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제대로 의심하기
예를 들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는 외교관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해 미국과 유럽, 옛 소비에트연방국가들을 소개한다.(1) 옛 소비에트연방국가의 경우, 유럽과 미국 대사관의 지원으로 마피아와 돈 문제가 얽힌 ‘짝퉁’ 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 국가들이 코소보와 리비아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민주주의 논리도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왜곡은 심각한 상황이며, 병세는 여러모로 만연해 있다. 역사학자 안토니오 지벨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변화를 갈망하는 이탈리아 국민의 마음을 이용해 어떻게 권위적인 정치 모델을 이끌어냈는지 직설적으로 언급한다.(2)
악순환은 이렇게 형성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정치토론을 자신에게 찬성이냐 반대냐로 이분화해, 민주주의 개혁을 원천봉쇄한다. 프랑스 역시 민주주의 왜곡에 갇혀 있다. 야당들은 그냥 쉽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난하며 자신의 지적인 게으름과 고리타분한 전략을 정당화한다. 보편적 선거가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국민의 주권이 무시당하는 경우(2005년 5월 29일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헌법안 투표 뒤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 난관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알랭 델캉, 안 마리 르 푸르이에, 베르트랑 마티유, 도미니크 루소(3)는 투표 행위로만 축소된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본권 존중, 판사의 영향력 확대, 전자투표, 인터넷 등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체제가 어떻게 재구성될까? 이 책에서는 2008년 정부가 결정한 헌법 개혁에 대해 명쾌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저자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앞의 질문에 날카로운 비판을 내놓고 있다. 조르주 페르뵈프는 참여민주주의가 사회 구성원들의 격차를 지나치게 벌려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4) 그리고 ‘사회적 아파르트헤이트’라 부를 수 있는 이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내놓는다.
글•앙드레 벨롱 André Bello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민주주의 요구: 새로운 정치 이상을 위해>(L’exigence démocratique: Pour un nouvel idéal politique), Bourin, Paris, 2011.
(2) 안토니오 지벨리, <베를루스코니 혹은 권위적인 민주주의>(Berlusconi ou la démocratique autoritaire), Belin, Paris, 2011.
(3) 알랭 델캉, 안 마리 르 푸르이에, 베르트랑 마티유, 도미니크 루소, <민주주의에 관한 새로운 질문>(Nouvelles questions un la démocratie), Dalloz, Paris, 2011.
(4) 조르주 페르뵈프, <시민의 참여와 도시>(Participation citoyenne et ville), L’Harmattan, Paris, 2011.
(5) 올리비에 피오, <튀니지 혁명: 아랍권을 뒤흔든 10일>(La Révoluyion tunisienne: Dix jours qui é branlèrent le monde arabe), Les Petits Matins, Pari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