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전쟁 골칫거리가 된 르클레르 전차
프랑스 군대의 상징적인 장비인 르클레르 전차는, 탑재된 첨단기술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지만, 높은 가격과 현대 전쟁에는 부적합하다는 점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1) 여하튼, 프랑스와 아랍 에미리트(UAE)를 이어 온 특별한 관계의 중심에 르클레르 전차가 있다.
냉전기간, 프랑스는 소련의 공격에 대비해 신기술 전차 1,400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에 육군이 사용하는 프랑스 무기를 생산하는 공기업 ‘육상군비 산업그룹(GIAT)’은 주행 중에도 발사가 가능한 고속전차를 고안해 낸다. 그러나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자 당초 계획했던 생산량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재검토 끝에 생산 수량을 406대로 줄였지만 이로 인해 1대당 단가는 급등했다.
결국 GIAT는 자사 생산품의 수출 계획을 세우고,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위기의식을 느낀 UAE를 찾았다. 이듬해, GIAT는 아랍에미리트의 중개인 아바스 이브라힘 유세프 알유세프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계약성사에 대한 수수료 2억 3,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비밀협정은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서류 덕분에 2018년에 밝혀졌다. 하지만 중개인은 수수료 2억 3,500만 달러 중 1억 9,500만 달러밖에 받지 못했고, 나머지 금액을 받기 위해 2008년 중재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2)
그 사이, GIAT는 아랍에미리트 군대에 르클레르 전차 390대, 수리용 전차 46대, 프랑스 포탄을 총 3억 2,000만 달러에 팔았다. 국회의원 세바스티앵 나도는 이를 “UAE 내 프랑스 외교의 초석이 되는 계약”이라고 평했다. 1995년, UAE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프랑스 군대를 개입시킨다”는 전략적 협정으로 양국의 협력은 더욱 공고해졌다.(3)
그러나 프랑스의 전차 판매 수익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 2002년 국회보고서에 의하면, “르클레르 전차의 가격은 정확히 계산됐지만”, 수익은 당초 예상보다 부족한 13억 유로로 추산됐다.(4) GIAT는 UAE의 요청에 따라, 1차 인도분에 대해 UAE 표준에 맞춘 무료 업데이트 또한 제공하기로 했다. 업데이트 실행을 위해 인도 기간인 1996~2006년 사이, 프랑스 기술자와 엔지니어 수백 명이 UAE로 파견됐다. 국회보고서는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인들은 엄청난 보상도 받았다. GIAT는 기업설립을 위한 투자도 해야 했는데 그 분야는 아주 다양했다. 그 가운데 타브리드(Tabreed)는 냉방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고, 알와트바 마리오네트(Al-Wathba Marionnet)는 새로운 대추야자나무종을 개발하는 곳으로, 이들 기업은 10년 안에 ‘경제적 부가가치’ 20억 달러를 창출해내야만 했다. 연구자인 장폴 에베르에 의하면, GIAT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의 전력 생산 및 배전 민영화”를 위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베르는 1997년 작성한 글에서, 1999년에 종료되는 보상 프로그램의 쟁점을 강조하면서 “UAE의 경제개발을 위한 선택에서 프랑스 기업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5)
2006년, GIAT는 넥스테르(Nexter)가 됐다. 같은 해, 에미리트의 새 전차들에 대한 유지·보수는 알타리프 테크니컬 서비스사가 맡았다. 이를 위해 아부다비에서 일하는 넥스테르 직원 수십 명의 지원이 이뤄졌고, 프랑스와의 관계 유지, A/S, 부품 제공도 약속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프랑스인들이 UAE로 합류했다. 2009년, 중동에서 처음으로 프랑스 군대의 연합 기지가 아부다비에 설치된 것이다. 프랑스 국방부에 의하면, 약 700명의 군사가 주둔할 수 있는 이 기지에는 공군기지, 해군기지, 육군 파견병력이 포함됐는데, 이를테면 “이 전략 지역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의 보고”였던 셈이다.
2011년, 넥스테르는 에미리트 전차들의 거리 전투능력을 향상시킬 ‘도심지 작전(Azur)’ 프로그램 10여 건에 대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고, 이 프로그램은 후에 예멘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다. 2015년 여름 동안 동맹군이 아덴 항구를 탈환했고, 8월 초에는 르클레르 전차들이 그곳에 상륙해 알아나드 군사기지 탈환작전에 참여했다.(6) 프랑스 제조사에는 행운이었다. 2016년 3월, 국회에 출석한 스테판 마예르 사장은 새로운 고객을 고대하며, “르클레르 전차는 예멘전쟁에 사용되면서 지역군인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고 확신한다”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없었다. 현재 프랑스 외에 르클레르 전차를 보유한 국가는 UAE뿐이다. 2020년 10월, 아랍에미리트는 르클레르 전차 70대를 요르단에 인계한다고 발표했다. 이론적으로는 프랑스의 동의를 전제로 한 양도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에미리트의 르클레르 전차들은 2018년 11월, 예멘의 호데이다 항구 외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전차들을 전투에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정비와 수리가 필요할 터였다. 그러나 2018년 10월에 작성한 문서에서 프랑스 군사정보부는 에미리트 군대가 전차의 유지·보수 과정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7) “예멘 현장에 적절한 지원체계가 부재하므로, 르클레르를 포함한 군용차량 정비는 아랍에미리트로 돌려보낸 후에야 이뤄진다.” 넥스테르의 아부다비 사무실에서 정비작업에 참여했을 것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런 잠재적인 지원을 이유로 프랑스와 프랑스 제조사는 UAE와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법정에 서게 될까? 유엔 인권위원회는 예멘전쟁은 사실상 전쟁 당사자 모두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수없이 자행하는 유혈무대가 됐고, 분쟁이 계속된 데는 무기 공급 국가들의 책임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정부기구인 유럽 헌법인권센터(ECCHR)의 법률가 카넬 라비트는 “ICC는 서방 국가들과 그 기업들까지, 모든 중범죄 가해자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유럽기업들 중 넥스테르는 빠져있다.
국방활동의 민주적 관리를 위한 프랑스 NGO ‘무기관측연구소’의 토니 포르탱은 “무기의 공급과 정비는, 전쟁물자 수출 연구를 위한 프랑스 부처 간 협력위원회에서 불투명하게 허가해서는 안 되고, 국회의원들이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UAE의 전차를 그들의 생활환경에 맞춰 개선해야 하는 지금, UAE가 전쟁범죄로 기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양국 협력의 성격과 방식은 프랑스 대중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글·에바 티에보 Eva Thiébaud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Antoine d’Évry, ‘Les chars, un héritage intempestif ? 전차, 시의적절하지 않은 유산?’, <Focus stratégique>, n° 53, 프랑스 국제관계 연구소, Paris, 2014년 9월.
(2) Fabrice Arfi, ‘De la corruption à la guerre au Yémen, l’histoire secrète des chars français 부패에서 예멘 전쟁까지, 프랑스 전차의 비밀 이야기’, <Mediapart>, 2018년 9월 28일, www.mediapart.fr
(3) Nathalie Goulet, ‘프랑스 정부와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방위 분야 협력조약 승인을 비준하는 국회채택법안에 관한’ 보고서, 상원, Paris, 2011년 7월 6일.
(4) 국회의원 이브 프로미옹과 장 디에볼이 발표한, GIAT Industries의 상황에 대한 정보보고서, 국회, Paris, 2002년 12월 17일.
(5) Jean-Paul Hébert, ‘Analyse économique des exportations d’armement 무기 수출에 대한 경제 분석’, 평화·안보 연구 및 정보 그룹(GRIP), Bruxelles, 1997년 5월.
(6) Michael Knights, Alex Almeida, ‘The Saudi-UAE war effort in Yemen (part 1) : Operation Golden Arrow in Aden’, The 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 2015년 8월 10일.
(7) ‘국가의 거짓말 지도’에서 밝혀진, 예멘 안보상황에 대한 군사정보부(DRM)의 2018년 10월 3일 문서, Disclose, 2019년 4월 15일, https://made-in-france.disclose.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