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으로 떠난 유럽 순례

2011-09-08     레지 플레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자 여행가인 케네스 화이트는 우리를 세상과 만나게 해준다. 세상을 문화 측면에서만 바라본 여느 문학가들과는 다른 점이다. 저자는 문학의 특징인 상상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다. 상상은 자신만의 닫힌 세계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그러므로 상상은 재미있는 사건이 가득한 탁 트인 야외, 바다, 혹은 평야에 속하는 존재가 아니다. 탁 트인 야외·바다·평야는 식물·지리·어류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그래도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고 관계와 연결고리를 생각하는 상상이 필요하다.” 저자는 <기도의 지도>(1)를 집필하기 위해 유럽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유럽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기도의 지도>에서는 우선 마시모 카시아리, 장프랑수아 마테 같은 철학자에서 로베르 라퐁, 에두아르도 루랑코 같은 작가와 에세이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들 철학가와 작가만큼 박학다식하다.

시적 감각으로 지리를 탐사하는 법을 보여주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를 글래스고·뮌헨·브뤼셀·더블린·빌바오·베니스·트리에스테·베오그라드·포드고리차·풀라·스톡홀름·에든버러 같은 유럽 도시와 자연 공간으로 이끈다. 유럽 도시와 자연 공간들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저자는 문학가와 철학가들을 만나며, 여러 곳을 다니면서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 한다. 또한 빌바오에서 브뤼셀과 베오그라드로 이어지는 유로랜드 아래에서 유럽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 노력한다.

저자는 인간과 세상을 조화시키고 싶어한다. 그는 당시의 물리적·정신적 공간을 탐험했던 사람이다.

<기도의 지도>는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저자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낯설어하지는 않아도 제대로 알지 못한 곳의 정신적·물리적 풍경 속에서 이동해가는 흔적을 기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신만의 기도 지도를 그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글•레지 풀레 Régis Poule

<각주>
(1) <기도의 지도-유럽 순례>(La Carte de Guido. Un pelerinage europeen), Albin Michel, Pari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