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를 향한 인도 농민들의 분노

2021-04-30     조엘 카발리옹 외

끝이 보이지 않는 보건위기 속에서, 인도 정부는 갑자기 공공식품 및 농업 시스템 규제를 완화하는 세 가지 법을 공포했다. 2020년 9월 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채택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유례없는 항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리고, 정부와 농민 사이의 도의적 합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인도 정부의 결정을 철회시키고자, 농부 수십만 명이 2020년 11월 말부터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인디아 게이트로 모여들었다. 인도에서 농민들이 이렇게 결집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때로는 집단자살 같은 비극을 이유로, 때로는 유전자 변형 작물(GMO)이나 토지수용에 반대하며 결집했다.(1) 그러나 이번 집결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집결한 농민들이 워낙 많은 데다가 의지와 행동방식이 강경하며, 모디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도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연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초 제출한 세 가지 법안이 같은 해 9월 중순 국회의 표결을 거쳐 채택되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분노는 활활 타올랐다.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농업 인구 비율은 1951년 70%에서 2011년 48%로 감소했다. 정부의 개혁에 찬성하는 저명한 전문가 아쇼크 굴라티는 이번 법안 채택이 인도 “농업 현대화의 초석”이라고 평가했지만,(2)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는 1960~1970년대 수립된 농·식품 정책의 해체를 의미한다. 기존 정책은 최저가격 보상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인도 북서부 지역에서 쌀 등 곡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농작물 거래량의 1/3에 한해 적용된다. 그러나, 다른 작물 가격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본래 농작물은 주정부가 감독하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지정 가격 이상으로 판매가 되지 않는 경우, 최저가격 보장을 위해 인도 국립식품청(Food Corporation of India)에서 농작물을 구입하고 빈곤층 지원을 위해 국영 배급소로 이송된다. 일명 ‘농산물 무역·거래 촉진법’(3)이라 불리는 첫 번째 법은 농민들이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독점도매시장 만디스(Mandis) 외의 장소에서도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만디스는 중간상인들의 영향력을 제한할 목적으로 고안됐으나, 시행 직후 유력 가문들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농산물 구매와 거래, 운송의 대부분이 카스트의 영향력에 비례하는, 사실상 지역 독점이 생겨났다.

중앙 정부는 이런 만디스를 개혁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대안 시장’을 장려하고 있다. 농부들은 2006년 이미 만디스를 폐지했던 비하르(Bihar)주의 사례를 근거로, 도매시장과 모든 규제의 점진적 소멸을 두려워한다.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4) “비하르 농민들의 운명은 만디스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의 손에 떨어졌다.” 뉴델리 인도기술연구소의 연구원 리샤 쿠마르는, 이 법은 오히려 농업 관련 산업관계자들이 “어디에서나(즉, 제한적인 시장 밖에서) 구매할 ‘자유’를 막아버린다”고 평가했다.(5)

일명 ‘가격 협정법’으로 불리는 두 번째 법은, 농민과 구매자가 수확 전 합의한 범위 및 가격표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장려한다. 정부는 이 법에서도 농민이 판매처를 선택할 ‘자유’를 강조하지만, 거대 농산물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들에게 이 법이 영향력을 미칠까? 게다가, 이 법은 투기성이 강한 단일 경작을 부추겨, 농업생태학적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다. 

세 번째 법은 일명 ‘필수 농산물 개정’법이다. 식용유, 양파, 감자 등 지금껏 공공 관리 대상이었던 농산물을 관리 대상 목록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국가 차원의 구매가 더욱 확대되길 바랐던 농민들의 바람과 달리 국가의 관리가 소멸된다는 뜻이다. 이 법의 취지는 국가기관의 열악한 보관 시스템 때문에 농산물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해 보관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의 14%가 영양실조를 겪는 상황에서(6) 중앙 정부의 적절한 통제도 없이 이 법이 시행되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가난한 국민들은 식량 부족을, 소비자들은 소매가 인상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당(AAP)’ 대표이기도 한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주지사는 12월 14일 연설에서 “이 법은 농부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보통 사람’들에게도 불리한 법이다. 인플레이션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7) AAP당은 인도 국민회의당과 인도공산당(마르크스주의)처럼 농민들의 시위를 지지한다.(8)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농부”

이 세 가지 법에는 시민들이 민간 당사자와 분쟁을 겪을 경우 행정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축소하는 조치들도 포함됐다. ‘녹색혁명’에서 계승한 모델의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해결하려는 시도도,(9) 지역에 따라 농촌 경제 인구의 1/4에 달하는 소작농에 대한 고려도 없다. 이 세 가지 법은 하나같이, 공공지원을 줄이고 인도 농업을 거대 농산물 기업과 유통업체의 손에 넘기려 한다.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지역 노조의 기치 하에 항의해 왔다. 8월 9일, 영국 식민 지배에 대항해 일어났던 ‘인도를 떠나라(Quit India)’ 운동의 78번째 기념일에는 법문 불태우기, 도로봉쇄, 오토바이와 트랙터 행진, 연좌시위, SNS 시위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줄을 이었다. 또한 500여 개 지역단체가 ‘농민통합운동’을 내세우며 모인 독립연맹이 탄생했다.

농민운동은 주로 펀자브,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 등 ‘녹색혁명’의 승리자로 간주되는 자영농 농민들이, 1990년대부터 농업분야에서 가장 급격한 쇠퇴를 겪고 있는 인도 북부 주에서 시작됐다. 농민운동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펀자브주 농민은 1인당 평균 3.6헥타르의 토지를 소유했으나, 전국 평균은 1헥타르를 겨우 웃돈다. 인도 인민당(BJP, 힌두 민족주의)이 이끄는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자, 농민들은 뉴델리에서 행진을 하자고 외쳤다. 수도의 게이트에 도착한 이들은 힌두교 사원과 구루드와라 시크교 사원의 긴밀한 네트워크에 힘입어 한결 쉽게 시위를 조직했다. 수도로 향하는 도로 일부는 농민들이 설치한 캠프로 금세 가로막혔다. 텐트가 세워졌고, 침구, 급수장, 세탁장, 진료소, 공동부엌이 마련됐으며, 대형화면이 달린 연단이 여럿 들어섰고 시위대의 연설은 소셜미디어에 라이브로 중계됐다.

농민들의 결집은 더욱 강화됐다. 12월 8일, 농민단체들은 전국파업을 촉구했고 직장인 및 학생노조, 여성운동가, 그리고 제일 먼저 새로운 법의 혜택을 보게 될 일부 상인들까지도 농민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최루탄, 물대포, 체포 등 강력한 진압에 맞선 단식 투쟁도 벌어졌는데, 올인디아 키산사바(All India Kisan Sabha) 조합에 의하면 수백 명이 체포됐다. 20일, 라자스탄에서 온 새로운 시위대가 델리-자이푸르 도로를 막았다. 23일은 ‘농민의 날’로 선포됐고, 여러 주의 지원군들이 수도 경계로 향했다. 대부분이 공산주의 노조 회원인 수천 명의 서부 및 중부지역 영세 농민들은 지프차 행렬을 이루며 모여들었다.

26일, ‘암바니, 아다니 그룹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힌디어 특유의 음가와 언어 조합 속에서 농부들은 두 사람을 비난했다. 바로 억만장자 과탐 아다니와 무케시 암바니다. 이들이 이끄는 두 기업은 ‘빛나는 인디아(‘Shining India’, 2004년 선거 당시 패배했던 BJP당의 슬로건)’와 농촌경제 잠식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상징한다. <포브스> 선정 인도 최고 갑부인 암바니(10)가 이끄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석유화학에서부터 통신, 유통, 곡물 운반 및 저장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 분야를 보유하고 있다.

아다니 역시 암바니의 뒤를 이어 광산, 부동산, 항만운영 그리고 농산물 가공업(인도 최대의 식용유 브랜드를 갖고 있다)까지 다양한 분야를 장악한 거대 그룹의 대표다. 이 두 사람 모두 모디 총리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12월 27일에는 총리의 월례 라디오 연설 ‘만 키 바트’(내면의 생각) 방송 중, 농민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총리의 목소리를 가리고 금속접시를 두드리며 방송을 방해하기도 했다. 농민단체들은 릴라이언스 브랜드와 지오(암바니의 기업) 브랜드의 휴대폰 심카드 반납운동도 벌였다.

군대식으로 조직된 시위대는 군대와 농민의 밀접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군인들에게 영광을, 농민들에게 영광을”이라는 독립 당시에나 쓰였을 법한 오래된 정치 슬로건도 등장했다. 요컨대, 군대가 국경을 지킨다면 농부들은 국가 내부의 안보 즉, 식량 안보를 지킨다는 것이다. 이 도의적 합의를 토대로 농민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아왔지만, 이제 그 합의는 깨졌다.

시위 초반, BJP당과 언론은 북부 지역에서 온 시위대를 중국이나 파키스탄의 사주를 받은 ‘반민족주의자’라거나, 1984년 황금사원을 점거했다가 인디라 간디 총리(몇 달 뒤 시크교도인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살해당함)의 명령에 따라 유혈진압 됐던 펀자브 시크교도들의 분리주의 운동에 빗대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라 일컬었다. 일부 BJP당 의원들이나 친정부 성향의 기자들은 농민들이 극좌파 낙살라이트(Naxalite, 인도의 공산주의 혁명가들을 지칭함-역주) 세력에 이용당했다고 비판하며, 농민들을 ‘국가 통합을 깨뜨리는 깡패’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다. 농민연합은 일부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불법적인 감금, 그리고 무슬림 차별 논란이 있는 2019년 시민법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11) 게다가 시크교도들이 요리한 음식들은 시위대뿐만 아니라 도로 질서를 ‘안정시키는’ 임무를 받고 온 경찰과 준군사 조직원들에게도 나누어졌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은, 농민들 표현을 빌리면 ‘정권의 무릎 위에 앉은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지 않았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농부”라고 외친다. 그들은 언론의 공격에 독립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고자 신문 <트롤리 타임스>을 발간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도 최대한 활용하면서 농민 대표들과 농업부, 무역부, 소비·식품·유통부 장관의 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농민들은 세 가지 법의 철회를 거부하는 정권에 맞서, 최저가격 보상제도를 농업분야 전체로 확대함과 동시에 법에 명시된 권리로 인정할 것을 계속 요구한다.

대법원이 세 가지 법의 합헌여부를 언급하는 대신, 유명무실한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며 갈등에 개입하려 하고, 독립 이후 제헌절인 1월 26일 시위가 폭력적인 결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여전히 수도에 모여 있다. 지금까지 완고한 태도를 고집하던 모디 총리는 과연 전략을 바꿀까? 

 

 

글·조엘 카발리옹 Joël Cabalion  
투르 대학 사회인류학 교수. 파브리스 필포와의 공동 저서로 『L'Inde des sciences sociales 인도의 사회학』(Aux Forges Vulcain, Paris, 2017)이 있다. 
델핀 티베 Delphine Thivet
사회학 교수, 보르도 대학 에밀 뒤켐 센터 부소장.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Palagummi Sainath, ‘Vague de suicides et crise de l’agriculture 자살 물결 그리고 농업 위기’,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94호(‘Réveil de l'Inde 잠에서 깬 인도’), 2007년 8~9월, 그리고 Mira Kamdar, ‘L’Inde résiste à la séduction de l’agroalimentaire américain 다국적 GMO 기업들에 맞선 인도 풀뿌리의 용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10년 3월호. 
(2) Ashok Gulati, ‘On farm bills, government must get its act together, but Opposition is misguided’, <The Indian Express>, New Delhi, 2020년 9월 28일.
(3) The Farmers Produce Trade and Commerce (Promotion and Facilitation) Bill 2020 법은 다른 두 법과 마찬가지로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prsindia.org
(4) Himanshu, ‘Lessons from Bihar’s abolition of its APMC system for farmers’, <Mint>, New Delhi, 2020년 9월 24일.
(5) Paridhi Sinha, ‘If the mandi is gone, there is no buyer of last resort – Richa Kumar, Associate Professor, IIT-Delhi’, The Blue Letters, 2020년 11월 2일, https://theblueletters.com
(6) 2020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실태 보고서’, UN 식량농업기구(FAO), Rome, 2020년 7월 13일.
(7) ‘“Calling farmers terrorists attempt to defame them” : Arvind Kejriwal’, New Delhi Television(NDTV), 2020년 12월 14일, www.ndtv.com. 2015년 델리주의 정권을 잡은 ‘보통사람들의 당(Aam Aadmi Party)’은 2011년 반부패 시위와 함께 부상했다.
(8) ‘인도공산당’, ‘인도공산당(마르크스주의)’ 등 여러 공산당이 존재한다. 
(9) ‘Degraded and wastelands of India : Status and spatial distribution’, Indian Council of Agriculture Research, New Delhi, 2010년 6월.
(10) ‘India’s 100 richest people’, <포브스 인디아>, Jersey City (New Jersey), 2020년 10월 7일.
(11) Aminah Mohammad-Arif, Jules Naudet, Nicolas Jaoul (under the direction of), ‘The Hindutva turn : Authoritarianism and resistance in India’, <South Asia Multidisciplinary Academic Journal>, 24~25호, Paris,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