인 환경운동가, ‘너무’ 격렬한 시위대, 심지어 정치적 반대파들에게도 이용된다. 이제는 로자바에서 전투에 참여한 활동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범죄 모의’에 대한 기소는 1893년과 1894년에 도입된 3대 ‘악법’ 중 두 번째 법에서 규정한 내용이다. 이 법은 1996년 7월 22일 법에서 ‘테러리스트’라는 언급이 추가된 후 적용 범위가 확대됐고, 2004년과 2016년의 법을 통해 형량이 강화됐다. 사법관 노조 사무총장이자 예심 판사인 사라 마수드는 법조계에서도 오랫동안 이런 식의 기소에 반대해왔다. “우리 입장에서 이런 기소 내용은, 물리적·고의적인 요소가 모호한 의도의 범죄들이다. 실제 행위 여부는 중요치 않다. 이런 식의 법률 규정은 위험하다.”(9)

무정부주의 활동가나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테러 범죄 모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이미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2007년 활동가들이 화재를 유발하는 물건을 경찰 견인차 밑에 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실제로 폭발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활동가들은 6개월~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일명 ‘타르나크’ 사건이라 불린 두 번째 사건은, 2008년 “무장투쟁을 목표로 하는” “보이지 않는” 조직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8명의 활동가들을 고속열차의 전차선 파손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10년의 공방 끝에, 2018년 4월 12일 파리 경범죄 재판소는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 석방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사법적 실패는 테러방지정책이 정치적 목적으로 도구화될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테러 범죄 모의’ 혐의 기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12월 중순에 체포된 7명에게도 적용됐다. 

 

 

글·필리프 바케 Philippe Baqué
저널리스트 겸 다큐멘터리 감독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Mireille Court, Chris Den Hond, ‘Une utopie au cœur du chaos syrien 머레이 북친의 자유지상주의적 실험의 장, ‘로자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9월호, 한국어판 2018년 1월호.
(2) André Hébert, 『Jusqu’à Rakka. Avec les Kurdes contre Daech 라카까지. 쿠르드족과 함께 다에시를 상대하다』, Les Belles Lettres, coll. ‘Mémoires de guerre 전쟁의 기억’, Paris, 2019.
(3) 2014년 11월 13일 법 제2014-1353호.
(4) Matthieu Suc, Jacques Massey, ‘Ces revenants du Rojava qui inquiètent les services de renseignement 정보기관들을 걱정시키는 로자바의 복귀자들’, <메디아파르(Mediapart)>, 2019년 9월 1일.
(5) Jean Chichizola, Christophe Cornevin, ‘Laurent Nuñez: “Avec 170 sabotages perpétrés depuis mars 2020, l’ultragauche monte en puissance” 로랑 뉘녜즈: “2020년 3월 이후 저지른 170건의 방해 공작으로 급부상한 극좌파”’, <르피가로>, Paris, 2021년 1월 13일.
(6) 12월 8일의 대테러 작전. 수감된 동료들을 지지하는 ‘로자바의 프랑스 전투원 공동체’ 기고문, <Lundi matin>, 2021년 2월 2일, https://lundi.am
(7) 공동4교 저서, 『Hommage au Rojava. Les combattants internationalistes témoignent 로자바 찬가. 국제주의 전투원들이 증언하다』, Libertalia, Montreuil, 2020.
(8) Raphaël Kempf, 『Ennemis d’État. Les lois scélérates, des anarchistes aux terroristes 국가의 적. 악법, 무정부주의자부터 테러리스트까지』, La Fabrique, Paris, 2019, Raphaël Kempf, ‘Le retour des lois scélérates 악법의 귀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20년 1월호.
(9) Florence Blisson, ‘Risques et périls de l’association de malfaiteurs terroriste 테러 범죄 모의의 위험과 위기’, Délibérée, n° 2, Pari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