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대유행에 속수무책인 인도

2021-05-31     크리스토프 자프를로 l 국제연구센터(CERI) 연구책임자

4월초만해도 세계 언론은 모디 인도 총리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과 중국 견제용 '백신 외교'를 칭찬해마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는 현재 팬데믹 대거 확산으로 백신, 의약품, 의료용 산소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총리에 취임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모디 총리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증명했듯,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팬데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최소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들은 대중선동과 민족주의 감정을 일으키는 허장성세를 선호하기에, 공공보건정책에 필수적인 ‘제약’을 거부하고 ‘파괴적’ 관행들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은 ‘특정분야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기존질서에 집착하는 집단으로 여기고, 그들을 경멸하면서 ‘돌팔이 약장수’의 치료제를 더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과대망상증으로 인해 사소한 반대조차 단호하게 거부하고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거나 아예 생각이 없는 무능력한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중앙정부가 연간 예산의 5% 이상을 할당한 적이 없는(일례로 프랑스 정부는 11% 이상) 인도의 열악한 공공보건체계에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필요하면 포퓰리스트가 되는(1)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과 함께 파탄에 이르렀다. 민족주의를 떠벌리는 모디 총리는 올해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인도가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이제 두 가지 인도 백신(그 중 하나는 스웨덴과 영국이 합작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인도 버전에 불과)으로 전 세계를 터널 끝으로 ‘이끌’ 것이라며 포퓰리스트의 면모를 보였다. 인도는 이때부터 관대한 동시에(빈곤국에 백신을 지원하는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 몰지각한 면모가 공존하는 ‘백신 외교’에 뛰어들었다. 3월 말 인도는 백신 6,800만 회분을 수출했는데(대부분 상업적으로), 13억 4,000만 명에 달하는 인도 인구 중 겨우 1억 2,000만 명만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3월 30일, 백신의 해외 판매가 갑작스럽게 중지됐다. 

인도 정부는 과학자들을 무시하며 2021년 1월부터 4월 사이에 정부 자문역을 맡은 전문가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2월 말에 팬데믹 2차 확산이 시작됐는데도 말이다. 그 대신, 인도 보건부장관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힌두민족주의자들이 절대적으로 숭상하는, 이른바 아유르베다(고대 인도의 전통의학) 의약품을 승인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 정부는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유역에 있는 성지 4곳을 돌며 3년마다 열리는 인도 최대의 순례 축제, 쿰브 멜라(Kumbh Mela)를 1년 앞당기기 위해 점성가들의 조언을 따랐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7백만여 명이 몰려들어 쿰브 멜라를 즐겼고, 소수의 정부 관료만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주장했다.

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넘쳐나는 상황을 본 의사들을 제외하면 정부와 언론(점점 더 정부가 통제)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 모디 행정부는 4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일정에만 몰두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몇 주간 서벵골 주를 집중공략하며 선거유세를 펼쳤다. 야당의 아성인 서벵골 지역을 확보하는 문제가 강박으로 치달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2021년 봄을 강타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전환점이 될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 2차 확산으로 2017년부터 지속돼온 경기 침체 경향이 오히려 심화됐다. 인도는 사실상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이미 코로나19 1차 대유행 이후 74%에서 90%로 오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까지 두 배로 뛸 전망이다.

코로나19 2차 파도가 정치적으로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모디 인도 총리의 집권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인도국민당)은 서벵골 주를 석권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삼 주를 수성하기는 했지만 득표수가 감소했다. 모디 총리의 정적, 전인도트리나물의회당(TMC)의 마마타 바네르지 서벵골 주 총리(비교적 좌파로 분류됨)는 이번 승리로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타밀나두 주에서는 BJP와 연대해 집권한 지역 정당, 전 인도 안나 드라비다 진보연맹(AIADMK)이 TMC와 연대한 드라비다 진보연맹(DMK)에 완패했다. BJP는 케랄라 주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계급의 회귀, 즉 지금까지 힌두 다수주의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종교보다는, 미미하지만 카스트(계급)가 투표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여성들의 반BJP 투표 경향도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모디 총리의 지지도가 2014년 5월 26일 권좌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언론의 팬데믹 사망자 축소보도

그렇지만 이번 선거결과로 결론을 도출하기엔 너무 이르다. 모디 총리의 두 번째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아있어 다시 지지도가 오를 수도 있다. ‘강한 남자’라는 그의 이미지는 파키스탄이나 중국과의 분쟁이 재개되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는 싸움에 초연한 모습으로 인도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면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힌두 구루’ 같은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패션, 연설이 그 증거다.  

게다가, 언론, 특히 TV 채널들은 나라를 강타한 팬데믹에 대한 보도는 일절 하지 않은 채 정부의 선전을 내보낸다. 이 같은 정보 조작은 금융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 이익공동체, 심지어 이념적 유사성 때문이다.(2) 코로나 확진자-사망자 숫자를 최소화하는 공식 코로나 통계 수치를 포함해 어디까지 인도인들이 속아 넘어갈 것인가? 물론 인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는 언론인들도 있다. 이들은 화장터 취재에 나서는 등 생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쓴다.(3)

야권은 정부에 대항할 태세가 갖춰져 있지 않다. 야권에는 투쟁 계획은커녕 투쟁을 이끌 리더도 전략도 없다. 코로나 대책 재정비를 위해 모디 총리에게 보내는 서한에 공동서명하기 위해 모였던 야권 인사들이 현재는 인도의 여러 주에서 경쟁관계가 됐다. 그렇지만 이 같은 야권의 불리한 조건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1977년 인디라 간디 당시 인도 총리가 21개월간 독재적인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했다가 권좌에서 쫓겨난 사례처럼, 시민들이 다른 선택지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고 단순히 통치자를 제거하려고만 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시나리오의 반복은 공명정대함이 점점 사라지는 선거 기간에는 중단된다. 거대 언론은 대개 편향된 기사를 내보내고 선거를 조직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성을 잃는다. 게다가 과두정치 거물들이 제공하는 후원금 덕분에 BJP의 정치자금은 야권보다 훨씬 많다. 국제사회의 압력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5월 8일 열릴 인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권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타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크리스토프 자프를로 Christophe Jaffrelot
시앙스포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산하 기구인  국제연구센터(CERI)의 연구책임자. 주요 저서로 2019년 파야르 출판사에서 출간된『L’Inde de Modi. National-populisme et démocratie ethnique 모디의 인도, 민족주의-포퓰리즘과 민족 민주주의』가 있다.

번역·조승아
번역위원


(1) ‘En Inde, comment remporter les élections avec un bilan désastreux? 인도 총리, 초라한 성적표에도 선거 승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7월호·한국어판 2019년 12월호.
(2) Benjamin Fernandez, ‘Une presse populaire qui ignore le peuple 인도 언론재벌의 낯 뜨거운 광고판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5월호. 
(3) 특히 Hannah Ellis-Petersen & Sophie Zeldin-O’Neill, ‘Covering India’s Covid crisis: hundreds of journalists have lost their lives’, <The Guardian>, London, 2021년 5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