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위기를 빌미로 탄생한 ‘포괄적 보안법’
‘포괄적 보안법’이 주요 경찰노조의 지원을 받아 지난 11월 24일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테러와의 싸움에서 보건위기에 이르기까지, 안보를 빌미로 자유를 제한하는 억압적 조치를 연장시킨다. 이 과도하고 자의적인 전략이 역효과를 낳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난 10월 광신적 무슬림 청년들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며 콩플랑생토노린과 니스에서 자행한 살인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자유를 ‘다소’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빌미를 제공했다.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1) 테러를 막기 위해 계속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인간적일수록 비효율적”
민주주의 차원에서 우려되는 이런 수사(修辭)가 등장한 것은 전례가 없지 않다. 이런 수사는 18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법질서를 작동시켜온 권위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2)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핵심은 “포괄적 보안 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경찰의 폭력에 대해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 수사는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시행한 예외적 조치에도 등장하면서, 보건위기 대처를 위해 이동의 자유를 일부 포기하는 것은 생명과 건강을 위한 대가라는 생각조차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보안과 자유 사이의 단순 대립에 의거한 이 같은 사고는 철저한 교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법당국의 억압 조치 - 오늘날 우리가 판단을 유보하고자 하는 - 에 대한 감독 및 조정을 위한 헌법상의 요구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인 1789년 8월 26일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명시된 계몽주의 형법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계몽주의 형법 사상은 군주제의 폭정에 맞서면서, 앙시앙 레짐의 독단적이고도 지나친 억압적 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됐다. 공화국의 형법 질서는 법률이 “비인간적일수록 비효율적”(3)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억압적 조치를 끝내기를 원하다면, 먼저 분명히 알아둘 사항이 있다. 법치주의의 존중이 제재의 기본요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채택한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조치, 특히 독립기관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확신할수록, 그런 조치가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할수록 그런 조치를 실현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런 가설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조치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1980년대 초 국가보안법정이 폐지된 이후, 테러 조직의 사주를 받은 가해자들을 사전에 추적하면서 테러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적인 수사판사들이 진행한 사법절차를 통해서였다.(4) 이런 접근방식이 모든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제도는 경찰과 치안판사가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일관된 증거를 통해 개인의 범죄 사실 고지를 뒷받침한다고 가정한다.
반면, 지난 10년 간 증가해온 테러리즘 퇴치를 위한 행정적 조치의 결과는, 기록에 의하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2015년 11월부터 선포돼 2017년 10월까지 지속된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수색은 이제 일반법에도 “방문”이라는 이름으로 명시돼 있다.(5) 이런 초법적 억압의 특징은 당국의 재량권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수색은 행정당국만 명할 수 있으며 국가비상 시 사전에 사법적 통제 없이도 가능하다. 수색조치의 부당함에 대해 소송이 제기된다면, 행정심판부의 사후 통제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사람”(6)에 대해, 구체적인 법률 위임 없이도 수색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테러로 ‘의심’되는 범죄
당국은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된 후 “테러행위를 선동, 조장 및 가담하는 개인 또는 단체와 일상적으로 접촉하거나 테러행위를 선동하거나 묵인하는 행위를 지지하거나 고수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7)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테러’라는 개념의 범위가 넓은 만큼,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하다.(8) 만약 형사소송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다면, 그런 소송은 최소한 구체적인 불법 행위(행정적 측면에서는 전혀 불법이 아닐 수도 있는 행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테러(로 의심되는) 범죄의 위임을 전제로 한다.
이 같은 행정적 대응이 19세기 초부터 있었던, 형사 재판의 보장을 회피하기 위한 접근법의 부활이며,(9) 법치주의를 경멸하는 이들이 요구하는 무제한 억압의 전형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대응은 테러 범죄를, 특히 테러 계획을 파악하는 데 효과가 있었을까? 그런 대응을 제안한 이들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효과가 없다는 보도는 차고 넘친다. 국가비상사태 기간 동안 당국의 명령에 따라 시행된 수색 중 테러범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10) 또한 국가비상사태 종료 후 수색당한 165명 중 테러 관련 혐의로 기소된 것은 2명에 불과했다.(11)
두 경우 모두, 테러 범죄에 대해 동일한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사법체계 내에서 그런 수색절차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12) 행정적 ‘방문’이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기관의 의혹을 해소했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13) 정보기관이 전화도청에서부터 주거시설 주변 잡음, 디지털 활동 감시에 이르기까지, 의심되는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갖추고 있는 시대에 매우 위태로운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14)
이 “자유롭고 정상적인” 억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식의 억압은 ‘테러’와 연관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요소들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억압 세력을 분산시키고 고갈시킨다. 결국 경찰과 치안판사의 추적 범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최악의 경우 이들의 범죄계획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테러의 위험성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는 이때, 테러 변론 수장의 지휘 하에 열리는 사소한 법적 소송까지 국가 대테러 검찰조직에 맡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공공기관의 자의적 조치의 비효율성은 2020년 3월 23일에 제정된 2020-290호 법[코로나19 긴급 대처 법안]에 따른 국가 보건 비상사태 시행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보건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예외적 체제를 도입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긴급”은 정부가 채택한 자유 제한 조치에, 단순히 “예외적 상황”을 발동하는 것보다도 더 확고하고 보호적인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2020-290호 법은 당국이 개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든 반면, 독단의 위험을 막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앙’과 ‘위기’, 그 개념의 모호함
이 독단의 위험은 무엇보다도, “인구의 건강상의 특성 및 심각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공중보건 재앙”(15)을 종식시키고자 보건 비상사태 적용을 허용하는 제반 기준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재앙’과 ‘위기’는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광범위한 개념이다. 모든 전염병은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적어도 인구 상당수의 신체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만이, 지금의 보건 비상사태에서 허용되는 것과 같은 자유 제한 조치의 실행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한 달 후면 의회에서 보건 비상사태 연장에 대한 투표가 열리는 만큼, 또한 총리가 명령할 수 있는 제한사항이 철저히 규정되는 경우 격리 조치만이 그 필요성과 비례성에 대한 체계적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는 만큼,(16) 예외 조치로 전환하기 위한 기준의 모호함은 더욱더 문제가 된다. 그런데, 헌법위원회가 판결한 것처럼, 그런 요건은 우리 모두가 다시 대상이 되는 특히 엄격한 자가격리 조치에도 적용된다.(17)
여기서 다시, 필요 이상의 강압은 대중적 대응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그런 조치를 준수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져,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예방 조치 참여가 저조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위험을 간접적으로 인식한 정부는 지난 봄 봉쇄조치 첫날부터 430만 건 이상의 경찰 검문을 명령했다.(18) 이에 들어간 비용은 분명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던 비용이었다.
자유의 침해는 엄격하게 조정되고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지 민주적 필요성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 제한의 명목이 되는 보건 위기에 대항하는 싸움의 효과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뱅상 시제르 Vincent Sizaire
파리 낭테르대학 교수. 주요 저서로 『Être en sûreté. Comprendre ses droits pour être mieux protégé 안전하기. 더 잘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깨닫기』(La Dispute, Paris, 2020), 『Sortir de l'imposture sécuritaire 치안을 위시한 기만으로부터의 해방』(La Dispute, Paris, 2016) 등이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Terrorisme, liberté d’expression, laïcité... Au-delà des polémiques et de l’instrumentalisation politicienne, les principes et le droit 테러리즘, 표현의 자유, 세속주의 ... 논란과 정치적 도구화를 넘어선 원칙과 법’, Syndicat des Avocats de France, Paris, 2020년 10월 30일.
(2) Vincent Sizaire, ‘Des ‘sans culottes’ aux ‘gilets jaunes’, histoire d’une surenchère répressive ‘질서유지’ 앞세운 공권력의 위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4월호, 한국어판 2019년 7월호.
(3) Michel Lepeletier de Saint Fargeau, 제헌의회 1791년 5월 22일, 23일 회의에서 형법 초안에 대한 보고.
(4) 형법 제L.421-2-1조.
(5) 테러 퇴치 및 국내 안보 강화를 위한 2017년 10월 30일 법.
(6) 비상사태에 관한 1955년 4월 3일 법률 제55-385호, 제11조.
(7) 국내 치안법 제L.228-1조.
(8) Vincent Sizaire, ‘Quand parler de ‘terrorisme’? 테러리즘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8월호.
(9) 『Sortir de l’imposture sécuritaire 보안 사기에서 벗어나기』, La Dispute, Paris, 2016.
(10) 2017년 6월 22일 국가안전과 반테러투쟁을 강화하는 법률 프로젝트의 영향 연구에 의하면, “4,300건 이상의” 수색 조치를 위해 30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그 중 어떤 위반도 발견되지 않은 경우가 88%에 달했다.
(11) <Rapport d’information n° 348 sur le contrôle et de suivi de la loi n° 2017-1510 du 30 octobre 2017 2017년 10월 30일 법 제2017-1510호의 통제 및 감시에 관한 정보 보고서> 제348호, 프랑스 상원, Paris, 2020년 2월 26일.
(12) 형사소송법 제706-89조 및 이하의 조항.
(13) Laurent Borredon, ‘État d’urgence: ‘Ne cassez pas la porte, sonnez, je vous ouvre’ 비상사태: ‘문을 부수지 말고 종을 울리면 내가 열어줄게’, <Le Monde>, 2015년 12월 14일.
(14) 국내 치안법 제L.851-1조 및 이하의 조항.
(15) 공중보건법 제L.3131-12조.
(16) 공중보건법 제L.3131-15조 및 제L.3131-17조.
(17) 헌법위원회 결정문 제2020-800호, 2020년 5월 11일, 찬성 43표, 헌법위원회, Paris.
(18) <Rapport de la mission de suivi du projet de loi d’urgence pour faire face à l’épidémie de Covid-19 코로나19 대유행병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법안 후속 조치 보고서>, 프랑스 상원, Paris, 2020년 4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