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들이 만든 정열적이고 당돌한 문체

2021-05-31     질 코스타 | 언론인, 극작가

 

 

시빌라 알레라모는 30세가 되던 1906년, 소설 형식의 자서전 『여성』(1)을 출간했다. 이것이 처음 쓴 책이었던 알레라모는, 자신이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문학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리라고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페미니즘을 말한 여성 작가 중 한 명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성장한 그녀도 결혼과 출산, 순종이 여자의 미덕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여성』에서 알레라모는 이탈리아 수도에서 공장을 경영하려는 아버지를 따라 고향 피에몬테를 떠난 과정,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 권위적인 남편에게 배신과 무시를 당하며 살아간 과정을 들려준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서 알레라모는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운다. 남편과 아이 곁을 떠난 후 처음에는 기자로, 그 다음에는 작가로서 펜을 들었다.

“보잘 것 없는 삶에, 우리는 너무 매달려 왔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은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남편, 의사, 아버지, 사회주의자, 성직자, 정숙한 여성, 창녀... 모두들 자신을 속이며 체념했다.” 1974년 프랑스 출판사 ‘데 팜므(Des femmes, 여성들)’에서 출간한 초기 저작 4편 중 이 작품은 즉시 큰 성공을 거뒀다. 알레라모는 소설에서, “오늘날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전투적 발언이 아니라 뜨거운 자기 성찰”이라고 말한다. 

 

루이사 카르네스는 1905년 스페인의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11세가 되던 1916년부터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그녀는, 새로운 일터에서 접한 세상을 소설을 통해 조명한다. 이 작품이 1934년 발표한 『찻집』(2)이다. 마드리드의 한 찻집을 배경으로, 디저트를 즐기는 부자들과 유성 영화에 출연할 꿈을 가진 무명 배우들, 그리고 웨이트리스들이 나온다. 웨이트리스들은 전차를 탈 여유도 없을 만큼, 빈약한 보수를 받으며 일한다. 그녀들은 종종 남자 손님들의 유혹을 받는다. 유혹에 넘어간 웨이트리스가  불법 낙태로 내몰릴 때, 그녀를 유혹한 남자는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뒤다. 

 

실비나 오캄포는 같은 해,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다른 상황을 그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오캄포는 작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결혼했고,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친분을 나눈다. 오캄포가 1960년 집필했으나, 1987년에야 출간된 시집 『기억의 발명』(3)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겪은 혼란을 나름의 방식으로 되짚어본다. 오캄포는 ‘태어나기 이전의 이야기’라고 부른 이 시집에 분노와 성욕으로 들끓던 청소년 시절을 담아냈다. 거지들과 가사 노동자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리고 점잔빼는 어른들에게 펀치를 날렸던 시절이다. 번역가 안 피카르는 오캄포의 섬세한 문장을 프랑스어로 능수능란하게 옮겼다. 오캄포 특유의 당돌한 문체에는 아름다움과 정열, 그리고 유머가 담겨있다.  

 

 

글·질 코스타 Gilles Costaz
언론인, 극작가, 평론가. 벨퐁(Belfond) 출판사 편집인이었으며, 연극 <L'Île de Vénus 비너스의 섬>, <Le Solliciteur inconnu 미지의 청원자> 등의 작가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Sibilla Aleramo, 『Une femme 여성』, éditions Des femmes, Paris, 2021(초판: 1974).
(2) Luisa Carnés, 『Tea Rooms 찻집』, La Contre-Allée, Lille, 2021.
(3) Silvina Ocampo, 『Inventions du souvenir 기억의 발명』, éditions Des femmes - Antoinette Fouqu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