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아시아 편견은 새로운 게 아니다

애틀랜타 살인사건

2021-04-30     마리 우예하라 | 문화 에디터

애틀랜타 살인사건은 아시아계 차별법인 1875년 ‘페이지 법’에서 시작되는 역사적 배경을 보여준다. 이 악법은 수십 년 동안 중국여성의 미국 이민을 막았으며, 무고한 많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낙인을 찍었다.

 

지난 3월 16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1세 백인남성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3개 마사지 스파를 누비며 총 8명을 살해했다.(1) 이 사건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 동안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 최정점에 이른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중국 바이러스’와 ‘쿵푸 바이러스’로 둔갑돼 인종문제로 비화됐으며, 아시아계를 노린 길거리 추행과 폭행이 급격히 늘어났다. 

백인계 로버트 에이런 롱은 중국계 이민자 다오유 펭(44세), 샤오지에 탄(49세) 그리고 한국계 박순정(74세), 김순자(69세), 유영애(63세), 현정 그랜트(51세) 등 총 8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을 목격한 한 증인은, 한국계가 운영하는 업소에 들이닥친 혐의자가 총을 쏘기 직전 “아시아인을 전부 죽여버리겠다”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조지아 주의 아시아인 인구는 4%에 불과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3개 업소는 모두 아시아계 소유다. 살인 혐의자는 중국계 소유의 우드스톡 스파와 한국계가 소유한 2개 스파를 향해 차로 약 40분, 27마일(약 43km)을 달려왔다. 체로키 카운티 경찰서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살인혐의자가 범행동기를 ‘인종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그는 ‘섹스 중독자’로 스파에서 비롯된 ‘성적 유혹’을 ‘제거’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베이커는 이 날은 ‘혐의자’에게 “아주 운이 나쁜 날이었다”고 덧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법조문을 살펴보면, 여성이민자는 스스로 매춘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어떻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을까?”
- 메이 응아이

 

살인자에 대한 이런 변호 과정에서 희생자 6명의 명예는 누더기가 됐다. 몹시 비열한 이런 패턴은 중국계 이민자가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은 계속 심화되어 왔다. 1875년 호레이스 페이지 연방하원에 의해 만들어진 ‘페이지 법(The Page Act)’은 중국계 여성에게 ‘매춘부’라는 낙인을 찍어 이민을 원천봉쇄한 연방법이었다. 이후 1882년 “중국인 이민금지법“까지 만들어졌다.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확산됐으며, 이미 미국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의 이민까지 막아 버렸다.

 

매춘부가 아님을 입증해야 했던 중국여성들

페이지 법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당시 중국계 이민자 중 여성은 4%에 불과했다. 중국 문화에 문외한이었던 미국인들은 그들에 대해 ‘특별한 성적 도구’라는 편견을 품었다. 중국계 여성들은 성병을 옮기는 매춘부이며, 백인남성들의 품위와 도덕성과 건강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2) 이런 헛소문에 의해 중국인 이민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연방법까지 생긴 것이다. 컬럼비아대 아시아 이민자학·역사학 교수인 메이 응아이는 “매춘부가 인구를 늘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는 선동적인 주장으로 인해 중국인 이민 금지법이 통과되었다고 설명했다.(3) 1870년 중국계 이민자의 남녀비율은 13:1이었고, 1880년에는 21:1에 이르렀다. 그리고 1920년까지 12:1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계 외 이민자 그룹에서도 초기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비가 비슷해졌다. 하지만 중국계 이민자들은 페이지 법으로 인해 이후 100년 동안 차별을 받았다.

상당수의 중국계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시작된 1849년부터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주로 광부로 일했고, 주방이나 세탁소에서도 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도 건설과 농업 그리고 제조업 현장에 투입됐다. 프런티어 정신으로 시작된 서부개척 시대, 폭력은 일상이었다. 게다가 중국계를 상대로 한 폭력은 정치적이기까지 했다. “자유백인공화국”의 이름으로 린치, 방화, 폭탄투척, 총칼 등을 이용한 살인이 주로 유럽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일어났다. 이런 패턴은 다른 아시아계 이민자를 상대로도 확산됐다.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 베스 루 윌리엄스의 저서『중국인은 가라(The Chinese Must Go)』(2018)에 의하면, 1880년대 중반까지 서부지역의 중국계 공동체 168개가 추방됐다.

중국계 이민자들이 등장하기도 전인 1830년, 한 타블로이드 신문에서는 ‘기묘한 중국문화’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기행적 성문화와 일부다처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백인 기독교 공화국을 원했던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중국여성을 겨냥했다. 서부에 도착한 매춘부들의 국적은 다양했으나 중국계에만 집중했다. 또 보건전문가와 종교지도자들은 부풀려진 가설을 전제로 중국계 여성들이 남성을 유혹하고 맹독성 성병을 옮기는 위험인물이라고 지목했다. 당시 미 의사협회 회장이자 비뇨기과 의사였던 J 마리온 심즈 박사는 존재하지도 않는 ‘중국 매독’ 경보를 발표하며 전염병이 돈다고 떠들었다.

1850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중국계 이민 봉쇄를 추진했으며 이미 도착한 이민자들의 격리를 시도했다. 중국계 이민자들을 수송하던 증기선 회사에게 ‘외설스럽고 방탕한’ 중국의 미혼여성을 배에 태운다는 빌미로 무거운 벌칙금을 부과했다. 1870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코넬리우스 콜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여성들이 병을 옮기고 백인 사회의 도덕성을 떨어뜨린다”라고 말했다. 콜 의원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1868년 선린우호관계와 자유이민을 보장한 중국(당시 청나라)과 미국 정부의 ‘벌링검-슈어드 협정’을 폐지하려 했다. 이 협정에는 계약이나 강요가 아닌 자유 의지에 따른 중국 여행자들에게 미국의 문호를 개방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럼에도 호레이스 페이지 의원은 중국인 이민자를 막기 위해 ‘값싼 중국인 노동자와 부도덕한 중국여성이라는 위험 종식’을 위한 연방법을 만들었다.

응아이 교수는 “페이지 법은 계약 노동자와 소위 ‘몽골 출신’ 매춘부 이민의 금지를 골자로 했다”라며, “계약 노동자와 매춘부를 자유인이 아니라고 정의함으로써 자유이민을 보장한 벌링검-슈어드 협정을 피해갔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중국계 남성들은 ‘노예근성에 찌든 천민’이라는 편견에 시달렸지만,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기에 이민은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계 여성의 이민은 불가능해졌다.

응아이 교수는 “페이지법을 보면, 여성 이민자 스스로 매춘부가 아님을 입증해야 했다. 어떻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여성이 미국에 이민 오려면 매춘 여부를 묻는 백인 미국영사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상인들의 아내, 엘리트 계층 여성들에게도 이민은 어려운 일이었다. 페이지 법은 미국 시민과 결혼한 중국인 남녀의 시민권 취득을 금지했으며, 이는 중국인과 흑인, 백인의 결혼을 금지하는 악법의 징검다리가 됐다. 

미국에 이민 온 중국계들의 절반 이상이 기혼자였음에도, 당시 언론은 중국인들을 모두 동성애자로 묘사하며 백인여성에 대한 위협요소로 간주했다. 노동력 경쟁을 통해 백인남성의 비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한 중국계 매춘 여성들이 출산할 경우, 백인공화국이 위협받고 백인혈통을 더럽힌다는 기사를 흘렸다. 

 

 

글·마리 우예하라 Mari Uyehara
미국 잡지 <GQ>의 문화 에디터. <더 네이션>, <보스턴 글로브>,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정치·문화 관련 글을 주로 기고하고 있다. 이 글은 <더 네이션> 3월호에 게재된 것이다. 

번역·이정필
번역위원


(1) 그는 애틀랜타 애크워스 인근 우드스톡의 영스 아시안 마시지샵에서부터 범행을 시작해, 맞은편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로 이동해 계속 살인을 저질렀다.
(2) Jean Pfaelzer, 『Driven Out: the Forgotten War Against Chinese Amercians』, Random House, New York, 2007.
(3) Mae Ngai, 컬럼비아대학 역사학·아시아 이민자학 교수. 저서로 『Impossible subjects: Illegal Aliens and the Making of Modern American 불가능한 주제: 불법 체류자와 미국의 현대사회 건설』(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