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Covid-19’ 논쟁, 남성명사가 맞나?
“편집장님 그리고 편집부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의미하는 단어 ‘코비드-19(Covid-19)’의 성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1) 세계보건기구는 이 단어가 여성이라고 했습니다. ‘질병’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Maladie(말라디)’가 여성이라는 이유였어요. 그러나 미디어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비드-19’를 남성명사로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결정해 주시면, 저희는 그 결정에 따르려고 합니다.”
벌써 1년 전에 도착한 메시지다. 2020년 3월 20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최종 편집이 있기 몇 시간 전, 교열팀은 이 엉뚱한 단어의 성을 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1차 봉쇄조치가 시행됐던 초반이라서 텔레그램 메신저로 허둥지둥 논의를 마쳤다. 답은 만장일치였다. 6대0으로 ‘코비드-19’는 남성명사라는 것이었다(맞춤법 교열 프로그램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처럼 가차 없이 수정하지 않고, 기자가 선택한 표현이 맞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는 그 이후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재검토한 적이 없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강력한 힘이 우리로 하여금 소수일지도 모르는 이 첫 선택을 밀어붙이도록 부추겼다. 이런 경우 우리는 사회에서 어떻게 쓰는지 보고 따르면 된다. 1년 전, 모두가 코비드를 남성명사로 썼다. 왜 그랬을까? 아마 은연중에 전염됐기 때문일 것이다. ‘코비드’처럼 ‘이드’로 끝나는 프랑스 단어는 흔치 않은데, 이런 단어들은 전부 남성명사다. (Caïd(카이드), Tabloïd(타블로이드), Polaroïd(폴라로이드), Celluloïd(셀룰로이드), Ozalid(오잘리드) 등이 그렇다.) 마리아 캉데아 언어학자가 언어관련 지식을 다루는 팟캐스트 <유별나게 말하기(Parler comme jamais)>에서 한 설명을 들으면 더 확실해진다. “초기에 우리가 모두 코비드를 남성명사로 썼다. 그래서, 남성명사로 인식된 것이다.” 사실 여기에 혼란스러운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이 ‘코비드’를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아니라, 바이러스 자체를 부르는 데 쓴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이렇게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혼란스러워서’, ‘이해를 잘못해서’일까? 한참 늦게, 게다가 쓸데없는 이론을 가지고 달려드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혼란을 가중하는 장본인인 것 같다. 2020년 6월, 뜬금없이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코비드는 여성명사라고 주장했다.
“코비드는 약자입니다. (…) 우리가 분석해 본 결과, 영어 단어인 ‘Coronavirus(코로나 바이러스)’와 ‘Disease(디지즈, 병)’이 합쳐진 단어죠. ‘질병’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 Maladie(말라디)는 여성명사입니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보면, 코비드는 여성명사가 됩니다.” 프랑스 국영 라디오방송 <프랑스 퀼트르(France Culture)>에서 아카데미 프랑세즈 종신회원인 엘렌 카레르 당코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남성명사로 알고 있는 프랑스인이 56% 여성명사로 알고 있는 프랑스인이 19%”
이 ‘논리’는 반박의 여지가 있다. 소르본 대학의 언어학 협의회 대표이자 『나는 나처럼 말한다(Je parle comme je suis)』의 저자인 줄리 너뵈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영어 단어 자체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병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Disease(디지즈)는 여성형도 남성형도 아니다. 누가 이 단어가 프랑스 단어 Maladie(말라디)로 번역된다고 했는가? (…) 내가 아메리칸 헤리티지 영어 사전을 읽어본 바에 의하면 Disease(디지즈)라는 단어는 편안함, 안락을 의미하는 단어 Aise(에즈)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편하지 않다’, 다시 말해 고통스럽다는 질병의 의미가 담긴 Malaise(말레즈)가 영어 Disease(디지즈)에 해당하는 말이다. 따라서 Disease(디지즈)를 프랑스어로 바꾸면 남성명사가 된다.”
“약어의 경우엔 그 약어를 이루는 단어 중 핵심 단어의 성별이 그 약어의 성별을 결정한다”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논리에, 줄리 너뵈는 또 다른 반박을 내놓았다. 만약 그 설명이 맞는다면 현재 남성명사로 분류되고 있는 레이더를 의미하는 단어 Radar(라다르)와 레이저를 의미하는 단어 Laser(라제르) 둘 다 여성명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인 두 단어를 풀어서 써보면 핵심 단어가 프랑스어로 여성명사이기 때문이다.
장 카스텍스 총리가 이끄는, 남성중심적 성향의 현 프랑스 내각이 아카데미 프랑세즈 종신회원이 권장한 내용에 동조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2020년 11월 국민 연설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비드를 여성명사로 사용했다. 이를 들었음에도 프랑스 국민 중에 이를 따라 여성명사로 쓰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번 목요일, 프랑스 여론 연구소(IFOP)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인 56%가 코비드를 남성명사로 쓰고 있었고, 19%가 여성명사로 쓰고 있었다. 25%는 남성형과 여성형을 오가면서 사용 중이었다. (…) 이 문제에 대해 프랑스 여론은 나뉘지 않았다. 오히려 남성형과 여성형 양쪽에 동일한 힘을 실어줬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정했으니 코비드가 규범상 여성명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남성형으로 쓰고 있었다.” 언어는 사용이 규범을 능가하게 돼있다.
그러면 사전은 어떨까?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사전 로베르(Robert)와 라루스(Larousse)는 아직 종이 사전에 ‘코비드’라는 단어를 올리지 않았다. 다음 개정판 사전에 이 단어는 여성형으로 실리게 될까 아니면 남성형으로 실리게 될까? 남성형과 여성형 둘 다가 아닐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논쟁이 소모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프랑스어에서 보통명사의 성(性)은 Après-midi(오후)같은 단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성별을 정하지 않거나 성별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비드가 양성명사가 되는 것이 시대의 사조에 반하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글·자비에 몽테아르 Xavier Monthé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정민 minuit15@naver.com
번역위원
(1) 프랑스어 단어는 성(性)이 있어서 남성명사, 여성명사가 존재한다.(-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