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미래주의’ 영상
이번에 DVD로 묶여 나온 작품들(1)(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알제리, 카메룬의 작품들)은 분류와 설명을 거부한다. 이 작품들은 아프리카 지역을 잇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시나리오작가 도미니크 말라케가 설명한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현재·미래가 서로 충돌하는 여러 포스트 식민지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머리에 칼이 꽂힌 백인 여성은 구급차에 실려 죽음을 향해 가던 파트리스 루뭄바(2)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가? 비주얼 어휘와 문법이 마치 언어처럼 뒤섞여 황홀감을 준다. 시간은 휘어진다. 알제리 출신의 네일 벨루파는 암소들에게 침략당한 말리를 영상에 담아낸다. 최근에 세상을 떠난 카메룬 출신의 감독이자 조형예술가인 고디 레예의 영혼이 달 위에서 천천히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을 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모든 예술 분야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만큼 적극적으로 이번 작품들에 개입한다. 비디오아티스트 쥘리아 라이함은 주차장에서 사도마조히즘 옷을 입은 사드와 파농을 시로 불러낸 뒤, 그 자신이 사도마조히스트 옷을 암시하는 두건을 쓴 매로 등장한다.
이번 영화들은 아프리카 대중을 겨냥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에서 그동안 다루지 못한 테마(가장 먼저 아프리카 미래주의)를 보여준다. 역사적 제스처, 공상과학, 마법, 아프리카 중심주의, 이집트학, 테크노 컬처가 뒤섞인 아프리카 미래주의 개념 등. 그동안 미래주의는 재즈음악가 선 라에서 펑키의 대가 조지 클린턴, 테크노 DJ 데릭 메이에 이르기까지 천재적인 아프리카계 미국 음악가들이 단골 메뉴로 다루던 개념이다. 그런데 아프리카 대륙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척박한 상황에서 미래주의 개념을 활용할 수 있었을까? 이제 아프리카 역시 자신만의 미래 신화, 공상과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메룬계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프랑크 비용(3)은 아프리카 비트의 흐름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비트는 이미 고인이 된 펠라 쿠티가 널리 알린 것으로, 쿠티는 아프리카 비트를 ‘미래의 무기’로 만들고 싶어했다. 아프리카 비트의 흐름은 가는 실에서 실뭉치가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된다. 어제는 마삭이, 오늘은 아프롤렉트릭 오케스트라가 자신의 언어로 아프리카 비트를 들려준다. 이제 비용과 그의 그룹이 카메룬의 전통음악 비쿠치, 테크노 아시코, 아프리카 재즈, 랩, 솔 리듬을 연주하고 오르네트 콜민과 테트 브륄레의 카메룬 사람들, 프랑크 자파, 가나 출신의 K. 프림퐁을 크로스시킨다. 마그마의 세계가 멀지 않다. 물론 펠라의 열정적인 세계처럼 음악가 장마리 아한다가 2009년 말 두알라로 돌아오면서 모든 것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프랑크 비용은 장마리 아한다를 통해 진정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새로운 현재, 범아프리카인으로 살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과거(특히 1955~71년 프랑스 비밀 전쟁의 비결)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음반 <카메룬의 비전>은 이런 변화의 결실로 나온 작품이다. 글라디스 감비와 산드라 느카게의 목소리와 과거·현재·미래가 재회한 역사의 합장을 이뤄낸다.
비디오예술가 혹은 음악가인 ‘아프리카 미래주의자들’(일명 ‘아프리카 우주비행사들’)은 마치 ‘치무렝가’(‘해방전쟁’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주선 주변을 종종 맴도는 우주정거장의 승무원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뮤직 페스티벌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로그(범아프리카 우주정거장)과 함께 2002년 카메룬 출신의 느톤 에자브(4)가 창간한 잡지가 미래에 새로운 관심을 보인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는 장소다.
글•장 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각주>
(1) <인/플럭스-아프리카 세계에서 온 미디아트립스>(IN/FLUX-Mediatrips from the African World), Lowave, Paris, 2011.
(2) 1960년에 암살당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전 총리.
(3) 프랑크 비용과 바삭, <카메룬의 비전>, Akhet Aton Records, 2010.
(4) www.chimurenga.c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