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썩은 생선 냄새를 쫒아서

양식업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다

2021-05-31     이안 어비나 | 기자

1990년대부터 어지러운 속도로 발전한 양식업은 물고기 남획의 해결책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생선 대부분이 양식산이다. 양식 물고기는 자연산 물고기로 만든 어분을 먹고 자란다. 감비아 해안에서는 가난한 어부들이 이 사악한 산업에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 감비아의 남서부 바닷가, 인구 1만 5,000명의 마을 군주르(Gunjur)가 있다. 낮 동안 마을의 백사장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은 쪽배를 뭍으로 끌어 올린다. 어부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넘겨받은 여성들은 노천 시장으로 향한다. 바닷가 의자에 앉아있는 관광객들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한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멈추고 해변은 모닥불로 붉게 물든다. 사람들은 불 앞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코라(Kora, 서아프리카의 전통악기로 하프의 일종-역주)등 악기를 배우는 이들, 전통 레슬링 경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육지를 향해 5분만 걸어가면 전혀 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320헥타르에 달하는 맹그로브 숲, 습지, 대초원과 철새, 혹등돌고래, 마모셋원숭이 서식지인 석호(潟湖)를 보호하기 위한 ‘볼롱페뇨’(Bolong Fenyo) 자연보호구역이다. 다양한 생물로 경이로운  이곳은 지역의 생태학적 보존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기여한다. 매년 수백만 명의 조류학자와 관광객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곳”

그러나 2017년 5월 22일, 재앙이 닥쳤다. 볼롱페뇨 석호의 물 색깔이 붉게 변하고 수천 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떠오른 것이다. 한 현지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석호 주변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 대부분이 사라졌다. 주민들은 오염된 물을 채취해 군주르 태생 미생물학자 아흐메드 만장에게 가져갔다. 시료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석호의 물은 인체 허용기준 대비 2배의 비소, 4배의 인산염과 질산염으로 오염돼 있었다. 미생물학자 만장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러한 “절대적 재앙”의 원인을 지목했다. 바로 자연보호구역 가장자리에 들어선 중국 생선 가공공장 골든리드(Golden Lead)의 불법 배출 폐기물이었다. 이후 이 공장에는 2만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만장은 “충격적일 만큼 적은 벌금”이라고 평가했다. 

골든리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BRI)사업의 전초기지다. 중국은 ‘신(新) 실크로드’로 불리는 이 사업이 자국의 통상관계를 확대하고,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전자가 맞기는 하다.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 인프라 분야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아프리카 내 도로, 파이프라인, 발전소, 항만건설 사업 대부분에 중국 정부의 자금이 투입됐다. 2017년 중국은 감비아의 부채 1,400만 달러를 탕감하고 현지 농어업 발전을 위해 3,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특히 감비아 해안 80km를 따라 흩어져 있는 골든리드와 다른 2개 생선 가공공장을 통해 이뤄졌다. 골든리드는 군주르 주민에게 일자리 제공, 어시장 건설, 5km의 도심 포장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세계 어분(魚粉)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맞춰 3개 공장은 순식간에 완공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로 수출되는 어분은 눈부시게 발전한 양식산업에서 단백질 보충제로 쓰이며, ‘새로운 황금가루’로 불린다. 이 틈새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어분 생산지역이 서아프리카다. 모리타니, 세네갈, 감비아, 기니비사우 해안에는 50여 개의 가공공장이 세워졌다. 이곳에서 생선을 삶고 분쇄해 생산하는 어분량은 천문학적이다. 감비아의 한 공장에서만 연 7,500톤의 어분을 생산한다. 어분의 주재료는 현지에서 ‘봉가’(Bonga)로 불리는 청어과 물고기다. 조악한 소형 모터를 단 쪽배를 타고 손으로 그물을 던지는 대부분의 서아프리카 어부들의 삶은 양식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무너졌다. 냉동시설을 탑재한 저인망과 선망선을 포함한 수백 척의 어선들(불법어선 포함)이 감비아 연안을 누비며 어족 자원을 싹쓸이하고 현지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1)

 

야자나무 그늘은 야자나무에서 너무 멀다

2019년 여름, 군주르 북부에 있는 탄지 시장에서 압둘 시사이는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은 메기 4마리를 판매대에 내놓았다. 파리떼가 생선 주위에서 윙윙거렸다. 염장 시설이 뿜어내는 연기로 악취가 진동했다. 사나운 갈매기들이 생선 찌꺼기를 먹으려고 전투기가 투하한 폭탄처럼 급격히 낙하했다. “20년 전에는 너무 흔해서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던 생선이 봉가다. 지금은 너무 귀하고 비싸서, 현지 사람들은 사먹을 엄두도 못 낸다”라고 시사이가 말했다. 그는 저녁이 되면 근처에 있는 관광객용 호텔 앞에서 싸구려 장신구를 팔아 부족한 수입을 보충한다.

“시비잔 데벤(Sibijan deben).” 만딘카어(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만딩고어의 감비아식 토착어)로 시사이가 말했다. 이는 ‘큰 야자나무 그늘’이라는 뜻으로, 수출을 위한 채굴산업의 영향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이다. 현지에서 창출된 이익이 현지와는 너무 멀고 무관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나무가 클수록 멀리 떨어진 곳에 그늘이 생기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최근 몇 년간 봉가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인구 절반이 국제적 기준의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감비아에서 생선, 그중에서도 특히 봉가는 국민들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2019년 벌금이 부과된 후, 골든리드는 더 이상 유독성 폐수를 석호에 방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공영 해변에 매설한 관을 통해 바다에 직접 흘려보내고 있다. 바다는 거품으로 뒤덮였고 ‘피부에 염증이 생겼다’는 수영객의 항의가 이어졌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뭍으로 밀려왔다. 오염은 장어, 가오리, 거북이, 돌고래, 심지어 고래까지 인정사정없이 죽이고 있다. 공장이 끊임없이 내뿜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 주민들은 향을 피우고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쓴다. 옷에 밴 썩은 생선냄새는 아무리 옷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골든리드의 중국인 공장장 조조 황은 이런 상황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황 공장장에 따르면 골든리드는 규정을 준수하고, “화학물질을 방류하지 않으며”, 주민들에게 기쁨과 번영을 선사한다. 2018년 3월, 150여 명의 어부와 생선 판매상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바닷가로 몰려나와 모래사장을 파헤쳐 폐수 방류관을 파괴했다. 두 달 뒤,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골든리드 직원들은 다시 관을 매설했다. 새 방류관 옆에는 정복지를 표시하듯 중국 국기도 세웠다. 이곳 출신의 미생물학자 만장은 분노했다. 카사바, 오렌지, 아보카도 나무가 있는 군주르 자택에 우리를 초대한 그는 “어이가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봉가를 수출해 그들의 틸라피아(Tilapia, 농어목 키크릿과 민물고기.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양식되는 어종-역주)에게 먹인다. 그리고 그 틸라피아를 다시 배에 실어 감비아로 역수출해 감비아 국민에게 비싼 값에 판매한다. 호르몬과 항생제로 범벅한 채 말이다!” 부조리한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틸라피아는 해초를 주식으로 하는 초식 어종이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을 먹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만장은 강조했다. 감비아 통상 장관은 만장에게 해외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만장은 환경 운동가, 기자, 변호사들과 접촉했고 이는 통상 장관의 분노를 샀다. 수산부의 요직을 맡고 있는 밤바 반자는 골든리드가 내뿜는 지독한 악취는 다름 아닌 “돈 냄새”라고 말했다. 

 

양식은 ‘착한’ 해결책인가?

1960년대부터 전 세계 수산물 수요는 배로 증가했다. 생선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해양 생태계를 전멸시킬 정도다. 이미 80% 이상 파괴된 수산자원은 더 이상 조업이 불가할 정도로 너무나 취약한 상태다. 다행히 산업계는 ‘착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천연자원을 보전하면서도 인간의 탐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의 해결책, 바로 양식이다. 농식품 산업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인 양식은 시장 규모가 연간 1,600억 달러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생선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요식업과 호텔업계의 생선 소비는 급감했다. 하지만 일반 가정의 소비가 증가해 양식 시장의 손실분을 일부 보충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생선의 80% 이상이 수입산으로, 대부분 중국산이다. 수 천㎢에 달하는 거대한 양식 수조와 해상 가두리 양식 시설을 보유한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양식 어업국이다. 

양식에는 장점도 있다. 우선 ‘부수’ 어획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수천 톤의 해양동물이 우발적으로 그물에 딸려 올라왔다가 죽은 채로 바다에 버려지는 일은 없다. 게다가 쌍각류 연체동물(굴, 홍합, 대합) 양식은 자연산 채취보다 환경파괴가 훨씬 덜 하고, 낮은 비용으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인도와 여타 아시아 국가의 양식장은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권장 규정만 준수하면 양식은 축산보다 식수와 경작지도 적게 사용한다. 탄소배출량도 적다. 같은 중량의 양식생선 과 비교하면 소고기는 4배, 돼지고기는 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양식의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한정된 공간에 갇힌 수천만 마리의 물고기는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해상 양식장의 경우, 높은 점도로 응집돼 가라앉은 물고기 배설물은 모든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 또한 연안 바닷물의 질소와 인 농도를 급격히 높이고, 해초를 폭발적으로 증식시키며, 야생생물과 관광객을 몰아낸다. 성장 촉진을 위한 사료를 먹은 물고기 중 일부는 가두리 양식장을 탈출해 토착어종의 생존을 위협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계속 증가하는 세계 인구에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려면 양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환경 단체들도 양식 지지에 동조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더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는 2019년 보고서에서 양식에 투자를 늘려 2050년까지 양식을 제1 수산물 공급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식에는 또 다른 중대한 결점이 있다. 양식 지지자들은 이를 종종 망각하는 듯하다. 양식장 비용의 약 70%는 사료에 사용된다. 그런데 양식업자들이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여기는 유일한 사료가 바로 어분이다. 그 결과, 양식으로 길러내 판매하는 생선보다 어분으로 만들어지는 생선 수가 더 많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착한’ 생선을 위해 수많은 바닷물고기를 잡아들여야 한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식 참치는 가공공장에서 부위별로 잘려 팔리기 전, 몸무게의 15배가 넘는 해양동물을 먹고 자란다. 전 세계 물고기 어획량의 약 1/4이 만장과 군주르 어부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골든리드와 유사한 공장으로 넘겨져 어분으로 가공된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분뇨부터 카사바, 파리 애벌레, 해초에 이르기까지 어분의 대체재를 찾았다. 그러나 이것들 중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체재로 인정받은 것은 없다. 현재로서는 어분이 단연코 가장 경쟁력 있는 해결책이다.

그런데 인간은 다음과 같은 역설에 직면했다. 어류 남획의 폐해로부터 바다를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양식업이, 버젓이 자연산 어종을 파괴하면서 오히려 남획을 부추기고 있다. 이 자연산 어종들은 피츠버그, 상하이, 파리의 소비자들에게는 외면당하지만 다른 지역 국민들의 삶에는 없어서는 안 될 물고기들이다. 결국 양식 때문에 많은 감비아 국민의 생존을 좌우하는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먹을 생선은 없네”

2019년 9월, 제임스 고메즈 감비아 수산부 장관은 국회에서 “감비아의 어장은 풍요롭다”라고 안심시켰다. 관련 산업 분야와 생선 가공공장 덕분에 어업은 감비아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가 됐다. 항만 노동자, 일반 노동자, 트럭 기사, 행정 분야 등 어업과 관련된 일자리는 다양하다. 고메즈 장관은 “어선들은 지속가능한 양만 어획하고 있다”라고 장담하며 감비아 바다에는 어족 자원이 너무나 풍부해서 가공공장 2곳을 추가로 세워도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수산자원 감소에 직면한 서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는 크게 뒤쳐진 격차를 일부 만회하기 위해 해양 감시 분야에서 애썼다. 입항하는 어선을 검사하고, 의심스러운 어업 활동을 포착하기 위해 위성 이미지를 활용하며, 위반 사항 적발 시 더 적극적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많은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감비아는 해상에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의지, 기술적 역량, 재정적 수단이 부족하다. 

감비아는 최소한의 해안 경비선도 없지만 수수방관하지만은 않았다. 2019년, 우리는 감비아 수산부가 해양생물다양성 보호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의 지원으로 실시한 불시 단속에 동행할 기회를 얻었다. 시셰퍼드가 보유한 선박 중 최대 규모인 길이 56m 샘 사이먼(Sam Simon)호가 은밀히 감비아 해상에 파견됐다.

감비아 영해에서 해안선으로부터 9해리(16km)까지는 원칙적으로 현지 어부들만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이다. 하지만 해변에서는 거의 매일 불법 어선들이 대낮에도 버젓이 조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셰퍼드의 임무는 불법 어선뿐만 아니라 샤크피닝(Shark Finning,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도려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행위), 치어 남획 또는 다른 불법행위로 의심되는 모든 선박을 찾아내 나포하는 것이다. 샘 사이먼호는 가봉, 라이베리아, 베냉, 나미비아에서도 각국 정부와 협력해 이와 유사한 활동을 벌였다. 이 협동 작전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언론플레이 또는 홍보성 이벤트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활동이 어선 50여 척의 불법 조업을 중단시킨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감비아에서는 소수의 고위 공무원들만 불시 단속 계획을 알고 있다. 십여 명의 선원과 중무장한 감비아 단속대원이 은밀하게 샘 사이먼호에 동승했다. 무뚝뚝한 인상의 용병 2명도 지원군으로 합류했다. 이스라엘 경비업체가 파견한 이들은 현지 군인들에게 배에 접근하는 기술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달빛에 젖은 갑판 위에서 용병 중 한 명이 휴대폰으로 감비아 래퍼 ST 브리카마 보요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푸와레야(Fuwareyaa, 가난)’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그가 내게 해석해 준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우리 같은 사람은 먹을 고기가 없네. 중국인들이 군주르 바다를 뺏어간 후부터 우리는 먹을 생선도 없네.”

출항 3시간 후, 서로 연락을 취한 외국 선박들은 이미 감비아 영해를 벗어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단속 계획이 새어나간 것이 분명했다. 샘 사이먼호의 선장은 전술을 변경했다. 그는 9해리 규정을 위반한 무허가 소형 어선들을 우선적으로 추격하는 대신, 9해리 밖에서 완전히 합법적으로 조업 중인 55척의 대형 저인망어선에 집중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선장을 밀고한 이유

우리가 처음 단속한 선박은 길이 약 40m의 ‘루라오위앤위(Lu Lao Yuan Yu)’ 010호로, 감비아의 어분 공장 3곳에 원료를 공급하는 칭다오탕펑 해양수산(Qingdao Tangfeng Ocean Fishery)이 용선한 저인망선이었다. 8명의 단속대원이 AK-47 소총을 어깨에 메고 해당 선박으로 올라탔다. 배에는 7명의 중국군인과 감비아인 4명, 세네갈인 35명으로 구성된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단속대원들은 해당 선박의 선장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생선 내장으로 더러워진 티셔츠를 입은 선장은 ‘선중 추’라는 이름의 중국인이었다. 아래쪽 갑판에서는 노란 고무장갑을 낀 아프리카 선원 10명이 생선이 가득한 컨베이어 벨트 양쪽 끝에서 서로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서 있었다. 이들은 봉가, 고등어, 송어과 생선을 골라내 탱크로 던져 넣느라 분주했다. 천장까지 꽉 차게 늘어선 냉동고에서는 냉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벽에는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생선들이 작업자들의 발에 으깨져 있는 바닥에도 마찬가지였다.

작업자 중 한 명이 대화를 수락했다. 컨베이어 벨트가 내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그 누구도 우리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선, “내가 탄 배는 선장이 무전으로 경찰 단속 작전을 귀띔 받았을 때 9해리 경계선 안쪽에서 조업 중이었다”고 털어놨다. 왜 고용주를 선뜻 ‘밀고’하는지 묻자 그는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우리를 두 층 위 조타실로 데려가 천장에 있는 문을 위로 젖혔다. 그러자 바닥에 신문과 옷가지가 잔뜩 널려있는 잠자리 같은 공간이 나왔다. 지난 수 주간 다수의 선원이 그곳에서 잠을 잤다. 선장이 배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초과해 일꾼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선장은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단속대원들이 있는 갑판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잘로우 중위가 항해일지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 참이었다. 모든 선장은 항해일지를 매일 기록하고 항해 경로, 선원들의 노동 시간, 장비, 어획량, 포획 어종 등의 정보를 기입할 의무가 있다. 잘로우 중위는 추 선장의 면전에 대고 중국어로 소리를 질렀다. 그가 지금 체포된 상태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에 추 선장은 격분하며 대답했다. “어떤 선장이 항해일지를 적는가?”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항해 관련 서류 작성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서아프리카 해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일부 국가들이 명확한 규정을 수립하고 원활하게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 편리한 변명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선 선장들은 항해일지를 그저 관리들이 뇌물을 요구하기 위한 핑계나 어장 폐쇄 지지자들이 통계를 수립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항해일지 기록을 등한시하는 행태는 감비아 바다의 어족 자원 감소 속도를 측정하기 어렵게 한다. 과학자들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생물학적 조사나 모델링 기법을 동원한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어선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항해일지 없이는 어획량을 측정하고, 어획량이 어족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수 없다.

잘로우 중위는 추 선장에게 반줄(감비아의 수도) 항으로 회항을 명령했고 이 때문에 다툼이 벌어졌다. 추 선장은 “파이프 하나를 수리해야 하니 몇 시간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잘로우 중위는 추 선장이 중국에 있는 고용주들에게 연락해, 그들이 감비아 정부에 개입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려 한다고 의심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잘로우 중위는 중국 선장의 뺨을 후려쳤다. “한 시간 안에 파이프를 수리하라. 그동안 내가 당신을 지켜보겠다!” 잘로우 중위가 고함을 질렀다. 20분 후, ‘루라오위앤위(Lu Lao Yuan Yu)’ 010호는 반줄 항으로 향했다. 

 

“촬영도, 비판도 할 수 없다!”

이후 몇 주 동안 샘 사이먼호는 기업형 어선 14척을 단속했다. 대부분 중국 어선으로, 이 중 13척은 조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선박들은 수 주간 항구에 발이 묶였고, 항해일지 미비로 5천~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몇몇 선박의 경우 열악한 근무 조건 또는 감비아법, 즉 감비아 영해에서 조업하는 외국 어선의 경우 현지 선원을 20% 고용하도록 정한 법을 위반한 사례도 적용됐다. 이 선박들 중 한 척에서는 규정에 맞는 장화가 부족해 슬리퍼를 신고 일하던 한 세네갈 작업자가 메기 수염을 밟아 다친 일도 있었다. 상처에 감염된 발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다른 한 선박에서는 8명의 작업자가 2인용 선실을 같이 사용해야 했다. 이 선실은 심지어 기관실 바로 위에 위치해 있어 열기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파도가 갑판을 덮칠 때마다 이 임시 숙소는 바닷물에 잠겨 감전의 위험도 있었다. 

반줄로 돌아온 우리는 무스타파 마네 기자를 만났다. 그는 가족이 야히야 자메 독재정권에 의해 구속당하자, 키프로스로 피신했다가 최근에 감비아로 돌아왔다. 자메 정권은 2017년 민중 봉기로 전복됐다. 마네는 우리를 골든리드까지 안내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방문 시 주의 사항을 우리에게 설명했다. “촬영도, 어분에 대한 비판도 하면 안 된다!” 우리가 골든리드를 방문하기 일주일 전, 공장의 하수 방류관을 훼손했던 어부들 중 마음을 바꿔먹은 일부가 공장을 촬영하러 온 유럽 연구원들에게 돌과 썩은 생선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일부 주민은 약탈과 오염 때문에 분노하더라도 해외 미디어가 감비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는 공장 입구에 차를 세웠다. 생선 썩는 냄새와 오렌지 껍질을 태운 냄새로 숨이 막혔다. 골든리드는 콘크리트로 지은 여러 개의 창고로 이뤄져 있었다. 축구장처럼 거대한 이 창고들에는 건조된 어분과 화학제품들을 보관한다. 생산공정의 기계화로, 이 거대한 공장도 10여 명의 기술자만 있으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보면 어둡고, 먼지가 많고, 숨이 막히는 내부가 드러난다. 땀으로 범벅이 된 남자들이 거대한 깔때기에 봉가 더미를 집어넣으면 컨베이어 벨트가 생선을 큰 통으로 나른다. 통 안에서 나선형 날로 으깨진 생선은 끈적한 반죽 형태가 되어 원통형 오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오븐에서 지방이 추출되고 남은 내용물을 고운 가루로 빻아 창고 중앙에 3미터 높이로 쌓는다. 분말이 완전히 식고 나면 작업자들이 삽으로 떠서 약 50kg짜리 자루에 담는다. 화물 컨테이너 1개당 이 자루를 400개까지 실을 수 있다. 인부들은 매일 20~30개의 컨테이너를 채운다. 

 

“상황은 매일 악화되고 있다”

공장 입구 근처에는 10여 명의 짐꾼이 봉가를 가득 담은 바구니들을 내려놓느라 바빴다. 이들은 바닷가로 돌아가 다시 바구니를 채워 올 것이다. 몇백 미터 옆에서는 폐쇄된 해변 호텔 겸 레스토랑 트리하우스 로지(Treehouse Lodge)의 주인 다우다 잭 자방이 해변을 휩쓰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2년 동안은 운영이 잘 됐다.” 자방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골든리드가 내 삶을 파괴했다. 예약이 급격히 감소했고, 어쩌다 오는 손님들도 악취 때문에 가버렸다.” 자방은 “골든리드가 지역 경제에 해악을 끼쳤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선 바구니를 이고 바닷가에서 공장으로 뛰어다니는 것, 이것은 우리가 원했던 일자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노예처럼 여긴다”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동시장은 더 불안정해지고 악화됐다. 2020년 5월, 어선에 고용된 감비아인 다수가 국경이 폐쇄되기 전에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라마단 종료를 축하는 이슬람 명절-역주)를 보내기 위해 귀국했다. 노동자들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정부가 봉쇄조치를 실시하자 골든리드와 다른 공장들은 임시 휴업상태에 돌입해야 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마네가 확보한 기밀 사진에는 (썩은 생선 냄새에서 돈 냄새를 맡은) ‘반자’라는 이름의 수산부 공무원이 봉쇄기간 동안 공장 운영을 허가하는 대가로 사례금을 협상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골든리드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로부터 수만 달러를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반자는 지난 10월 사임했다. 

역겨운 냄새가 밴 옷들을 버린 후 가벼워진 가방을 택시에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는 쩍쩍 갈라져 있었다. 움푹 파인 구간이 나오자, 택시 기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도를 줄여 통과했다. “골든리드가 새로 짓겠다고 약속한 도로가 바로 이 도로다.”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는 마네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마네는 감비아 최대 항구인 반줄 항의 또 다른 어분 생산시설인 JXYG 공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감시하고 있었다. 단 몇 분 만에 마네는 짙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10대의 거대한 세미트레일러(semitrailer) 행렬을 목격했다. 어분으로 가득한 12미터 규모의 컨테이너를 견인하는 트럭이었다. 이 컨테이너들은 반줄 항에서 바다를 건너 아시아, 유럽, 미국으로 향할 것이다. 마네는 “상황은 매일 악화되고 있다”라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글·이안 어비나 Ian Urbina 
기자. 해상에서의 환경·인권 문제 탐사 보도플랫폼인 ‘무법자 해양 프로젝트’(The Outlaw Ocean Project)의 창립자. 주요 저서로 『La Jungle des océans. Crimes impunis, esclavage, ultraviolence, pêche illégale 해양의 정글. 처벌받지 않은 범죄, 노예노동, 끔찍한 폭력, 불법 어업』(Payot, 2019)이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Secrets et puissance de la flotte de pêche chinoise 중국 선단의 미스터리와 지배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