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쇼핑객 증가, ‘죽은 쇼핑몰’ 살리나?

자동차의 폐해

2021-05-31     필리프 데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훼손된 도시들

아탈리 위원회의 보고 책임자로서 그리고 나중에는 장관 자격으로 상업적 도시화를 장려해 온 에마뉘엘 마크롱이, 최근 의회에서 논의 중인 ‘기후 법’에 따라 토양의 인공화를 억제하게 될까? 

50년 전부터 그럴싸한 담론과 대책들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조직은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다. 

리옹 동부에서 볼 수 있듯이 상권의 집중과 개발은 도시를 쪼개고 훼손시킨다.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라는 허울은 가장 기회주의적인 기업가들의 배를 불리고 대중을 수많은 타겟층으로 분류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지방 선거 공약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린 이 국토개발 문제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알자스에서 바스크까지, 코르시카에서 브르타뉴까지, 이토록 다양한 문화와 풍경을 자랑하는 유럽 국가가 어떻게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도시화됐을까? 수많은 건축 유산이 위치한 도시에 왜 이토록 흉물스러운 물류 창고를 지어대서 도심과 번화가의 개성, 빛, 생기를 앗아갔을까?

 

프랑스의 상업적 도시화의 역사를 쓴다면 아마도 1950년대 말 미국의 데이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차공간 없이, 비즈니스도 없다.’ 유통업계의 멘토 격인 베르나르도 트루히요는 자동차가 필수품이 되는 세상이 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마진율의 균등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설파했다. ‘이익의 대양 속에, 섬처럼 작은 손실.’(1)

 

도시의 ‘도로화’, 점점 길어지는 도시

금전등록기의 판매량 제고에 고심하던 NCR은 ‘현대식 판매 방법’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해 수많은 서구인,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 사업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에두아르 르클레르크를 제외하고, 오샹, 카스토라마, 프리쉬니크, 프로모데스, 프낙, 프랭탕 등 향후 프랑스에서 거대 유통 기업의 창업주가 될 인물들이 앞다투어 세미나를 수강했다. 까르푸의 창업주인 마르셀 푸르니에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이 세미나를 들은 뒤 프랑스로 돌아와 1963년 에손 지방 생트주느비에브데부아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대형마트를 오픈했다. 이런 형태의 대형마트는 1975년에는 250여 개, 1980년에는 400개를 기록했고 오늘날에는 무려 2,200개에 이른다.(2) 이 대형마트들의 연간 총매출액은 1천억 유로 이상이며 매출액의 약 35%는 식료품이 차지한다.

1964년 한 가전제품 판매업자가 마르세유 북부의 늪지대에 자신의 첫번째 매장을 냈다. 이후 ‘플랑 드 캄파뉴(Plan de campagne)’는 프랑스 최대의 쇼핑몰 중 하나로 성장했다. 1969년에는 최초의 부티크 중심 쇼핑몰 ‘Parly 2(현재의 Westfield Parly 2)’가 이블린에, ‘Cap 3000’이 니스 공항 근처에 오픈했다. 쇼핑몰과 쇼핑센터가 대형 주차장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니스 시내에만 주차 자리가 3,000여 개 추가됐다. 수많은 자동차를 도시에 수용하려는 과정에서 도시 경관은 심각하게 파괴됐다. 1973년 앙드레 고르가 했던 경고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를 우선시하려면 단 한 가지의 해결책밖에는 없다. 바로 도시를 없애는 것이다. 즉, 고속도로 수백 킬로미터를 따라 도시를 길게 펼쳐놓으면 된다.”(3)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주요 광고주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다음과 같은 믿음을 퍼뜨려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동시간 단축 등 자가용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 다른 문제는 감수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대기 및 수질과 토양의 오염, 온실효과, 소음, 교통체증, 도시 경관 및 생물다양성의 파괴 등 자동차에 의존하는 대가로 우리는 천문학적인 ‘외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외부 비용은 EU 내에서 연간 8,200억 유로로 집계되며, 프랑스의 경우 1,090억 유로로 GDP의 5.5%에 달한다.(4) 게다가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도시가 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지는 현상으로, 한번 진행이 시작되면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문제다. 그러나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유독 도시 주변에 대형마트, 쇼핑몰, 식료품점이 집중돼 있다. 그리고 식료품뿐만 아니라 패션부터 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 분야에서 집중화가 두드러진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자유시장 체제 도입으로 유통에 자본이 집중되면, 매출에 생길 타격을 우려했다. 다행히 1973년 ‘로와이에 법(Loi Royer)’ 제정으로 도시확장을 제한할 수 있게 됐고, 점포 신설을 규제하는 위원회도 구성됐다. 그러나 지방 의원들의 위선과 부패 때문에 이 위원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1991년 의회의 조사 위원회가 정당의 불법 자금 조달처를 조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점은 도심으로, 주택은 교외로

1993년 부패에 관한 사팽 법(Loi Sapin), 1996년 덤핑에 관한 갈랑 법(Loi Galland), 1996년 대형 점포 설립을 제한하기 위한 라파랭 법(Loi Raffarin)이 시행됐지만 대형마트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2007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자크 아탈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프랑스성장촉진위원회를 출범시켜, 앞서 제정된 법들을 모두 폐지하고 서비스 분야에 관해서는 유럽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에마뉘엘 마크롱이 이 위원회에서 보고 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다). 2008년 8월에 도입된 경제현대화(LME) 법은 경제 자유화의 문을 더 넓게 열어젖혔다(그래프 참조). “대형마트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폭발하고 있다.” 국토연구소장인 프랑크 장트랑은 말했다.(5)

그러나 상업적 도시화의 양상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북유럽은 거주지 근처에 소규모 슈퍼마켓이 많다. 프랑스의 2012년 마트 매출액을 보면 시내에서 25%, 교외에서 62%, 그리고 기타 지역에서 13%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6) 반면 독일은 지역별로 매출액 차이가 거의 없다. LME 법 이후 프랑스에는 알디(Aldi), 리들(Lidl)과 같은 독일의 대표적인 할인마트들이 들어왔지만, 독일은 EU 집행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교외에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는 자국의 국토개발법의 기준을 완화하지 않았다.

도시 주변의 상권화는 주거지를 교외로 밀어낸다. 상점들은 밀집될수록 매출액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의하면, 상위 1%의 점포가 전체 점포 매출액의 1/3을 담당한다. “도시 주변 상권의 수익률은 평균을 훨씬 웃돈다. 직원 1명당 평균 31만 3,000유로, 1㎡당 7,500유로의 매출을 올린다.”(7) 그런데 수익률이 더 높은 분야가 있다. 바로 부동산 투자다. 몇몇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들(Klépierre, Uniail-Rodamco-Westfield 등)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농경지의 인공화가 가속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토지개발이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령화된 쇼핑몰, 소매업의 종말

코로나19로 촉발된 보건위기가 과연 이 판도를 바꿀 것인가? 문을 닫는 대형마트가 증가하고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면서(2020년 +32%) 부동산 모델과 주식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죽은 쇼핑몰’은 유럽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유령화된 쇼핑몰’의 증가는 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을 증명한다. 폐쇄된 점포의 수가 역사상 최다 수준에 이르면서 2010년 등장했던 ‘소매업의 종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형마트의 비중이 약간 줄었고, 구매력 하락으로 인해 침체된 가계 소비와 점포 생산 간의 불균형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르클레르는 루아르 지방의 투르뉘에, 유로파시티(Europacity)는 발두아즈 지방의 고네스에 매장을 내려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직 계획 중인 수많은 야외 쇼핑몰 및 쇼핑 거리 조성 프로젝트도 똑같이 무산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급증했는데, 자동차 이용자의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직원들의 근무 조건은 악화됐다.

“주차할 데가 없어요!” 교외 상권 활성화의 희생자인 시내 자영업자들은 자동차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신화를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브뤼셀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를 보면 인식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의 67%는 고객이 자동차를 타고 매장을 방문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자동차를 타고 온 고객은 22%에 불과했다.(8) 주차가 어렵다는 말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특히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차공간이 남아도는 경우가 많다.(9)

 

“자동차가 줄어야 고객이 늘어난다”

비동력 교통수단은 건강과 환경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이나 넓은 주차 공간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상점 방문 시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도보와 자전거로 동네 상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2003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방문 1회당 소비 금액은 적지만 상점에 대한 충성도가 더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고 한다.(10) 뉴욕, 포틀랜드, 오클랜드, 더블린, 런던, 마드리드, 토론토, 그라츠 등에서 이루어진 모든 조사에서, 대도시의 경우 ‘자동차가 줄어야 고객이 늘어난다’라는 슬로건은 사실로 입증됐다.(11)

이 도시들은 촘촘한 교통망과 자전거 도로를 조성함으로써 도시의 확장을 막을 수 있었다. 다만 자동차 말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중소 규모의 도시에서는 고민이 클 것이다. 어쨌거나 자동차 통행량의 감소와 대안적 이동 수단의 개발은 도심 상권 매출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이용자의 수를 2배로 늘리기만 해도 EU에 270억 유로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12) 그러나 한번 들인 습관을 바꾸기란 어려워서, 1km 미만의 거리를 이동할 때 자동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13)

세제 혜택, ‘도심의 매니저’, 무료 주차 등 프랑스의 지방 의원들은 2012년 7.2%에서 2018년 11.9%까지 늘어난 도심 상권의 공실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14) 국토 통합부는 222개 시의 상권을 활성화하고 경제적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도심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일부 지역이 제외됐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또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교통정책과 부동산정책의 대대적인 수정 없이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를 위한 시민협약은 ‘도시 주변에 대규모 상권을 조성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강제적인 조치를 당장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토지의 인공화를 일으키는 건설 또는 확장에 대해 상업적 개발을 불허’하는 것에 대한 법안도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그러나 1만㎡ 이하 부지는 여러 가지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고, 온라인 판매를 위한 물류시설은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철학박사, 저서로 『Un crime contre l'espèce humaine?: Enfants clonés, enfants damnés 인간에 대한 범죄인가?: 복제된 아이와 저주받은 아이』(2009) 등이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Jacques Tristan, L’américanisation du commerce français au début des années 1960. Bernardo Trujillo et les séminaires ‘Modern Merchant Methods’ 1960년대 초 프랑스 유통업의 미국화와 베르나르도 트루히요와 ‘현대식 판매 방법’ 세미나, <Vingtième siècle>, n° 134, Paris, 2017년 4~6월.
(2)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는 점포 면적에 따라 식료품 판매점을 분류한다. 2,500㎡부터 대형마트, 400㎡부터는 슈퍼마켓, 120㎡부터는 소형 슈퍼마켓, 120㎡ 미만은 식료품점이다.
(3) André Gorz, ‘L’idéologie sociale de la bagnole 자동차의 사회적 이데올로기’, <Le Sauvage>, Paris, 1973년 9~10월.
(4) Handbook on the external costs of transport, EU 집행위원회, Bruxelles, 2019년 1월.
(5) Franck Gintrand, 『Le Jour où les zones commerciales auront dévoré nos villes 쇼핑몰이 우리의 도시를 잠식하는 날』, Thierry Souccar Éditions, Vergèze, 2018년.
(6) Urbanisme commercial, une implication croissante des communautés, mais un cadre juridique à repenser 상업적 도시화, 공동체와의 협력 증가 및 재고가 필요한 법적 틀, Assemblée des communautés de France (ADCF, 프랑스공동체모임), Paris, 2012년 7월.
(7) Clément Cohen, ‘300 000 points de vente dans le détail, 30만 개의 소매점’, <Insee Focus>, no 188, Paris, 2020년 4월.
(8) ‘Mobilité et accessibilité commerciale à Bruxelles : étude comparative entre la perception des commerçants et des clients 브뤼셀의 이동성과 상권 접근성 : 상인과 고객의 인식 차이 비교 연구’, 자전거 이용자들의 연구 및 행동 그룹(GRACQ) 소속의 브뤼셀 자유대학교 학생 6명의 연구
(9) Julien Demade, 『Les Embarras de Paris ou l’illusion techniciste de la politique parisienne des déplacements 파리의 걱정거리 또는 파리 시내 이동정책의 기술적 허상』, L’Harmattan, coll. Questions contemporaines 현대의 문제들 컬렉션, Paris, 2015년.
(10) Marie Brichet & Frédéric Héran, ‘Commerces de centre-ville et de proximité et modes non motorisés 시내 상점과 동네 상점, 그리고 비동력 교통수단’, 프랑스자전거이용자협회(FUBicy) 보고서,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 (Ademe), Angers, 2003년.
(11) ‘Mobilité et villes moyennes, état des lieux et perspectives 이동성과 중소도시, 현황 및 전망’, Groupement des autorités responsables de transport(GART) 프랑스 교통당국협회, Paris, 2015년 9월; Eric Jaffe, The complete business case for converting street parking into bike lanes, <Bloomberg CityLab>, 2015년 3월 13일, www.bloomberg.com
(12) Holger Haubold, ‘Shopping by bike: Best friend of your city centre’, European Cyclists Federation(유럽자전거이용자협회), Bruxelles, 2016년 2월.
(13) Chantal Brutel & Jeanne Pages, ‘La voiture reste majoritaire pour les déplacements domicile-travail, même pour de courtes distances 거리가 짧더라도 집-일터 이동 시에 자동차는 여전히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Insee Première>, n° 1835, 2021년 1월.
(14) ‘Troisième édition du palmarès Procos des centres-villes commerçants 제3차 우수 시내 상점 선정 결과’, Procos(상점연합회), Paris, 2019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