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독주에 맞선 아시아 ‘나토’의 탄생가능성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축의 귀환

2021-06-30     마르틴 뷜라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

2021년 5월 7일, 프랑스 <일요신문>(Le Journal du Dimanche) 온라인판의 한 칼럼은, 주프랑스 호주 대사와 인도 대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축”에 합류해 일본,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을 치하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동맹의 성격은 여전히 모호하며 동맹에 참여한 각국은 각자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혼란의 시기, 프랑스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프랑스군을 지휘 중인 장 마티외 레이 소장(1)에 의하면, 프랑스는 아시아-오세아니아에 군인 7,000명과 군함 15척, 항공기 38대를 배치했다. 또한 3월 말~6월 초 이 함대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 공격형 루비급 핵잠수함 ‘에메로드’, 각종 항공기(라팔 전투기 4대, A330 급유기 포함)와 수륙양용 훈련 함대 ‘잔 다르크’, 헬리콥터 항공모함 ‘토네르’, 스텔스 호위함 ‘쉬르쿠프’가 추가됐다. 이 모든 군함은 미국,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하는 일련의 군사작전에 참여한다.

프랑스가 군사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9년에 프랑스 호위함 한 척이 대만해협을 넘어가면서 중국 정부와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로 군사력을 내보인 적은 없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인식하고 “인도·태평양 축”(2)에 군사를 배치한 조치가 특히 두드러진다. 때때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호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단계적으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 우리가 스스로 조직화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유와 기회를 줄이고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줄 헤게모니가 형성될 것입니다.”(3) 한편, 마크롱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구축하는 헤게모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지리와 역사는 군사-외교 동맹에 자리를 내줬다. 프랑스는 자국 영토와 해외 데파르트망(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생피에르-에-미켈론 등)을 “인도·태평양 열강”으로 정의하는 것을 선호했으나, 이제 은밀하게(국가적 논의를 생략한 채) 미국이 이끄는 “인도·태평양 축”의 지위로 옮겨갔다. 이로써 중요한 의미 변화가 일어났다. 2019년 6월 공식 보고서(4)에서 미 국방부는 이 같은 전환을 환영하며 프랑스를 군사 동맹국(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과 동일한 지위로 격상시켰다.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슬로건으로 자리잡기 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인도의 싱크탱크 국립해양재단(National Maritime Foundation)의 거프리트 국장은 2006년 인도가 인도·태평양의 핵심임을 주장했고, 이후 인도를 “태평양과 인도양을 구성하는 해양공간”(5)으로 정의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경제 무대에서 일본을 추월하고 중국의 최대 고객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그 후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끈끈한 관계를 우려했다. 그들은 “차이나 아메리카” 커플이 일본을 남겨두고 떠날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일본은 아시아 내 미국의 교두보’라고 믿은 아베 총리와 후계자들은 2007년 벵골만에서 실시된 미국, 인도, 일본, 호주, 싱가포르 해군의 공동훈련에 열렬한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말하는 이 “자유의 호(弧, 활)”는 결국 사라졌다.

하지만 10년 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인도·태평양 축’을 환기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감각을 믿고, 2018년 이 지역의 미군 부대를 감독하는 기관인 ‘미합중국 태평양 사령부’(USPACOM)를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OM)’로 개칭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내용에 관한 호주, 미국, 인도, 일본의 비공식 협력 회의체인 ‘쿼드’(QUAD, 4자 안보협의체)가 부활했다. 미 의회를 통과한 2019년 국방법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6)

이 목표는 이제 쿼드 동맹의 아시아 3개국 수장 자리에 있는 신자유주의 지도자들과 초국가주의자들에게도 솔깃한 목표가 됐다. 호주에서는 노동당의 괄호가 닫혔고, 일본에서는 쿼드를 주도한 아베가 권좌에 복귀했다. 힌두 민족주의자인 나렌드라 모디는 인도의 통치권을 장악했고, 미국 대통령은 퇴임 몇 달 전 놀랄 만큼 오만한 행보를 보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행동은 반격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아직 그 가능성은 남아있다.

2021년 초, 조셉 바이든은 선동을 줄이고 인권을 강조하며 일관된 행동을 보이려 했다. 그리고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언급하며, 정치·군사적 전략 무기로써 쿼드의 재활성화를 표방했다.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바이든은 이 지역 지도자들과의 양자회담을 앞두고, 2021년 3월 12일 3개국 정상들과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첫 쿼드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4개국 정상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폭넓고 건강한 민주적 가치에 닻을 내리고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지역을 만들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설립”을 선언한 것이다.(7)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보는 쿼드 정상회의

즉시,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애프터서비스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포함시킨 “쿼드 플러스”(QUAD+)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정구연 강원대학교 연구원은 이를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시스템을 ‘다자화’하기 위한 것”(8)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1949년 냉전 중 탄생해 아직까지 존재하는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지리적 범위의 확장 가능성, 즉 “중국의 독재에 맞서는 아시아의 나토 탄생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가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2021년 3월 23~24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 전날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국 의회 연구팀은 “중국과 중국의 유럽에 대한 투자 증가로 제기된 도전에 대응할 필요성”(9)을 포함한 나토의 “핵심 우선순위” 목록을 작성했다. 나토 지지자들은 끊임없이 자유의 깃발을 휘두르지만, 경제는 그 깃발 속 탄도 미사일과 함께 성장한다. 이 문제에 있어 인도 총리는 백기사가 아니다. 인도는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군대를 앞세운 통치를 하고 있다. 카슈미르의 반대자들은 살해, 투옥, 고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도의 시민법은 이슬람교도들을 차별한다. 시위대에 대한 탄압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지 적인지에 따라 인권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 인도·태평양의 부흥과 귀환』(10)의 공동 저자인 데니스 럼리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호주) 교수는 인도·태평양이 도덕적 가치와 무관하며 “지속적인 글로벌 전환”과 연관된 개념으로 본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새로운 양극성 세계: 미국·중국으로의 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과 그 영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두려움을 느낀다.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대외적 의사결정에서 이 점을 고려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관점이 만나면, 양측은 특정 행동을 취하게 된다.” 여기에는 “중국의 태도가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수십 년간의 신중 외교를 깨고 일부 중국대사관에 등장한 매우 공격적인 ‘늑대전사 외교’는 이런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1980년대와 2000년대의 신중 노선을 바꿨다. 매년 군사예산을 늘리고 해군을 현대화하는 것은 물론, 남중국해에서 민간/군사 이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7개 암초 주변에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 전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지난 2월에 채택된 새로운 해양법을 바탕으로 해안 경비대의 강압적 권한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의 분쟁은 증폭되고 있다.

“중국해에서 암초 관련 분쟁이 있습니다. 유감스럽습니다.” 전 유럽 주재 중국 외교관은 이 사실을 시인하는 한편,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라는 공식 논지를 강조한다. “우리는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자 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중국해에 닻을 내리는 것입니다. 2014년 미 해군 사령관은 미 해군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항구와 무역로의 노출도가 높아 차단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그는 필요하다면 국토를 봉쇄할 수 있도록 우리 해안에 ‘잠수함 기뢰’를 매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는 미국

이 시나리오는 그럴듯하다. 그는 우리에게 관련 증거까지 보내줬다.(11) 그러나 두려움은 좋은 조언자가 되기 어렵다. 미국 군대가 중국의 공해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해도, 이미 일부 이웃 국가를 소외시키는 정책을 취한 중국이 그런 정책으로 안보를 보장받지는 못한다. 대만에 대한 공격성은 더 이상 효과가 없어 보인다. 베이징은 1970년대부터 유엔과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대만을 중국의 한 지방으로 간주하고 있다. “분리는 불가능하지만 통합이 시급한 것은 아닙니다.” 한 중국 외교관이 이렇게 강조했다.

그의 의견에 중국 최고 권력의 생각이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대만 영공 침범이 잦아졌다는 사실이다. 수천 번의 출격 작전을 감행한 베이징의 명령에 따라, 중국은 양안(중국대륙과 대만)의 영해와 영공을 분리하는 비공식 라인을 위험하게 흔들고 때로는 침범했다. 그러나 ‘바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워싱턴의 영향으로 관련 뉴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니엘 쉐퍼 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미국 항공 운항은 2,000여 회를 기록했고, 그 해 여름에는 ‘거의 매일’ 운항한 것으로 파악했다.(12) 미국은 중국 본토와의 거리가 150km 미만인 페스카도레스 제도에 이동식 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했다. 대만을 보호하는 것만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생각은 순진한 믿음이다.

중국이 선택한 세력 전략이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이는 우선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불균형 상태에 있으며, 지금은 1946~1973년 이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던 미국 제1함대를 재배치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케네스 브레이스웨이트 해군장관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팔라우 제도는 새로운 미군기지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도·태평양에는 이미 일본(5만 5,000명), 한국(2만 8,500명), 하와이(4만 2,000명), 괌 등에 수백 개의 미군 기지가 들어서 있다. 호주, 뉴질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2020년 미국의 군사 지출은 7,780억 달러로, 중국 군사 지출(2,250억 달러)의 3배에 달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군사예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과 군비경쟁에 나섰다가 그 존재마저 위협 받았던 소련의 사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의하면, 중국은 이러한 상황의 반복을 원치 않는다.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3.7%인 반면, 중국은 1.7%만 국방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13) 미 국방부가 뭐라고 하든, 미국은 전 세계 군사예산의 39%를 차지하며 단연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학자 바르텔레미 쿠르몽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미군은 계속 군사작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군은 그렇지 않다.”(14) 사방에서 싸우고 있는 쪽은 미국인데, 호전적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중국이다. 인도·태평양은 그들의 새로운 놀이터다. 인도·태평양의 범위는 계속 바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을 제외한 서태평양에서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그 후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는 미국까지 인도·태평양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야망, 인도의 속내

럼리 교수는 “인도·태평양도 미국의 이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전통적 독트린에 따라 미국이 자국의 뒷마당처럼 방어해야 할 이웃이라는 말이다. 베이징은 이 독트린을 모방할 것이다. “이 입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을 일부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미국은 카리브해에 중국이 존재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럼리 교수의 견해는 새로운 유형의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할 시기에, 초강대국의 이와 같은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축)에 포함된 국가들조차 이 문제에 대해 하나의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도쿄 소재 현대아시아문제연구소(ICAS)의 로버트 두자리크 소장은 “호주가 미국의 보안관 지위를 넘겨받게 된 반면,(15) 일본은 미군과 통합된 군사 지휘권이 없는 제2서클의 동맹 파트너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많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해외 군사작전 훈련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그의 멘토인 아베 신조와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에서 적국인 중국의 날개를 꺾으면서 “이 지역의 정세를 주도하는 일본-미국 커플”의 꿈을 이룰 기회를 노리고 있다. 스가 총리는 국내정치의 수장이 되자마자 신임 미국 대통령이 영접한 최초의 외국 지도자가 됐고, 더 나아가 “대만 횡단 문제의 평화적 해결”(2021년 4월 17일 공동성명)에 사실상 공동 기여자가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52년 동안 일본의 지도자는 자국이 1895~1945년 동안 철권으로 점령하고 있던 섬, 대만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게다가 일본은 이웃나라 한국과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반면 인도와의 동맹관계는 무난하다. 양국은 합동군사작전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두자리크 소장의 말에 의하면, “도쿄의 야망은 인도를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물류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이 “디커플링” 계획은 아직 구상단계에 있다. 현재 인도는 일본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 남아 있다. 인도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이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기를 원한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모디 총리가 대규모 민영화 계획에 착수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디 총리는 도쿄의 목적을 탐탁지 않게 본다. 그러나 인도의 국가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한 관계로, 당장의 수익 전망은 밝지 않다.

외교적 측면에서, 인도 총리는 자국을 ‘중국에 맞선 균형추’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지난해 라다크 사건 이후 더욱 강해졌다.(16) 모디 전 총리에 반대하는 입장인, 전직 외교관이자 인도 하원의원인 샤시 타루어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인도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핵보유국이며, 10억 이상의 인구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상비군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뉴델리가 아시아의 미래 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간주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냉전 당시 비동맹 운동의 창시자였던 인도는 항상 동맹에 알레르기가 있는 편이며, 또한 모든 전략적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을 생각은 없는 나라입니다.”

 

‘극단적 우월감’, 미국과 중국의 공통점

인도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브라마 첼라니는 쿼드에서 “중국의 공격적 팽창주의에 대응하는 (…) 새로운 역동성”(17)을 본다. 그런데 첼라니 같은 인도·태평양 개념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들조차도, ‘미국의 오만’ 앞에서는 금세 환멸을 느꼈다. 이런 태도 변화의 원인이 된 사건이 지난 4월 7일 발생했다. ‘항행의 자유’라 불리는 해상훈련 도중 미국의 유도 미사일 구축함이 인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진입한 것이다. 이때 미국은 사과하기는커녕 인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 지역은 국제법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인도가 과도한 해양 클레임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EEZ 존중이라는 이름아래, 미국의 공군과 해군은 쿼드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해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세계 최대의 독재국가이자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극단적 우월감입니다.” 첼라니는 이같이 지적하며 양국이 우방국가를 무단 침입한 많은 사례들을 상기시켰다. “미국이 자국의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자 여러 국가에 해군력을 사용하는 것은, 이 나라가 더 이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아님에도 여전히 오만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덧붙이자면, 167개 국가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가입했지만, (이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이 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면서 그 조항을 감독하고 집행할 권리를 가로챘습니다.”(18)

이것이 프랑스가 미국과의 군사훈련과 이념적 화해에 나서기 전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이를 통해 공통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정의하고자 한다. 두 나라는 카밀라 쇠렌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부교수가 제기한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야 한다. “유럽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워싱턴의 최우선 목표를 공유하고, 중국이 제기한 도전에 대응하는 미국의 접근방식이 적절한 것이라고 인정할 준비가 됐는가?”(19)

코로나19가 인도 전체를 초토화하기 시작했을 때, 바이든 미대통령이 백신 생산에 필요한 특정 재료의 수출을 금지한 조치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적어도 부분적으로) 이 금지령은 해제했지만, 모디 인도 총리는 이를 자신의 책임을 무마시키는 데 이용했다. 인도·태평양의 기치를 포함해, 이런 상황에서 인도-미국의 결혼을 축하하기는 어렵다. 인도는 현재로서는 미국이라는 독수리의 발톱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용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는 중국과는 경제적 협력을, 미국과는 전략적 협력을 계속하려는 이 지역 많은 국가들의 딜레마다. 가레스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은 “각국이 원하는 것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며, “3P(Primacy 우위, Preeminence 우월, Predominance 우세)의 시대는 지났다”라고 말했다.(20)

아시아를 향한 경제적, 전략적 전환의 상징인 인도·태평양의 개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해석은 국가마다 다르다. 막강한 이웃나라 때문에 궁지에 몰린 베트남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개념에 가까운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미군의 존재와 일본의 영향력을 상쇄시키려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의 본거지인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필리핀은 자국의 이익과 자국이 관리하는 암초에 대한 중국의 공격 여부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상하이 협력기구(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한국, 일본, 중국이 체결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1)처럼 경제적 관계가 엉켜있고 요동하는 전략적 연합은 소위 두 “캠프”에 속한 여러 나라들을 서로 협력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냉전시대처럼 군사-이념적 동맹이라는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이들 국가 중 누구도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주변국들과의 우호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대변지 <글로벌 타임스>의 군사 평론가는 경고한다. “한국과 뉴질랜드, 아세안 회원국들을 더 중요시해야 합니다.” 비록 이 평론가가 군비 증강을 요구하긴 했지만, 권고에 가까운 이런 비판은 드물게 주목할 만한 의견이다. 전 싱가포르 외교관 키쇼어 마부바니는 “군사적 수단으로 중국의 경제기술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22)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을 다른 세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강국이지만, 더 이상 세계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으로 아시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작가, 주요 저서로 『Chine, Inde: la course du dragon et de l'éléphant 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2008), 『L'Occident malade de l'Occident 서구의 병든 서구』(공저, 2009) 등이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Abhijnan Rej, ‘French joint commander for Asia-Pacific outlines Paris’ Indo-Pacific defense plans’, <The Diplomat>, Washington, DC, 2021년 4월 13일. 
(2) Emmanuel Macron, 대사 접견 연설, Paris, 2019년 8월 27일.
(3) ‘Macron: le lien franco-calédonien vital face au risque d’hégémonie 마크롱: 헤게모니 위기에 직면한 프랑코-칼레도니아 관계’, <Reuters>, 2018년 5월 5일.
(4) ‘Indo-Pacific Strategy Report’, 미국 국방부, 2019년 6월 1일, https://media.defense.gov
(5) Gurpreet S. Khurana, ‘Security of sea lines: Prospects for Indian-Japan cooperation’, <Strategic Analysis>, 31권 1호, London, 2007년 1월.
(6) ‘John S. McCain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 미국 의회, 2018년 8월 13일, www.congress.gov
(7) ‘“QUAD leaders” joint statement: The Spirit of the QUAD’, 백악관, 2021년 3월 12일, www.whitehouse.gov
(8) Chung Kuyoun, ‘Why South Korea is balking at the QUAD’, East Asia Forum, 2021년 3월 31일, www.eastasiaforum.org
(9) Paul Belkin, ‘NATO: Key issues for the 117th Congress’, 미국 의회조사국, 2021년 3월 3일, https://fas.org
(10) Timothy Doyle & Dennis Rumley, 『The Rise and Return of the Indo-Pacific』, Oxford University Press, 2019년.
(11) Victor L. Vescovo, ‘Deterring the Dragon… from (under) the sea’, 미국 해군연구소, 2014년 2월, www.usni.org
(12) Daniel Schaeffer, ‘Chine – États-Unis – Mer de Chine du Sud et riverains: En attendant Biden 중국-미국-남중국해 주변: 바이든을 기다리며’, <Asie21>, 2020년 9월 15일, www.asie21.com
(13) ‘World military spending rises to almost 2 trillion dollars in 2020’,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2021년 4월 26일, www.sipri.org
(14) ‘Le Pentagone agite la menace de la Chine pour réclamer d’énormes hausses de son budget: excuse facile ou anticipation fondée? 중국의 위협을 내세워 엄청난 예산 인상을 요구하는 미 국방부: 안이한 변명인가, 근거가 충분한 예측인가?’, <Atlantico>, 2021년 3월 23일, www.atlantico.fr
(15) Vince Scappatura, ‘L’Australie, pièce centrale du “pivot” américain, dans ‘Poudrières asiatiques 호주, ‘아시아 화약고’에서 미국 ‘축’의 중심’,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9호, 2015년 2~3월.
(16) Vaiju Naravane, ‘Pourquoi la Chine et l'Inde s'affrontent sur le Toit du monde 중국과 인도가 세계의 지붕에서 충돌하는 이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10월호.
(17) Brahma Chellaney, ‘Biden follows Trump's footsteps in the Indo-Pacific’, <The Hill>, 2021년 3월 25일, https://thehill.com
(18) Brahma Chellaney, ‘US fails to understand that it no longer calls the shots in Asia’, <Nikkei Asia>, Tokyo, 2021년 4월 21일.
(19) Remi Perelman, ‘Indo-Pacifique-Danemark: Mais pas seul 인도·태평양과 덴마크: 그러나 혼자가 아니다’, <Asie21>, 149호, Paris, 2021년 4월.
(20) Gareth Evans, ‘What Asia wants from the Biden administration’, <Global Asia>, 서울, 16권 1호, 2021년 3월.
(21) Martine Bulard, ‘Bombe libre-échangiste en Asie 아시아의 자유무역 폭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1년 1월호.
(22) Song Zhongping, ‘China must prepare for US new QUAD schemes’, <Global Times>, Beijing, 2020년 11월 10일.