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주 28시간 근무제

덜 일하고, 덜 오염시키기

2021-05-31     클레르 르쾨브르 | 기자

진보주의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을 줄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부를 분배하고 온실가스 배출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 28시간 근무제를 제안한 기후시민협의회가 스스로 이 제안을 철회했을 만큼, 이 과감한 계획에 대한 우려도 깊다.

 

“어떻게 하면 사회정의 실현과 동시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만큼 감축시킬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프랑스 기후시민협의회(CCC)는 주 28시간 근무제를 해결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CCC는 결국 2020년 6월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한 149개 온실가스 감축 최종방안에서 이 제안을 뺐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150명으로 구성된 CCC의 회원 중 65%가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만 빚을 뿐, 온실가스 감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이 위원회의 벨라리 블랑쉬토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 복지와 사회 변화를 위한 것이지,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방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정부와 의회는 CCC 최종 온실가스 감축 방안조차도 대폭 완화 및 축소했다. 

반면, 노동시간 단축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증명한 연구들은 많다. 최근 한 연구도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시간과 생태 발자국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1) 미국에서 2007년 경제학자 2명은 미국이 유럽의 평균 노동시간(당시 15개국)을 도입할 경우 에너지 소비량을 18%를 줄일 수 있으며, 반대로 유럽에 미국 평균 노동시간을 적용할 경우 에너지 소비량은 25% 증가한다고 입증한 바 있다.(2) 2018년에도 노동시간이 1% 증가할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0.65~0.67% 증가한다고 추산한 연구결과도 있다.(3) 그리고 스웨덴 연구자들이 노동시간을 1% 단축시키면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0.80% 감소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4)

 

지구를 구하려면, 모두가 가난해져야?

적게 일하고, 적게 벌수록 탄소 발자국이 적다. 그렇다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인이 가난해져야 할까? 릴 대학의 자비에 드베테 경제학 교수는 “여유시간이 늘어날수록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는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다른 형태의 행복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은 늘어난 여유시간에 요리, 재봉, 정원 가꾸기, 자가용 수리 등 자급자족 활동으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기후 재난을 막으려면 반드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지만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려면 에너지를 써야 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5) 화석 연료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거나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할지라도,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산의 증대 없이도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노동은 실재하는 모든 부의 근원이자 변혁을 유도하는 주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노동은 우리 사회조직과 물질적·사회적 생산에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그런데 쟝 가드레이를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은 생산량이 아닌, 사회적 수요 충족에 중점을 두는 ‘탈성장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6) 사회학자 도미니크 메디아는 “환경적 한계를 고려한 생산을 목표로 삼아, 성장 제일주의에서 탈피해 환경과 사회적 연대를 지키면서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7) 이제 어떤 생산을 축소·폐기하고 어떤 생산을 유지할지 시민들이 함께 논의해 선택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현대사에서 중대한 진보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며 외쳤던 자유시간은 구호로 끝나지 않고 실현됐다. 산업혁명 이후 프랑스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절반으로 줄어, 1983년 3,041시간이었던 평균 노동시간은, 2019년 1,613시간이 됐다.(8) 이웃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의 노동시간은 프랑스보다 더 짧아졌다. 

프랑스 최초 아동 노동법 1841법은 8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고 13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제한했다. 이후 1959년 16세까지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아동노동을 전면적으로 엄격히 금지했다. 1848년까지 12시간이었던 1일 노동시간은 1900년 11시간으로, 1919년에는 8시간으로 단축됐다. 또한, 주당 법정 노동시간은 1900년 70시간이었는데 인민전선 정부가 40시간 노동법을 통과시키면서 대폭 감소했다. 이후 1981년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이 주 3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2000년에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1906년 최초로 유급휴가제도를 시행했고, 휴가 일수가 점차 증가해 1982년에는 연(年) 5주가 됐다. 

그런데 오늘날 진보주의 노조, 좌파정당, 환경론자들은 노동시간을 더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5월 금융거래 과세와 시민활동 연합(ATTAC), 노동총연맹, 그린피스의 주도 하에 20여 개 노동자 협회와 환경 보호 기관들이 ‘위기극복 계획’을 출간했다. 이 계획안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주요 대책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급여 감소와 노동시간 유연화 없는 주 32시간 근무를 요구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실업률 감소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고용주도 노동시간 단축에 우호적이다. 목적은 계약직을 늘리고 고령자를 해고하려는, 전혀 다른 곳에 있지만 말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보건위기로 인한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이후 경제회복기에 고용확산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의 법정 노동시간은 35시간이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대개 이보다 길기 때문이다. 2018년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제활동인구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0.5시간이었고 급여 노동자만 보면 39.1시간이었다.(9) 게다가 임원직의 경우 거의 절반이 주 35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와 연간근무일수를 계약하는 ‘재량노동일제’를 적용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6.6시간이나 된다.(10) 이는,  주 35시간 근무제의 실패가 아니라, 오용을 의미한다(다음 기사 참조).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목격된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경제활동인구가 일자리보다 빨리 늘어난다는 것이다. 1980~1989년 연간 총 노동시간은 385억 시간이었으며, 경제활동 인구수는 2,470만 명이었다. 2010~2019년 연간 총 노동시간은 419억 시간으로 7.9% 증가했고, 경제활동 인구수는 2940만 명으로 15.7%나 증가했다.(11) 이는 일자리 쏠림 현상의 심화를 보여준다. 즉 일부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크게 증가한 반면, 다른 이들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삶의 질과 환경, 두 마리 토끼 살리기!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시켜도 일자리는 감소하지 않으며,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 변화가 고용을 창출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12) 일례로, 장 가드레이가 이런 사회 변화 과정에서 산출한, ‘행복지수를 높이는 직업’은 무려 200만 개에 달한다.(13)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로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A, B, C, D 카테고리(실업자, 단기 계약직, 구직자, 구직 포기자)를 합산하면 실업자 수가 570만 명에 달한다. 게다가, 여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의 실업자가 빠져있다. 일자리와, 그 일자리가 창출하는 가치 분배에 대해 고심할 때다.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하는 생산활동을 줄이려면 노동자들의 시간당 생산성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면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오염완화 효과는 감소하고, 노동강도는 증가한다. 대부분 고용주도 경제적인 이익에 따라 노동시간이나 노동일수를 줄인다. 1996년 제정된 로비앙 법은 기업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고용을 늘리면 사회보장부담금을 줄이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따라서 토목공사 자재 재활용 전문 업체 이프레마(Yprema)는 1997년 노동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이 업체의 대표 수사나 망드는 설명했다. “도전의 기회였다. 주 35시간 근무제를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그리고 고용을 10% 늘려 직원이 42명에서 1998년 50명이 됐다. 노동강도와 피로도를 낮추고자, 주 3일 휴무를 적용하는 대신 기계를 더 돌렸다. 결국 공장 가동시간은 더 늘어, 주당 생산시간이 39시간에서 43시간으로 증가했다. 총 생산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와 뉴질랜드 퍼페튜얼 가르디안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했다. 뉴질랜드 유니레버 대표 닉 방은 2020년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는 시간대비 성과가 아니라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14) 2021년 1월 25일, 보건위기 상황과 노동시간을 더 연장하라는 여러 정부 부처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컴퓨터 하드웨어 쇼핑몰 그룹 LDLC는 임금삭감 없이 주 4일 32시간 근무제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LDLC 창립자 로랑 드 라 클레르제리는 노동시간 단축 결단을 내린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속도를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작업을 제외하고, 고용을 늘리지 않고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작업이 많다고 생각했다. 계산해 보니 분명히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 LDCD의 구매부서 홍보 담당 마틸드 포미에는 “직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이 좋아야 업무효율성이 높아진다”라면서, 노동시간 감소가 생산성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결과가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산업혁명 이후 프랑스인의 시간당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1949~1974년 연간 생산성 성장률은 5%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1990년대부터 점차 낮아져, 약 1.5%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까? 생산성이 증가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이 두 문제에 대한 몇 가지 해결안이 제시됐는데, 그 중 드베테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 노동강도 완화를 통해 노동량을 골고루 분배하고, 환경오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삶의 질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다. 이제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논의를 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CCC에 선발된 한 시민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가서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주 28시간 근무제를 반대했다. 이처럼 임금삭감 없이 여유시간이 더 생기면, 소비와 오염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늘어난 여유시간을 자녀를 위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노동부 산하 조사연구통계지원국(Dares)가 주 35시간 시행 후 실시한 연구결과). 

또한, 부유층이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킨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소득 최상위 10%가 소득 최하위 10%보다 온실가스를 2.2~2.8배 더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15) 우리 사회는 성공의 과시수단으로서 과소비를 부추긴다. 그러므로 사회 구성원이 함께 생산을 줄이려면, 사회 문화가 변해야 한다. 드베테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급여가 아닌 시간으로 돌려줌으로써, 생산의 증대를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잃는 것 대신 얻는 것, 즉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 공감해야 한다. 소비가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살행위인가, 변혁의 기회인가?

경제전문가연합의 장 마리 아리베이는 노동시간 단축의 두 가지 이점을 제시했다.(16) 하나는 불경기에도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또 하나는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이 소비하고자 더 많이 일할 것인가, 원하는 사람 모두 일할 수 있도록 일을 줄일 것인가?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 및 소비의 절제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노동에 대한 인식개선, 일자리 나누기,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편견과 냉소는 여전하다. CCC가 제안했던 주 28시간 근무제에 대해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의 대표 파트릭 마르탱은 2020년 6월 ‘사회경제적 자살행위’라고 폄하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4일 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 메르는 라디오 방송 RMC에서 “주 35시간 근무제는 실책이다. 프랑스가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총 노동량, 노동을 통해 창출하는 부, 그 부를 통해 누리는 번영이다. 그러므로 노동시간을 늘려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20년 5월 몽테뉴 연구소 보고서에서 경제학자 베르트랑 마르티노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급을 위한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투자, 노동시간 증가, 총 생산성 증대를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방에서 자유주의의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듯하다.

경제전문가협회의 미쉘 위손은 “경제활동이 10% 감소한 현재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감축할 수 없다. 하지만 평균 노동시간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개인적 선택, 또는 전반적인 경향에 의해서”라고 분석했다. 대부분 고용주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분할’에 주력한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파트타임 계약직이 약 2배 증가했고, 2019년에는 노동자의 18.4%가 파트타임 노동자였다.(17) 그리고 프리랜서와 같은 불안정한 직업군들 덕분에 고용주는 고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 결국 불평등은 심화됐고, 실업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노동자들의 권리는 등한시된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높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트타임 고용을 장려한다. 그래서 독일의 파트타임 노동자 고용률은 22%, 네덜란드는 38%로 총 실업률이 프랑스보다 낮다. 파트타임 노동의 비율은 1975년부터 3배로 늘었고, 2019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18.1%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독일에서 시간제 일자리 ‘미니잡’ 확대 이후 빈곤율이 오히려 심각해진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트타임 고용은 노동자의 급여를 깎아내리고 양성 불평등을 악화시킨다.(18) 

노동시간 감축은 노동비용 상승, 생산성 하락, 노동가치 폄하 등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때 겪었던 혼란과 실패 경험은 트라우마와 분열을 남겼다. 그리고 우파와 경영진들은 노동시간 감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CCC 홍보부 관계자 에르완 아로른느는 “노동시간 단축은 150명 전원이 가장 오랫동안 논쟁했던 문제”라고 회상했다. CCC에서 30명씩 소그룹이나 150명 전체 논의를 거치고 투표를 할 때마다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에 바로 유연하게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 때 겪었던 혼란만 번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리고 CCC는 노동시간 단축을 고집해. 이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려 하지 않았다. CCC의 ‘생산과 노동’ 자문단 소속 레비 D는 “노동시간 단축을 찬성하지만 사람들의 우려는 이해한다”라며,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때 겪었던 혼란의 기억과, 오염 증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우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노동시간 단축은 변혁의 기회이자 사회정의 실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미흡한 대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줬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최대한 다수가 수혜를 누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 28시간 근무제를 논의하면, 노동의 조직과 분배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생산 의존도를 낮추며 성장우선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다 함께 더 공정하게 살기 위해 덜 일하고,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할 수 있는가?’ 

 

 

글·클레르 르쾨브르 Claire Lecoeuvre 
과학전문기자, 청소년작가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Miklos Antal 외, ‘Is working less really good for the environment? A systematic review of the empirical evidence for resource use, greenhouse gas emissions and the ecological footprint’,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vol.16, N°1, 브리스톨, 2021년 1월.
(2) David Rosnik, Mark Weisbrot, ‘Are shorter work hours good for the environment? A comparison of US and European energy consump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vol.37, n°3, Newbury Park(캘리포니아), 2007년 7월. 
(3) Jared B. Fitzgerald, Juliet B. Schor, Andrew K. Jorgenson, ‘Working hours and carbon dioxide emissions in the United States, 2007-2013’, <Social Forces>, vol.96, n°4, 옥스퍼드, 2018년 6월.
(4) Jonas Nässen, Jö̈rgen Larsson, ‘Would shorter working time reduce greenhouse gas emissions? An analysis of time use and consumption in Swedish households’, <Environment and Planning C : Government and Policy>, vol. 33, n°4, Thousand Oaks (캘리포니아), 2015년 8월. 
(5) ‘Comment éviter le chaos climatique 어떻게 기후 재난을 피할 수 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1월.
(6) Jean Gadrey, ‘Idée reçue : La croissance, c’est la prospérité 성장이 곧 번영이라는 편견’, 『Manuel d’économie critique 비판경제학 교과서』,<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출간, 2016년.  
(7) Dominique Méda, ‘L’emploi et le travail dans une ère postcroissance 탈성장 시대의 고용과 노동’, Isabelle Cassiers, Kevin Maréchal, Dominique Léda(주 저자), 『Vers une société postcroissance. Intégrer les défis écologiques, économiques et sociaux 탈성장 사회를 향해. 환경, 경제, 사회 문제를 통합하라』, L’Aube, La Tours d’Aigues, 2017년.
(8) Olivier Marchand, Claude, Thélot, ‘Le Travail en France 프랑스의 노동’, Nathan, coll. <Essais et recherches 실험과 연구>, Paris, 1997년 ; ‘정규직 고용’ 조사, 국립경제통계연구소(INSEE), Paris. 
(9) 연간 ‘고용’ 조사, 1990~2002, ‘정규직 고용’, INSEE
(10) ‘재량노동일제 노동자’, <Dares Analyses>, n°28, Paris, 2015년 7월. ‘재량노동일제’는 주당 근무시간이 아니라 연간 근무 일수로 근무시간을 계산한다(최대 218일). 급여도 근무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11) 국립기관 통계를 활용해 계산, INSEE, 2020년. 
(12) Philippe Quirion, ‘L’effet net sur l’emploi de la transition énergétique en France : une analyse input-output du scénario négaWatt 프랑스 에너지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네가와트 시나리오의 투입산출분석’, 실무 자료 n°46-2013, 국제환경개발연구소, Paris, 2013년 4월 ; ‘‘Un million d’emplois pour le climat 기후를 위한 100만 개 일자리’, 기관 연합 (그린피스, Attac, Alternatiba 등)고용-기후 플랫폼, 2016년 12월.
(13) Jean Gadrey, ‘On peut créer des millions d’emplois utiles dans une perspective durable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Debout!>, 2014년 11월 25일, http://blogs.alternatives-economiaues.fr
(14) Olivier Bénis, ‘En Nouvelle-Zélande, Unilever va tester la semaine de quatre jours (avec même salaire)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하는 뉴질랜드 유니레버 (임금삭감도 없이)’, France Inter, 2020년 12월 2일, www.franceinter.fr
(15) Antonin Pottier 외, ‘Qui émet du Co2? Panorama critique des inégalités économiques en France 누가 Co2를 배출하는가? 프랑스 경제 불평등에 관한 비판적 시각’ <Revue de l’OFCE>, n°169, Paris, 2020년 11월.
(16) Jean-Marie Harribey, 『Le Trou noir du capitalisme 자본주의의 블랙홀』, Le Bord de l’eau, 로르몽, 2020년.  
(17) ‘고용’ 조사, INSEE, 2019년.
(18) Olivier Cyran, ‘L’enfer du miracle allemand 독일의 기적 이면에 있는 지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9월.

 

 

주 35시간 근무제의 꼼수

 

1997년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사회당은, 선거공약이었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 절차를 밟았다. 우선, 1998년 6월 3일 오브리Ⅰ법은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정하고, 노동조합과 회사단체가 ‘산별협약’을 체결해 노동시간 단축을 이행하도록 독려했다. 대신 기업이 고용률을 6% 이상 높이면, 고용주의 사회보장납부금을 삭감해줬다.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집권 사회당 주도하에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이런 강압적인 법안을 공표하자, 프랑스경영인위원회(CNPF) 회장 장 강두와와 CNPF의 후신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의 회장 에르네스트 앙두안을 비롯한 경영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경영자들은 노동시간 예외 항목을 추가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오브리 법의 취지,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창출’을 무력화시키는 산별협약과 노사간 기업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1) 그 결과 오브리Ⅱ법은 1998년에서 2000년까지 수백 개에 이르는 협약을 발효시켰는데, 이 협약들은 고용 의무 조건을 없애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노동시간을 산출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의무를 대폭 완화시켰다. 피에르 라루투루와 도미니크 메다는 “오브리 II 법은 1998년에 정한 연간 법정 노동시간을 1,600시간으로 단축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노동시간 산출방법을 바꾸었다. 

이전과 달리 실제 노동시간에서 휴식·이동·환복 시간을 제외했기에, 사실상 노동시간 단축효과는 없었다. 게다가 고용주의 사회보험납부금 일부 감면 혜택을 주당 합산한 노동시간이 35시간을 초과하는 기업에도 적용됐다”고 설명했다.(2) 게다가, 다수의 기업들이 평균 18개월 동안 급여를 동결했다. 그리고 대부분 임원들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연간 노동일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재량노동일수제’를 제정해 주 35시간 근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꼼수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이 생겼다. 이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사회변혁에 대한 반감도 일어났다. 

그러나 주 35시간 근무제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35만 개에 달한다. 의원 티에리 브누아와 바바라 로마냥은 점진적인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에 관한 의회 보고서에서 “오브리 법 시행 이후 기업과 공공기관에 발생한 연간 비용은 각각 20억 250만 유로였는데 창출된 일자리 1개당 약 1만 2,800유로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1년 실업자 1명을 위한 평균 실업급여가 1만 2,744유로였다. 결론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은 1970년대 이래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고용정책”이라고 평가했다.(3)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오브리 법은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생활 만족도 향상에 기여했다. 특히 여성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는데, 여유시간이 늘어난 남성들이 육아 등 가사를 분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 임기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오브리Ⅰ법을 시행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였던 노동자 대부분은 ‘만족한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답했다.(4) 그러나, 당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온실가스 배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기업 차원에서든 국가 차원에서든 노사 간 팽팽한 권력관계로 인해, 노동권에 대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1998년 모터 펌프를 생산하는 렉스로스는 주 35시간이 아니라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보쉬 렉스로스 베니시외의 노동총연맹 공동위원장 알랭 구질은 “렉스로스는 노조가입률이 40%에 육박한다. 우리는 오브리Ⅰ법이 보장하는 혜택을 누리기로 했고 주 39시간 임금 수준을 유지하며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대신 이후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덕분에 생산 업무에 약 40명을 신규채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직원 수는 약 600명이다. 신규채용이 어려웠던 분야(물류, 품질 등)의 경우 노동 강도는 높아졌다. 그러나, 재량 노동일제를 적용하는 임원들과 엔지니어들은 노동시간을 23일이나 단축시킬 수 있었다. 주 32시간 근무제 덕분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향상됐으며, 사측도 이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1년에 보쉬 그룹에 통합된 보쉬렉스는 MEDEF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언급을 조심하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고용주들은 2008년과 같은 경제활동 위축, 경제위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시기가 노동시간 단축을 재정비할 적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 관련법이 개정을 거치면서 노사 권력관계는 사측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렉스로스는 그나마 노조의 힘이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곳은 약화됐다. 과거에는 노조가 반대하면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기업협약을 적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엘콤리법, 마크롱Ⅰ법, 마크롱Ⅱ법 등 사측의 권익을 옹호하는 법이 제정됐다. 결국, 고용주들은 노동자의 의사(찬성, 반대, 기권)에 무관한, 독단적 결정권을 거머쥐었다. 

 

글·클레르 르쾨브르 Claire Lecoeuvre
과학전문 기자, 청소년전문 작가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Philippe Askenazy, Catherine Bloch-London, Muriel Roger ‘La réduction du temps de travail 1997-2003 : dynamique de construction des lois Aubry et premières évaluations 노동시간 단축 1997~2003 : 오브리 법의 동태분석과 첫 번째 평가’, <Economie et statistique 경제와 통계>, 국립경제통계연구소(INSEE), 2005년 6월.
(2) Pierre Larrouturou Dominique Méda, 『Einstein avait raison. Il faut réduire le temps de travail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Les Editions de l’Atelier , 아브리 쉬르 센느, 2016년.
(3) Barbara Romagnan Thierry Benoît, ‘Rapport fait au nom de la commission d’enquête sur impact sociétal, social; économique et financier de la réduction progressive du temps de travail 점진적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관계적, 사회적, 경제적, 재정적 영향에 관한 조사 연구’, 국회, Paris, 2014년 12월 9일. 
(4) Marc-Antoine Estrade Dominique Méda Renaud Orain, ‘Principaux résultats de l’enquê̂te RTT et modes de vie 노동시간 단축의 주요 효과와 생활방식’, 연구보고서, 조사연구통계지원국(DARES), Paris,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