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점령당한 동남아시아

환경운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쓰레기 수출

2021-04-30     오드 비달 | 인류학자

이른 아침,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의 작은 마을 칼리아냐르 주택가 앞에서 엄청난 양의 낙엽과 플라스틱 용기들이 소각되고 있었다. 이 마을 주민인 슬라믓 리야디는 독학으로 영어를 배운 뒤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소각이 모든 걸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주민들은 당장 보이는 게 다 타서 사라진 줄 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쓰레기를 분리해 재활용 가능한 물품은 판매하며, 퇴비로 쓸 수 있는 물질을 활용하는 단체를 설립하고자 한다. 다이옥신이 가득한 연기를 걱정하는 것은 슬라믓뿐이다. 일상에서 넘쳐나는 플라스틱을 인도네시아 시골에서는 수거하지 않는다. 옆 마을 타마난 시장의 2개 가판대에서는 상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포장재, 봉투, 합성수지 폴리스타이렌 박스 등을 판다. 일회용품은 편리해서 상당량 사용된다. 특히 빈곤가구는 일회용품 판매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쓰고 버려진 일회용품들은 소각되지 않으면 도로 가장자리나 하천에 쌓이기 시작한다. 

자와티무르에서 가장 긴 브란타스강에는 온갖 폐기물이 떠다닌다. 생물학자들로 구성된 지역 환경단체 에코톤(Ecoton)은 강의 쓰레기 문제를 조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한다. 자와티무르주의 주도이자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Surabaya)에서 멀지 않은 도시 그레시크(Gresik) 시청에서는, 2011년 골드만 환경상(1) 수상자인 프리기 아리산디가 이끄는 에코톤의 생물학자 팀이 번식과 관련된 심각한 유전적 변이를 겪는 물고기들의 건강과 수질을 점검한다. 에코톤은 대중에게 다양한 환경오염에 대해 경고하고, 농촌이지만 산업화된 이 지역 당국 및 기업가들과 손잡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2016년, 에코톤은 시민들에게 기업들의 폐수 방류 문제를 알리고, 강에 오염된 폐수를 버리는 기업들에 생산공정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폐지를 재활용하는 한 공장은 작업 방식을 개선했고, 에코톤을 지원하는 미국 국제개발처(US Aid)의 대표단도 이 변화를 인정했다. 하지만 2년 뒤, 세계적인 폐플라스틱 수입 거부 논란으로 이 지역 전역에 폐플라스틱이 넘치게 돼 사람들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에코톤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수믕코 마을의 쓰레기 매립지는 이곳의 넝마주이 10여 명에게 보물창고다. 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내는 부유한 나라의 지폐들은 현지에서 받는 보잘것없는 임금보다 훨씬 크다. 마지막 선별 작업이 끝나면, 팔 수 없는 물건들은 모두 근처 두부 공장의 땔감이 된다.

 

악취와 피부병,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

자와티무르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전역과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에서는 반복되는 이야기 소재가 있다. 바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척하는 비양심적인 업주들에 대한 이야기다. 폐플라스틱은 대다수가 분류만 된 후 야외에서 소각되거나 자연에 흩뿌려진다. 그렇지 않은 경우, 폐플라스틱 적치장이 포화돼 불량배나 다름없는 업주들이 도망갈 때까지 쌓여 있다. 이렇게 폐플라스틱이 무작위로 소각되거나 자연에 분해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퓨란, 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등의 독성 물질이 발생한다. 이들 물질은 대개 휘발성이 강하고 기름에 쉽게 녹는다. 그래서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고 인체에 쌓여 암, 호르몬 이상 및 신경계 질환을 유발한다.

말레이시아 서부 해안가의 주민들은 악취, 피부병, 호흡기 질환 등에 시달린 후에야 마을 내 쓰레기 처리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말라카 해협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최대 항구도시 클랑(Klang)에서 몇 킬로미터 거리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이 마을에서 대표를 맡았던 탄 칭 힌이 공동설립한 쿠알라 랑갓 환경보호 액션 그룹은, 2018년 서부 해안가에서 총 38개의 쓰레기 처리장을 발견했다. 이 38개 중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1개뿐이었다! 현지 단체들과 협력하는 NGO ‘소각 대안을 위한 국제연맹(GAIA)’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말레이시아에 90만t, 태국과 베트남에 40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이 수입됐다.(2) 

보고서 발표 이후,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동남아시아의 쓰레기들을 취재하러 왔다. 말레이시아 보고서를 공동작성한 마게스와리 상가라링감은 외국 언론의 영상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렇게 말했다. “외국 기자들은 쓰레기 적치장에서 자국 쓰레기를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중의 시선은 ‘수입된 쓰레기가 현지 주민들에게 끼치는 악영향’ 보다는, 야자나무 숲속 캐나다산 블루베리 요거트 용기, 프랑스산 치즈 포장지 사진에 쏠렸다. 2018년,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의 쓰레기에 점령당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전까지, 세계 최대 공산품 수출국인 중국에서 온 컨테이너에 자국의 쓰레기를 넣어서 돌려보냈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세계 폐기물 수입 시장에서 중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폐기물의 3/4 이상을 수입해 왔던 것이다.

2016년 왕지우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쓰레기 재활용 처리 및 소각과 관련한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며 중국 및 국제 여론을 충격에 빠뜨렸다.(3) 환경보호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급증하자, 중국 정부는 행동에 나섰다. 2017년 7월,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다음해 1월 1일부터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국검(National sword)’작전이라 명명된 이 정책은 “국가(중국)·환경·국민 건강 보호”가 목적이다.(4) 결국, 중국의 재활용 업체들은 사업 일부를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겼다.

말레이시아에 플라스틱 포장재는 넘쳐나지만, 그 모든 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적 해결책은 전무하다. 인도네시아나 태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환경 규제는 느슨한 편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가난한 국민들은 생계를 위해 2018년 이후 갑자기 생긴 쓰레기장에서 일해야 한다. 이런 쓰레기장 노동은 재활용 산업이 성장세였던 2010년대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강도와 성격이 다르다. NGO 사하밧 알람 말레이시아(SAM)의 상가라링감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2017년 중반부터 우리는 정부에 경고했었다. 폐기물들이 동남아시아로 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했었다.”

해당 국가들의 정부는 갈팡질팡했다. 태국은 2018년 4월 폐플라스틱 수입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한 달 뒤 조치를 해제했다. 말레이시아는 2018년 5월 폐기물 수입 허가를 거부했다가 6월 재개했고, 8월에는 3개월 수입 유예를, 이어 3년 수입 유예를 결정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8년 11월,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산업부 장관이 폐기물 수입으로 국가 무역수지에 4,000만 달러의 이익이 생긴다는 점을 들어 환경부 장관에게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 해제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5)  

2019년 봄이 되자, 이들 국가들은 ‘환경 애국주의’를 내세워 훨씬 명확한 대응을 보였다. 요비인 말레이시아 환경부 장관은 폐플라스틱 처리장 및 보관소 148개를 폐쇄했다고 발표했고, 비인가 처리장들도 계속 발견됐다. 2019년 4월 23일, 장관이 클랑 항구를 방문했을 때 재활용품 표시가 된 스페인의 일반폐기물이 세관에 신고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5월 28일, 요비인 장관은 3,000t의 폐기물을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호주, 영국, 방글라데시 등 원래 주인들에게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파라다이스에 플라스틱을 버리지 마라!”

장관은 말레이시아 수입 중개인들을 ‘배신자’라 평하며 쓰레기 수출 국가들에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선진국들에 자국의 폐플라스틱 관리 방법을 재검토하고, 개발도상국들로 폐플라스틱을 보내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말레이시아로 폐플라스틱을 보낼 경우, 지체없이 되돌려 보낼 것이다.”(6) 3일 뒤, 말레이시아 북동부에 위치한 제2의 항구도시 버터워스에서는 부패 중인 유기물과 폐플라스틱이 섞인 컨테이너 265개가 세관에서 적발됐다. 같은 해 6월 15일에는 당국에서 미신고 폐기물 컨테이너 126개와 검사 대상 컨테이너 155개를 적발했다. 이후에도 세관 당국에서는 불법 수입 폐기물 컨테이너를 계속해서 적발하고 있다.

2019년 6월 17일, 인도네시아는 폐기물 컨테이너 5개를 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시애틀에서 출발한 이 컨테이너들은 ‘재활용 종이’로 수입 신고됐으나, 플라스틱과 기저귀 쓰레기 등이 뒤섞여 있었다. 필리핀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캐나다 측에 “2019년 5월 15일 전까지 캐나다의 쓰레기들을 재회수해 갈 것”을 최후통보했다. 그리고 컨테이너 69개를 밴쿠버 항구로 보내며 컨테이너 회수를 거부할 경우, 캐나다 영해에 컨테이너를 쏟아붓겠다고 캐나다 외교관들에게 통보했다.(7) 결국 해당 컨테이너들은 캐나다에 하역됐다.

이런 식의 충돌은 2019년 4~5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해 폐기물의 국경을 넘는 이동 및 처분 규제에 관한 바젤 조약’(8) 회의 당시 시작됐다. 노르웨이의 지지를 얻었던 동남아시아의 NGO들은 협약문에 폐플라스틱을 포함시켜 이런 폐기물 불법거래를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파라다이스에 플라스틱 버리는 행위를 중단하자!”는 이들의 서명운동에는 약 100만 명이 참여했다. 회의 참가자들 중에서는 에코톤의 프리기 아리산디, 상가라링감이 NGO의 제안에 찬성했다. 바젤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던 미국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결국 안건은 채택됐고, ‘재활용이 불가한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내용의 부록이 추가됐다(그러나 해당 무역은 여전히 허용된다).(9) 

이제 수입국의 동의 없이는 폐플라스틱 수출이 금지된다. 이 조치는 미국을 포함한 모두에게 적용된다. NGO ‘플라스틱으로부터 해방(BFP)’의 본  헤르난데즈는 승리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외국에서 온 미분류 폐플라스틱을 거부할 권리가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출발 국가들은 깨끗하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만을 수출할 수밖에 없다.”(10) 이론적으로, 그런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는 국가들은 폐기물 수입을 거부할 수 있다.

2021년 1월 1일 발효된 이 결의안의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SAM이 ‘제로 웨이스트 유럽’, GAIA와 함께 1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유럽발 쓰레기 밀거래는 말레이시아의 ‘제로 웨이스트’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바젤 조약과 유사한 내용으로 2018년 10월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불법 쓰레기 거래는 막지 못하고 있다. SAM에 의하면 내용물이나 도착지를 거짓 신고한 밀수입에 개입된 주체가 여럿이며, 계획범죄가 연루된 경우도 있다. “운송에서부터 매 단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단체는 말한다.(11)

 

 

2020년 초, 말레이시아는 20개국에서 발송된 불법 폐플라스틱 4,000t을 각국으로 되돌려 보냈는데, 이 중 컨테이너 43개가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2020년 1~7월 영국으로부터 3만 3,000t이 넘는 폐기물을 받아들였다. 전년보다 81% 증가한 수치다.(12)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법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증가는 쓰레기 위기를 가속화한다. 지난 2월 상가라링감은 우리에게 말했다. “미분류된 더러운 폐플라스틱들이 여전히 유럽에서 말레이시아로 오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세관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다. 수출입국의 효과적인 통제가 없다면, 우리나라에 계속 폐플라스틱이 쌓일 것이다.”

말레이시아 NGO가 첫 번째로 요구하는 것은 투명성 확대다. 전 세계 세관 통계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드(Comtrade)는 폐플라스틱 유통 정보를 종류, 발생 국가, 도착 국가별로 제공하고 있는데, 폐플라스틱의 특징(오염 여부)과 도착지에서 예정된 처리 공정(여부)에 대한 유용한 자료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도착 국가의 정부도, 국제기관들도 불법 거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물론 재활용 쓰레기 무역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바젤 조약과 폐기물에 관한 유럽연합 기본 지침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한 국가 내에서 재활용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환경과 보건 측면에서 더 나은 조건”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OECD 국가들보다 인프라 수준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동남아시아의 경우,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고서에서 두 번째로 권고하는 것은 바로 OECD 국가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폐플라스틱의 수출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SAM과 유럽 파트너들은 서방 국가의 기업들이 에코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재활용이 훨씬 더 용이한 자재로 제품을 포장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일회용 포장을 지양하면서 쓰레기의 원천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재활용도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폐기물 사태 이전에 자국 쓰레기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처리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반둥에서 필리핀의 산페르난도까지, 여러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목표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는 존재한다. 말레이시아 서북부에서 도시화된 섬 페낭에 본부를 둔 SAM은 섬 당국이 2014년부터 음식물 포장에 폴리스타이렌 사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유럽에서는 2021년 현재까지 허용되고 있다). 2015년, 페낭의 재활용 비율은 40%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섬 당국에서 운영하는 대형 공공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들이 자국 쓰레기를 헐값에 넘기면, 이런 고무적인 노력도 소용이 없다.

분리수거 실행 여부가 사회적 차별의 기준이 될 만큼, 매립이나 소각보다 친환경적 해결책으로 인식되던 재활용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피해들이 밝혀지며 그 명성이 바랬다. 재활용은 해결책이 되기는커녕, 제한적이고 복잡하며 비경제적이라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제한적인 이유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포장에 표시되는 분류 번호는 1에서 7까지다. 1번은 생수나 탄산음료 병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2번은 우유, 식용유 또는 세제 병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5번은 음식 포장 용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1, 2, 5번은 1회에 한해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나머지(3, 4, 6, 7번)는 재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조업체, 포장재 회수 책임 면피 

 

다음으로 재활용이 복잡한 이유는 플라스틱 사용자나 가정, 기업들에 요구하기에는 분리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분리수거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지만, 재활용 가능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쓰레기를 분리하는 상황 역시 올바른 분리수거를 막는다. 지자체에서 장려하는 분리법도 그리 선별적이지는 않다(관련 기사 참조). 마지막으로 재활용에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1차 분리에 고도의 기술이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은 유가로 인해 플라스틱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한 반면, 재활용의 수익성은 낮다. 이 경우, 입법부에서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재활용된 자재 사용을 강제하거나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 관리청(ADEME)에 의하면 플라스틱 재처리에는 “기술적·경제적 걸림돌이 있다.”(13) 관련 연구가 진전을 보이지만, 새로운 재료가 출시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제로 웨이스트 프랑스(구 독립 폐기물 정보센터)’의 전 소장이자『 재활용. 거대한 정보 조작(Recyclage. Le Grand Enfumage)』(14)의 저자인 플로르 베를랭장은 광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우유병을 예로 들었다. 편리함과 심미성이 특징인 이 우유병은 우유병 분류기술에 혼란을 가져왔다. 플라스틱의 종류가 다름에도, 분류 기계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기업 시테오(Citeo)에 의하면, 이론적으로 생산자의 ‘확대된 책임’ 원칙은 “제품 포장과 그래픽 용지를 담당하는 마케터들이 포장재와 종이의 수명 종료 후 처리까지 계획하거나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광택 있는 우유병 사례는 이 원칙이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재사용 포장재는 제조업체가 포장재를 회수하며 전적으로 책임을 졌었다. 그러다 ‘회수 불필요한’ 포장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이어서 ‘일회용’ 포장이 자리 잡으며 업체들의 의무도 줄어들었다. 제조업체들은 포장재 사후 관리를 포기하고 그 역할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그러므로 아무리 법률과 규정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도, 제조업체들에 다시 책임을 지우기는 힘든 상황이다.(15) 즉, 1950년 이후 전 세계에서 63억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지만, 9%만이 재활용되고 12%만이 소각됐다. 나머지 폐플라스틱은 매립지나 자연환경에 쌓였고, 대부분의 경우 파손된 형태로 바닷속에서 수명을 다했다.(16)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진 쓰레기 위기는 환경적 불공정성을 강력하게 드러냈고, 수취 국가와 발송 국가 모두에서 여론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오드 비달 Aude Vidal 
인류학자. 저서로 에세이 『Égologie. Écologie, individualisme et course au bonheur 자아론. 자연 보호, 개인주의 그리고 행복을 위한 경쟁』(Le Monde à l’envers, Grenoble, 2017)이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미국 보험회사 대표인 리처드 골드만과 그의 배우자 로다 골드만이 설립한 재단의 이름을 딴 상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 운동상이다.
(2) ‘Discarded. Communities on the frontlines of the global plastic crisis’, GAIA, Berkeley, California, 2019년 4월.
(3) Wang Jiu-Liang, <Plastic China>, CNEX Inc., 2016.
(4) ‘Notification G/TBT/N/CHN/1211’, 세계무역기구, 제네바, 2017년 7월. 
(5) Gayatri Suroyo, Cindy Silviana, ‘In Indonesia, splits emerge over efforts to stem plastic tide’, Reuters, 2018년 12월 21일.
(6) ‘Plastic waste to be sent back’, The Edge Financial Daily, Petaling Jaya, Malaysia, 2019년 5월 29일.
(7) ‘Philippines ships 69 containers of dumped rubbish back to Canada’, Al-Jazeera, 2019년 5월 31일, www.aljazeera.com
(8) 유엔 후원하에 1989년 채택 및 1992년 5월 발효된 국제 조약. 당사자 166개국 가운데 미국과 아이티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조약을 비준했다. 
(9)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레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을 말함.
(10) Rob Picheta, Sarah Dean, ‘Over 180 countries – not including the US – agree to restrict global plastic waste trade’, CNN, 2019년 5월 11일, https://edition.cnn.com
(11) ‘European waste trade impacts on Malaysia’s zero waste future’, Zero Waste Europe, Bruxelles, 2021년 1월. 
(12) Nicola Smith, ‘Britain sends more plastic waste to Southeast Asia despite clashes with local government’, <The Telegraph>, 런던, 2020년 10월 9일.
(13) ‘Déchets. Chiffres-clés 폐기물. 키워드’, Ademe, Angers, 2020.
(14) Flore Berlingen, 『Recyclage. Le Grand Enfumage 재활용. 거대한 정보 조작』, Rue de l’Échiquier, Paris, 2020.
(15) 프랑스 환경·에너지 관리청(ADEME)에 의하면, 2010년 이후 시행 중인 프랑스 또는 유럽연합의 법률, 법령, 액션플랜 18개 이상이 폐기물 처리와 연관이 있다.
(16) Laura Parker, ‘A whopping 91% of plastic isn’t recycled’, <National Geographic>, Washington D.C., 2018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